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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남친의 헌신과 기대, 그게 너무 싫다는 여자 외 2편

by 무한 2015. 1. 23.

혜정씨의 사연을 단락 하나로 다 말하기가 어려우니, 마중글을 써야 할 이 지면을 빌려 여기서부터 출발하겠습니다. 우선 전, 이 질문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남친이랑 결혼하실 겁니까? 당장 지금이 아니라 몇 년 후라도,

남친이 결혼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하면,

혜정씨도 남친과 함께 결혼 계획을 세워나갈 것입니까?"

 

혜정씨는 저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지 않으십니까? 결혼이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현재는 부모님이 남친을 반대하고 있고, 게다가 남친의 현재 능력과 조건을 보면 '혜정씨가 꿈꾸는 결혼'을 충족시켜주지 못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바로 저게, 혜정씨 커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명확하게 딱 언제쯤 헤어질 거라고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 연애엔 분명 유효기간이 있다는 걸 두 사람 모두 예감하고 있기에, 그런 문제들이 벌어지는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 때가 되면 혜정씨는 지붕에 올라가 있고, 남친은 지붕에 올라간 혜정씨를 쳐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테니 말입니다.

 

 

1. 남친의 헌신과 기대, 그게 너무 싫다는 여자.

 

이렇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혜정씨 남자친구입니다. 저는 '전문직, 억대 연봉, 부모님 자산 60억'정도의 남자라고 하겠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혜정씨와의 교제를 반대합니다. 어차피 가정해서 말하는 거니 혜정씨의 상황도 가정하자면, 혜정씨 개인의 능력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혜정씨의 집안이 탄탄하지 않다는 걸 이유로 저희 집에서는 반대하는 것입니다. '고학력, 전문직, 고소득'인 사람이라고 해도, 부모님의 노후까지 보장된 집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집이 있다면서 말입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계속 혜정씨 집안을 지원해줘야 할 게 뻔하니, 연애 하고 있는 지금 얼른 끝내라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혜정씨는 조건이 별로니 헤어지라는 얘기-를 혜정씨에게 하면, 혜정씨는 아마 저와 저희부모님을 저주하며 당장 헤어지자고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버리면 예를 들 수가 없으니, 혜정씨가 저를 더 많이 좋아하는 까닭에 그저 속상해하며 연애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저까지 저희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이 관계를 포기할까봐, 혜정씨가 더욱 헌신하고 저에게 확인 받으려 하는 입장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와중에 저는 "너랑 만난다는 거 부모님에게 들키면 안 된다."라는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토요일 오후는 혜정씨와 보내지만, 일요일엔 친구들을 만나 놀 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보통의 상황에서라면 혜정씨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일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혜정씨는 제가 "7시 되면 나 가야해. 친구만나기로 했어."라는 말을 했을 때 자신이 2순위, 3순위로 밀리는 느낌과 함께

 

'그럼 우리의 관계는 뭔가?

이건 그냥 일시적인 유희일 뿐인 관계라는 것인가?

쟤에게 이건 교양수업 하나 듣는 것 정도의 의미밖에 안 되는 것인가?

난 지금 그저 삽질하고 있는 것일 뿐인가?'

 

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혜정씨는 저에게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혜정씨에게 "넌 이기적이다. 내 하루를 온전히 연애에만 다 쏟아 붓고 다른 대인관계는 모두 끊어야 하냐. 또, 동성인 친구들 만나러 가는 건데 왜 자꾸 그렇게 의심하고 집착하냐."라는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저는 혜정씨가 절 위해 도시락을 싸주고, 방한용품을 선물하고, 제가 아플 때 와서 간호해 준 것들에 대해선 말 할 수 없이 감사하지만, 그것을 넘어선 헌신과 기대는 절 숨 막히게 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들이 있다는 걸 접어둔 채, 그저 표면에 드러나는대로 제가 "여자친구가 이러이러합니다. 너무 괴로워요."라는 이야기를 하면, 혜정씨가 실제 남친을 평가한 것과 같은 평이 나올 겁니다.

 

"집착, 간섭이 심하고, 의심병이 많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혜정씨의 요구대로 그런 부분들이 다 수정되면, 남친은 혜정씨에게 '교양수업'도 아닌 '공강시간 용 유희거리'가 되고 맙니다. 당장의 즐거움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 혜정씨가 졸업하고 나면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게다가 남친 역시 그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기에, 고쳐보겠다고 말하면서도 혜정씨에게서 자신에 대한 마음이 적다는 걸 발견하면 계속 다시 서운해 하고 섭섭해 하게 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남친은 분명 혜정씨의 남자친구였습니다만 그는 이 관계에서 '비정규직'이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위해 더욱 혜정씨에게 헌신하고 기대한 것으로 보이며, 혜정씨는 남친의 헌신과 기대를 그저 취사선택 해가며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혜정씨가 남친에게 "비정규직, 계약직이지만 정규직처럼 행동해라. 하지만 기대는 하지 마라."라는 태도를 보였던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저는 권하고 싶습니다.

 

 

2. 이 남자, 정말 소심해서 그런 건가요?

 

이건 규리씨도 답을 다 아시면서 제게 물으시는 것 같습니다. 어플에서 만나 연락을 하고 지냈는데 그가 이성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고, 그래서 그럼 사귀자는 거냐고 물으니 거기에 대한 대답은 회피했고, 규리씨의 나이를 보고 얘기를 꺼낸 것인지 그는 '집에서 결혼하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규리씨가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으니 그는 또 이렇다 할 대답 없이 말을 돌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저녁에 만나 같이 술 마시다가 자신이 혼자 살고 있는 집으로 같이 가자고 하고…, 뭐 이건 어느 부분을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진행이 까닭에 규리씨도 본능적으로 눈치 채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애매하기만 할 뿐 아무 열매도 맺지 못 하는 이 관계를 끝내신 것이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조건이 좋은 까닭에 참 많은 것들이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 저는 좀 놀랍습니다. 간을 보던 그의 행동이 '조심스러운 성격'으로, 술 마시고 집에 가자고 한 것이 '욕망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또 누가 봐도 애매하며 책임회피하려는 듯한 그의 태도가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걸 보며, 저도 장래희망을 '조건 좋은 남자'로 정했습니다.(응?)

 

집에 같이 가자고 할 때 따라가지 않았더니 돌변해 관심을 끊어버린 남자. 그런 남자를 두고 뭘 그리 고민하십니까. 그는 오늘도 그저 어플에 접속해 '우리 집에 올 사람 여기 붙어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말입니다. 그의 '조건'만 빼면 규리씨 역시 그런 남자는 지인으로라도 안 둘 것 아니십니까? 그러니 뜬금없이 "정말 오랜만에 제 마음을 흔든 사람이라…."라며 훼이크를 쓰거나 자기 최면 걸지 마시고, 앞으로 걸어 나가시길 권합니다.

 

 

3. 제가 왜 솔로인지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하겠다는데요? 

 

먼저, '일기 쓰는 남자'인 B군이 참고하라며 자신의 일기장 내용들도 함께 보내준 까닭에, 고맙게도 내 눈엔 핏발이 섰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건성으로 읽은 순 없기에 근성으로 다 읽었다. 물론,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썸녀가 생겼다고 했더니, '네가? 말도 안돼.'라고 했다.

그래서 사진을 보여줬더니 '잘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못 생겼다고. 나쁜 놈들이다."

 

라는 부분 같은 건 재미있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파브르 곤충기>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일어난 사건들을 세밀하게 관찰한 후 성실히 기록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관찰, 또는 구경만 하다간 대체 언제 상대와 연애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관찰자로서의 B군은 훌륭하지만, 남자친구로서의 B군은 관찰하느라 시간을 다 빼앗겨 상대에겐 '박력 제로'로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저는 남중, 남고를 나왔지만 이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취미로 미술을 배우기 위해 미술학원을 다닐 때 누나들만 20명이 넘었고,

또 개인적인 이유로 여자들과 많이 어울린 까닭에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다섯 명 정도의 이성친구들과 정말 허물없이 지내기도 하고 말입니다.

아, 혹시 오해하실까봐 하는 이야긴데, 그 다섯 명의 이성친구는 모두 남친이 있습니다.

썸녀 말고 다른 여자들도 있는데 왜 제게 썸녀에게 그러는지 오해하실까봐 적어둡니다."

 

이성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의 경우, '셔틀, 수다친구로서의 이성'의 역할만을 담당하는 까닭에 이성과 잘 지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귀걸이 사러 간다고 할 때 따라가서 봐 주고, 그러다가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하면 가방 들고 서 있으며, 또 핸드크림이라 립밤을 선물하기도 하고, 쇼핑을 마치면 집까지 데려다 주기만 해도 상대와 잘 지낼 순 있다. 이걸 주제로 부킹대학 런던연구소의 찰스 다루즈 박사는 <종(僕隷)의 기원>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여하튼 상대에게 '셔틀, 수다친구로서의 이성'으로 존재할 경우,

 

"너처럼 괜찮은 남자가 왜 여자친구가 없는지 모르겠다."

 

같은 이야기만을 들을 수 있다. '갖고 싶은 남자'가 아니라, '나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남자'에 더 가까운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B군의 친목활동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내게 해주는 립서비스와 상냥한 말들을 아무 필터링 없이 너무 순순히 믿진 말길 권해주고 싶다. 그건 술자리에서 건배를 할 때 그냥 다 잘 되길 바란다고 해주는 말과 별반 다를 게 없다. B군은 특히 동성인 친구들에게도 '모든 걸 털어 놓고 조언받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렇게 쏟아 놓은 말들은 훗날 상대와 사이가 좋지 않아졌을 때 B군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이 B군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니기에 B군이 "브루투스, 너 마저…."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연애와 관련해서는, 아무 리스크도 입고 싶지 않아 지금처럼 행동하는 거라면 그냥 계속 '노 리스크, 노 리턴'의 상황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돌다리도 정도껏 두드려야지, 돌다리 초입부터 다 건널 때까지 두드리고 있다간 손에서 피가 날 수 있다. 그리고 연애는 B군 혼자 하는 게 아니다. B군이 상대에게 고백을 해 연애가 시작되었으면, 상대는 사물이 아닌 까닭에 대화를 통해 조율할 수 있고, 또 상대의 생각을 들어가며 둘이서 함께 나아갈 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B군은 모든 것이 다 안정적이고 다 보장된 상황에서만 고백을 하려고 드니, B군이 미지근하고 줏대 없는 태도를 보이는 동안 좀 더 열정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용기를 내는 사람들에게 상대를 빼앗길 확률이 높다.

 

'좋은 얘기'를 해 줄 지인들을 쫓아다니며 거기서 용기를 얻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용기를 내길 권한다. B군이 그 결과까지도 자신이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진심 어린 고백'을 한다면, 둘의 연애가 시작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불금인데 치맥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시무룩해진다. 양배추 솔직히 지겹다. 고기류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꾸 더 먹고 싶어져서 힘들다. 고기만 사 먹어도 본전은 뽑는다고 해서 코스트코 카드도 만든 건데…. 고기 먹고 싶다. 고기, 고기….

 

떠올려 보니, 한 때 '채식주의자 선언'을 하곤 일주일간 채식만 한 적이 있었다. 난 뭔가를 시작하면 좀 유난을 떠는 타입이라, 신촌에 있다는 어느 '채식 레스토랑'에 가기도 했었다. 채식주의자 모임에도 나간 적 있는데, 모임 끝나고 같이 각자 1인 1화분을 한 채 허브 뜯어먹으라고 해서 탈퇴했다. 거기서 삼십여 분짜리 '동물 도축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다큐도 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난 고기는 참 맛있었다. 아무래도 난 전생에 육식동물이었던 것 같다.

 

여하튼 그런데 또 찾아보니 '붉은색 고기'를 주의하라고 할 뿐 닭고기나 오리고기는 장에 좋다고 하는데, 그럼 맥주는 아니더라도 치킨은 먹어도 되는 게 아닌지….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다들, 내 대신 맛난 고기 드시며 금요일 하얗게 불태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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