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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이해만 바라며 무관심한 남자친구, 해결법은?

by 무한 2011. 2. 15.
발렌타인데이라 남자친구에게 초콜릿을 주기 위해 저녁에 만나자고 얘길 하니,

"오늘은 바빠서 안 될 것 같아. 다음에 보자."

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사연이 많았다. 정말 바빠서 시간이 나지 않는 것이라면 당연히 이해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런 사연을 보낸 대원들의 대부분은 그간 이미, 

A.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기가 힘들다.
B. 연락이 닿더라도 남자친구는 '나중에 전화할게.'라며 끊곤 전화하지 않았다.
C. 장문자를 보내도 '응'이나 '아니', 혹은 'ㅋㅋ' 같은 단답형의 대답만 돌아온다.
D. 이런 일들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고자 시도하면 "또 왜?"라는 반응뿐이다.
E. 관심 좀 달라고 대 놓고 구걸해도. "이러지 좀 마. 나 숨 막혀."라는 얘기만 듣는다.


위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던 경우가 많다. 이건 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다는 것만큼이나 슬픈 얘기 아닌가. 오늘은 이처럼 분명 '연애 중'이긴 한데, 남자친구를 남자친구라 부를 수 없다는 대원들을 위한 매뉴얼을 발행할까 한다. 도대체 이 기울어진 관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리고 이 기울어짐을 다시 평행으로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해만 바라며 무관심한 남자친구에 대한 해결법, 출발해 보자.


1. 미안합니다만, 좀 다릅니다


우선, 남자친구에게 '동성친구'와 같은 수다를 기대했던 대원들에게는 "미안합니다만, 좀 다릅니다."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종종,

"하루의 마무리를 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들이 들었는지 뭐 그런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싶은 거 아닌가요? 보고 싶었다거나 사랑한다거나 그런 말들을 기대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연인이니까 충분히 서로가 보낸 일상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무슨 얘기만 하려고 하면 피곤하다고 하고, 가끔은 저 혼자 떠드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기 얘긴 안 하기도 하고.. 힘드네요.."

이런 사연들을 보내는 여성대원들이 있다. 뭐, 이게 틀린 말은 아니다. 작년 봄에 결혼한 P군(30세, 회사원)의 경우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자기, 오늘은 뭐 했어?"라며 안부를 묻는다. 그 후 그는 한 시간이 넘도록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를 쳐주고, 대장 행세를 하려고 하는 부녀회장을 같이 욕해주고, 냉장고에서 배를 가져와 깎으며 아내와 함께 나눠 먹었다.

하지만 많은 남성대원들이 바로 '그 부분'을 어려워한단 얘기다. 안부를 묻는 것 까지는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지만, '대장 행세를 하려고 하는 부녀회장을 같이 욕해주고'라는 부분에 이르면 "바보같이 그걸 그냥 가만 놔뒀어? 질렀어야지! 그 사람 어디 살어? 몇 호야? 넌 왜 말을 못해!"라며 흥분하거나, "네가 참어. 어쩔 수 없잖아. 그런 사람들하고 싸워서 이기면 뭐해?"라며 할 말이 없게 만들거나, "그 부분에선 자기가 잘못 한 것 같다. 그 사람은 당연히 부녀회장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지."라며 염장을 지르기 마련이다.

여기에 '자기 여자에게 약한 모습 안 보이기'라는 프로그램까지 가동되면, 상황은 더 나쁘게 변한다. 자기 친구들이랑은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서도 "아, 나도 차 바꿔야 하는데. 뭔 놈의 차가 이렇게 비싸냐? 넌 차 안 바꿔?"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집에 들어와서 아내가 "우리도 차 바꿀까?"라고 물으면, "지금 차가 문제야? 차 잘 굴러가잖아."따위의 대답을 한다. 바보같이 아내의 물음을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내의 "영미네 커플은 발리 가서 놀다 왔다고 하더라. 근데 그 흔한 열쇠고리 기념품도 하나 안 사 왔어."라는 말을 들은 남편은, 그 이야기에서 열쇠고리 기념품을 안 사온 영미네 커플을 함께 저주하기 보단, '영미네 커플은 발리로 놀러 가는데, 우리는 왜 못 가는가?'라는 명제를 혼자 떠안는단 얘기다. 아내가 자신을 비교하고 있다고 이미 마음속으로 유죄판결을 내린 까닭에 그 다음 말은 잘 들리지도 않는다. 아내가 철없는 속물 같고, 이 모든 것이 아내의 징징거림을 받아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 이제 남편에겐 '제발 좀 나 혼자 생각할 수 있는' 동굴이 필요하게 되었다.

결혼한 커플의 예를 들기는 했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커플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그렇다고 "남자는 이러이러하니, 이런 부분을 포기하세요."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남성대원들에겐 "모든 이야기를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고민'을 함께 공유해 보세요."라는 얘기를, 여성대원들에겐 "당신의 남자친구가 당신의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라는 이야기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숍에 앉아 두 시간 넘게 대화 하는 것에는 아예 소질이 없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정도의 얘기를 해 주고 싶다.


2. 무관심해지는 것이 당연한 관계들


사연을 읽다보면, 가끔 '왜 사귀는지'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가 궁금한 이야기들이 있다. 주말에 만나자는 얘기를 했더니, 친구를 늘 우선시하는 남자친구는 "주말에 친구들이랑 약속 잡힐지 모르니까 일단 기다려 봐봐."라는 얘기를 했다는 사연.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둘이서만 만나는 것은 재미가 없으니 친구들을 불러서 만나자고 하는 남친에 대한 사연. 이 사연도 솔직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건 '여자친구'라기 보다는 남자친구가 친구들 만날 때 따라 나가는 '들러리'라고 하는 편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소개팅에서 만났는데, 소개팅을 할 때부터 "제가 잘 챙겨주거나 연락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라는 선포를 했던 남친에 대한 사연. 그 이야기와 더불어 "그렇지만 노력해 볼게요."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그냥 무관심과 연락 없음에 대한 '면죄부'를 요구한 것 아닌가.

'무관심'을 화두로 싸우게 되면, 정말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있는데 네가 자꾸 이럴 때마다 힘들다고, 어떻게 맞춰줘야 하고 원래 무뚝뚝한 성격을 어떻게 바꿔야 할 지 모르겠다고.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맞춰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 보자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남친. 그렇게 눈물 쏟아가며 화해하고 나선 '아, 내가 그동안 너무 남자친구를 들볶았나.'라는 반성을 하며 문자를 보낸다. 답이 없다. 자나? 전화를 걸어본다. "친구 300일이라서 잠깐 나왔어. 술 조금만 마시고 들어가서 공부할 거야."라는 남친에 관한 사연. 콩깍지의 힘은 정말 위대하다.

둘의 연애를 지탱하는 힘이 여성의 '모성애' 말곤 없다거나, 사귀기로 했지만 사실은 '팬클럽'이라거나, '당신'과 연애를 하고 싶어 사귄 것이 아니라 그저 '여자친구'가 필요했다거나, 뭐 이런 경우들이라면 무관심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3. 내리자


지금 상대는 '당신'이라는 짐을 떠 앉고 있는 것과 같다. 그 상황에서 "네가 나에게 더 관심을 줬으면 좋겠어."라거나 "잠깐 화장실 갔을 때 문자라도 하나 보내줄 수 있는 거잖아."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그에게 당신을 더 무겁게 느끼도록 만드는 일이다. 뭔갈 요구하거나 가르쳐주려 하거나 투쟁해서 얻어내려 하지 말고, 그에게서 내리자.

기대를 접고, 희망을 내려놓고, 상대를 등 뒤에 두자. 그렇게 허름한 자리에 당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자. '상황이 좋아지면'이라든가 '나중에'라는 말에 기대지도 말자. 정말 괜찮은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그러다가 정말 헤어지면 어쩌죠?"

헤어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길 권한다. 당신에게 상대가 정말 괜찮은 사람으로 보여 관심을 두고 좋아하기 시작했으며 사귀었을 수 있지만, 상대는 그냥 220mm짜리 예쁜 구두였을 수 있다. 아무리 예쁘고 아름답고 마음에 든다고 해도 당신 발에 맞지 않는 구두는 신을 수 없는 것 아닌가. 꺾어도 신어보고 깔창을 넣어도 신어 봤지만 물집이 잡히고 뒤꿈치가 계속해서 까진다면 그 구두를 신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당신의 외로움엔 '나 몰라라' 무관심하며,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선 무작정 이해만 바라는 상대라면, 아무리 반짝반짝해도 내려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상대가 정말 당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등을 돌릴 때까지 겪었던 감정들에 대해 곰곰이 되짚어 볼 거라 생각한다. 혹시 그러지 않을까봐 두렵다면, 담담한 어조로 당신의 심경변화를 상대에게 알리는 글을 남겨 두어도 좋다.

"제가 먼저 연락하기 전 까지는 먼저 연락 안 해요."라는 불평만 하지 말고, 상대가 먼저 연락하길 바란다면 상대가 먼저 연락할 때까지 기다려 보자. 이건 당신이 '조급증'을 앓고 있는 경우,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약이 올라 "연락 언제 하나 보자."라며 전화기를 노려보지 말고, 상대의 발걸음에 자신의 발걸음을 맞춰가자. 당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 상대는 할 일이 없다. 상대가 북이든 장구든 칠 수 있게 당신은 잠시 물러나자. 


이 글이 '상대가 무관심하거나 이해만 바랄 경우 헤어지자'로 읽히진 않았으면 한다. 상대에게 '기회'를 주길 권한다. 그 '기회'는 "이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거나 "이런 부분이 싫다."고 얘기한 뒤 변하나 변하지 않나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다. 콸콸콸 쏟아 붓고 있는 당신의 애정을 조금 잠궈 상대가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을 돌아보고 잘 활용해, 연애를 하고 있지만 혼자 일 때보다 더 외롭고 괴로운 대원들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그럼, 환하게 웃을 수 있는 화요일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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