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차단 당하는 여자들의 세 가지 특징
2012년을 맞이한 지 오늘로 딱 160일이 되었다. 160일간 내 메일함에 도착한 '남자에게 차단 당한 여자'들의 사연은 정확히 132개다.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얼추 하루에 한 명 꼴로, 남자에게 차단 당한 여성대원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 종류도 전화수신차단, 카톡차단, 페이스북차단 등으로 다양하다. 거기에 자신이 차단당했다는 생각을 못한 채 "메시지 확인을 안 해요."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대원들까지 포함하면, 아 이 얘기는 너무 슬프니 하지 말자.
이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에도 어느 대원은 '카톡 차단 확인방법'이나 '전화수신 차단 확인방법'을 검색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카톡에서 자꾸 날 아무도 없는 그룹채팅으로 초대하는(이 이유가 궁금했는데, 오늘 카톡 차단 확인방법을 검색해 보니, 그룹채팅에 초대해 숫자를 확인하는 것으로 차단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지인처럼 상대를 그룹채팅방에 초대하고 있을 거고 말이다.(그 지인에겐 이렇게 적나라한 방법 말고, 동기화를 사용한 차단 확인 방법을 쓸 것을 권한다.)
차단당한 대원들 중 8할 정도는, 상대와 데이트까지 했던 사이였기에 더 안타깝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함께 영화를 보고, 식사까지 했던 그 들은,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까. 다시는 '차단 확인 방법' 따위를 검색할 일 없도록, 오늘은 그 원인을 좀 알아보자.
남의 집에 가서 주인의 미소를 볼 수 있는 것은, 손님이 예의바르게 행동할 때까지다. 손님이 무례하게 굴면 주인은 친절을 거두고 즉시 손님을 쫓아낸다. '주인은 화를 낼 줄 모르며, 착하게 타고 난 사람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며 내키는 대로 행동하던 손님들이 주로 쫓겨난다.
'매너남'과 관련된 사연을 받으면 나는 덜컥 겁이 난다. 사연을 보낸 대원들이 위의 '손님'과 같은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점점 상대의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고, 지켜야 할 예의들도 하나씩 내려둔다. 그에 따라 상대의 표정도 굳어간다. 예의를 갖춰 대할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속사정이 있는 지도 모른 채 많은 대원들이 그렇게 변해가는 상대(정확히 말하자면, 이쪽의 예의없음에 맞춰 자신도 예의를 내려두고 있는 상대)를 예전 '매너남'의 모습으로 돌리려 한다.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하고, 연락 자주 하던 그 모습으로 말이다. 몇몇 대원들은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갖춰가길 요구하기도 한다. 교회를 나가라든지, 술을 먹지 말라든지, 누구누구와 연락하지 말라든지 하는 얘길 상대에게 했다는 사연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상대가
정도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눈치 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대원들이
라며 끝까지 가 버린다. 결국 돌아오는 말은 "우리 연락하지 말자.", "더 이상 연락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뿐이다.
남의 집에서 집 주인에게 잔소리, 핀잔, 비아냥 등을 늘어놓는 손님이 있다면 쫓겨나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상대가 몸을 낮출 땐 함께 몸을 낮추자. 상대의 예의 바른 모습이 기특하다며 머리 쓰다듬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다간 쫓겨난다.
사람은 참 괜찮은데, 한 가지 단점이 너무 부담스러운 까닭에 멀리 두고 지내는 친구가 하나 있다. 언제나 유쾌하고, 화 낼 줄 모르며, 누군가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찾아가 밤새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친구. 그런데 그 친구는 술을 너무 좋아한다. 모든 만남에는 술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알콜주의자(응?)'의 수준이다. 그 친구는 인사 대신
라는 이야기를 한다. 오랜만에 모임에 나가 그 친구를 만났다면, 그 후로 일주일간은 저런 전화를 매일 받아야 한다. 언젠가 내가 그 친구에게 왜 그렇게 술 마시자는 얘기를 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술자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분위기가 너무 좋으며, 술 마시고 솔직하게 나누는 이야기들이 정을 느끼게 만든다고 대답했다.
음, 친구라고 괜히 밝혔다. 그 친구와 관련된 연애사를 좀 적어야 하는데, 친구가 이 글을 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으니, 내용을 좀 수정하자. 위에서 얘기한 건 사실 친구가 아니라 지인 S씨라고 말이다. 이렇게 적으면 문제가 없겠지(응?).
S씨의 연애를 사자성어로 쓰자면 '용두사미'라고 할 수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성경말씀과 정 반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시작은 창대하나, 갈수록 미약해 진다. 이유는 이렇다. 처음 S씨와 만난 상대는 신세계를 경험한다. S씨의 하루하루는 '파티'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학교 친구, 오늘은 동네 친구, 내일은 직장 동료와의 술자리. 상대는 들떠 퇴근시간을 기다리게 된다.(S씨의 연애가 모두 술자리에서 시작하게 된다는 건 굳이 밝히지 않겠다.)
지인들끼리는 S씨의 연애주기에 대해 '상대의 간이 버틸 때까지 사귄다'라고 장난식의 이야기를 한다. 혹자는 S씨가 술을 먹기 위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귀면 축하주, 기념일엔 기념주, 헤어지면 이별주 등으로 술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여하튼 몸에 이상이 없는 한 거의 매일 이어지는 술자리에 S씨의 여자친구'들'은 지치게 되고, 이별을 통보한다. 몇몇 여자친구들은 S씨에게 술을 끊길 권하지만, S씨는 여자친구가 잔소리를 한다며 속상해서 또 술을 마신다.
S씨의 얘기를 이렇게 길게 적은 까닭은, 일부 대원들이 S씨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저 모습을, 비슷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원들은 상대와의 데이트나 연락이 너무 즐거운 까닭에 한 시도 쉬지 않고 상대와 함께 있고 싶어 한다. 호감 가는 상대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일상을 돌보지 않을 정도로 빠져 있으며 상대도 그렇게 빠지길 바라는 건 분명 문제다.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을 보내고, 매일 데이트하길 기대하고, 한 번 전화통화를 하면 절대 끊지 않으려 하는 모습들. 그런 모습을 본 상대는, 내가 S씨에게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부담. 나쁜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며 사람 참 괜찮은데, 결론적으로 부담스럽다. '이 사람 외엔 아무것도 필요 없어'라며 올인 했던 대원들이 대부분 상대에게 차단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며칠 전 새벽, 아파트 단지 앞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술에 취한 승객과 택시기사가 주인공이었다. 승객은 멀리서부터 택시를 타고 온 듯 했는데, 돈을 낼 수 없다며 버티고 있었고, 택시기사는 경찰을 불러 택시비를 받으려 하고 있었다. 경찰이 왔고, 나를 포함한 몇몇 동네 사람들이 그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
승객의 차림으로 보아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강아지'라는 욕을 들었다는 것에 분노해 벌어진 싸움 같았다. 물론 먼저 욕을 한 것은 승객이지만, 그의 주장대로라면 그건 '간접적인 욕'이었다. 과격한 푸념의 의미로 한 '열여덟' 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택시기사는 '강아지'라는 '직접적인 욕'을 했으니 욕의 질량이 다르다는 거였다.
이처럼 한 밤 중에 취객이 벌일만한 일을 솔로부대원들도 벌이고 있다. 차단'과 관련된 사연들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질량 싸움'에 관한 이야기다.
현행범으로 체포될 만한 사연이다. 자존심 상했다며 관계 정리하는 말을 하고, 욱했다며 카톡에서 상대를 차단하고, 돌아서며 침을 뱉듯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라고 말 한 사람이 누군가? 상대에게 일이 생겨 약속이 취소되었는데, 만남이 취소된 것에 대한 허탈함에 "선약이라는 게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라는 문자를 보내고 전화기를 꺼 둔 대원도 있었다. 입장을 바꿔, 상대가 그런다면 그대는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마음에 안 들면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고, 날 선 소리로 미안하게 만드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겠는가?
위와 같은 상황을 만든 대원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
미안하지만, 그렇다. 조금만 상대가 이상한 기색을 보여도 차단하는 여자들과 달리, 남자는 욕을 해주고 싶은 상대가 아니라면 웬만해선 차단을 하지 않는다. '그때 내가 왜 차단을 했더라?'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기억의 풍화작용이 진행되지 않는 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구걸모드로 나가면 차단이야 풀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욕 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대 근처에서 마음만 졸이고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될 날이 오기 까지는, 거기 그냥 두고 먼지며 돌가루며 흙가루, 좀 가라앉을 때까지 두자. 휘저어 진창을 만든 나를 너무 탓하지 말고, 흥에 겨운 꽃들이 질 때까진 마음도 좀 쉬라고 옆에 앉혀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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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맞이한 지 오늘로 딱 160일이 되었다. 160일간 내 메일함에 도착한 '남자에게 차단 당한 여자'들의 사연은 정확히 132개다.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얼추 하루에 한 명 꼴로, 남자에게 차단 당한 여성대원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 종류도 전화수신차단, 카톡차단, 페이스북차단 등으로 다양하다. 거기에 자신이 차단당했다는 생각을 못한 채 "메시지 확인을 안 해요."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대원들까지 포함하면, 아 이 얘기는 너무 슬프니 하지 말자.
이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에도 어느 대원은 '카톡 차단 확인방법'이나 '전화수신 차단 확인방법'을 검색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카톡에서 자꾸 날 아무도 없는 그룹채팅으로 초대하는(이 이유가 궁금했는데, 오늘 카톡 차단 확인방법을 검색해 보니, 그룹채팅에 초대해 숫자를 확인하는 것으로 차단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지인처럼 상대를 그룹채팅방에 초대하고 있을 거고 말이다.(그 지인에겐 이렇게 적나라한 방법 말고, 동기화를 사용한 차단 확인 방법을 쓸 것을 권한다.)
차단당한 대원들 중 8할 정도는, 상대와 데이트까지 했던 사이였기에 더 안타깝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함께 영화를 보고, 식사까지 했던 그 들은,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까. 다시는 '차단 확인 방법' 따위를 검색할 일 없도록, 오늘은 그 원인을 좀 알아보자.
1. 무례한 손님.
남의 집에 가서 주인의 미소를 볼 수 있는 것은, 손님이 예의바르게 행동할 때까지다. 손님이 무례하게 굴면 주인은 친절을 거두고 즉시 손님을 쫓아낸다. '주인은 화를 낼 줄 모르며, 착하게 타고 난 사람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며 내키는 대로 행동하던 손님들이 주로 쫓겨난다.
'매너남'과 관련된 사연을 받으면 나는 덜컥 겁이 난다. 사연을 보낸 대원들이 위의 '손님'과 같은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점점 상대의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고, 지켜야 할 예의들도 하나씩 내려둔다. 그에 따라 상대의 표정도 굳어간다. 예의를 갖춰 대할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속사정이 있는 지도 모른 채 많은 대원들이 그렇게 변해가는 상대(정확히 말하자면, 이쪽의 예의없음에 맞춰 자신도 예의를 내려두고 있는 상대)를 예전 '매너남'의 모습으로 돌리려 한다.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하고, 연락 자주 하던 그 모습으로 말이다. 몇몇 대원들은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갖춰가길 요구하기도 한다. 교회를 나가라든지, 술을 먹지 말라든지, 누구누구와 연락하지 말라든지 하는 얘길 상대에게 했다는 사연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상대가
"아무래도 우리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제가 부족해서 **씨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 같네요."
"마음이 있어서 날 만나는 건지, 혼내려고 만나는 건지 모르겠다."
"제가 부족해서 **씨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 같네요."
"마음이 있어서 날 만나는 건지, 혼내려고 만나는 건지 모르겠다."
정도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눈치 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대원들이
"뭐가 맞지 않는 다는 거야? 맞지 않는 부분을 말해서 맞춰가야 하잖아."
"제가 뭘 바랐었나요? 전 바라는 거 없는데.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도 아니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뭘 어쨌는데?"
"제가 뭘 바랐었나요? 전 바라는 거 없는데.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도 아니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뭘 어쨌는데?"
라며 끝까지 가 버린다. 결국 돌아오는 말은 "우리 연락하지 말자.", "더 이상 연락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뿐이다.
남의 집에서 집 주인에게 잔소리, 핀잔, 비아냥 등을 늘어놓는 손님이 있다면 쫓겨나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상대가 몸을 낮출 땐 함께 몸을 낮추자. 상대의 예의 바른 모습이 기특하다며 머리 쓰다듬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다간 쫓겨난다.
2. 한 잔 하자.
사람은 참 괜찮은데, 한 가지 단점이 너무 부담스러운 까닭에 멀리 두고 지내는 친구가 하나 있다. 언제나 유쾌하고, 화 낼 줄 모르며, 누군가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찾아가 밤새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친구. 그런데 그 친구는 술을 너무 좋아한다. 모든 만남에는 술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알콜주의자(응?)'의 수준이다. 그 친구는 인사 대신
"한 잔 하자."
"한 잔 해야지."
"술 먹자. 나와."
"한 잔 해야지."
"술 먹자. 나와."
라는 이야기를 한다. 오랜만에 모임에 나가 그 친구를 만났다면, 그 후로 일주일간은 저런 전화를 매일 받아야 한다. 언젠가 내가 그 친구에게 왜 그렇게 술 마시자는 얘기를 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술자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분위기가 너무 좋으며, 술 마시고 솔직하게 나누는 이야기들이 정을 느끼게 만든다고 대답했다.
음, 친구라고 괜히 밝혔다. 그 친구와 관련된 연애사를 좀 적어야 하는데, 친구가 이 글을 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으니, 내용을 좀 수정하자. 위에서 얘기한 건 사실 친구가 아니라 지인 S씨라고 말이다. 이렇게 적으면 문제가 없겠지(응?).
S씨의 연애를 사자성어로 쓰자면 '용두사미'라고 할 수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성경말씀과 정 반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시작은 창대하나, 갈수록 미약해 진다. 이유는 이렇다. 처음 S씨와 만난 상대는 신세계를 경험한다. S씨의 하루하루는 '파티'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학교 친구, 오늘은 동네 친구, 내일은 직장 동료와의 술자리. 상대는 들떠 퇴근시간을 기다리게 된다.(S씨의 연애가 모두 술자리에서 시작하게 된다는 건 굳이 밝히지 않겠다.)
지인들끼리는 S씨의 연애주기에 대해 '상대의 간이 버틸 때까지 사귄다'라고 장난식의 이야기를 한다. 혹자는 S씨가 술을 먹기 위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귀면 축하주, 기념일엔 기념주, 헤어지면 이별주 등으로 술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여하튼 몸에 이상이 없는 한 거의 매일 이어지는 술자리에 S씨의 여자친구'들'은 지치게 되고, 이별을 통보한다. 몇몇 여자친구들은 S씨에게 술을 끊길 권하지만, S씨는 여자친구가 잔소리를 한다며 속상해서 또 술을 마신다.
S씨의 얘기를 이렇게 길게 적은 까닭은, 일부 대원들이 S씨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저 모습을, 비슷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원들은 상대와의 데이트나 연락이 너무 즐거운 까닭에 한 시도 쉬지 않고 상대와 함께 있고 싶어 한다. 호감 가는 상대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일상을 돌보지 않을 정도로 빠져 있으며 상대도 그렇게 빠지길 바라는 건 분명 문제다.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을 보내고, 매일 데이트하길 기대하고, 한 번 전화통화를 하면 절대 끊지 않으려 하는 모습들. 그런 모습을 본 상대는, 내가 S씨에게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부담. 나쁜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며 사람 참 괜찮은데, 결론적으로 부담스럽다. '이 사람 외엔 아무것도 필요 없어'라며 올인 했던 대원들이 대부분 상대에게 차단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3. 열여덟? 강아지? 누가 먼저?
며칠 전 새벽, 아파트 단지 앞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술에 취한 승객과 택시기사가 주인공이었다. 승객은 멀리서부터 택시를 타고 온 듯 했는데, 돈을 낼 수 없다며 버티고 있었고, 택시기사는 경찰을 불러 택시비를 받으려 하고 있었다. 경찰이 왔고, 나를 포함한 몇몇 동네 사람들이 그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다.
승객 - 니가 먼저 했잖아. 인마.
택시기사 - 인마? 인마? 하 참.
경찰 - 아저씨, 만 구천 원 얼른 주세요. 주고, 주고 가세요.
승객 - 못 줘. 쟤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데? 뭐? 강아지?
택시기사 - 아저씨. 아저씨가 먼저 열여덟이라매.
승객 - 내가 너한테 그랬어?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 열여덟. 그런 거지.
경찰 - 아저씨. 그냥 만구천 원 주고 가세요. 지금 돈 있어요 없어요?
승객 - 돈 있어도 안 줘. 너 어디 한 번 해봐. 가봐. 가.
경찰 - 얼른 주고 들어가세요.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승객 - 내가 욕을 한 게 아니야. 난 그냥 한 말인데, 쟤가 나보고 강아지라잖아.
경찰 - 여기 서서 말씀 하시고, 아저씨, 아저씨, 얼른 주고 갑시다.
승객 - 누가 먼저 욕한 거야, 쟤야, 나야?
택시기사 - 먼저 했잖아.
승객 - 내가? 너 그짓말을 해? 너, 너 안 돼. 경찰서 가.
경찰 - 못 주신 다는 거죠?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택시기사 - 인마? 인마? 하 참.
경찰 - 아저씨, 만 구천 원 얼른 주세요. 주고, 주고 가세요.
승객 - 못 줘. 쟤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데? 뭐? 강아지?
택시기사 - 아저씨. 아저씨가 먼저 열여덟이라매.
승객 - 내가 너한테 그랬어?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 열여덟. 그런 거지.
경찰 - 아저씨. 그냥 만구천 원 주고 가세요. 지금 돈 있어요 없어요?
승객 - 돈 있어도 안 줘. 너 어디 한 번 해봐. 가봐. 가.
경찰 - 얼른 주고 들어가세요.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승객 - 내가 욕을 한 게 아니야. 난 그냥 한 말인데, 쟤가 나보고 강아지라잖아.
경찰 - 여기 서서 말씀 하시고, 아저씨, 아저씨, 얼른 주고 갑시다.
승객 - 누가 먼저 욕한 거야, 쟤야, 나야?
택시기사 - 먼저 했잖아.
승객 - 내가? 너 그짓말을 해? 너, 너 안 돼. 경찰서 가.
경찰 - 못 주신 다는 거죠?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승객의 차림으로 보아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강아지'라는 욕을 들었다는 것에 분노해 벌어진 싸움 같았다. 물론 먼저 욕을 한 것은 승객이지만, 그의 주장대로라면 그건 '간접적인 욕'이었다. 과격한 푸념의 의미로 한 '열여덟' 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택시기사는 '강아지'라는 '직접적인 욕'을 했으니 욕의 질량이 다르다는 거였다.
이처럼 한 밤 중에 취객이 벌일만한 일을 솔로부대원들도 벌이고 있다. 차단'과 관련된 사연들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질량 싸움'에 관한 이야기다.
"제가 먼저 차단한 건 맞아요. 더 이상 연락 안 하겠다고 한 것도 맞고요.
그런데 전 그때 화가 나서 그런 거거든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아무튼 그래서 그런 건데, 그 사람은 진짜로 차단하더라고요.
전 지금 차단 풀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확인해보니 그 사람은 아직도
저를 차단해 놓고 있네요. 사람이 이렇게까지 매정할 수 있는 건가요?"
그런데 전 그때 화가 나서 그런 거거든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아무튼 그래서 그런 건데, 그 사람은 진짜로 차단하더라고요.
전 지금 차단 풀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확인해보니 그 사람은 아직도
저를 차단해 놓고 있네요. 사람이 이렇게까지 매정할 수 있는 건가요?"
현행범으로 체포될 만한 사연이다. 자존심 상했다며 관계 정리하는 말을 하고, 욱했다며 카톡에서 상대를 차단하고, 돌아서며 침을 뱉듯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라고 말 한 사람이 누군가? 상대에게 일이 생겨 약속이 취소되었는데, 만남이 취소된 것에 대한 허탈함에 "선약이라는 게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라는 문자를 보내고 전화기를 꺼 둔 대원도 있었다. 입장을 바꿔, 상대가 그런다면 그대는 이해할 수 있겠는가? 마음에 안 들면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고, 날 선 소리로 미안하게 만드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겠는가?
위와 같은 상황을 만든 대원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
"이건 어떻게 좋아질 수 없을 정도로 망쳐버린 상황인가요?"
미안하지만, 그렇다. 조금만 상대가 이상한 기색을 보여도 차단하는 여자들과 달리, 남자는 욕을 해주고 싶은 상대가 아니라면 웬만해선 차단을 하지 않는다. '그때 내가 왜 차단을 했더라?'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기억의 풍화작용이 진행되지 않는 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구걸모드로 나가면 차단이야 풀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욕 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대 근처에서 마음만 졸이고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될 날이 오기 까지는, 거기 그냥 두고 먼지며 돌가루며 흙가루, 좀 가라앉을 때까지 두자. 휘저어 진창을 만든 나를 너무 탓하지 말고, 흥에 겨운 꽃들이 질 때까진 마음도 좀 쉬라고 옆에 앉혀 두자.
▲ 재미있게 읽고 나서 추천 버튼을 안 누르고 그냥 간다면 소인배.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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