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가와 놓곤 연락 없는 남자에 대한 매뉴얼 3부를 기다린 대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 매뉴얼은 잠시 미룰까 한다. 메일로 도착한 여러 연애사연을 읽다보니, 돈 때문에 찾아오는 연애의 어려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졌다.
돈이 없어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것 같다며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얘기를 했다는 사연부터, 16만원 나온 밥값을 당연히 더치페이 할 줄 알았는데 계산할 시간이 되자 상대는 화장품 꺼내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는 사연까지, 다양한 사연들이 있었다.
후회라면 나도 한강 이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해 봤는데, 그거 계속 해 봐야 별 도움도 안 되고, 열심히 삽질한다고 뭐 나오는 거 아니다. 그러니 '신발 끈을 꽉 묶지 않아서 넘어지고 말았어.'라고 자책하며 주저앉아 있지 말고, 꽉 묶고 다시 뛰자. 계속 그렇게 앉아 있다간 점점 더 마음이 쪼그라들고, 인생의 아무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며,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 커질 뿐이다.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은 무중력상태에 있는 당신을 다시 세상에 발붙이게 할 매뉴얼, 출발해 보자.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는 '비교'가 있다. '남들처럼'이라거나 '다들 하는'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자신감이나 자존감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광고들은 당신의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려면 이러이러한 제품들을 사라고 말한다. "당신의 애완견을 사랑한다면, 금으로 만든 이 개집을 선물하세요."라는 얘기처럼 말이다. 그리고 뉴스에선 "강남의 K씨, 애완견에게 금으로 만든 개집 100개 선물."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이런 일에, "뭔 개소리냐."라곤 하지 않고, 스스로 '금으로 만든 개집을 선물하지 않는-자신의 애완견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자책한다.
당신과 상대가 하게 되는 '비교'는 여러 가지 기준들을 잣대로 이루어지는데, 그 기준에는 사회적 편견이나 고정관념, 그리고 돈이 연관된 경우가 많다. 자신의 기준이 이와 같다면 상위권에 들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 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핸드백을 사주지 않아서 라거나, 근사한 곳에 데려가지 않아서 이 모든 갈등과 문제들이 일어났다고 믿는다면, 핸드백을 사주거나 근사한 곳에 데려가는 것 말고는 해결방법이 없단 얘기다.
사랑을 표현하는 당신의 방법은 무엇인가? 아니, 당신만의 방법이 있기는 한 것인가? 혹시 '이게 다 금으로 만든 개집을 선물하지 않아서다.'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개집을 살 돈을 마련하고 있는가? 이 사람도 샀다고 하고, 저 사람도 샀다고 하니 당신도 사야 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자전거를 타다보니 핸들에서 소리가 나길래 얼마 전 샾을 찾았다. 정비를 기다리며 자전거를 세워 놓았는데, 샾 주인과 가까워 보이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세워놓은 자전거를 보곤 "킥 스탠드를 왜 달았어요?"라고 물었다. 자전거를 세워놓을 일이 많아 달았다고 얘기했더니, "MTB엔 그런 거 다는 거 아니에요."라는 말을 한다. 자전거로 산을 탈 때 킥 스탠드가 달려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고, 난 산 탈 일이 없고, 동네 돌아다니며 잠깐잠깐 세워놓을 일이 많아 달았다고 답했더니, "그런 거 달면 격 떨어져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바로 그 "격"에 관한 얘기다.
격을 사전에서 찾으면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라고 나와 있는데, 동네를 돌아다니며 잠깐잠간 세워놓을 일이 많고, 산에 가서 자전거를 타지 않기에 킥 스탠드가 돌이나 나무에 부딪힐 위험이 없다면 필요에 의해 킥 스탠드를 다는 것이 그 "격"에 맞는 것 아니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건 불편이 될 수 있겠지만, 가난 때문에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그저 그럴듯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당신이나 상대 둘 중 한 명이나 둘 모두가 속물근성으로 꽉 차 있다면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말이다. "정말 그녀가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서 항상 괴로웠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원에게는, '그녀가 해달라는 것'이라는 자리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넣길 권하고 싶다. 그 흔한 편지 한 번 써주지 않았으면서, 왜 헤어진 이유를 '옷 한 벌 못 해줘서'에만 걸어두고 있는가. 사랑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먼저 만들자. 그렇지 않으면 남들의 방법을 쫓아하다 금방 지칠 테니 말이다.
이런 대사를 하려고 준비중인 대원들이 있다면, 잠시 멈춰 이 부분을 살펴보자. 단순히 돈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돈에 대해 느끼는 강박들이 '찌질함'을 만든다는 것을 아는가? 옷이 없기에 어제 입은 옷 오늘도 입고, 내일 또 입고 뭐 이런 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나를 창피하게 생각할까?'라며 겁을 집어 먹거나,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마구 던지는 행위다. 몇 가지 경우를 보자.
이런 멘트를 날리는 쪽은 마음 편할 수 있겠지만, 듣는 쪽은 '돈 없는데 공포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타인이 당신에게 위의 멘트를 날린다면 한 두 번이야 그럭저럭 넘길 수 있겠지만, 세 번을 넘어서면 짜증이 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것을 상대에게 이야기 했을 때, 상대가 "거봐, 너도 내가 돈 없으니까 안 만나고 싶은 거잖아?"라고 하면 어떤 마음이 들까?
안빈낙도(응?)의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검소한 생활이 몸에 익게 되고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가격대 성능비'를 면밀히 따지는 감각이 발달한다. 뭐, 이런 생활습관은 가난의 불편함을 덜어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타인에게 들이대는 순간부터 피곤한 일이 발생한다. 최저가를 찾고 과소비를 하지 않는 것은 좋으나, 그 생활습관을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거나 상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말잔 얘기다.
표현은 하라고 있는 거지, 생략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고마우면 고맙다고 하면 되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거다. 그게 어려운지, 평소에는 감사 생략, 사과 생략으로 지내면서 뭔가 갈등이 벌어지고 나서야 "나도 늘 너에게 미안했다고! 난 속도 없는 줄 알아?"라거나 "이러고 싶어서 이랬겠어? 나도 네가 하고 싶다는 거 다 해주고 싶어."라는 얘길 하진 말자. '당연히 알고 있겠지'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상대는 전혀 알 방법이 없을 수 있단 얘기다. 풀 수 있게 힌트를 주자. 나중에 왜 틀렸냐며 윽박지르지 말고 말이다.
노멀로그에 있는 [군생활 매뉴얼]을 보곤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많은 꼬꼬마들이 종종 메일을 보낸다. 그 메일의 대부분은 "몇 사단이 제일 편한가요?"라거나 "어느 보직이 땡보인가요?"라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군대를 공포로 받아들인 꼬꼬마들의 사연이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군대에 대한 공포감을 가진 꼬꼬마들과 돈이 없어서 연애하기 어렵다고 메일을 보내는 대원들의 마음상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시작 전의 불안은, 시작하고 난 뒤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했듯, 회사에 입사한 지 며칠 안 되었을 땐 메신저를 켜는 일이나 생리현상에도 긴장하게 되지만, 몇 달 지나면 자리에서 코를 파고 몰래 게임까지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불안하고 염려하던 것들이 당신에게 자극이 되어,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단 얘기다. 아직 시작도 안 한 일에 대해 벌써부터 겁을 집어 먹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자기마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용기대신 좌절감을 준다면, 실패하거나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닌가.
그리고 군 입대 후 괴물처럼 보이는 고참들과 지옥같은 내무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흘러가버리는 일과 때문에 눈앞이 캄캄할 지 모르지만, 그 상태로만 군생활을 하다 제대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계급이 올라가고, 후임이 들어오고, 그러다 보면 왕고가 되고, 말 그대로 왕처럼 지내는 날도 찾아온다.
감나무 밑에 앉아서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면,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이 안개는 걷힐 것이고 미래의 어느 날, 손바닥을 간질이는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옆에 놓인 불안과 염려만으로 미래를 그리지 말란 얘기다. 왜 다른 수 많은 재료를 놔두고 무채색의 도료만 집어드는가. 그리고 왜 그 재료로 그린 암울한 미래를 설명하며 "이런 미래밖에 없다고 해도 날 사랑할 수 있겠어?"따위의 이야기만 하는가. 자신의 이름을 절망이라 소개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쓰다보니 식사시간이 되어 진지를 좀 먹은 것 같다. 적금을 들고,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몇 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을지 계산해 보고, 암울하기만 뉴스들을 보며 한숨쉬는 대원들에게 "지금은 좀 어려울지 모르지만, 영원히 이등병인 건 아닙니다."라고 말하다보니, 진지를 좀 많이 먹었다.
현재 가난한 나를, 상대가 이해해 줄 수 있나 없나 시험 같은 거 하지 말고, 현 상황을 근거로 암울한 미래를 도출해내지 말자. 무슨 일이 생길 때 마다 피해의식을 집어 들어 돈, 돈, 돈 연관지어서 상대를 나쁜사람으로 만들지도 말고 말이다.
세상을 손에 쥐고 흔들던 수 많은 사람들은 세월과 함께 사라졌고, 부유한 것으로 유명했던 사람들의 창고도 지금은 모두 비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세월과 함께 사라져 갈 것이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낼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 아닌가. 내일이 우리의 세상 뜨는 날이라고 한다면, 그 때 찾는 것이 '돈'이겠는가? 아니면 '사람'이겠는가? 지금, 당신 옆에 돈은 없을 지 모르지만, 사람은 있다.
그 마음으로, 사랑하자.
▲ 우물쭈물하는 사이, 금요일입니다. 블링블링 후라이데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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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것 같다며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얘기를 했다는 사연부터, 16만원 나온 밥값을 당연히 더치페이 할 줄 알았는데 계산할 시간이 되자 상대는 화장품 꺼내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는 사연까지, 다양한 사연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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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은 생활의 연속..
지쳐갑니다. 지쳐갑니다. 지쳐갑니다.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헤어지고 제일 후회되는 건,
그녀가 하고 싶다는 거 마음껏 한 번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 댔던 제 모습입니다.."
정말 이런 사람 다시없을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소소하게 즐기는 낭만도 있었습니다만..
그게 길어지면 참고, 참고, 참던 것들이 일순간에 폭발합니다.
우리의 한계를 긋게 되고.. 체념하고.. 답답해하고..
돈이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돈이 없어서 계속 느껴야 하는 감정들..
남들은 그냥 자연스레 하는 일도 우리는 큰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고..
불행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은 생활의 연속..
지쳐갑니다. 지쳐갑니다. 지쳐갑니다.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헤어지고 제일 후회되는 건,
그녀가 하고 싶다는 거 마음껏 한 번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 댔던 제 모습입니다.."
후회라면 나도 한강 이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해 봤는데, 그거 계속 해 봐야 별 도움도 안 되고, 열심히 삽질한다고 뭐 나오는 거 아니다. 그러니 '신발 끈을 꽉 묶지 않아서 넘어지고 말았어.'라고 자책하며 주저앉아 있지 말고, 꽉 묶고 다시 뛰자. 계속 그렇게 앉아 있다간 점점 더 마음이 쪼그라들고, 인생의 아무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며,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 커질 뿐이다.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은 무중력상태에 있는 당신을 다시 세상에 발붙이게 할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금으로 만든 개집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는 '비교'가 있다. '남들처럼'이라거나 '다들 하는'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자신감이나 자존감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광고들은 당신의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려면 이러이러한 제품들을 사라고 말한다. "당신의 애완견을 사랑한다면, 금으로 만든 이 개집을 선물하세요."라는 얘기처럼 말이다. 그리고 뉴스에선 "강남의 K씨, 애완견에게 금으로 만든 개집 100개 선물."이라며 호들갑을 떤다. 이런 일에, "뭔 개소리냐."라곤 하지 않고, 스스로 '금으로 만든 개집을 선물하지 않는-자신의 애완견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자책한다.
당신과 상대가 하게 되는 '비교'는 여러 가지 기준들을 잣대로 이루어지는데, 그 기준에는 사회적 편견이나 고정관념, 그리고 돈이 연관된 경우가 많다. 자신의 기준이 이와 같다면 상위권에 들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 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핸드백을 사주지 않아서 라거나, 근사한 곳에 데려가지 않아서 이 모든 갈등과 문제들이 일어났다고 믿는다면, 핸드백을 사주거나 근사한 곳에 데려가는 것 말고는 해결방법이 없단 얘기다.
사랑을 표현하는 당신의 방법은 무엇인가? 아니, 당신만의 방법이 있기는 한 것인가? 혹시 '이게 다 금으로 만든 개집을 선물하지 않아서다.'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개집을 살 돈을 마련하고 있는가? 이 사람도 샀다고 하고, 저 사람도 샀다고 하니 당신도 사야 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자전거를 타다보니 핸들에서 소리가 나길래 얼마 전 샾을 찾았다. 정비를 기다리며 자전거를 세워 놓았는데, 샾 주인과 가까워 보이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세워놓은 자전거를 보곤 "킥 스탠드를 왜 달았어요?"라고 물었다. 자전거를 세워놓을 일이 많아 달았다고 얘기했더니, "MTB엔 그런 거 다는 거 아니에요."라는 말을 한다. 자전거로 산을 탈 때 킥 스탠드가 달려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고, 난 산 탈 일이 없고, 동네 돌아다니며 잠깐잠깐 세워놓을 일이 많아 달았다고 답했더니, "그런 거 달면 격 떨어져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바로 그 "격"에 관한 얘기다.
격을 사전에서 찾으면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라고 나와 있는데, 동네를 돌아다니며 잠깐잠간 세워놓을 일이 많고, 산에 가서 자전거를 타지 않기에 킥 스탠드가 돌이나 나무에 부딪힐 위험이 없다면 필요에 의해 킥 스탠드를 다는 것이 그 "격"에 맞는 것 아니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건 불편이 될 수 있겠지만, 가난 때문에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그저 그럴듯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당신이나 상대 둘 중 한 명이나 둘 모두가 속물근성으로 꽉 차 있다면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말이다. "정말 그녀가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서 항상 괴로웠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원에게는, '그녀가 해달라는 것'이라는 자리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넣길 권하고 싶다. 그 흔한 편지 한 번 써주지 않았으면서, 왜 헤어진 이유를 '옷 한 벌 못 해줘서'에만 걸어두고 있는가. 사랑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먼저 만들자. 그렇지 않으면 남들의 방법을 쫓아하다 금방 지칠 테니 말이다.
2. 심각한 문제, 찌질함
"거 봐, 결국 너도 가난한 게 싫어서 날 떠나잖아."
이런 대사를 하려고 준비중인 대원들이 있다면, 잠시 멈춰 이 부분을 살펴보자. 단순히 돈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돈에 대해 느끼는 강박들이 '찌질함'을 만든다는 것을 아는가? 옷이 없기에 어제 입은 옷 오늘도 입고, 내일 또 입고 뭐 이런 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나를 창피하게 생각할까?'라며 겁을 집어 먹거나,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마구 던지는 행위다. 몇 가지 경우를 보자.
"저녁 같이 먹자고? 나 돈 없는데?"
이런 멘트를 날리는 쪽은 마음 편할 수 있겠지만, 듣는 쪽은 '돈 없는데 공포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타인이 당신에게 위의 멘트를 날린다면 한 두 번이야 그럭저럭 넘길 수 있겠지만, 세 번을 넘어서면 짜증이 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것을 상대에게 이야기 했을 때, 상대가 "거봐, 너도 내가 돈 없으니까 안 만나고 싶은 거잖아?"라고 하면 어떤 마음이 들까?
"어차피 물건 넣고 다닐 건데, 그렇게 비싼 거 살 필요 있어?"
안빈낙도(응?)의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검소한 생활이 몸에 익게 되고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가격대 성능비'를 면밀히 따지는 감각이 발달한다. 뭐, 이런 생활습관은 가난의 불편함을 덜어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타인에게 들이대는 순간부터 피곤한 일이 발생한다. 최저가를 찾고 과소비를 하지 않는 것은 좋으나, 그 생활습관을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거나 상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말잔 얘기다.
"......"
표현은 하라고 있는 거지, 생략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고마우면 고맙다고 하면 되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거다. 그게 어려운지, 평소에는 감사 생략, 사과 생략으로 지내면서 뭔가 갈등이 벌어지고 나서야 "나도 늘 너에게 미안했다고! 난 속도 없는 줄 알아?"라거나 "이러고 싶어서 이랬겠어? 나도 네가 하고 싶다는 거 다 해주고 싶어."라는 얘길 하진 말자. '당연히 알고 있겠지'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상대는 전혀 알 방법이 없을 수 있단 얘기다. 풀 수 있게 힌트를 주자. 나중에 왜 틀렸냐며 윽박지르지 말고 말이다.
3. 왜 불안과 염려만으로 미래를 그리는가?
노멀로그에 있는 [군생활 매뉴얼]을 보곤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많은 꼬꼬마들이 종종 메일을 보낸다. 그 메일의 대부분은 "몇 사단이 제일 편한가요?"라거나 "어느 보직이 땡보인가요?"라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군대를 공포로 받아들인 꼬꼬마들의 사연이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군대에 대한 공포감을 가진 꼬꼬마들과 돈이 없어서 연애하기 어렵다고 메일을 보내는 대원들의 마음상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시작 전의 불안은, 시작하고 난 뒤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했듯, 회사에 입사한 지 며칠 안 되었을 땐 메신저를 켜는 일이나 생리현상에도 긴장하게 되지만, 몇 달 지나면 자리에서 코를 파고 몰래 게임까지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불안하고 염려하던 것들이 당신에게 자극이 되어,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단 얘기다. 아직 시작도 안 한 일에 대해 벌써부터 겁을 집어 먹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자기마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용기대신 좌절감을 준다면, 실패하거나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닌가.
그리고 군 입대 후 괴물처럼 보이는 고참들과 지옥같은 내무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흘러가버리는 일과 때문에 눈앞이 캄캄할 지 모르지만, 그 상태로만 군생활을 하다 제대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계급이 올라가고, 후임이 들어오고, 그러다 보면 왕고가 되고, 말 그대로 왕처럼 지내는 날도 찾아온다.
감나무 밑에 앉아서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면,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이 안개는 걷힐 것이고 미래의 어느 날, 손바닥을 간질이는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옆에 놓인 불안과 염려만으로 미래를 그리지 말란 얘기다. 왜 다른 수 많은 재료를 놔두고 무채색의 도료만 집어드는가. 그리고 왜 그 재료로 그린 암울한 미래를 설명하며 "이런 미래밖에 없다고 해도 날 사랑할 수 있겠어?"따위의 이야기만 하는가. 자신의 이름을 절망이라 소개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쓰다보니 식사시간이 되어 진지를 좀 먹은 것 같다. 적금을 들고,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몇 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을지 계산해 보고, 암울하기만 뉴스들을 보며 한숨쉬는 대원들에게 "지금은 좀 어려울지 모르지만, 영원히 이등병인 건 아닙니다."라고 말하다보니, 진지를 좀 많이 먹었다.
현재 가난한 나를, 상대가 이해해 줄 수 있나 없나 시험 같은 거 하지 말고, 현 상황을 근거로 암울한 미래를 도출해내지 말자. 무슨 일이 생길 때 마다 피해의식을 집어 들어 돈, 돈, 돈 연관지어서 상대를 나쁜사람으로 만들지도 말고 말이다.
세상을 손에 쥐고 흔들던 수 많은 사람들은 세월과 함께 사라졌고, 부유한 것으로 유명했던 사람들의 창고도 지금은 모두 비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세월과 함께 사라져 갈 것이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낼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 아닌가. 내일이 우리의 세상 뜨는 날이라고 한다면, 그 때 찾는 것이 '돈'이겠는가? 아니면 '사람'이겠는가? 지금, 당신 옆에 돈은 없을 지 모르지만, 사람은 있다.
그 마음으로, 사랑하자.
▲ 우물쭈물하는 사이, 금요일입니다. 블링블링 후라이데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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