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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연애에 소질없는 여자를 위한 조언들

by 무한 2010. 6. 15.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 사진에 비유하자면 "무한님,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데 아무리 찍어도 사진이 까맣게 나와요." 라고 말하는 여자솔로부대원들이 있는데,  "일단 카메라 렌즈캡부터 여시라니까요." 라고 말해주고 싶은 경우들이 있다.

연령대로 치자면, 이제 막 대학에 입학했거나 '여중-여고-여대'를 졸업하고 사회에 막 발돋움한 시기의 20대 초중반 여자대원이다. 엄청난 사연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간 매뉴얼을 통해 말하기엔 너무 기본적인 내용이라 접어두고 있었던 부분을 오늘은 좀 얘기하려 한다. 그럼, 접어놨던 이야기, 펼쳐보자.


1. 재미있는 사람과 푼수는 다르다


이건 남자들이 자주 하는 짓인데, 종종 남자같은 성격을 가진 여자대원들이 이 모습을 보이곤 한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질문에 허튼소리를 해 가며 반 애들을 웃기는 것 처럼 3:3 미팅 나가서 분위기를 띄우겠다며 헛발질을 한 대원이 있었다.

미팅자리에서 관심남에게 왜 최양락 닮았다는 얘기를 했는가? 사연에는 거기 있던 사람들이 다 웃으면서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 얘기를 들은 관심남은 속으로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최양락씨의 외모가 이렇다 저렇다 얘길 하는 게 아니라, 연령대도 그렇고 20대 초반의 남자사람이 듣곤 좋아할만한 얘기는 아니란 거다.

남자와 여자 3:3 미팅을 한다고 하면, 자연스러운 진행은 남자 세 명이 어떻게든 리드를 해 보려 하는 것 아닌가. 셋 중 하나는 말이 없고, 나머지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개그 콤보를 터트리려 노력하도록 냅두란 얘기다. 거기 끼어들어서 한참 폼 잡고 있는 애한테 "너 완전 최양락." 이런 소리를 하니, 그 후로 문자 보내도 답장 안 오는 거 아닌가.

메일에 "평소 친구들에게도 웃자고 한 말인데 친구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있다."고 하셨는데, 웃자고 한 소리와 놀리는 것은 분명 다르다. 내가 미팅 자리에 나가 여대생에게 "어익후, 조혜련씨 아니십니까." 이러면 남들은 빵빵 터지겠지만, 본인은 부글부글 끓을 것이다. 실제로 닮았을 경우 우울함은 증가되고 말이다.

남들이 말하는 '푼수'가 되지 말자는 거다. 혼자 분위기 업되어 말실수 해가며 남들 웃길 필요는 없다. 웃길 거리가 마구마구 떠오르는 데 입밖에 낼 수 없기에 답답증을 앓는다면 집에 돌아와 나에게 메일로 보내길 바란다. 함께 웃어줄테니 말이다. "앜ㅋㅋㅋ 님 친구 싱크로율 쩔어옄ㅋㅋㅋㅋ" 이렇게.


2. 정말 지겨운 여자가 되는 이유


여자의 '착각'에 관한 매뉴얼만 벌써 두 세 편쯤 발행했는데 여전히 "저건 내 얘기 아님, 난 분명 교감이 있었음." 이라고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원들이 있다. 사연을 예로들어 확실하게 적어둘테니, 더는 이러지 말았으면 한다.

은행에 가서 상품에 가입하겠다고 하면 어느 은행의 직원이든 웃으며 대해준다. 그리고 쳐다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편의점에서 물건 살 때와 다르게 직원이 눈을 자주 맞췄다고 하는데, 은행 직원은 바코드 찍을 일 없으니 이 역시 당연한 것 아닌가. 직원이 주민등록증의 나이부분을 자세히 보고 본인의 얼굴을 쳐다봤다고 적어주셨는데, 그걸 어떻게 작업 걸어 보려다 나이가 어려서 그만 둔 걸로 생각하는가? 그럼 시험장에서 내 운전면허증을 손으로 집어 확인하곤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그 여자 감독관은 나에게 청혼하려다 그만 둔 걸로 생각하면 되는가?

어느 은행이든 직원 명함 집어와서 연락하면, 반갑게 전화 받아준다. 그 직원만 그러는 게 아니다. 남자친구 없다는 걸 알리려고 직원에게 소개팅을 부탁했다고 하셨는데, 아 진짜 쫌. 이 이후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진행이 이루어진다. 선물이나 간식을 사서 은행에 방문하고, 다가오는 남자가 있다는 얘길 꺼내며 직원이 질투심을 느낄거라 생각하고, 고객과 밥 안 먹는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도 "밥 먹자는 얘기 더 안할테니까, 밥 먹고 싶을 때 먼저 말해주세요."라니, 울고 싶다. 

무슨 말인 지 정말 모르는가? 결국 "업무 시간에 그런 얘기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얘기를 듣고,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하면 상대가 받지 않거나 끊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가? 이 상황에서도,

"그럼 업무시간이 아니면 언제 얘기를 하라는 건가요?"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할 말이 없다. "고객님, 요즘 매일 전화하다시피 하시는데 펀드 하나 드시죠?" 라는 말 뜻, 이것도 정말 모르는가? 어떻게 이걸 "제 마음을 눈치채고 만날 기회를 만든 걸까요?" 라고 묻는가. 그만 내려놓길 권한다.

마음이 없음을 충분히 밝혔음에도 계속해서 들이댄다면 '지겨운 여자'가 된다. 남자가 밝힌 '거절'의 뜻까지 왜곡해 가며 왜 지겨운 여자가 되고 있는가. 헬스클럽 트레이너 얘기도 쓰고, 수영장 강사 얘기도 쓰고, 피자집 블링 알바남 얘기도 써가며 '서비스직'에 대한 이야기도 했지만 여전히 "제 얘긴 좀 다르거든요. 분명 마음이 있다고 생각할 만한 증거가 있어요." 라는 메일이 수도 없이 들어온다. 상대에게 욕까지 들어가며 만신창이가 되어 "이게 증거 맞죠?"라고 묻는 대원들, 그러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랑받을 수 있으니 남의 뒤를 쫓는 일은 그만 두도록 하자.


3. 낯가림, 연애를 막는 바리케이트


연애를, 그리고 이성을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그렇게 어려운 거 아니다. 운전면허를 따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공부 안해도 충분히 붙는다는 운전면허 필기도, 문제집을 펼쳐보면 차도와 도로 여기부터 헷갈린다. 그냥 보면 아는 단어들인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은 것들을 보면 모르는 단어 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실기의 경우 기어 변속 하는 것에도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정도로 긴장한다. 이미 면허를 취득해 도로를 질주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 마음 상태라는 거다. 따고나면, 운전면허 그까이꺼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면허시험을 준비할 땐 긴장하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 난 학원에 다니지 않고 운전면허를 땄는데, 평소 연습하던 차량과 달리 시험장의 차량엔 '비상깜빡이'가 보이질 않는 거였다.

'차를 급하게 만드느라 비상깜빡이를 안 넣었나 보군.'

이런 생각을 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운전대 앞쪽에 비상깜빡이가 있었다. 차가 불량이라며 시험장에서 항의하지 않은 것을 지금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기울어진 지구본을 보고 "기울었잖아요. 이따위로 만들어서 됩니까? 똑바로 세워 놓으세요." 라고 하는 것과 비슷했을 테니 말이다.

이야기가 잠시 '운전면허 추억담'처럼 흘러버렸는데, 아무튼 당신의 연애를 '나로호 발사'로 만들지 말라는 거다. 준비가 다 되면 카운트다운을 하고 '성공이냐, 실패냐' 둘 중 하나만 고를 필요는 없다. 둘 사이에 가까워짐 없이 혼자 마음속으로 준비만 하다가 '고백'이라며 발사하지 말란 얘기다.

낚시에 비유하면 자꾸 안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의미가 아니라 순수한 비교만 하자면, 낚시를 할 때에도 '밑밥'을 뿌린다. 바늘에 달아놓은 떡밥만 쓰는 것이 아니라 고기들을 모으기 위해 주변에 떡밥을 뿌리는 것이다. 일본 카나가와현의 유명한 낚싯꾼 다나까(67세,미혼)씨의 경우 낚시 3일 전부터 한 장소에 조금씩 떡밥을 뿌려 놓는다. 고기들로 하여금 그 장소가 '젖과 꿀이 흐르는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마음놓고 다가오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3일 후 유유히 그 곳으로 가 낚시를 한다. 방심하던 고기들을 모두 낚는다.

당장 '사귈래? 안 사귈래?'를 묻지 말고, 같이 밥 먹어도 이상할 것 없는 관계를 만들라는 거다. 3년간 상대의 미니홈피만 바라보며 마음을 키웠다는 대원이 있었는데, 이제 그 기다림을 그만 두고 고백할 거란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나로호도 7년간 준비했고 5025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로호야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밖에 없으니 '발사'할 수 밖에 없겠지만, 당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에는 '발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혼자 끙끙대며 마음속으로만 키울 것이 아니라 바리케이트를 하나씩 거두며 가까워지는 거다.

"그랬다가 고백하기도 전에 멀어지면 어떻게 하죠?"

그럼, 혼자 마음을 키우다가 고백해서 거절당하는 것은 괜찮은가? 뭐, 혼자 공들인 시간을 발판삼아 거절의 충격을 이기며 잊네 못 잊네, 난 늘 술이네 이러는 대원들도 있지만 길지 않은 청춘의 시간을 왜 '내 감정'하나로 흘려 보내는가. 그 감정에 당신이 아닌 한 사람 이상 함께 계속 슬퍼한다면 알콜을 링겔로 맞는 것도 이해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혼자 의미부여한 것들에 깔려 울고 있는 것 아닌가.


위의 사례들 외에도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던 남자가 자신에게 관심을 표현하면 그때부터 싫어진다는 손 쓸 수 없는 상황의 대원이 있었고, 아무리 연애를 해 봐도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내 놓을 수 있는 남자가 없는 것 같다는 사연도 있었다. 전자에는 조금 더 솔로의 시간을 오래 지내다 보면 해결 될 문제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고, 후자에는 목숨만은 제발 살려달라는 얘기와 함께, 자신이 목숨을 내 놓을 수 있는 지를 입장바꿔 생각해 보시라는 얘기를 해 드리고 싶다.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내가 좋아하는데 상대방은 나에게 관심이 없어서 괴로울 수도 있고,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연애가 시궁창 같은 마지막을 보이며 끝나 울 수도 있다. 시험을 봐서 떨어질 수도 있고, 차를 몰고 나갔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중요한 회의자리에서 괄약근 조절이 안 돼 힘찬 방귀를 낄 수도 있는거다. 그게 무서워서 시험도 안 보고, 차는 절대 타지 않고,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면 이보다 바보같은 짓이 어디있겠는가.

제목에는 '연애에 소질없는'이라고 적어두었지만, 사실 연애가 무슨 스포츠도 아니고 소질이 어디있겠는가. 편의를 위해 저렇게 붙여놨을 뿐,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이 서툴거나 연애를 너무 크고 어렵게 생각해 벌이는 일, 그리고 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일이지만 그걸 상대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뭐든 처음만 어렵지, 막상 시작하고 나면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지 않는가. 면접 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던 회사도 취직하고 나면 자리에 앉아 코까지 팔 수 있는 것 처럼, 연애도 그렇다. 그러니 긴장으로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좀 펴자. 




▲ 찌질한 마음상태로 접어들면 찌질한 행동밖에 안 나옵니다. 잊지 마세요. 추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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