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보면 눈에서 땀이나는 사연들이라 그동안 소개는 안했지만, '휴가 피크'도 어느정도 지나고 태풍이 올라오고 있으니, 이제는 좀 얘기해야 겠다.
메일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한 대원들이 있었다.
자신의 뜻이 분명하고, 휴가에 대한 철학을 가진 듯 이야기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휴가를 같이 갈 사람이 없어요."라는 이야기를 돌려 말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대원들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휴가 가서 운명적인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고 있으니, 오늘은 그 힘겹게 꺼낸 질문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미 "휴가 가서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났어요."라거나 "이번에 놀러갔다가, 운명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라는 메일을 보낸 대원들도 있으니 함께 살펴보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자, 그럼, 오늘도 달려보자.
부킹대학 부산캠퍼스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피서지에 간 솔로부대원 절반 이상이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으로 드러났다. '낯선 곳'과 '낯선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운명'이라는 키워드를 부른 것이다. 좀 안타까운 부분은 '연인이나 배우자가 있어도 피서지에서 만난 이성에게 대시 할 수 있다.'라고 답한 커플부대원이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애중인 상대가 휴가 이후 '양다리'를 시도한 까닭에 이별을 맞이한 커플부대원의 사연이 몇 통 날아들었다. 그 중 가장 난감한 사연은 남자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건 뭐, 솔직한 것 같으면서도 잔인하고, 다정한 것 같으면서도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멘트다. 남자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뒤 밤낮을 술로 보내고 있다는 여성대원에게는, '종신보험'이 되지 말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시소엔 두 사람이 앉아 있어야 발을 떼고 마주볼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일어서서 가 버리면 엉덩이를 찧고 만다. 솔직히 말하기로 약속한 건, 시소에 앉아 있을 때의 이야기지, 일어서서 가 버리는 '솔직함'은 '잔인함'일 뿐이다.
누구나 피서지에서는 자유로워지는 까닭에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평소 출퇴근길에 낯모르는 이성에게 다가가 "제 친구랑 저기서 생맥주 한 잔 하고 있는데, 같이 하실래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피서지에서는 이런 '헌팅'이 이상하지 않은 일로 변한다. 그러다보니, 마음의 끌림이 있거나 눈에 띄어서 다가가는 것이 아닌 '헌팅강박증'의 증상을 보이며, 투망 던지듯 '헌팅'을 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성별만 다르면 일단 다가가서 말을 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술'이라는 촉매도 '연애'에 영향을 주는데, '감정'만 남아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만취상태에서 기억도 나지 않는 일들을 벌일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된 몇몇 사연들도 있었는데, 정신없이 술자리에서 게임을 즐기다가 필름이 끊기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더니 낯선 민박집이었다는 사연도 있었다. 흑기사를 자처하며 이쪽의 마음을 빼앗은 상대는 이미 사라진 뒤였고 말이다. 이처럼 뭔가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았던 느낌이, 자고 일어나니 '한여름 밤의 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위에선 부정적인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사실 '피서지에서의 연애'는 일반적인 연애에 비해 많은 장점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발행한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했듯, '소개팅'으로 누군가를 만난다면 모든 부담이 자기 몫이며, 어색한 분위기를 몰아내기 위해 애를 써야 하지만 '피서지'에선 허파가 아프도록 웃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게임을 하며 쉽게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매뉴얼에서 소개한 적 있는 Y군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동강 래프팅을 갔다가 커플부대원이 되어 돌아온 Y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Y군은 솔로부대로 복귀했다. 모닥불처럼 활활 타오르던 사랑은 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첫 번째 이유는 '휴가가 끝났기 때문'이다. 함께 즐겁게 웃으며 놀 때는 좋았지만, 일상으로 복귀하고 나니 잠시 접어놓았던 '현실'이 펼쳐졌다. 뜨는 해를 바라보며 첫차를 기다리는 기분이 된 것이다. '감성'보다는 '이성'의 비율이 더 커졌고, 상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연극'으로 치자면 막이 바뀐 것인데, 상대는 아직도 이전 장면에서 보여주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거리의 문제'였다. 같은 공간에 있을 때에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현실에 돌아오고 나니 일산-노원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던 것이다. 회사 업무는 밀려있고, 퇴근시간을 훌쩍 넘겨 회사를 나오면 상대를 만나러 갈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둘 간의 '갈등'이 일어났고, 상대는 "정말 마음이 있는 거라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거잖아."라는 이야기로 Y군의 마음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실망하며 말이다.
세 번째 이유는 '장작 없음의 문제'였다. 피서지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둘 사이의 불길이 일기는 했으나, 그 불길을 지속시켜줄 장작이 부족했다. 더 이어서 할 얘기가 없었고, '커플처럼 지내야 한다.'라는 의무감만 남아 있었다. 만나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일들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뭐, 근본적인 문제는 "서로에게 충분히 반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아직 '연애의 사춘기'를 겪지 않은 대원들이라면, 피서지에서 만난 사람과 연인이 된 경우 "나도 이제 커플부대!!!" 라며 텐션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정말 연애하고 싶은 상대를 만났다면 그 들뜬 기분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깃털같이 많은 시간들이 있으니 커플룩을 입거나 커플링을 하거나 뭔가를 같이 하는 것에 대해서 한 번에 다 해버리려고 하지 말란 얘기다.
그리고 '휴가가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위에서 이야기 했듯, 이제는 둘의 관계가 '현실'이라는 배경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휴가의 여운을 잊지 못하고 또 다시 '즐거운 시간'을 위한 여행계획만 짠다면 모래 위에 열심히 집을 짓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니, 둘 사이의 기반을 먼저 만들도록 하자. 상대의 이름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 지도 모르면서 놀러갈 계획만 계속 짜다가는 '놀이'없이 지속하기 힘든 관계가 되어 버린다.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꽤나 낭만적인 것 같지만, 낭만에만 기대면 '이별'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짧은 동선과 비슷비슷한 나날들에서 벗어나 좀 넓게 움직인 까닭에 상대와 인연이 닿았다고 생각하자. 인연이 닿았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과 노력하며 만들어 가야 할 일이 생긴 것이지, 그냥 사타구니만 긁고 앉아 있다고 떡이 생기는 일이 아니다.
연애에는 내리막도 있고 오르막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피서지에서 상대와 시원하게 '내리막'을 달려 내려오는 느낌으로 만났다면, 현실에서는 '오르막'을 오르는 일이 남아있을 것이다. 커플부대원이 되었는데도 왜 힘든 일이 남아있는 지 불평할 것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그 오르막과 내리막을 함께 걸어보자. 함께한 그 시간들이 둘의 단단한 '기반'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피서지에서 야외활동이 많은 까닭에 대부분의 대원들이 '썬크림'을 바를 것이다. 태양으로 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들뜬 분위기에서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피서지 연애에도 썬크림을 바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사연을 읽다보면 '휴가용 파트너'가 된 이야기나, '일회용 연애'의 느낌이 강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다가오는 상대에게 무턱대고 '운명'이라며 맨발로 달려 나가기보단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완력조절에 힘쓰도록 하자. 감정과 분위기의 노예가 되어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연애는 화상을 입고 말테니 말이다.
이번 휴가로 시작된 연애가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두세 번의 만남 후 소멸된다고 해도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길 바란다. 피서지에서 커플이 된 절반 이상이 그와 같은 수순을 밟기 마련이니, 피서지에서의 추억 때문에 자신의 생활을 '일시정지'시키지 말고, 어느 여름날에 일어났던 일로 생각하며 '추억의 페이지'에 꽂아 놓으면 되는 거다. 휴가는 또 찾아오니 말이다.
▲ 대부분,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수영복 입어 보거나 팔에 힘줘 보기 마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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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한 대원들이 있었다.
"여자친구 때문에 휴가 일정 조정할 필요가 없으니 솔로부대원이 더 좋지 않습니까?"
"휴가라는 건, 노는 게 아니라 재충전 하는 시간인데 싱글이면 자유롭죠."
"사람 많은데 꼭 어디 갈 필요 있나요? 집에서 혼자 쉬는 게 휴가죠."
"휴가라는 건, 노는 게 아니라 재충전 하는 시간인데 싱글이면 자유롭죠."
"사람 많은데 꼭 어디 갈 필요 있나요? 집에서 혼자 쉬는 게 휴가죠."
자신의 뜻이 분명하고, 휴가에 대한 철학을 가진 듯 이야기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휴가를 같이 갈 사람이 없어요."라는 이야기를 돌려 말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대원들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휴가 가서 운명적인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고 있으니, 오늘은 그 힘겹게 꺼낸 질문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미 "휴가 가서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났어요."라거나 "이번에 놀러갔다가, 운명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라는 메일을 보낸 대원들도 있으니 함께 살펴보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자, 그럼, 오늘도 달려보자.
1. 피서지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
부킹대학 부산캠퍼스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피서지에 간 솔로부대원 절반 이상이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으로 드러났다. '낯선 곳'과 '낯선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운명'이라는 키워드를 부른 것이다. 좀 안타까운 부분은 '연인이나 배우자가 있어도 피서지에서 만난 이성에게 대시 할 수 있다.'라고 답한 커플부대원이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애중인 상대가 휴가 이후 '양다리'를 시도한 까닭에 이별을 맞이한 커플부대원의 사연이 몇 통 날아들었다. 그 중 가장 난감한 사연은 남자친구가,
"우리 솔직히 말하기로 약속해서 이야기 하는 거야. 이번에 친구들하고 놀러갔다가 어떤 누나를 알게 되었어. 나, 그 누나랑 요즘 연락하고 있어. 잠자리를 갖거나 그러진 않았어. 연락만 하는 사이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보다 그 누나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이 마음이 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나한테 몇 달 정도만 시간을 줘. 내 마음을 내가 확실히 알게 되면, 그때 너에게 돌아올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건 뭐, 솔직한 것 같으면서도 잔인하고, 다정한 것 같으면서도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멘트다. 남자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뒤 밤낮을 술로 보내고 있다는 여성대원에게는, '종신보험'이 되지 말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시소엔 두 사람이 앉아 있어야 발을 떼고 마주볼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일어서서 가 버리면 엉덩이를 찧고 만다. 솔직히 말하기로 약속한 건, 시소에 앉아 있을 때의 이야기지, 일어서서 가 버리는 '솔직함'은 '잔인함'일 뿐이다.
누구나 피서지에서는 자유로워지는 까닭에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평소 출퇴근길에 낯모르는 이성에게 다가가 "제 친구랑 저기서 생맥주 한 잔 하고 있는데, 같이 하실래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피서지에서는 이런 '헌팅'이 이상하지 않은 일로 변한다. 그러다보니, 마음의 끌림이 있거나 눈에 띄어서 다가가는 것이 아닌 '헌팅강박증'의 증상을 보이며, 투망 던지듯 '헌팅'을 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성별만 다르면 일단 다가가서 말을 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술'이라는 촉매도 '연애'에 영향을 주는데, '감정'만 남아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만취상태에서 기억도 나지 않는 일들을 벌일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된 몇몇 사연들도 있었는데, 정신없이 술자리에서 게임을 즐기다가 필름이 끊기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더니 낯선 민박집이었다는 사연도 있었다. 흑기사를 자처하며 이쪽의 마음을 빼앗은 상대는 이미 사라진 뒤였고 말이다. 이처럼 뭔가 좋은 관계가 될 것 같았던 느낌이, 자고 일어나니 '한여름 밤의 꿈'이 되는 경우도 있다.
2. 휴가가 끝나면?
위에선 부정적인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사실 '피서지에서의 연애'는 일반적인 연애에 비해 많은 장점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발행한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했듯, '소개팅'으로 누군가를 만난다면 모든 부담이 자기 몫이며, 어색한 분위기를 몰아내기 위해 애를 써야 하지만 '피서지'에선 허파가 아프도록 웃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게임을 하며 쉽게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매뉴얼에서 소개한 적 있는 Y군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동강 래프팅을 갔다가 커플부대원이 되어 돌아온 Y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Y군은 솔로부대로 복귀했다. 모닥불처럼 활활 타오르던 사랑은 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첫 번째 이유는 '휴가가 끝났기 때문'이다. 함께 즐겁게 웃으며 놀 때는 좋았지만, 일상으로 복귀하고 나니 잠시 접어놓았던 '현실'이 펼쳐졌다. 뜨는 해를 바라보며 첫차를 기다리는 기분이 된 것이다. '감성'보다는 '이성'의 비율이 더 커졌고, 상대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연극'으로 치자면 막이 바뀐 것인데, 상대는 아직도 이전 장면에서 보여주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거리의 문제'였다. 같은 공간에 있을 때에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현실에 돌아오고 나니 일산-노원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던 것이다. 회사 업무는 밀려있고, 퇴근시간을 훌쩍 넘겨 회사를 나오면 상대를 만나러 갈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둘 간의 '갈등'이 일어났고, 상대는 "정말 마음이 있는 거라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거잖아."라는 이야기로 Y군의 마음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실망하며 말이다.
세 번째 이유는 '장작 없음의 문제'였다. 피서지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둘 사이의 불길이 일기는 했으나, 그 불길을 지속시켜줄 장작이 부족했다. 더 이어서 할 얘기가 없었고, '커플처럼 지내야 한다.'라는 의무감만 남아 있었다. 만나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일들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뭐, 근본적인 문제는 "서로에게 충분히 반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3. 정말 연애하고 싶은 상대를 만났다면?
아직 '연애의 사춘기'를 겪지 않은 대원들이라면, 피서지에서 만난 사람과 연인이 된 경우 "나도 이제 커플부대!!!" 라며 텐션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정말 연애하고 싶은 상대를 만났다면 그 들뜬 기분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깃털같이 많은 시간들이 있으니 커플룩을 입거나 커플링을 하거나 뭔가를 같이 하는 것에 대해서 한 번에 다 해버리려고 하지 말란 얘기다.
그리고 '휴가가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위에서 이야기 했듯, 이제는 둘의 관계가 '현실'이라는 배경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휴가의 여운을 잊지 못하고 또 다시 '즐거운 시간'을 위한 여행계획만 짠다면 모래 위에 열심히 집을 짓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니, 둘 사이의 기반을 먼저 만들도록 하자. 상대의 이름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 지도 모르면서 놀러갈 계획만 계속 짜다가는 '놀이'없이 지속하기 힘든 관계가 되어 버린다.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꽤나 낭만적인 것 같지만, 낭만에만 기대면 '이별'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짧은 동선과 비슷비슷한 나날들에서 벗어나 좀 넓게 움직인 까닭에 상대와 인연이 닿았다고 생각하자. 인연이 닿았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과 노력하며 만들어 가야 할 일이 생긴 것이지, 그냥 사타구니만 긁고 앉아 있다고 떡이 생기는 일이 아니다.
연애에는 내리막도 있고 오르막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피서지에서 상대와 시원하게 '내리막'을 달려 내려오는 느낌으로 만났다면, 현실에서는 '오르막'을 오르는 일이 남아있을 것이다. 커플부대원이 되었는데도 왜 힘든 일이 남아있는 지 불평할 것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그 오르막과 내리막을 함께 걸어보자. 함께한 그 시간들이 둘의 단단한 '기반'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피서지에서 야외활동이 많은 까닭에 대부분의 대원들이 '썬크림'을 바를 것이다. 태양으로 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것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들뜬 분위기에서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피서지 연애에도 썬크림을 바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사연을 읽다보면 '휴가용 파트너'가 된 이야기나, '일회용 연애'의 느낌이 강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다가오는 상대에게 무턱대고 '운명'이라며 맨발로 달려 나가기보단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완력조절에 힘쓰도록 하자. 감정과 분위기의 노예가 되어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연애는 화상을 입고 말테니 말이다.
이번 휴가로 시작된 연애가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두세 번의 만남 후 소멸된다고 해도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길 바란다. 피서지에서 커플이 된 절반 이상이 그와 같은 수순을 밟기 마련이니, 피서지에서의 추억 때문에 자신의 생활을 '일시정지'시키지 말고, 어느 여름날에 일어났던 일로 생각하며 '추억의 페이지'에 꽂아 놓으면 되는 거다. 휴가는 또 찾아오니 말이다.
▲ 대부분,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수영복 입어 보거나 팔에 힘줘 보기 마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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