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에게 이 글을 전할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사실 이 글은 여린마음동호회 정회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들려주려고 준비했던 글이다. 우리도 이제, 이 삶을 좀 먹는 여린마음을 버리고 정모를 통해 얼굴 마주보며 당당하게 사회에 우리를 증명하고자 했지만, 정모 자리엔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그저 문자로만,
이런 이야기만 남겨 주셨다. 괜찮다. 우리에겐 아직 '다음페이지'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가. 다음 여린마음동호회 정모에는 몇 사람만이라도 모여주셨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그건 그렇고, 여린마음 동호회 남자대원들을 위한 [소심한 남자가 연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라는 글을 발행했음에도 아직까지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라거나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라는 이야기만을 붙잡고 있는 대원들이 보인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3층에 가려면 2층을 거쳐서 가자. 어제까지 핸드폰으로 '돌려 말하기 세계 챔피언' 다운 문자만 전송하다, 오늘 "나랑 사귈래?"라고 문자 보낸다고 해결되지 않는단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연애에 대한 남녀의 차이'를 그대가 좋아할만한 '돌려말하기'로 설명하자면, 그건 꽁치를 발라먹는 차이 같은 거다. 남자는 일단 입에 넣은 뒤 우물우물 해 가며 잔뼈를 뱉어내는 반면, 여자는 잔뼈까지 다 제거한 뒤 입에 넣는다.
"전 남잔데, 가시 다 제거하고 입에 넣는데요?"
아 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에 "전 집에 도끼 없는데요?" 이런 얘기 하지 말고, 꽁치 얘기는 꽁치 얘기로 듣자. 아무튼 남녀가 '꽁치를 발라먹는 것'에 그런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무작정 '용기를 내야지'라고 다짐하며 가시가 덜렁덜렁 붙어 있는 꽁치를 여자에게 권했다고 해 보자. 입에 넣지 않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너무 돌려 말해서 꽁치밖에 기억에 안 남겠지만, '서로 알아가다 사귀게 될 것이냐 아니면 사귀고 나서 알아갈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단 거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대원들이 있기에 타이거JK는 <Monster>라는 노래에서 이렇게 소리친 거 아닌가.
"밤- 밤 바바바 밤, 발라버려."
자, 같이 꽁치의 '가시'를 발라보자.
무작정 중거리 슛 날리듯 "방금 문자로 고백해 버렸습니다." 라거나 "오늘 메신저 대화 하다가 용기를 내서 말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다. 상대 골대 가까이 가면 골을 넣을 확률은 훨씬 높은데, 왜 이제 '아는 사이'라는 중앙선 넘었다고 중거리 슛을 날리는가. 월드컵 시즌이니 축구경기라고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선수가 공만 자기에게 오면 무조건 골대를 향해 찬다고 가정하면, 당신은 그 선수에게 뭐라고 할 것 같은가?
"드리블을 하라고 이 좌식아! 감독은 쟤 안 빼고 뭐해!"
이와 비슷한 멘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의 당신과 달리 그 선수는 이런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르겠다. "오늘 용기내서 슛을 날려봤습니다. 열 번 차서 안 들어가는 골 없겠죠?"라고 말이다.
문자와 메신저는 여린마음을 잠시 잊게 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혹시 목소리가 떨리거나 말을 버벅될 것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까닭에 많은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 이 문자와 메신저 뒤에 숨었다가, 공이 가까이 오면 중거리 슛을 날린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중거리 슛이 별 의미 없이 상대에게 공을 내 준 모양이 되면, "아, 장난이었어 ㅋㅋ"라거나 "그냥 해 본 말이야. 신경쓰지마."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이다. 진짜 용기란 문자나 메신저 뒤에 숨지 않고 당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작정 공 잡았다고 중거리 슛 날리는 게 용기가 아니란 얘기다. 고백하다 울렁거려서 토했다는 사연은 아직 한 건도 없다. 혹시 그게 염려된다면 문자나 메신저로 고백을 해도 좋다. 단, 당신이 핸드폰이나 메신저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만나서 다리털로 개미 부르는 걸 보여줘도 좋으니 상대 진영으로 파고드는 드리블을 하란 얘기다.
누구나 좋아하는 상대의 속마음에 대해 알고 싶겠지만, 그걸 알아내려고 목숨걸진 말자. 상대의 모든 행동에 의미부여를 해가며 자신감의 먹이로 주지 말자는 거다.
이거 그동안 답해주기 미안해서 접어두었던 사연인데, 오늘 대답을 드려야겠다. 뜨거운 감자의 <고백>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널 위해 준비한 오백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라는 가사가 있다. 아마도 그 여자분은 노래를 듣다가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적었을 것이다. 기호학을 전공한게 아니라면 미니홈피 제목을 해석하는 일은 그만두자.
뿐만아니라 상대에 대한 의미부여를 자신감의 먹이가 아닌 자신의 걱정거리로 키우고 있는 분들도 있다. 아래의 사연을 보자.
나도 하나 묻고 싶다. 그럼 그녀가 <애인있어요>가 아니라 <심장이 없어>를 불렀다면 무슨 뜻일까? 심장이식이라도 준비해야 할까? 그녀의 좌심방 우심실 다 멀쩡하게 잘 있을테니, 노래는 노래로 받아들이자. 이 외에도 상대의 메신저 대화명, 미니홈피 다이어리 등에 적어놓은 글을 첨부해 메일로 보내며, 뜻을 해석해달라는 사연들이 많이 온다. 이젠 좀 자제하자. 소설로 치면 둘의 이야기는 '연애소설'에 가까울텐데 왜 굳이 그걸 '추리소설'로 만들고 있는가.
이게 정말 무서운 거다. '소심남 딜레마'에는 다양한 증상들이 있는데, 그 중 심각한 부분 몇 가지를 함께 살펴보자.
<연애가 아닌 요행을 바라는 증상>
위에서 말한 '중거리 슛'같은 고백의 대가로 상대의 '거절'을 받고 나면 안 그래도 여린마음이 더 움추러 들게 된다. 이 사이클이 몇 번 돌고 나면 '연애'는 노력해도 되지 않는 어려운 것이 되어 버린다. 그리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도 겁부터 집어 먹으며 상대를 '종교'로 만든다. '현실은 시궁창'과 같은 슬로건을 정해놓고 다시 의미없는 중거리 슛을 날린 후 '거봐, 이럴 줄 알았어'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제 믿을 건 산타할아버지 밖에 없다는 얘길 하며 연애를 '뜻밖에 얻는 행운'으로 생각하게 된다.
<눈만 높아지는 증상>
이성에 대해 겁을 먹은 까닭에 접하는 거라고는 TV나 인터넷으로 보는 연예인밖에 없다. 마치 디카동호회의 일부 회원들이 보이는 증상처럼, 자긴 형편없는 사진을 찍어 대면서 남의 사진에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일톤 트럭 분량의 말을 쏟아낸단 얘기다. 군대에 있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듯, '내가 나가면 소녀시대 같은 여자친구 사귈 수 있어.' 라는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리곤 "지금 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야. 내가 진짜 내 모습을 찾으면..."따위의 말을 한다.
<여자에 악감정을 갖는 증상>
자신이 한 헛발질은 생각하지 못하고, 현실에 대한 책임을 모두 상대에게 덮어 씌운다. 잘 진행 되던 관계를 집착이나 무차별 애정공세로 망쳐놓곤 멀어진 상대에 '어장관리'등의 혐의를 부여한다. 그동안 축척해 놓은 패배의식을 축약하여 "여자는 다 잘생긴 남자만 바라는 거 아니냐."라거나 "돈 많은 남자만 바라는 거 아니냐."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울퉁불퉁한 마음에 투영하여 저질스런 말이나 엉망진창인 말들을 내 뱉는다. 물론 익명이라는 벽 뒤에 숨어서 말이다.
위에서 말한 증상들은 중복하여 발생하거나 순환하며 이루어지는 까닭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연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도 곰팡이처럼 번진다. 상대의 확실히 밝힌 거절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으며 계속 붙잡고 있거나, 현실의 상대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상상연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증상들을 보이면, 마음의 저울에 상대와 나를 동등하게 올려놓을 수 없기에 연애는 계속 실패한다. 실패의 아픔이 깊은 만큼 굳은살도 깊게 박이고 다음 사람에겐 더 여린 마음이 되어버린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된단 얘기다.
여린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항상 "마음 여린 게 잘못이냐?"라거나 "보통 사람보다 더 예민할 뿐이다. 소심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 역시 절대 여린마음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예민함이 풍부한 감수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여린마음이라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자신이 참고 지나가는 일도 있고, 앞서 배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성격이든 장점이 곧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닌가. 내 친구 P군은 여린마음과는 아주 거리가 먼 활발하고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모임이든 앞장 서서 일하길 즐기며, 누구 앞에서든 직설적인 말을 꺼내는 스타일이다. 이건 P군을 좋게 이야기 한 거고, 나쁘게 얘기하자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 술자리에서 벌어지 않아도 되는 시비를 벌이고, 뒤끝 없다고 자랑하며 직설적인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 활발한 성격은 가끔 넓은 오지랖으로 변해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자신에게만 원리원칙을 적용하면 되는데, 남에게도 엄격하게 적용해 융통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여린마음도 마찬가지다. 예민한 감수성은 상상연애와 만나 홀로 적어 내려가는 허세로 변하고, 앞서서 남을 배려 하는 모습은 하지 않아도 좋을 앞선 걱정을 만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대응하지 않고 그냥 넘겼던 일은 마음속에서 자라 결국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말로 변하기도 한다.
리더십을 갖자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다들 리더가 되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그보다 더 피곤한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여린마음 경보신호를 조금 느슨하게 만들자는 거다. 상대와의 관계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마음의 문 닫고 홀로 바닥까지 내려갈 것이 아니라 침전하는 느낌이 들더라도 마음의 문을 열어두자는 거다. 성급하게 정리하거나 상대에게 뭔가를 발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 너에게 난 그냥 여러 친구 중에 하나겠지. 뭐." 라며 소심한 복수를 실행하지 말고, 이번에야 말로 한 번 찍은 거라고 생각하자. 유효슈팅이었고, 아직 전반전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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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만 남겨 주셨다. 괜찮다. 우리에겐 아직 '다음페이지'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가. 다음 여린마음동호회 정모에는 몇 사람만이라도 모여주셨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그건 그렇고, 여린마음 동호회 남자대원들을 위한 [소심한 남자가 연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라는 글을 발행했음에도 아직까지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라거나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라는 이야기만을 붙잡고 있는 대원들이 보인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3층에 가려면 2층을 거쳐서 가자. 어제까지 핸드폰으로 '돌려 말하기 세계 챔피언' 다운 문자만 전송하다, 오늘 "나랑 사귈래?"라고 문자 보낸다고 해결되지 않는단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연애에 대한 남녀의 차이'를 그대가 좋아할만한 '돌려말하기'로 설명하자면, 그건 꽁치를 발라먹는 차이 같은 거다. 남자는 일단 입에 넣은 뒤 우물우물 해 가며 잔뼈를 뱉어내는 반면, 여자는 잔뼈까지 다 제거한 뒤 입에 넣는다.
"전 남잔데, 가시 다 제거하고 입에 넣는데요?"
아 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에 "전 집에 도끼 없는데요?" 이런 얘기 하지 말고, 꽁치 얘기는 꽁치 얘기로 듣자. 아무튼 남녀가 '꽁치를 발라먹는 것'에 그런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무작정 '용기를 내야지'라고 다짐하며 가시가 덜렁덜렁 붙어 있는 꽁치를 여자에게 권했다고 해 보자. 입에 넣지 않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너무 돌려 말해서 꽁치밖에 기억에 안 남겠지만, '서로 알아가다 사귀게 될 것이냐 아니면 사귀고 나서 알아갈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단 거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대원들이 있기에 타이거JK는 <Monster>라는 노래에서 이렇게 소리친 거 아닌가.
"밤- 밤 바바바 밤, 발라버려."
자, 같이 꽁치의 '가시'를 발라보자.
1. 드리블을 하자
무작정 중거리 슛 날리듯 "방금 문자로 고백해 버렸습니다." 라거나 "오늘 메신저 대화 하다가 용기를 내서 말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다. 상대 골대 가까이 가면 골을 넣을 확률은 훨씬 높은데, 왜 이제 '아는 사이'라는 중앙선 넘었다고 중거리 슛을 날리는가. 월드컵 시즌이니 축구경기라고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선수가 공만 자기에게 오면 무조건 골대를 향해 찬다고 가정하면, 당신은 그 선수에게 뭐라고 할 것 같은가?
"드리블을 하라고 이 좌식아! 감독은 쟤 안 빼고 뭐해!"
이와 비슷한 멘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답답한 마음의 당신과 달리 그 선수는 이런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르겠다. "오늘 용기내서 슛을 날려봤습니다. 열 번 차서 안 들어가는 골 없겠죠?"라고 말이다.
문자와 메신저는 여린마음을 잠시 잊게 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혹시 목소리가 떨리거나 말을 버벅될 것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까닭에 많은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이 이 문자와 메신저 뒤에 숨었다가, 공이 가까이 오면 중거리 슛을 날린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중거리 슛이 별 의미 없이 상대에게 공을 내 준 모양이 되면, "아, 장난이었어 ㅋㅋ"라거나 "그냥 해 본 말이야. 신경쓰지마."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이다. 진짜 용기란 문자나 메신저 뒤에 숨지 않고 당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작정 공 잡았다고 중거리 슛 날리는 게 용기가 아니란 얘기다. 고백하다 울렁거려서 토했다는 사연은 아직 한 건도 없다. 혹시 그게 염려된다면 문자나 메신저로 고백을 해도 좋다. 단, 당신이 핸드폰이나 메신저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만나서 다리털로 개미 부르는 걸 보여줘도 좋으니 상대 진영으로 파고드는 드리블을 하란 얘기다.
2. 상대를 읽으려 목숨걸지 말자
누구나 좋아하는 상대의 속마음에 대해 알고 싶겠지만, 그걸 알아내려고 목숨걸진 말자. 상대의 모든 행동에 의미부여를 해가며 자신감의 먹이로 주지 말자는 거다.
오늘 그녀의 미니홈피에 들어갔는데.. 제목이..
<오백가지 멋진 말>이라고 바뀌어 있더라구요.
어제 메신저로 대화 나누다가 제가..
"세상에서 제일 큰 재산은 친구라잖아요."
이런 말을 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바꾼 걸까요?
그냥 '멋진 말'이라고 써놨으면 알텐데...
'오백가지'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제 말에 대한 느낌을 적은 것 같은데..
무한님이 해석 좀 해주세요.. 무슨 뜻인지..
<오백가지 멋진 말>이라고 바뀌어 있더라구요.
어제 메신저로 대화 나누다가 제가..
"세상에서 제일 큰 재산은 친구라잖아요."
이런 말을 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바꾼 걸까요?
그냥 '멋진 말'이라고 써놨으면 알텐데...
'오백가지'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제 말에 대한 느낌을 적은 것 같은데..
무한님이 해석 좀 해주세요.. 무슨 뜻인지..
이거 그동안 답해주기 미안해서 접어두었던 사연인데, 오늘 대답을 드려야겠다. 뜨거운 감자의 <고백>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널 위해 준비한 오백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라는 가사가 있다. 아마도 그 여자분은 노래를 듣다가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적었을 것이다. 기호학을 전공한게 아니라면 미니홈피 제목을 해석하는 일은 그만두자.
뿐만아니라 상대에 대한 의미부여를 자신감의 먹이가 아닌 자신의 걱정거리로 키우고 있는 분들도 있다. 아래의 사연을 보자.
회사회식에서 2차로 노래방에 갔는데, 제가 <취중진담>을 불렀죠.
그녀를 살짝살짝 쳐다봤는데 가사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제 노래가 끝나고 몇 사람 지나 그녀 차례가 되었을때...
그녀는 <애인있어요>를 부르더군요... 이건 무슨 뜻일까요?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전달하려 한 걸까요?
그녀를 살짝살짝 쳐다봤는데 가사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제 노래가 끝나고 몇 사람 지나 그녀 차례가 되었을때...
그녀는 <애인있어요>를 부르더군요... 이건 무슨 뜻일까요?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전달하려 한 걸까요?
나도 하나 묻고 싶다. 그럼 그녀가 <애인있어요>가 아니라 <심장이 없어>를 불렀다면 무슨 뜻일까? 심장이식이라도 준비해야 할까? 그녀의 좌심방 우심실 다 멀쩡하게 잘 있을테니, 노래는 노래로 받아들이자. 이 외에도 상대의 메신저 대화명, 미니홈피 다이어리 등에 적어놓은 글을 첨부해 메일로 보내며, 뜻을 해석해달라는 사연들이 많이 온다. 이젠 좀 자제하자. 소설로 치면 둘의 이야기는 '연애소설'에 가까울텐데 왜 굳이 그걸 '추리소설'로 만들고 있는가.
3. 소심남 딜레마에 빠지지 말자
이게 정말 무서운 거다. '소심남 딜레마'에는 다양한 증상들이 있는데, 그 중 심각한 부분 몇 가지를 함께 살펴보자.
<연애가 아닌 요행을 바라는 증상>
위에서 말한 '중거리 슛'같은 고백의 대가로 상대의 '거절'을 받고 나면 안 그래도 여린마음이 더 움추러 들게 된다. 이 사이클이 몇 번 돌고 나면 '연애'는 노력해도 되지 않는 어려운 것이 되어 버린다. 그리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도 겁부터 집어 먹으며 상대를 '종교'로 만든다. '현실은 시궁창'과 같은 슬로건을 정해놓고 다시 의미없는 중거리 슛을 날린 후 '거봐, 이럴 줄 알았어'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제 믿을 건 산타할아버지 밖에 없다는 얘길 하며 연애를 '뜻밖에 얻는 행운'으로 생각하게 된다.
<눈만 높아지는 증상>
이성에 대해 겁을 먹은 까닭에 접하는 거라고는 TV나 인터넷으로 보는 연예인밖에 없다. 마치 디카동호회의 일부 회원들이 보이는 증상처럼, 자긴 형편없는 사진을 찍어 대면서 남의 사진에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일톤 트럭 분량의 말을 쏟아낸단 얘기다. 군대에 있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듯, '내가 나가면 소녀시대 같은 여자친구 사귈 수 있어.' 라는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리곤 "지금 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야. 내가 진짜 내 모습을 찾으면..."따위의 말을 한다.
<여자에 악감정을 갖는 증상>
자신이 한 헛발질은 생각하지 못하고, 현실에 대한 책임을 모두 상대에게 덮어 씌운다. 잘 진행 되던 관계를 집착이나 무차별 애정공세로 망쳐놓곤 멀어진 상대에 '어장관리'등의 혐의를 부여한다. 그동안 축척해 놓은 패배의식을 축약하여 "여자는 다 잘생긴 남자만 바라는 거 아니냐."라거나 "돈 많은 남자만 바라는 거 아니냐."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울퉁불퉁한 마음에 투영하여 저질스런 말이나 엉망진창인 말들을 내 뱉는다. 물론 익명이라는 벽 뒤에 숨어서 말이다.
위에서 말한 증상들은 중복하여 발생하거나 순환하며 이루어지는 까닭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연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도 곰팡이처럼 번진다. 상대의 확실히 밝힌 거절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으며 계속 붙잡고 있거나, 현실의 상대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상상연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증상들을 보이면, 마음의 저울에 상대와 나를 동등하게 올려놓을 수 없기에 연애는 계속 실패한다. 실패의 아픔이 깊은 만큼 굳은살도 깊게 박이고 다음 사람에겐 더 여린 마음이 되어버린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된단 얘기다.
여린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항상 "마음 여린 게 잘못이냐?"라거나 "보통 사람보다 더 예민할 뿐이다. 소심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 역시 절대 여린마음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예민함이 풍부한 감수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여린마음이라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자신이 참고 지나가는 일도 있고, 앞서 배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성격이든 장점이 곧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닌가. 내 친구 P군은 여린마음과는 아주 거리가 먼 활발하고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모임이든 앞장 서서 일하길 즐기며, 누구 앞에서든 직설적인 말을 꺼내는 스타일이다. 이건 P군을 좋게 이야기 한 거고, 나쁘게 얘기하자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 술자리에서 벌어지 않아도 되는 시비를 벌이고, 뒤끝 없다고 자랑하며 직설적인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다. 활발한 성격은 가끔 넓은 오지랖으로 변해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자신에게만 원리원칙을 적용하면 되는데, 남에게도 엄격하게 적용해 융통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여린마음도 마찬가지다. 예민한 감수성은 상상연애와 만나 홀로 적어 내려가는 허세로 변하고, 앞서서 남을 배려 하는 모습은 하지 않아도 좋을 앞선 걱정을 만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대응하지 않고 그냥 넘겼던 일은 마음속에서 자라 결국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말로 변하기도 한다.
리더십을 갖자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다들 리더가 되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그보다 더 피곤한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여린마음 경보신호를 조금 느슨하게 만들자는 거다. 상대와의 관계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마음의 문 닫고 홀로 바닥까지 내려갈 것이 아니라 침전하는 느낌이 들더라도 마음의 문을 열어두자는 거다. 성급하게 정리하거나 상대에게 뭔가를 발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 너에게 난 그냥 여러 친구 중에 하나겠지. 뭐." 라며 소심한 복수를 실행하지 말고, 이번에야 말로 한 번 찍은 거라고 생각하자. 유효슈팅이었고, 아직 전반전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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