성격이상의 집착하는 여자친구, 헤어져야 할까?
크리스마스에 다투고 헤어졌다는 긴급사연이 있었다. 이게 참 오해할만한 상황들이 자꾸 이어진 '이승탈출 넘버원(위기탈출 넘버원)'류의 사연인데,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23일 저녁,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며 밤새 술을 마신 Y씨. 다음 날 술병이 나고 말았다. 숙취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Y씨는 24일 오후 6시까지 물 말고는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여자친구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25일에 만나자고 약속을 미뤄두었다.
저녁 6시가 되자 허기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몸이 어느 정도 나아진 듯 하여 감자탕을 시켰다. 해장국을 먹고 싶었지만 1인분을 주문하기가 미안해 감자탕 소자를 시킨 것이다. 감자탕을 먹고 나니 어느 정도 기운이 돌아왔다. 감자탕이 좀 자극적이었던지, 시원하고 달콤한 것이 먹고 싶어진 Y씨는 밖에 나가 통에 든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왔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후, Y씨는 자신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새 글이 올라온 게 없나 잠시 확인하려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자친구가 Y씨의 자취방으로 들어왔다.
몸이 너무 아파서 괴로우며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감자탕을 먹고 거기다가 아이스크림까지 먹었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웹서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여자친구는 경악했다. 평소 Y씨의 사생활을 검열하는 버릇이 있던 여자친구는 싱크대부터 살폈다. 감자탕을 혼자 먹은 게 맞는지 확인을 하고, 그 다음엔 컴퓨터를 차지하고 앉아 웹 기록을 뒤적였다. 그러고 나서 Y씨의 폰을 들여다보며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그런 여자치구의 행동을 Y씨는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 날은 화가 났다. 그래서
라는 말을 해 버리고 말았다. Y씨는 약과 죽을 사 가지고 온 여자친구를 쫓아내듯 보낸 것이 후회가 돼 사과문자를 보냈지만, 여자친구는 "우리, 당분간 쉬자."라는 답장을 보냈다. 아픈 것도 서럽고,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여자친구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와서는 의심부터 하는 모습에 짜증도 좀 났던 Y시는 "당분간? 그냥 우리 쭉 쉬자."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고는 지금까지 연락두절. 이 둘은 위한 이야기를 오늘 좀 살펴보자.
대책 없이 이타적인 사람들이 있다. 이타적이라는 게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훌륭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사람 자신에게는 피로가 축적되는 일이다. 일종의 '착한여자 콤플렉스'같은 거라고 할까. Y씨의 여자친구는, 자신은 라면을 먹더라도 남자친구에게는 고기를 먹이는, 그런 희생을 앞세워 연애에 임하고 있다.
원래 잘 챙기고 신경 많이 써주는 타입 같은 건 없다. 그녀는 '내가 받고 싶은 호의'를 Y씨에게 먼저 베푸는 것일 뿐이다. 이걸 잘 이해하고 그에 맞춰 리액션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Y씨는 '그녀는 원래 그런 타입'이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베푸는 호의를 받기만 했다. 스스로도 말했지만, 만나는 동안 여자친구를 위해 해준 것이 뭐 있나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자친구에겐 Y씨가 '구멍난 독(甕)'과 같다. Y씨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럴수록 Y씨는 그게 당연한 듯이 행동할 뿐이다. 부어도 차지 않는 독. Y씨의 진심을 느낄 수 없으며, Y씨에게 믿음 가지기도 어려워진다. 호의를 베풀고 희생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느끼며, 여자친구는 본능적으로 Y씨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때문에 확인하려 하고, 믿을 만한 증거를 찾으려 하며, 집착을 해서라도 Y씨를 붙잡아 두려고 한다.
사연을 읽으며 내가 둘의 사이가 꽤 많이 어긋나 있다는 걸 느낀 부분은, 죽과 약을 사온 여자친구에게 Y씨가 별 고마움을 못 느꼈다는 점이다. Y씨는 여자친구의 그런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오직 '오해할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걸 더 다급하게 생각했다. 그러고는 여자친구가 이것저것 확인을 하자, 자신을 못 믿는 거냐며 쫓아냈고 말이다. 라스베가스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응?)
사람은 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 법이다. Y씨의 여자친구가 지금과 달리 도도하며 Y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Y씨는 여자친구가 무슨 짓을 했든 저렇게 쫓아내진 못했을 것이다. 여자친구의 말대로 감자탕을 주문하거나,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거나, 컴퓨터를 켤 시간에 짧은 문자라도 한 통 보내줄 수 있었을 거고 말이다.
배부른 소리는 그만하고 사과부터 하길 바란다. 입장을 바꿔, 크리스마스이브에 죽과 약을 사가지고 여자친구의 자취방에 찾아갔는데 여자친구가 고맙다는 말도 없이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다가 쫓아냈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 누가 몇 할을 잘못하고 따위의 계산은 다 접어두고, 우선 사과부터 하자. 힘들기로 따지면 여자친구가 Y씨보다 열 배는 더 힘들 테니, 그 앞에서 "나도 지친다." 따위의 이상한 말 하지 말고, 방치해 둔 여자친구부터 얼른 챙기길 바란다.
정당화는 그만 하자. 잘잘못을 따지면 Y씨의 잘못이 맞다.
상대가 여자친구가 아닌, '취직하려고 하는 곳의 인사담당자'라면 어땠을까? 피곤하다는 이유로 담당자의 문자를 무시했을까? 송년회라 연락 할 분위기가 아니라서 담당자에게 해야 할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면접을 앞두고 늦게 되었는데 아무 연락도 없이 '차가 없어서 늦는 거니 괜찮아.'라며 대충 넘어갔을까?
Y씨에게 여자친구는 현재 '편의대로 대해도 괜찮은 사람'이고, 여자친구 역시 그걸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그러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는 변명 같은 건 필요 없다. 그랬냐 안 그랬냐가 중요한 거다. 이건 Y씨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지, 정당화 해가며 발뺌할 부분이 아니다.
또, Y씨가 다른 모임이나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여자친구가 느낄 소외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길 권한다. 역시 입장을 바꿔, 여자친구가 다른 친구를 만나 아무 연락도 없이 저녁까지 시간을 보낸다고 해보자. Y씨에겐 아무 마음의 동요가 없겠는가? 이 부분에 있어 여자친구를 '나만 바라보는 액세서리'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여자친구가 연락을 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라고 답하는데, Y씨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의 상황은 Y씨가 생각하는 것과 딱 정반대로 보인다. Y씨의 요구사항이 다 적용된다면, 호의를 베풀며 알아서 척척 할 일을 하고 필요할 때 옆에 있을 여자친구가 될 것이다. 바로 그게 '꼭두각시 인형' 아닐까? 연락 안 해도 그냥 좀 믿으며 기다리고, 표현 안 해도 알아서 잘 받아들이고, 내 행동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니 토 달지 말고…. 역시, 라스베가스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믿음을 주자. 이번 일만 하더라도 감자탕 시킬 때 여자친구에게도 전화 한 통 했으면, 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문자 하나 보냈으면 이렇게까지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친구에게는 6시간 전의 상황이 '최신 행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Y씨는 그 시간 이후로도 많은 일을 했으면서 하나도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으니, 여자친구는 당연히 서운해 하거나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문자 하나 보내면 해결될 일을, 문자 보내지 않고 '꼭두각시'운운하며 정당화 하는 일은, 이제 그만 하기 바란다.
Y씨는 사연에
라고 적었다. 그럼 여자친구에게 꽃이라도 사서 좀 안겨주자. 오글거리는 멘트 같은 건 안 해도 좋으니,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Y씨는 -저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여자친구와 보낼 크리스마스 계획도 세워놓지 않았고, 목도리 하나 정도의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잖는가. 마음이 100이면 뭐하고, 1000이면 뭐하는가. 실제로는 여자친구나 옆집 여자나 별로 다를 게 없이 대하는 데 말이다.
그리고 경상도 남자 운운하면서 무뚝뚝하게 타고났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여자친구 내쫓고 문자로 악담하는 건 무뚝뚝한게 아니라 그냥 '문디이'인거다. 내가 Y씨라면, 오늘 꽃이랑 케이크를 사들고 가서 사과하며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를 오붓하게 보낼 것 같다.
여자친구의 집착과 관련해선, 자리 이동할 때마다 연락 해 주고. 여자친구가 알고 있는 '최신정보'를 늦지 않게 갱신 해 주면 해결 될 것이니 우선 그 방법을 사용해 보길 권한다. 그래도 안 바뀐다면 그땐 또 사연을 보내면 함께 살펴볼 테니, 우선 여자친구 마음에 난 불부터 끄길 바란다. 안 그러면 남김없이 다 타서 복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크리스마스라 들뜬 기분에 과메기를 실컷 먹었더니, 어제부터 속이 좋다가도 좋지 않다. 그래서 어제 발행하기로 했던 매뉴얼도 올리지 못하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누워 있었다기 보다는 화장실에 들락날락 한 건데, 이걸 또 자세하게 쓸 필요는 없고.
여하튼 약속한 매뉴얼을 올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선 투표하던 날 투표소에서 첫사랑을 만나 카오스 상태에 있는 대원을 위한 매뉴얼도 얼른 발행해야 하는데…. 내일은 더욱 재미있는 사연을 가지고 찾아올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 "무한님, 전 저 사연이랑 딱 반대에요. 제가 쫓겨난 케이스인데…." 어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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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다투고 헤어졌다는 긴급사연이 있었다. 이게 참 오해할만한 상황들이 자꾸 이어진 '이승탈출 넘버원(위기탈출 넘버원)'류의 사연인데,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23일 저녁,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며 밤새 술을 마신 Y씨. 다음 날 술병이 나고 말았다. 숙취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Y씨는 24일 오후 6시까지 물 말고는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여자친구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25일에 만나자고 약속을 미뤄두었다.
저녁 6시가 되자 허기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몸이 어느 정도 나아진 듯 하여 감자탕을 시켰다. 해장국을 먹고 싶었지만 1인분을 주문하기가 미안해 감자탕 소자를 시킨 것이다. 감자탕을 먹고 나니 어느 정도 기운이 돌아왔다. 감자탕이 좀 자극적이었던지, 시원하고 달콤한 것이 먹고 싶어진 Y씨는 밖에 나가 통에 든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왔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후, Y씨는 자신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새 글이 올라온 게 없나 잠시 확인하려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자친구가 Y씨의 자취방으로 들어왔다.
몸이 너무 아파서 괴로우며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감자탕을 먹고 거기다가 아이스크림까지 먹었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웹서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여자친구는 경악했다. 평소 Y씨의 사생활을 검열하는 버릇이 있던 여자친구는 싱크대부터 살폈다. 감자탕을 혼자 먹은 게 맞는지 확인을 하고, 그 다음엔 컴퓨터를 차지하고 앉아 웹 기록을 뒤적였다. 그러고 나서 Y씨의 폰을 들여다보며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그런 여자치구의 행동을 Y씨는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 날은 화가 났다. 그래서
"그렇게 못 믿겠냐? 나 정말 아파서 계속 누워 있다가 방금 일어난 거야.
너 이러는 거 진짜 싫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쉬어라."
너 이러는 거 진짜 싫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쉬어라."
라는 말을 해 버리고 말았다. Y씨는 약과 죽을 사 가지고 온 여자친구를 쫓아내듯 보낸 것이 후회가 돼 사과문자를 보냈지만, 여자친구는 "우리, 당분간 쉬자."라는 답장을 보냈다. 아픈 것도 서럽고,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여자친구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와서는 의심부터 하는 모습에 짜증도 좀 났던 Y시는 "당분간? 그냥 우리 쭉 쉬자."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고는 지금까지 연락두절. 이 둘은 위한 이야기를 오늘 좀 살펴보자.
1. 사과부터.
대책 없이 이타적인 사람들이 있다. 이타적이라는 게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훌륭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사람 자신에게는 피로가 축적되는 일이다. 일종의 '착한여자 콤플렉스'같은 거라고 할까. Y씨의 여자친구는, 자신은 라면을 먹더라도 남자친구에게는 고기를 먹이는, 그런 희생을 앞세워 연애에 임하고 있다.
"제 여자친구가 항상 저를 잘 챙기는 스타일입니다. 제게 신경도 많이 써주고…."
원래 잘 챙기고 신경 많이 써주는 타입 같은 건 없다. 그녀는 '내가 받고 싶은 호의'를 Y씨에게 먼저 베푸는 것일 뿐이다. 이걸 잘 이해하고 그에 맞춰 리액션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Y씨는 '그녀는 원래 그런 타입'이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베푸는 호의를 받기만 했다. 스스로도 말했지만, 만나는 동안 여자친구를 위해 해준 것이 뭐 있나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자친구에겐 Y씨가 '구멍난 독(甕)'과 같다. Y씨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럴수록 Y씨는 그게 당연한 듯이 행동할 뿐이다. 부어도 차지 않는 독. Y씨의 진심을 느낄 수 없으며, Y씨에게 믿음 가지기도 어려워진다. 호의를 베풀고 희생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느끼며, 여자친구는 본능적으로 Y씨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때문에 확인하려 하고, 믿을 만한 증거를 찾으려 하며, 집착을 해서라도 Y씨를 붙잡아 두려고 한다.
사연을 읽으며 내가 둘의 사이가 꽤 많이 어긋나 있다는 걸 느낀 부분은, 죽과 약을 사온 여자친구에게 Y씨가 별 고마움을 못 느꼈다는 점이다. Y씨는 여자친구의 그런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오직 '오해할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걸 더 다급하게 생각했다. 그러고는 여자친구가 이것저것 확인을 하자, 자신을 못 믿는 거냐며 쫓아냈고 말이다. 라스베가스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응?)
사람은 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 법이다. Y씨의 여자친구가 지금과 달리 도도하며 Y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Y씨는 여자친구가 무슨 짓을 했든 저렇게 쫓아내진 못했을 것이다. 여자친구의 말대로 감자탕을 주문하거나,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거나, 컴퓨터를 켤 시간에 짧은 문자라도 한 통 보내줄 수 있었을 거고 말이다.
"이렇게 헤어지면 제가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사귀면서 계속 그녀가 집착하고 간섭하면 역시 힘들 것 같고…."
그런데 또 사귀면서 계속 그녀가 집착하고 간섭하면 역시 힘들 것 같고…."
배부른 소리는 그만하고 사과부터 하길 바란다. 입장을 바꿔, 크리스마스이브에 죽과 약을 사가지고 여자친구의 자취방에 찾아갔는데 여자친구가 고맙다는 말도 없이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다가 쫓아냈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은가? 누가 몇 할을 잘못하고 따위의 계산은 다 접어두고, 우선 사과부터 하자. 힘들기로 따지면 여자친구가 Y씨보다 열 배는 더 힘들 테니, 그 앞에서 "나도 지친다." 따위의 이상한 말 하지 말고, 방치해 둔 여자친구부터 얼른 챙기길 바란다.
2. 믿음을 주자.
정당화는 그만 하자. 잘잘못을 따지면 Y씨의 잘못이 맞다.
"너무 피곤했기에 도착했다는 문자 보내고 바로 잤습니다."
"송년회다 보니, 이야기를 나누느라 연락할 틈이 없었습니다."
"전 일찍 가려고 했지만 차가 없어서 일찍 못 갔습니다."
"송년회다 보니, 이야기를 나누느라 연락할 틈이 없었습니다."
"전 일찍 가려고 했지만 차가 없어서 일찍 못 갔습니다."
상대가 여자친구가 아닌, '취직하려고 하는 곳의 인사담당자'라면 어땠을까? 피곤하다는 이유로 담당자의 문자를 무시했을까? 송년회라 연락 할 분위기가 아니라서 담당자에게 해야 할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면접을 앞두고 늦게 되었는데 아무 연락도 없이 '차가 없어서 늦는 거니 괜찮아.'라며 대충 넘어갔을까?
Y씨에게 여자친구는 현재 '편의대로 대해도 괜찮은 사람'이고, 여자친구 역시 그걸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그러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는 변명 같은 건 필요 없다. 그랬냐 안 그랬냐가 중요한 거다. 이건 Y씨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지, 정당화 해가며 발뺌할 부분이 아니다.
또, Y씨가 다른 모임이나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여자친구가 느낄 소외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길 권한다. 역시 입장을 바꿔, 여자친구가 다른 친구를 만나 아무 연락도 없이 저녁까지 시간을 보낸다고 해보자. Y씨에겐 아무 마음의 동요가 없겠는가? 이 부분에 있어 여자친구를 '나만 바라보는 액세서리'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여자친구가 연락을 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라고 답하는데, Y씨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여자친구의 집착이나 사생활 간섭 등은
마치 자기 옆에 둘 꼭두각시 인형이 하나 필요해서 절 옆에 두는 것처럼 보이기에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쁘고 화가 납니다."
마치 자기 옆에 둘 꼭두각시 인형이 하나 필요해서 절 옆에 두는 것처럼 보이기에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쁘고 화가 납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의 상황은 Y씨가 생각하는 것과 딱 정반대로 보인다. Y씨의 요구사항이 다 적용된다면, 호의를 베풀며 알아서 척척 할 일을 하고 필요할 때 옆에 있을 여자친구가 될 것이다. 바로 그게 '꼭두각시 인형' 아닐까? 연락 안 해도 그냥 좀 믿으며 기다리고, 표현 안 해도 알아서 잘 받아들이고, 내 행동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니 토 달지 말고…. 역시, 라스베가스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믿음을 주자. 이번 일만 하더라도 감자탕 시킬 때 여자친구에게도 전화 한 통 했으면, 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문자 하나 보냈으면 이렇게까지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친구에게는 6시간 전의 상황이 '최신 행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Y씨는 그 시간 이후로도 많은 일을 했으면서 하나도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으니, 여자친구는 당연히 서운해 하거나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문자 하나 보내면 해결될 일을, 문자 보내지 않고 '꼭두각시'운운하며 정당화 하는 일은, 이제 그만 하기 바란다.
3. 꽃이라도 사서 좀!
Y씨는 사연에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100인데,
제가 무뚝뚝하기도 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도 해서
여자친구는 아마 1밖에 모를 겁니다."
제가 무뚝뚝하기도 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도 해서
여자친구는 아마 1밖에 모를 겁니다."
라고 적었다. 그럼 여자친구에게 꽃이라도 사서 좀 안겨주자. 오글거리는 멘트 같은 건 안 해도 좋으니,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Y씨는 -저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여자친구와 보낼 크리스마스 계획도 세워놓지 않았고, 목도리 하나 정도의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잖는가. 마음이 100이면 뭐하고, 1000이면 뭐하는가. 실제로는 여자친구나 옆집 여자나 별로 다를 게 없이 대하는 데 말이다.
그리고 경상도 남자 운운하면서 무뚝뚝하게 타고났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여자친구 내쫓고 문자로 악담하는 건 무뚝뚝한게 아니라 그냥 '문디이'인거다. 내가 Y씨라면, 오늘 꽃이랑 케이크를 사들고 가서 사과하며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를 오붓하게 보낼 것 같다.
여자친구의 집착과 관련해선, 자리 이동할 때마다 연락 해 주고. 여자친구가 알고 있는 '최신정보'를 늦지 않게 갱신 해 주면 해결 될 것이니 우선 그 방법을 사용해 보길 권한다. 그래도 안 바뀐다면 그땐 또 사연을 보내면 함께 살펴볼 테니, 우선 여자친구 마음에 난 불부터 끄길 바란다. 안 그러면 남김없이 다 타서 복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크리스마스라 들뜬 기분에 과메기를 실컷 먹었더니, 어제부터 속이 좋다가도 좋지 않다. 그래서 어제 발행하기로 했던 매뉴얼도 올리지 못하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누워 있었다기 보다는 화장실에 들락날락 한 건데, 이걸 또 자세하게 쓸 필요는 없고.
여하튼 약속한 매뉴얼을 올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선 투표하던 날 투표소에서 첫사랑을 만나 카오스 상태에 있는 대원을 위한 매뉴얼도 얼른 발행해야 하는데…. 내일은 더욱 재미있는 사연을 가지고 찾아올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 "무한님, 전 저 사연이랑 딱 반대에요. 제가 쫓겨난 케이스인데…." 어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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