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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사슴벌레는남자의로망

장수풍뎅이 유충의 여름맞이

by 무한 2010. 6. 12.
방명록과 메일등을 통해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근황 좀 알려주세요."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애벌레가 잘 먹고 잘 크고 있다는 이야기 말고는 들려줄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성장기'라고 할 수 있는 유충을 강제로 꺼내면 스트레스를 받아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방목'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한 녀석이 예고도 없이 성충(모든 변태과정을 마친 최종 개체)이 되어버렸다. 작년 말 쯤 톱밥을 갈아주며 다른 녀석들보다 몸집이 큰 녀석 하나를 개별 사육통에 담아 안방에 놔두고 특별관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특별하게 챙긴다고 따로 놔 두고서는 잊고 있었다. 그러다 이사하며 발견해 통을 살펴보니, 애벌레는 없어지고 장수풍뎅이 수컷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아직 다른 녀석들은 번데기도 되지 않은 애벌레 상태인데!




▲ 2010 장수풍뎅이 성충 첫 개체, 조숙한 녀석



어디서 봤더라, 조숙하다는 것은 조로(早老)한 것이라고 누가 적어 놓은 글이 있었는데, 그 글이 떠올라 녀석의 이름을 '조로(Zorro)'라고 지었다. 아무튼 곤충용 젤리를 이틀에 하나씩 먹어대는 대단한 녀석이라 젤리를 사느라 내 등골이 휘고 있다. 앞으로 태어날 녀석들이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이 속도로 먹어댄다면 파지 줍는 양을 늘려야 할 것 같다.




▲ 먹보 조로의 젤리 흡입장면, 저 자세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유충들은 여전히 톱밥을 배설물로 바꿔놓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먹을 톱밥이 없으면 지면으로 올라와 거세게 항의한다. 처음엔 '나오고 싶어서 이러나? 나한테 관심있나?' 라며 톱밥 위로 올라오는 녀석들을 오해했지만, 먹을 게 없어서 그런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신선한 톱밥으로 교체해 주고 있다.

유충의 배설물은 '비료'로도 이용할 수 있다길래, 공쥬님과 함께 가꿔가고 있는 '토마토 밭'에 거름으로 주었다. (직접찍은 사진이 없어서 공쥬님 폰카사진 이용. 공쥬님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 많이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라 토마토야. 갈아마셔주마(응?)



처음엔 조심스럽게 감싸듯 배설물을 정성스레 깔아 줬는데, 나중엔 힘들어서 봉지 아래를 뜯어 뿌렸다. 밭에 가서 반나절만 일해도, 농사짓는 분들이 대단한 분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장수풍뎅이 유충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애벌레가 징그러워서 사진으로 보는 것도 힘들어 하는 분들이 있던데 보다보면 괜찮아진다. 공쥬님 역시 처음엔 "토할 것 같아."라며 애벌레 가까이 오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애벌레 옆에서 사진까지 찍는다.




▲ 마지막 톱밥갈이. 톱밥 5 : 물 1 의 비율로 만찬을 준비해줬다.



새 톱밥 위에 올려주자마자 "태양이 싫어~ 태양이 싫어~"라며 톱밥속으로 파고든다.




▲ 순식간에 톱밥으로 파고드는 녀석들, 엉덩이만 보인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형제들은 아직 톱밥을 먹는 반면, 위에 등장했던 '조로'는 곤충용 젤리를 먹고 있다. "톱밥 따위 관심없다. 젤리가 최고다. 우걱우걱."이라며 젤리에 머리를 박고 있다.




▲ 먹을 땐 쳐다보는 거 아니라지만, 뭐, 가까이서 찍어봤다.


유충이 번데기로 변하는 과정을 '용화'라고 한다.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류에서 나타나는 유충기와 성충기 사이의 정지적 발육단계" 라고 사전에 나와있는데, 쉽게 말해 "님아 저 번데기 될거임."이라는 신호라고 생각하면 된다.




▲ 독립사육통으로 옮긴 녀석이 번데기방을 만들었다. 



번데기방을 짓기 시작한 유충은, 하얗고 탱탱하던 상태에서 누렇고 쭈글쭈글하게 변한다. 되도록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지만, 다시 집어넣기 좋도록 번데기방을 만든 녀석이라 꺼내봤다.




▲ '나 더 강해질거야.'라며 변신을 준비중인 애벌레



뭄을 구부렸다 폈다 하며 건들지 말라고 항의한다.



▲ 유충의 배에는 선명한 식스팩이 보인다.(응?)



더 확연한 징후를 보이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건드리면 무너질 것 같은 번데기방을 지은 녀석들이라, 꺼낼 수는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그럼, 이번엔 완전히 번데기로 변한 녀석을 보자.




▲ 저 번데기를 깨고 '장수풍뎅이'가 나온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마른 톱밥 위에 올려놓은 모습이다. 평소에는 촉촉하게 유지되는 '번데기 방'속에 들어가 있다. 사슴벌레와 다른 점이라면, 사슴벌레는 가로로 번데기방을 짓는 반면 장수풍뎅이는 세로로 번데기방을 짓는다. 저렇게 누워있는 게 아니라 서 있다는 얘기다.




▲ 날개가 될 부분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실제로 번데기를 보면,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고무 모형처럼 보인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번데기'라고 하면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을 생각하기 쉬운데, 녀석들은 배 부분을 휘휘 돌리면서 격렬하게 움직인다. 동영상을 찍을만한 도구가 없어서 동영상으로 못 보여드리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 번데기를 '성충 포즈'로 놓고 찍은 사진이다.



이 순간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장수풍뎅이" 라는 노래를 부르며 마음놓고 축복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다. 아직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유충의 스트레스'등으로 추측만 되는 '용화부전'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애벌레의 머리를 벗지 못하고 번데기가 된 녀석, 곧 죽게 된다.


웹에 올라와 있는 자료들을 보면 여러가지 형태의 '용화부전'을 볼 수 있는데, 다리가 생성되지 않았거나 위의 사진처럼 애벌레 시절의 '허물'을 다 벗지 못해 완전한 모습의 번데기가 되지 못한 모습들이 있다. 어떻게 손을 써 줄 수 없기에 안타깝다.

다른 번데기들 처럼 본능적으로 움직이긴 하지만, 앞으로 며칠 밤만 자고 나면 '안녕'을 말해야 한다. 이쯤에서 잠시 Boyz ll men 의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를 들으며 녀석과 작별인사를 하자. 음악을 올려두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가 있으니 각자 듣는 걸로 하자. 난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투 비 마 썬샨 엪더더 레인 예이예이예이예헤헤예에에이예헤" 이 부분이 좋다.

비도 오고 기분도 갑자기 우울해 졌으니 장수풍뎅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사슴벌레 유충들의 근황을 짧게 살펴보자. 먼저 톱사슴벌레다.



▲ 열심히 톱밥을 먹어대는 톱사슴벌레 유충

안타까운 소식이 있는데, 톱사슴벌레의 유충이 두 마리만 남고 모두 천국으로 가 버렸다. 버뮤다 삼각대학에 부검을 의뢰했지만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사슴벌레가 이 글을 볼 수 없으니 살짝 얘기하자면, 사슴벌레 중에 가장 기대하고 있던 녀석들이 바로 톱사슴벌레였는데 이런 일이 생겨 속상하다. 남은 두 녀석이라도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건강하게만(응?) 자라줬으면 좋겠다.



▲ 카메라를 들이대자 포즈를 취하는 넓적사슴벌레 유충


애벌레들의 부모인 장수풍뎅이와 넓적사슴벌레 둘 다 7cm 이상의 대형개체들이었는데, 몸 두께로만 따지면 장수풍뎅이 유충이 넓적사슴벌레 유충보다 세 배 정도 두껍고, 길이는 넓적사슴벌레 유충이 더 길다. 넓적사슴벌레 유충은 번데기로 변할 생각이 없는지, 톱밥만 열심히 먹고 있다.



▲ 유충병 밑 부분에서 거꾸로 톱밥을 거슬러 오르는 넓적사슴벌레 유충


가장 산란이 빨랐던 애사슴벌레 사육통은 모든 유충들이 변태를 다 마치고 성충이 되었다. 한창 이사준비로 바쁠 때, 밥달라고 항의하던 녀석들을 모두 부모 애사슴벌레가 살던 산으로 돌려보냈다. 두 사육통에서 대략 각 20마리, 총 40마리 가량의 애사슴벌레가 우화했으며 암수 비율은 3:2 정도로 암컷이 많았다.

이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사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우화(羽化)'가 다가온다. 번데기가 성충으로 변하는 것이다. 앞으로 2주 후면 대부분의 녀석들이 지상으로 나와 날개를 말리며 적응하는 기간이 찾아온다. 허물을 벗고 나온 장수풍뎅이는 날개부분이 하얀색이라는데, 실제로 본 일이 없어 나도 기대하고 있다. 조만간 그 이야기를 통해 장수풍뎅이를 다시 만나도록 하자. 아, 그리고 이건 보너스,



▲ 오늘 아침 어항에서 벌어진 '베타'부부의 따끈따끈한 산란 사진


어제 짝짓기를 안 하길래 '긴급조치'를 취했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저러고 있다. 어항 이야기는 노멀로그 <물고기가좋다> 카테고리에 자세하게 올라올 예정이니, 궁금하신 분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추천! 잊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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