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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여자들이 오해하는 남자의 말 해석법

by 무한 2010. 2. 25.
상대의 말에 무작정 의심부터 하는 것도 병이지만, 맹목적으로 믿는 것 역시 병이 될 수 있다. 이번 시간엔 남자의 말에 담긴 '다른 뜻'을 함께 살펴볼까 한다. "남자의 본심은 이렇다." 라는 뜻이 아니라, "이런 의미로도 쓰일 수 있다." 정도로 가볍게 읽으면 되겠다. 궁금할 땐 해답지를 펼쳐보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은 시험이 아니라 수행평가다.

자, 출발하자.


1. 남자 친구 없으세요? 인기 많으실 것 같은데


설레였는가? 나에게 도착하는 메일들에서도 이런 립서비스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여성대원들이 많이 보인다.

"주변에서도 제게 왜 남자친구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해요."

상처를 주고 싶진 않지만, 자판기 커피 종이컵에 손잡이처럼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인레스 컵받침을 만든 발명가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이거 정말 편리하네요. 왜 기업들이 이 아이디어를 사 가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라고 말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며 중얼거린다.

'삼백원 짜리 자판기 커피에 삼천원 짜리 컵받침이 말이되냐?' 라고.

그리고 어쨋든, 나는 발명과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2. 첫 키스 경험이야 누구나 있는 거지. 언제했어?


이 말을 순순히 믿고 대학시절 '왕게임'을 하다가 장난식으로 키스를 한 게 처음이라고 고백한 여자가 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온갖 정이 다 떨어져 버렸다는 어느 남자도 알고 있다. 그런 건 다 이해할 수 있지않냐고 말할 생각이라면, 자신과 연애중인 상대에게 친절히 경험담을 들려줘 보길 바란다. 대략 혼자 추측하는 것과 상대의 입으로 상황묘사를 듣는 것은 분명 데미지가 다르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건, 말하지 말자.


3. 술 좀 깨면 가자


후후후(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4. 이따 전화 할게


이 말을 듣곤 전화 기다리다 목이 길어져 버린 여성대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매뉴얼을 통해 몇 번 이야기 했지만 "나중에 한 잔 하자." 라는 말과 비슷한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심지어는 야근하는 그녀에게 "뭐 먹고 싶어?" 라고 묻길래 뭔가 사오려나보다 싶어 "그냥, 좀 상큰한거. 귤 같은 거." 라고 답하곤 세 시간을 기다렸는데, "나 피곤해서 먼저 잘게. 수고해~" 라는 문자가 온 경우도 있었다.


5. 금방 들어 갈거야


만약 술집에서 이러한 말을 했다면, "우선 지금 테이블에 있는 술과 안주를 다 먹고, 그 이후 친구가 2차로 한 잔 더하자거나 당구장에 가자거나 오랜만에 스타나 한 판 하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 때 들어가겠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비슷한 의미로. "거의 다 왔어. 금방 가." 라고 말했다면, 그건 "집에서 나오긴 했어." 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6.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이 얘기는 그만 하면 안될까?"를 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 말하려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커플부대원들 가운데는 "나도 이젠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7.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사랑 하나면 돼


김창식씨(32세, 회사원)씨는 이 말로 부인을 설득해 맞벌이에 성공했다.

(웃자고 한 얘기니, 죽자고 달려들지 않아도 좋다.)


8. 다음엔 더 좋은 걸로 사줄게


전화 한다고 해 놓고 전화 안 한거, 금방 간다고 하고 삼십분 기다리게 한 거, 기념일을 잊었던 거, 다 알아서 한다고 해 놓고 결국 해결하지 못한 거 등등 이런 다툼과 갈등이 명품백 하나 선물하는 걸로 클리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도 종종 있다. 상처가 되는 말을 해 놓고 장미꽃 들고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가면 다 잘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이후,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그 문제가 다시 둘의 대화거리로 등장하면 남자는 소리칠 것이다.

"나보고 더 뭘 어쩌라고!"

그저 웃긴 얘기 같지만, 이런 이유로 헤어지는 커플이 많다는 걸 안다면 결코 가볍게만 볼 순 없는 일이다.



블링블링한 연애의 시기에는 뭘 봐도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고, 지지지지 베이비 베이비 하겠지만, 둘의 시간을 오래보낸 커플(부부)들은 "저는 왜 집에 돈 벌어다 주고 욕을 먹는 걸까요?" 라고 묻기도 하고, 상대는 "왜 저에게 거짓말을 할까요?" 라며 사연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게 남의 얘기라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현명한 조언을 꺼내놓을 수 있겠지만 '내 문제'가 되는 순간부터 엉덩이에 불이 붙은 사람 처럼 어쩔 줄 모른다는 것이 또 문제다. 

여자들이 털어놓는 하소연을 들을 때, 남자가 그 일을 꼭 해결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여자에겐 위안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 처럼, 여자도 남자의 스스로 회피하려고 하는 순간이나 위기를 모면하려 꺼낸 거짓말을 조금 이해해 주는 것은 어떨까. 

"니가 니 입으로 그렇게 말했었잖아!"

만약 내가 이 말을 듣는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 말고는 어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아, 적금을 깨서 신상 핸드백을 살 수 있는지 알아 볼 지도 모르겠다. 릴렉스 하잔 얘기다.





▲ 집에 먹을 게 없는데 엄마가 외출중일 때, 남자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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