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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물방울(water drop) 사진 찍으며 놀기

by 무한 2013. 6. 30.
집에서 물방울(water drop) 사진 찍으며 놀기
이배희(ebay)여사에게 주문한 물건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셀러가 홍콩에서 일반우편으로 보낸 물건인데, 이 주가 넘도록 소식이 없다.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없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기다려 받았다는 글들이 보인다. 등기가 아닌 까닭에 트래킹번호(운송장번호)도 없다.

1층에 내려갈 때마다 슬쩍 우편함을 들여다본다. 텅 비어있음을 확인하고 돌아설 땐, 명절에 끝내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홍콩 우체국에게 당한 희망고문 후유증으로 열정에 김이 빠져 버렸다. 카운트를 백까지 세었는데도 출발하지 않는 로켓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주문한 장비가 와야 계획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오지 않는다. 그래서 계획을 바꿨다. "순리대로 살아."라는 어머니 말씀을 따라, 물방울 사진을 찍기로 했다.




▲ 작품명 <직장 옥상에서>


예전에는 물방울 사진이 '인내와 순간포착의 결과물'로 여겨졌다. 물방울을 수백 번 떨어뜨려야 마음에 드는 사진 몇 장을 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장비만 구입하면 누구나 광고에 나올 법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밸브와 카메라를 제어해주는 장치가 판매되고 있고, 그 장치를 사용하면 단 한 번에 물방울끼리 부딪히는 사진도 찍을 수 있다.(단, 장치가 40만원이 넘는 까닭에, 물방울 사진 몇 장 찍기 위해 구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장비를 직접 만들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국내엔 '아두이노'를 사용해 물방울 조절기를 만드신 분이 있는데, 그분의 매뉴얼을 보고 따라서 만들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장치를 만들기 위해 가야할 길이 너무 먼 것 같아 일단 보류해 두었다.

이것저것 다 제외하고 나니, 결국 남은 건 수작업. 한 손엔 리모컨을, 다른 손에는 수저를 든 채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수저의 물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위의 사진은 직장인의 애환이 잘 나타난 것 같아 제목을 <직장 옥상에서>로 정했다. 옥상에서, 주머니에 손 넣은 채 바람 맞으며 생각에 잠긴 직장인의 모습 같다. 




▲ 작품명 <로구로>


로구로란 '녹로'의 일본식 발음으로, 원형으로 된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공작기계의 이름이다. 그 기계를 사용해 만든 제품은 위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계단 난간의 끝 부분, 가구의 다리 등에서 주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빨강머리 앤>을 보면, 앤의 침대 상판은 저런 로구로가 양쪽으로 들어가 있다. 시중에서 팔고 있는 제품들이 로구로의 튀어나온 부분을 위로 돌출시켜 버리는 것과 달리, 앤의 침대는 로구로 위를 판자로 덧댄 뒤 마감한 모습이다. 때문에 시중에 있는 제품들처럼 뿔난 듯 괴상하지 않다. 그런 제품을 하나 만들어 <앤의 침대>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 역시나 침대를 하나 만들려면 갈 길이 머니, 이것도 그냥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어야 겠다.




▲ 작품명 <매장 오픈했어요. 폰 바꾸셔야죠.>


새로 문을 연 휴대폰 매장 앞에서 볼 수 있는, '꺽다리 아저씨'와 닮았다. 높이 솟은 물기둥 옆으로 작은 물방울들이 보이는데, 신기하게도 저 물방울들은 물에 빠지기 직전까지 저렇게 물 위를 떠다닌다. 학창시절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닐 때, 도시락용 김을 먹고 남면 (흔히 '쥐약'이라고 불리던)실리카겔이 들어 있었다. 실리카겔을 물에 넣으면 톡톡 튀는데, 그 모습과 비슷하다.




▲ 작품명 <신의 물방울>


언제부턴가 주변에 '와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집들이나 파티를 할 때 와인을 사들고 가기도 하고, 삼삼오오 놀러갈 때 와인을 챙기기도 한다.

와인이 대세라기에 나도 4리터짜리 와인을 사서 마셔본 적 있다. 기분 낸다고 비싼 치즈도 함께 샀는데, 치즈에선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났다. 여하튼 와인은 달콤했고, 나 혼자 거의 다 마셨다. 다음날 머리를 쪼개는 듯한 두통이 찾아왔다. 그 이후로 와인은 마시지 않고 있다.




▲ 작품명 <비슷한 사진 많은데 이름을 뭐로 정하지?>


제1 물방울이 만든 물기둥과 제2 물방울이 부딪히는 사진. 물방울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찍어봤을 사진이다. 그나저나 아래에 이런 '물방울 충돌 사진'이 두 장 더 등장할 예정인데, 작품명을 뭐로 정할지 고민이다.




▲ 작품명 <과거의 나는 왜 사진마다 제목을 달아서 힘들게 만들었을까?>


'과거의 나'는 가끔 깜짝깜짝 놀랄만한 일들을 저질러 놓는다. 가장 최근에 경험한 건, 67mm PL필터를 사 두었다는 점이다. 당시 나는 67mm 카메라 렌즈도 없었을 텐데, 그걸 왜 사 두었을까?

뚜껑이 있는 컵을 사 두었다는 점도 놀랍다. 그런 걸 샀으면 내가 알기 쉽게 약간의 힌트라도 좀 줬어야 하는데, '과거의 나'는 그걸 그냥 싱크대 선반에 넣어두었다. 덕분에 잘 쓰고는 있지만, 무언갈 사 두었으면 메모라도 남겨 주었으면 좋겠다. 포장도 안 뜯은 와이셔츠 있는 줄 모르고 새 와이셔츠를 샀으니 말이다. 사이즈가 변할 것을 예측해 사 놓은 것은 기특한 일이긴 하다.




▲ 작품명 <어제 카놀라유로 선풍기 고쳤음.>


사진의 물방울 색이 노란 걸 보곤 카놀라유로 선풍기 고친 게 떠올랐다. 선풍기 앞쪽 가림막을 떼어낸 뒤 날개를 손으로 돌리면, 자연스럽게 돌아가야 정상이다. 오래 사용한 선풍기는 윤활유가 고착되어 손으로 날개를 돌려도 돌지 않는다. 그럴 땐 선풍기를 분해 한 뒤 회전축 부근에 윤활유를 몇 방울 떨어뜨려 주면 다시 자연스레 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윤활유 대신 WD-40을 뿌리면 모터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차라리 식용유를 몇 방울 떨어뜨려 주는 게 좋다고 한다. 어느 선풍기든 오래 쓰면 윤활유가 마를 수 있으니, 알아두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 작품명 <Tiara>


주로 우유를 사용해 많이 찍는 '왕관'사진이다. 우유로 만든 왕관보다는 좀 가벼운 느낌이라, 작품명을 '티아라'라고 정했다.

저런 순간포착을 잡아내는 게 어렵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닥 어렵지 않다.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다. 왕관 사진을 못 찍는다면 그건 의지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다.


6월 5일에 시작한 80일 프로젝트가, 이제 54일 남았다. 계획의 변동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난 이것으로 4주차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첫 마음과 비교해 마음이 점점 식어가는 게 느껴지긴 하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계획한 12 번의 사진 포스팅을 마치고 싶다.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며, 80일간 '내일의 나를 돕는 삶'을 살아보자. 화이팅!



▲ 큰 크기의 사진들은 노멀로그 갤러리(http://normalog.blog.m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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