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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그만두지 않으면 연애하기 힘든 헛발질 세 가지

by 무한 2010. 10. 22.
솔로부대원들을 위한 매뉴얼을 연재하며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묻는다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 때문에 바짝바짝 마르는 나날을 반복하고 있거나, 이별의 엄청난 질량에 눌려 엄마도 모르는 알콜중독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대원들"무한님, 저 커플부대로 갑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을 때다.

꼭 연애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도, 구질구질하고 찌질한 모습을 툭툭 털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포스를 내뿜으며 매력을 발산중인 대원들을 볼 때에도 기쁜 마음이 된다. 전에는 우울증 진단서 같은 미니홈피를 운영하던 대원이, 지금은 삶을 즐기며 '알아가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보일 때처럼 말이다. 

이런 대원들의 공통점은 뭔가를 '더하기' 한 것이 아니라, '빼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대단한 방법을 찾아내거나 연애에 최적화된 노하우를 알아낸 것이 아닌, 그간 무겁게 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아 가벼워지는 것. 오늘은 그 '빼기'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1. '이럴 줄 알았어.'라고 하지 않기


슬픈 예감이 잘 들어맞거나, 기대와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거나, 혹시나가 역시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순위'나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에선 누구나 '실패'를 맛보고, 또 '패배'를 할 수 있기에 그 두려움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맛있게 먹어치운다.

어린 시절부터의 다양한 경험들이 당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에게 작용
한단 얘기다. 꼬꼬마시절 운동회를 할 때 아무리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던 옆 반의 칼루이스 라든지, 1번 아니면 3번이 분명하다고 생각해 3번으로 찍은 시험문제의 답이 4번 이었다든지, 지각할까봐 열심히 뛰어서 버스정류장에 갔는데 몇 발자국 앞서 떠나는 버스라든지, 간절히 합격을 바랐지만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었던 기억이라든지, 이러한 것들이 당신을 작고 초라하며 겁이 많은 사람으로 만든다.

"이럴 줄 알았어요.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역시 안 생겨요."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친해지기만 한 것 같네요. 연애는 남의 얘기."
"더 이상 고통 받기 싫습니다. 해바라기 짓 그만할래요. 단념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자신이 선을 긋는다면 그 선이 곧 자신의 한계가 되고, 그 선을 벗어나려면 로또 당첨되길 바라듯 요행이나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대가 알아서 연락해 주길 소망만 하고 있다든지, 어느 날 마음이 확 바뀌어 사귀자는 이야기를 건네주길 바란다든지 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관심 있는 상대에게 계속해서 밥이나 영화 타령을 하거나, "그냥 제가 좋아한다는 걸 알고 계시라구요."따위의 헛발질을 하는 중이라면, 그 즤랄꾸러기의 모습을 내려두어야 하는 거지 '이럴 줄 알았어.'라며 동굴로 들어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이렇듯 바닥난 자신감과 자존감은 당신으로 하여금 상대에게 '확인'을 구걸하는 모습을 갖게 만들 것이다. 말로는 "전 정말 할 만큼 했어요."라고 얘기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열심히 '확인구걸'만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놓고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확인'을 받지 못하면, '이럴 줄 알았어.'라며 얼마 남지 않은 자신감과 자존감마저 잃고 만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다른 사랑을 찾는 일을 계속 반복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만 두자.


2. 언 발에 오줌 누지 않기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노력의 수치로 등가교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까지 하는데도, 왜 넌..."
"넌 나에게 특별하니까, 널 위해서 뭐든 할 수 있어. 그래도 안되겠니?"
"내가 어떻게 하면 날 허락해 줄 수 있겠니? 말만해줘. 다 해볼게."

날마다 편지를 쓰거나, 회사나 집 앞으로 찾아가거나, 선물을 보내거나, 뭐 그런 일들이 상대의 마음을 얻는 기준이 된다면 아마 연애를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경험치'를 쌓으며 렙업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될 거라면 알아서 되겠지.'라며 긴장의 끈을 놓고 있으라는 건 아니다. 상대의 취향을 읽거나 소망하는 것을 알아내 활용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뭐든 다 하겠다는 맹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이만큼 했으니 나에게도 이만큼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하단 얘기다.

영화를 보자고 했는데 상대가 시간이 없다고 거절하자 방법을 바꿔 상대의 회사로 꽃바구니를 보내고, 그 꽃바구니가 부담스럽다는 말에 사과의 뜻이라며 밥을 산다고 하고, 괜찮다는 상대의 말에 얼굴이나 보자며 집 앞으로 찾아가고, 시간이 늦어 나오기 곤란하다는 말에 나올 때 까지 기다린다며 박에서 야영을 하고, 뭐 대략 이런 시나리오대로 흘러간 뒤, 밖에서 덜덜 떨며 기다렸지만 결국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미니홈피에 올린 뒤 친구들에겐 "야, 나 퇴짜 맞았다. 그냥 접으려고. 술이나 한 잔 하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이런 '임시방편'으로만 상황을 대처하지 말자.

이전 매뉴얼들에서 이야기 했듯, 특히 여성대원들의 경우는 화장, 온도, 습도, 치질(응?)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급만남'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 많으니,

남자 - 오늘 저녁에 뭐해? 영화 볼까?
여자 - 저 친구랑 선약 있어요.
남자 - 그 약속 취소하고 나랑 영화 보면 안돼?
여자 - 오래전에 잡아 놓은 약속이라; 죄송해요.
남자 - 그럼 친구 만나고 나서 잠깐 볼까?
여자 - 자리가 길어질 수도 있어서요;;
남자 - 어디서 만나는데? 내가 그쪽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잠깐 봐.
여자 - 아니에요. 일부러 오진 마세요;; 끝나고 연락드릴게요.
남자 - 아니다. 됐다. 다음에 보자. 잘 지내.
 

위와 같은 진부한 상황극은 이제 그만 재연하자.


3. '마지막' 따위의 단어에 의미부여 하지 않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핑계 삼아 벌이는 헛발질은 얼마나 많은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고백을 해보겠다는 대원, 마지막으로 상대의 마음을 묻기 위해서 연락을 해 보겠다는 대원, 의미심장한 '출사표'를 던지는 사연들이 내 메일함에 가득하다.

남성대원들이 이 '마지막'에 집착한다면, 여성대원들은 '절교'에 목숨을 건다. 쉽게 말해서, '너랑 안 놀아'의 성인버전인데, 앞에서는 스스로 모든 인연을 끊었다고 얘기하지만 뒤에선 미니홈피에 방문자 추적기를 달거나 메신저 친구에서 차단했다 풀었다 하는 경우가 많다.

"역시.. 안되네요.. 인연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기회가 있겠죠?"

상대에게 마지막이나 절교를 선언한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당신 아닌가. 여러 심증들로 상대에게 판결을 하고, 상대의 침묵에서도 의미를 읽어내며, 일관성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다, 결국 감정에 기대 내린 결론을 상대에게 통보했다.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상황에서 기댈 곳이 '운명론'밖에 없기에 미련 가득한 질문을 던지는 걸 안다. 하지만 상대가 가지고 있는 지금 당신의 이미지를 만든 것은 결국, 당신 아닌가. 고민할 때에는 부정적인 부분만 보다가, 일을 저지르고 난 뒤에야 긍정적인 기대를 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신이 '마지막'이나 '절교' 따위의 말로 잘라내지만 않아도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남고, 당신이 상상도 못한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토마토를 기를 때, 너무 무성하게 잎이 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자란 가지가 있다면 그 가지와 잎을 쳐내주는 것이 맞지만 모든 가지와 잎을 다 잘라 버리면 결국 본래의 줄기가 시드는 법이다. 당신의 인생에 찾아온 많은 인연들을 '가능성'만으로 점친 뒤 좋지 않다고 잘라버린다면, 훗날 마음이 시들어 작은 바람에도 바스라질 수 있다. '정리'에 목숨 걸지 말고, 엉켜 있다면 엉킨 그대로도 살아보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적어두자면, '솔직함'에 목숨 거는 대원들에게 "다 보여주겠다는 마음은 좋지만, 당신이 즐똥을 하고 난 뒤의 변기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당신 마음속에 찾아온 어떤 생각이라도 그걸 다 입 밖으로 낼 필요는 없단 얘기다.

어느 대원은 관심 있는 상대에게 아무 것도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해지기로 마음먹고, "널 보면 예전에 사귀던 숙희가 생각나."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연을 보냈는데, 그건 분명 현명한 일이 아니다. 입장을 바꿔, 당신에게 상대가 "널 보면 예전에 사귀던 창식씨가 생각나."라고 얘기했다면 어떨 것 같은가? 잠을 못 이루고 이불에 하이킥을 하며, 계속해서 그 부분을 상대에게 확인하려 할 것 아닌가. 신발에 들어간 손톱만한 돌맹이처럼, 그녀를 만날 때 마다 창식이, 창식이, 이색히, 이런 마음이 들 수 있고 말이다.

당신 마음에는 하나의 감정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친구 생일 선물로 지갑을 사 주려고 백화점을 갔는데 예상한 10만원과 달리, 지갑의 가격이 20만 원 이었다. 당신 마음엔 '그래,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생각과, '아무리 그래도 20만 원은 무리야. 내 지갑은 오만 원 짜린데.'라는 생각이 든다. 갈등 끝에 20만 원짜리 지갑을 사 가지고 나와 친구에게 건네주며 "야, 10만 원짜리 사려고 했는데 지갑들이 다 20만 원 이더라. 그래서 할 수 없이 이걸로 샀다. 솔직히 말하면, 좀 아깝긴 하다."라고 말한다면, 상대는 마냥 기뻐하기만 할까?

관심 가는 상대를 만났고, 그 상대가 예전에 사귀던 사람과 비슷한 모습이 많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그걸 모두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 상대도 호감을 느껴 가까워지는 중인데 "어? 이 노래? 예전에 사귈 때 들었던 노랜데.."라거나 "제주도? 나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랑 가 본적 있어." 따위의 이야기를 늘어놓지 말자.

"전 솔직했을 뿐인데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는 대원이 있다면, 입사 지원서에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냥 밥벌이 정도나 유지하며 월급만 제때 잘 타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개인 자유시간도 많았으면 좋겠고, 제가 누구 밑에서 일하는 것에 잘 맞지 않는 타입이니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연봉은 빨리 올랐으면 좋겠구요."라고 써보길 바란다. 솔직했을 뿐인데 대체 왜 그렇게 되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오늘도 핸드폰만 쳐다보고 메신저에 더듬이를 대 놓고 있을 대원들이 하늘 한 번 쳐다보고 기지개 한 번 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길 바라며.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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