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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남자가 보이는 호감,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by 무한 2010. 8. 17.
오랜만에 매뉴얼을 쓰는 것 같다. 요즘은 자전거에 꽂혀서 날마다 자전거를 타고 있다. 여전히 몇 시간 타다보면 똥꼬가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 있지만, 누적으로 500km정도 타면 똥꼬가 적응한다기에 열심히 적응을 돕고 있는 중이다. 왜 이렇게 자전거를 열심히 타냐고 묻는다면 '2010 자전거로 가을을 달리다'라는 혼자만의 행사(응?)를 위해서라고 답하겠지만, 나도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냥, 꽂혔구나.' 정도로만 이해해 주길 바란다. 어차피 인생은 관심과 동기부여의 연속 아닌가.

아무튼 재미없는 내 얘기는 이쯤하고, 오늘은 수많은 여성대원들이 물어오는 "이 남자가 보이는 호감, 진심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사실, 진심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은 지구력만 있어도 금방 답을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원들이 택배로 받을 물건 있으면 안절부절 하며 운송장 검색하고 확인전화 하듯 '호의'와 '호감', 그리고 '진심'에 대해 물어오니, 이번 매뉴얼에서는 '호의'를 '호감'으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과 '진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1. 매번 등장하는 '서비스'와 '호의'에 대한 오해


여름이라 그런지 '헬스클럽'과 '수영장'에 대한 사연이 쉼 없이 밀려온다. 자세교정을 위해 트레이너가 어깨에 손을 올렸을 뿐인데 정신줄을 놓은 대원도 보이고, 영법을 알려주기 위해 강사가 손을 잡아줬을 뿐인데 온 몸에 힘이 풀렸다는 대원도 보인다.

많은 대원들이 자신에게만 그런 일이 일어난 듯 사연을 보내지만, 그 진행 루트는 진부할 정도로 똑같다. 나이가 좀 있는 여성대원은 '젠틀한 진행'을 경험하는데, 해당 과정을 한 번 빼먹었을 때 상대가 "어젠 바쁘셨나 봐요?"라는 말 한마디만 해도 우심방과 좌심실이 요동치게 된다.

'쟤가 나 좋아하나? 나한테 관심 있나?'

이런 마음을 품은 뒤로는 상대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눈만 한 번 마주쳐도 '날 쳐다보고 있어. 날 왜 쳐다볼까?'라며 착각의 구덩이를 깊게 파고, 상대가 말이라도 걸면 그날 집에 가선 상대와 같이 영화보고 여행가는 상상을 하느라 잠을 못 이룬다.

나이가 어린 여성대원에게는 상대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15회씩 3세트를 못하면 자기와 데이트를 해야 한다느니, 어느 정도 핸디캡을 두고 자기와 수영 대결을 해서 지는 사람이 밥 사는 내기를 하자느니 하는 이야기로 말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충분히 '호감'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서비스'와 관련되었을 때는 '멘트'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수영해서 저기까지 가 보자."

위와 같은 멘트에 정신줄을 놓는 솔로부대원들이 많다. 상대가 헷갈리거나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장난으로 헤드락을 걸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등등의 행동을 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옆에 다가와 괜히 열심히 하란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서로 친해졌다고 생각할 만한 행동들을 자주 벌인다.

이보다 더 진행된 사연들도 있다. 왜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의 대표번호가 아닌 개인번호로 문자를 보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회원관리'를 빌미로 한 상대의 연락이 있으면 당연히 이쪽에선 답문을 하게 되고, 이미 마음의 더듬이가 상대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적인 이야기들이 오가게 된다. 그러다 사적인 자리에서 말을 놓기도 하고, 밖에서 둘이 만날 정도로 가까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진행되어 연애를 시작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소개팅의 도구'로 쓰이거나 상대의 '어장'으로 직행하게 된다. 심한경우, 누가 봐도 '구애'라고 할 만한 행동을 다 해 놓고는, "회원관리 차원에서 그런 건데, 오해하신 것 같네요."라는 이야기로 슬쩍 덮기도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도 나에게 "이 사람, 찔러보는 걸까요? 아니면 저에게 호감이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건가요?"라는 메일을 보내는 여성대원들은 이 멘트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진심이냐 아니냐'의 판정을 내리기 전에 '서비스'와 '호의'에 대해서도 생각하자.


2. 호감이 뿌리내릴 시간을 주자
 

상대가 가진 것이 '호감'이 맞다면, 이쪽에서 확인하려 하거나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쑥쑥 자랄 것이다.

"호감이 있으니까 저에게 연락을 한 거겠죠?"
"나중에 어떻게 살고 싶다는 얘기를 한 건, 제가 마음에 들어서 꺼낸 얘길까요?"
"소개팅 후에 세 번 정도 만났는데, 또 만나기로 했으면 마음이 있다는 건가요?"



이렇게 확인받으려 하지 않아도 된단 얘기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정말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은 '상대방의 호감 확인'이 아닐 것이다. 당신은 '희망의 증거'를 찾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생기면 '합리화의 여왕'이 되는 것, 알고 있다. 그 합리화 시킨 것들을 여러 사람에게 확인 받으며 '희망의 증거'로 채택하고 싶은 것 아닌가.

'희망의 증거'가 완성되면, 금방 사랑으로 뛰어들 것 같은 다이빙 선수의 자세는 이제 그만 두자. 다이빙을 하더라도 아래 물이 있는지 없는지 직접 확인하고 뛰어 들어야지, '전화찬스' 써 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 것은 위험하다. 이미 여러 선배 대원들이 무작정 뛰어 들었다가 자존심은 조각났고, 울다 웃고 또 우는 조울증 증상을 얻었다. 엄마도 모르는 알콜중독의 세계로 가버린 대원들도 많고 말이다.

당신이 본 것이 '상대의 호감'이 맞다 해도, 그 호감이 뿌리내릴 때 까지 기다리자. 뿌리 없는 호감은 작은 변수에도 쉽게 뽑혀 나갈 것이다. 얼마 전 발행한 피서지에서의 연애 이야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호감을 느껴 금방 가까워졌지만, 거리, 시간, 현실 등의 변수로 인해 힘없이 뽑혀 나갔다. 상대와의 연애를 '한여름 밤의 꿈'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호감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자. 만나서 얼굴을 보고 연락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로 말이다. 


상대의 행동이나 말 등을 통해 그것이 '호감이냐 아니냐'를 가리거나 '진심이냐 아니냐'를 가리고 싶겠지만, 그런 건 내가 괄약근을 단련하겠다며 힘을 줬다 뺐다 하는 것 보다 쓸데없는 짓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괜히 힘주진 말길 바란다. 움찔움찔 거리는 거 티난다. 그리고 힘 잘못 주면 찝찝해진다.)

호감에는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호감이 적절한 온도, 습도, 건강상태(응?)등의 조건을 만족했을 때 그 호감이 합쳐져 '사랑'이 된다. 그 모호하며 두근두근한 감정이 비워지는 자리에 사랑이 채워지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과정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채워지던 사랑도 쉽게 비워질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공간까지 자신이 채우려 애쓴다면 기울어있는 외사랑이 될 것이고 말이다.

사람에 따라서, 라기 보다는 시간, 나이, 상대, 상황 등에 따라 이 호감의 유효기간이 변하기 마련이다. 습관적으로 짧은 유효기간을 갖게 된 사람도 있고, 상대의 감정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유효기간을 단축시킨 사람도 있다. 그 반면 현실의 사람과 동떨어진 '상상속의 상대'를 만들어 내 유효기간을 애써 늘리고 있는 사람도 있고, 외사랑으로 변한 호감을 여전히 꽉 쥐고 유효기간을 지속하는 사람도 있다.

상대의 호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 마음에 그 호감이 뿌리내릴 수 있는 지를 먼저 살피자. 산에 떨어진 씨앗 하나, 산은 그 씨앗에게 빨리 뿌리를 내리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자라는 것이 더디다며 답답해하지도 않는다. 잘 자랄 것 같은지, 아니면 별 가망 없이 시들 것 같은지 산을 찾는 그 누구에게 묻지도 않는다. 그러는 동안 씨앗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나무가 되고, 산을 꽉 움켜쥔 채 무성하게 자라난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 혹시, 뿌리내릴 수 없는 척박한 마음이거나 자꾸 재촉하기만 하는 초조한 마음은 아닌가? '상대'를 확인하기 전에, '나'를 먼저 확인하자.





▲ 존중이 없는 호감은 성냥개비. 다 타면 꺼질(응?)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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