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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날 좋아하는 것 같던 그녀, 왜 다른 남자와?

by 무한 2012. 3. 7.
날 좋아하는 것 같던 그녀, 왜 다른 남자와?
제목만 보고 또 어장에 있던 남성대원들이 '이거 내 얘기야.'라며 흥분했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은

"그녀는 절대 어장관리하는 여자가 아니라는 걸 못 박아 두고 싶습니다.
억지가 아니라, 제가 그녀에게 느낀,
그리고 제가 그녀에 대해 가지고 믿음입니다."



라고 두텁게 당부하던 C군을 위해 쓴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컴퓨터가 USB 메모리를 인식하지 않아 메인보드 AS, 윈도우 재설치 등을 해 보았지만 증세가 여전하다는 한 지인. 그에게 

"USB 메모리를 다른 포트에 꽂아봐."


라는 간단한 권유를 해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USB 메모리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포트가 불량이었던 것이다. C군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포트' 얘기다. 나름 착실히 관계를 형성해 온 C군에겐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포트 이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출발해 보자.


1. 잘 찍은 사진과 기억나는 사진.


사진에 관심이 많은 나는 종종 사람들이 웹에 올린 사진을 감상한다. 사진을 보다 보면,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한데 그냥 그게 전부인 사진이 있다. 그러니까 보는 사람도 잘 찍은 걸 알고, 찍은 사람도 잘 찍은걸 아는, 그냥 잘 찍은 사진.

C군은 사연에,

"그녀를 위하는 몇 마디 감동의 말을 하며 편지를 썼습니다."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개그소재와 함께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실제로 잘 해내기도 했다. 그녀가 나쁜 반응을 보이거나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그냥 잘 했다는 거다. 마치 면접관이 기특하게 생각할 걸 예상하며 모범답안을 말하는 지원자 같다고 할까. 그녀를 앞에 두고, '괜찮은 남자'라는 연기를 한 느낌이다.

바보 같은 모습을 좀 보여도 괜찮고, 아쉬운 건 아쉽다고 말해도 괜찮은데, C군은 철저히 숨겼다. 사연에서,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연출한 부분을 빼면, 한 사람으로서의 C군은 얼마나 남아있는가?

나무, 풀, 꽃 모두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풍경사진과 지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찍은 스냅사진 중 어느 것이 더 기억에 남을까?

하나 더. 상대에게 '좋은 오빠' 이상은 될 수 없는 것 같다며 괴로워하는 대원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그 대원이 상대에게 보여 준 모습이 '좋은 오빠' 뿐인 경우가 많다. 간판에 '김밥천국'이라고 쓰여 있으면 분식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좋은 오빠'라는 간판을 달고 있으면서 "간판만 그럴 뿐이지, 사실 난 남자친구 후보다."라고 말하는 좋은 오빠들. '좋은 오빠' 연기는 그만하자. 상대가 꼬꼬마가 아닌 이상, 상대도 다 안다. '내가 아는 걸, 쟤도 알고 있다.'에서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2. 디핑소스와 김밥.


나와 종종 함께 식사를 하는 한 지인은, 피자를 시킬 때 디핑소스는 필요 없으니 가지고 오지 말라고 말한다. 추가로 돈을 더 내 디핑소스를 구입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 지인은 또, 뷔페에 가서 장어나 육회, 갈비 등을 놔두고 김밥을 먹는다. 고기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충격적인 일이다. 뷔페에 가서 김밥을 먹다니. 위에 약간의 공간이라도 더 확보해 고기를 저장해야 하는 곳이 뷔페 아니던가!

그녀를 만날 때마다 감동과 재미를 선물하고, 그녀와 통하는 부분도 많으니, 곧 그녀가 자신에게 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C군. 그에게 저 디핑소스와 김밥의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나도 지인이 피자를 시키며 디핑소스는 필요 없으니 가져 오지 말라는 얘기를 했을 때,

'날 골탕 먹이려고 저러는 건가?'


라는 오해를 잠시 했다. 뷔페에 가서 지인이 김밥만 먹고 있을 땐, '뭔가 화나는 일이 있나?'라는 오해도 했다. 하지만 지인은 그냥 디핑소스를 싫어하고 김밥을 좋아하는 것뿐이었다. 지인은 장어나 육회, 갈비보다도 김밥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제가 너무 질질 끌어서 다른 남자를 선택했던 건 아닐까요?"


라고 묻는 C군에게, "그녀가 C군보다 그 남자를 더 좋아해서는 아니고요?"라고 되묻고 싶다. 계획과 분석을 좋아하는 C군은 '왜 내가 아닌 그 남자와?'라는 의문을 가질 지도 모르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을 수도 있는 법 아닌가. 그냥 더 좋을 수 있단 얘기다. 도그쇼에서 우승한 푸들보다 우리 집 애프리 푸들 '간디'가 내게는 더 예뻐 보이는 것처럼. 간디는 벌써 다른 강아지들 하고는 눈빛부터가 다른데, 뭐 이건 다른 견주들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니 접어두고.

한 발짝 물러서서 거리를 두기로 한 C군의 생각에 엄지손가락을 들어주고 싶다. 어장관리든 아니든, 노력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엔, 누구나 소중함이나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지구와 달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종종 얼굴을 내밀길 권한다. 그리고 마음 부서지면서까지 상대의 연애상담 같은 걸 하진 말길 바란다. 상대가 이야기를 꺼내면, 그냥 들어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이상한 보호본능 같은 걸 발휘해가며 경쟁회사 제품(응?)까지 A/S 해주진 말란 얘기다. 


3. 무한님이 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떡하긴 뭘 어떡하는가. 우선 연애전선이 뚫렸다는 진돗개 하나 경보를 내리고, 생선 가시 같은 그 놈을 그녀에게서 발라낼(응?) 계획을 세운다는 건 훼이크고, 내게 여러 감정들이 바람처럼 불어왔다 불어 나가는 모습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살피며 발견한 것들을 그녀와 공유할 것 같다. 그건 반성문도 아니고, 진술서도 아니다. "나는 저 쪽까지 걸어갔다가, 이런 조개껍질을 발견했어."라며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반했고, 마음에 보호필름 붙이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사이라면,

"우와! 이건 어디서 찾은 거야? 저쪽?"


이라며 함께 다른 조개껍질을 찾으러 갈 것 같은데, C군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녀가 따라오지 않는다고 조개껍질을 내팽개치진 않고, 그건 주머니에 넣은 채 또 다른 조개껍질을 열심히 찾을 것 같다. 그러다 얼른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은 조개껍질을 발견하면, 또 한 걸음에 달려가서 그녀에게 내밀 것 같다. 하나, 둘, 셋, 넷...

주머니가 수북해 져도 난 좋다.


나도 언젠가 누구에게 들은 말인데, 그 말을 C군에게 전해주고 싶다.

"너는 꼭 멋있는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C군의 사연 끄트머리에 '거짓 없는 진실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건 그저 저 산 꼭대기에 있다고 소문만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중이지, 정상에 도착한 건 아니지 않은가. 키 작은 나무들이 나오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다. 쉬었다 간다고 산이 혼내지 않으니, 잠시 쉬었다가 다시 또 신발끈을 묶고 올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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