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어제 발행한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의 후속편입니다. 아직 안 읽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서 먼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기다리지 않고 두 편을 연달아 보시다니 운이 좋으시네요. 로또 하나 사시구요. 번호는 4-8-15-16-23-42 (응?). 자, 그럼 글 들어 갑니다.
택시를 가로 막은 경찰차를 보고 왜 이 이야기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이십대 초반의 여대생이 술에 만취해 경찰차를 택시인 줄 알고 올라탔다고 한다.
"아즈씨, 목똥 현대 아빠트"
황당한 일이긴 했지만, 만취한 여자를 내리라고 할 수도 없는 까닭에 마음씨 착한 경찰아저씨는 집까지 태워다 주기로 하고 자세한 주소를 물어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차 안에 진동하는 술냄새를 풍기며 혼자 떠들던 여대생은 경찰에게 이것 저것 묻기 시작했고, 경찰이 쓰고 있던 모자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아즈씨, (모자를 가르키며) 이거 무슨 샌 줄 아라여?"
귀찮긴 했지만, 사실 이 경찰은 솔로부대 대원이었고 오랜만에 여자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로 조금 설레었다고 한다. 그리곤 그녀의 물음에 웃으며 화답해 줬다.
"하하. 학생, 이건 비둘기야."
그러자 그녀는 세상에 이런 바보를 봤냐는 뉘앙스로 대답했다.
"에이, 아즈씨, 그건 비둘기가 아니구여, 짭새에요, 짭새"
"아즈씨, 목똥 현대 아빠트"
황당한 일이긴 했지만, 만취한 여자를 내리라고 할 수도 없는 까닭에 마음씨 착한 경찰아저씨는 집까지 태워다 주기로 하고 자세한 주소를 물어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차 안에 진동하는 술냄새를 풍기며 혼자 떠들던 여대생은 경찰에게 이것 저것 묻기 시작했고, 경찰이 쓰고 있던 모자에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아즈씨, (모자를 가르키며) 이거 무슨 샌 줄 아라여?"
귀찮긴 했지만, 사실 이 경찰은 솔로부대 대원이었고 오랜만에 여자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로 조금 설레었다고 한다. 그리곤 그녀의 물음에 웃으며 화답해 줬다.
"하하. 학생, 이건 비둘기야."
그러자 그녀는 세상에 이런 바보를 봤냐는 뉘앙스로 대답했다.
"에이, 아즈씨, 그건 비둘기가 아니구여, 짭새에요, 짭새"
이야기에 나온 마음씨 착한 경찰이기를 비는 수 밖에 없었다.
"내려"
영화에서 처럼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잡혀갈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쿨한 경찰이었다.
경찰차에 올라탄 이후부터 누군가 스트로우로 힘차게 나를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학교는 어쩌지..'
'난 결국 감옥에 가게 되는걸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작가는 많은 경험을 해 봐야해'
'하지만..난..보석금이 없어서 징역을 살게 될거야'
홍박사와 J군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그 쿨한 경찰은 파출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딱 한마디를 더 했을 뿐, 말이 없었다.
"니들, 왜 가는지 알지?"
파출소에 도착해 주차장에서 정문까지 걸어가는 열 걸음 남짓동안 수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파출소의 문이 열리고 온통 아이보리색으로 칠해져있는 벽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도 아이보리색이 가득 칠해졌다. 필요이상의 전등을 밝힌 듯 환한 파출소의 형광등을 바라보며, 이건 분명 심리적으로 진실을 말하게 하려는 어느 범죄수사전문가의 계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얘들 맞지?"
파출소 왼쪽 의자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를 확인하는 듯 쿨한 경찰이 물었고,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에는 조금 전 놀이터에 있었던 녀석들이 모두 와 있었다. 그런데,
'아아아아아아아악, 녀석들 얼굴이 엉망이야'
아까까지만 해도 코피정도나 흘리고 있던 녀석들의 얼굴이 엉망으로 부어있었다. 충규형을 아냐고 묻던 하늘색 후드티 녀석은 한쪽 광대가 부어 우스꽝스런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네에 앉아 있던 그 마지막판 왕처럼 생긴 녀석은,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피에 모래가 달라 붙은 채로 굳어 마치 전쟁에서 막 돌아온 군인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이 자식들.. 일부러 지들끼리 더 치고 박고 한 건가...'
우리는 우측 쇼파에 앉았고, 쿨한 경찰이 갱지를 가져왔다.
"써"
말 없이 종이를 받아 들자, 경찰이 말을 이었다.
"위에다 크게, 진, 술, 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감추려 탁자에 손을 꽉 지탱했다.
"그 밑에 이름, 누구누구"
그 때, 갑자기 J군이 손을 들었다.
'뭐..뭐야, 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경찰이 턱을 끄덕이자 J군이 입을 열었다.
"이름.. 틀렸는데요"
난 슬쩍 J군의 진술서를 봤다.
'이..이자식, 이름을 '누구누구'라고 써놨어..'
쿨한 경찰은 역시나 쿨하게 대답했다.
"찍찍 긋고 써"
그리곤 불러주는 대로 이름 밑에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넣었을 때,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경찰이 뭔갈 발견했다는 듯이 소리쳤다.
"뭐야, 니들 고등학생이야?"
그 소리에 왼쪽에 있던 녀석들이 술렁였다. 제발 조용히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봤지만, 경찰은 내 진술서를 뺏어 보더니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확인사살을 했다.
"팔삼일공일구, 열 아홉이네?"
가만히 보고 있던 마지막 판 왕처럼 생긴 녀석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일어나 나를 보며 소리쳤다.
"야, 스무살이라매? 스무살이라매?"
나는 모든 것에 달관한 초인같은 표정을 지으며 "스물이면 어떻고 열 아홉이면 어떠리, 천년도 못 살면서 백년을 걱정하는 중생아.." 라고, 이야기 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경찰이 마지막판 왕처럼 생긴 녀석을 진정시켰고, 쿨한 경찰은 우리에게 부모님을 호출하라고 했다. 미술학원에 있는 걸로 알고 계실 부모님을 떠올리며 J군이,
"부모님이 두 분 다 일하셔서 못 오시는데요.."
라고 하자,
"그럼 학교로 전화해서 학생주임 선생님 오시라고 할까?"
라는, 쿨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부모님이 오시는 동안 우리는 진술서를 써야했다. 잠시 경찰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마치 먼 곳에서 들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먼저 맞았다고 해"
아무도 말 하는 사람이 없는데 그 소리가 들려왔다. 홍박사와 J군을 번갈아 쳐다봤지만 둘 다 진술서를 쓰고 있었다. 그 소리는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우리가 먼저 맞았다고 해"
목젖을 누르며 발성하는 듯한 소리라 분간하긴 어려웠지만, 홍박사의 목소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난 홍박사를 쳐다봤다.
'보..복화술을 쓰고 있어..'
입을 움직이지 않으며 홍박사가 이야기 하고 있었다. 홍박사의 뜻을 알아차린 나는 진술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을 써 내려가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이왕 팩트가 틀어져버린 글을 좀 더 재미있게 쓰기로 했다.
"한 장 더 주세요"
그리고 얼마 후,
"한 장 더요"
쿨한 경찰도 막힘없이 진술서를 써 내려가는 내가 신기했는지, 종이를 가져다 주며 처음 장을 읽었다. 그리곤 그 진술서를 동료 경찰들과 돌려보며 어느새 다음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난 <영웅문>이라는 소설에 매료되어 있는 상태였고, 비디오까지 다 빌려다 본 까닭에 중국말이 영어처럼 들리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무협소설의 중독성을 아는 일들은 알리라. 그래서 당시 진술서도 무협소설처럼 썼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강의 내용을 보자면 이렇다.
진술서
(생략)... 도착한 공원은 좌우에 가로수가 있고 중앙이 열린 모양으로, 달빛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음기가 가득한 그네에 앉은 삼인에게 다가가며 운기조식을 했다. 상대는 시비를 가릴 것도 없이 우리가 온 목적을 알고 있었고, 그 중 가장 마른 녀석이 달려들 때, 나는 일갈 사자후를 내 질렀다.
"네 녀석이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녀석은 나와 세 걸음까지 가까워졌고, 나는 단전에 기를 모아 몸을 금강불괴의 상태로 만들었다. 녀석의 주먹이 내 명치에 꽂혔을 때,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렸고 녀석은 팔을 붙잡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심상치 않음을 안 다른 녀석이 다시 달려들었고, 녀석의 오른 주먹을 피해 우측으로 이동한 뒤 장을 써서 옆구리를 가격하였다. 윽, 소리와 함께 녀석은 쓰러졌고 심한 내상을 입은 듯 보였다......(생략)
세 장을 가득 채워 탈고 했을 때(응?), 경찰들을 진술서를 서로 앞다퉈 읽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긴장이 풀어지며 피곤함이 밀려왔다.
덜커덩
그리고 누군가 파출소로 들어왔다.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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