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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그녀는 어쩌다 철벽녀가 되었을까?

by 무한 2012. 8. 21.
그녀는 어쩌다 철벽녀가 되었을까?
가끔 이런 얘기를 하는 여성대원들이 있다.

"제 친구들은 그 남자가 저한테 잘 보일 마음 없는 거니 버리라고 하던데요."


그게 상대를 오래 지켜보고 나온 결론이라면 친구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만 하다. 그런데 겨우 소개팅을 한 번 한 것일 뿐이거나,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친구들에게 그런 얘기를 들은 거라면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상대가 어떻다'고 말하기 이전에 '나는 어떤가'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는
누가 봐도 미모에 입이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인가?
그대와 만나는 시간이 정말 즐거운 센스 있는 사람인가? 
대화하다 보면 힘이 나게 만드는 다정한 사람인가?
먼저 연락하거나 만나자는 얘기를 하며 친근하게 다가가는 사람인가?



저런 질문에 모두 고개를 젓는다면, '잘 보일 마음'이 없는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잘 보일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그대의 잘못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여자라는 성별 말고 상대에게 보여준 게 없지 않은가. 게다가 저런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 중 몇은 '윤리 선생님 대화법' 같은 걸 사용한다.(고등학생 때 우리학교 윤리 선생님은 "이황의 이기호발설은 이기불상잡의 관점에서 전개한 이론이란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풀어서 설명하지 않으니 뭔 소린지 알아듣기 어렵고, '-란다'식의 말투는 이질감이 들었다.)

오늘은 저 선 밖에서 '상대는 나에게 관심이 있다, 없다?' 만을 점치고 있는, 철벽녀 대원들을 위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90년대식 대화법을 사용하는 여자


오래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웃긴 이미지'로 떠돌던 '철수와 영희' 시리즈가 있다. 그 중 하나를 먼저 살펴보자.



▲ 영희가 검정고시를 준비한 이유 (출처 -
이미지검색)


저 90년대식 대화법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여성대원들이 있다. 그녀들은 상대의 이름을 불러 거리감을 두며, '~구나' 식의 교양 가득한 화법을 구사한다. 연하남과 '썸씽'을 만들려 노력하는 한 대원의 카톡대화를 들여다보자. 

[7월 30일]
여자 - 민규야 바쁘니?
남자 - 네? 아뇨~
여자 - 나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니?
남자 - 뭔데요?
여자 - 공모전에 보낼 광고 하나 만들었는데 봐줄 수 있을까?
남자 - 제가 뭘 아나요;; 보내주세요. 한 번 볼게요.
여자 - 고마워. 대신 내가 팥빙수 사줄게.
남자 - 메일로 보내주세요~
여자 - 그래. 지금 보낼게.

[7월 31일]
여자 - 민규야~
남자 - 네~
여자 - 내가 어제 보낸 메일 봤니?
남자 - 음, 보긴 봤는데, 제가 나와 있어서 저녁에 답장 드릴게요.
여자 - 그래. 고마워. 난 오늘 몸이 갑자기 다운되었네. 아까까진 괜찮았는데.
남자 - 광고 만드시느라 무리하셨나 봐요. 푹 쉬세요~
여자 - 그래. 고맙다.

[8월 1일]
여자 - 민규야 혹시 메일 보냈니?
남자 - 앗, 깜빡했네요. 지금 보내드릴게요.
여자 - 그래. 넌 뭐하고 있니?
남자 - 친구들이랑 어제 휴가 계획 세우느라 늦게 잤거든요.
여자 - 그렇구나. 나도 휴가 가야 하는데 일이 너무 많네.
남자 - 힘내세요! 일 끝내고 가시면 되죠. ^^
여자 - 그래. 난 얼른 일을 끝내야겠구나. 민규도 힘내고~
남자 - 네~



내가 우리 이모와 대화할 때 느낌이 딱 저렇다.

무한 - **이랑 **는(친척동생) 잘 있죠?
이모 - 그래. 잘 있지. **이는 이번에 여수엑스포 홍보대사 했단다.
무한 - 와우~ 멋지네요. 전 거기 돌고래로 취직할라 그랬는데.ㅋ
이모 - 돌고래?
무한 - 농담이에요~

이모 - 그래. 엄마도 잘 계시지?
무한 - 네. 여전히 유통기한 지난 만두를 제게 쪄 주시고 계세요.
이모 - 그래. 다음 주 일요일 삼촌 환갑잔치 때 보자.
무한 - 네~



아마 100년이 지나도 저 거리감을 극복하긴 어려울 것이다.

우선 상대의 이름을 이름부터 좀 빼고 대화를 나누길 권한다. 굳이 '민규야~ 민규도~'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부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애칭을 하나 지어서 부르든가, 용건을 먼저 내세워 대화를 하자. "광고 검토해주면 팥빙수 쏨. 콜? 다이?" 뭐 요딴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도 괜찮다. 영화 <대부>를 패러디 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나 하지." 따위로 말문을 열어도 되고 말이다.

어린 꼬꼬마와 대화하듯 '~구나 ~하네' 식으로 대화를 하는 것도 그만 두길 권한다. 위의 대화에 옮겨 적진 않았지만, 저 대원은 다른 계정으로 메일을 보내달란 말을 "네이트 메일로 좀 보내주렴."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끔찍하다. 그런 화법은 스무 살 정도 차이나는 꼬꼬마들과 대화할 때나 사용하고, 두 살 연하남과 대화를 할 때에는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레 말하길 바란다.

저런 대화를 나눠 놓고 "제가 팥빙수 산다는 얘기도 했는데, 그냥 넘어가더라고요." 따위의 얘기만 하고 있는 대원 때문에 난 참 가슴이 아프다.


2. 만성 연애 무기력증에 빠진 여자


'연애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대원들도 있다. 이 무기력증이 누군가를 짝사랑하다 이루어지지 않아 잠시 찾아왔거나, 개인사와 관련된 부분 때문에 일시적으로 절망에 빠져있는 거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성일 경우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전 쉽게 우울해지고, 우울해지면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어요.
그럴 땐 아무 것도 할 의욕이 안 생기고 다 놓아 버리곤 해요."



이런 대원들의 특징은 연애라는 인간관계 자체에 부담을 느끼며, 상대가 손만 잡으려 해도 파렴치한을 만난 듯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쉽게 다가오는 남자는 싫어요."


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그녀들이 말하는 '쉽게 다가옴'의 기준은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호감을 느꼈을 땐 연락의 빈도가 잦아지고 만나자는 얘기도 꺼내기 마련인데, 그녀들은 저 모습에 '쉽게 다가옴' 판정을 내린다.

"지은씨 오늘 만날 수 있을까요?
제가 거기까지 삼보일배로 가겠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다가가야 '어렵게 다가옴' 같은 게 되는 걸까? 만나고 싶은 생각도, 화장을 하고 싶게 만드는 의욕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남자와 만나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방에 틀어박혀, 문 앞까지 상대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건 너무 연애를 날로 먹으려 하는 것 아닌가.

마음에 드는 옷 한 벌을 사려고 해도 나가서 이 매장 저 매장 둘러보며 발품을 팔아야 하는 법인데, 그녀들은 꼼짝 앉고 집에 앉아선

"입을 옷이 없어. 새 옷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가서 그 북새통을 돌아다니며 옷을 고를 엄두가 안 나.
여기 저기 가 봐야 마음에 드는 옷은 발견하지 못 할 거야."



따위의 얘기만 한다. 직접 옷을 사러 나가지 않는데, 코디법을 검색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화석처럼 굳어진 동선을 먼저 좀 바꾸길 권한다. 늘 버스만 타고 출퇴근 한다면 전철도 좀 타보고, 미용실도 바꿔보고, 수영을 못 하면 수영도 좀 배워보고, 살 때문에 수영복 입기가 부담스럽다면 헬스장도 가보고, 면허가 없으면 면허도 따 보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다면 악기도 좀 배워보고, 5년 이내 비행기를 타 본 일이 없다면 여행도 한 번 떠나 보고, 그렇게 삶에 하이라이트를 좀 줘보길 바란다. 스스로도 돌보지 않는 생활을 대신 돌봐 주겠다며 다가 올 남자는 없으니 말이다.


3. 피해의식 어쩔 거?


피해의식을 없애지 않으면 답이 없는 사연들도 있다. 꽤 심각한 사연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A. 학원 강사라 저 무시하는 건가요?


결혼 한 친구의 남편에게 남자를 소개받았는데,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가 H사에 다닌다며 명함을 건넸다. 명함을 받은 대원은 "전 학원 강사인 까닭에 명함이 없어요. 그런 걸 알고도 저렇게 명함을 건네는 건 좀 예의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라고 사연에 적었다. 거기서 기분이 상한 그녀는 "밥 먹으면서 와인 얘기하는데 허세가 느껴지더군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행 다녀왔다는 얘기도 '잘난 척'으로 여기며 상대의 말과 행동을 허풍과 허세라고 말한다면,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지인들에게 '괜찮은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얘기는 그만하고 '나보다 조건이 별로인 남자'나 '내가 돌봐야 하는 남자'를 찾길 바란다.  

B. 절 엔조이 대상으로 보더라고요.
 

상대가 다짜고짜 여행 가자는 얘기를 하면 '쉽게 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 얘기를 나누다가, "나중에 친해지면 같이 여행가요~"라고 말하는 건 호감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저 말에 발끈해서 "지금 뭐하시는 거죠? 사람 잘못 보셨네요."라고 대답하는 건, 솔직히 '오버'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나이 먹을 만큼 먹었으니 저런 걸 쉽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전 엔조이 할 생각이 없거든요. 그 남자가 그쪽으로 매력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라고 사연에 적었는데, 미안하지만 응큼한 생각은 혼자 다 하신 것 같다.  

C. 아버님이 집을 나가셨다는데, 바람기는 유전이잖아요.
 

이런 얘기를 하는 대원들에게 '골상학'을 소개해 주고 싶다. 골상학이란 사람의 머리 형상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는 이론을 중심으로 사람의 머리 형상을 살폈던 학문이다. 지금은 과학 이론은커녕 사이비 과학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여전히 '머리가 크면 똑똑하다.'는 식의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남자1과는 궁합이 좋지 않으니 사귈 수 없고, 남자2는 B형이라 안 되고, 남자3은 가족병력이 좋지 않아서 안 되고, 뭐 이런 얘기를 하며 스스로 연애 가능성을 모두 지워나가고 있는 대원들은 그냥 로봇과 사는 게 가장 훌륭한 방법일 것 같다. 그나저나 아들의 아이큐는 모계유전이라는데, 이건 어쩔 거? 

상대와 자신을 경쟁구도에 놓거나, 만남에서의 손익을 따지려는 대원들에겐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나에게 모자란 걸 상대가 채워줄 수도 있는 거고, 그 반대도 가능하며, 또 둘 모두에게 없던 걸 함께하며 만들어 갈 수도 있는 거다. '우리'라는 걸 '나'와 '너'로 나눠 덧셈 뺄셈 하는 건 그만 두길 권한다.


이렇게 얘길 하면 '쉬운 여자'나 '만만한 여자'가 되라는 걸로 받아들이는 대원들이 있는데, 절대 그런 건 아니다.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자가 되라는 거다. 남자사람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전 매뉴얼들에서 몇 차례 이야기 한 적 있으니 생략하자. 포인트만 적어 두자면, 경청, 미소, 리액션을 활용하는 거다.

남자는 자기 얘기에 잘 웃는 여자를 자꾸 웃게 만들어 주고 싶어 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그게 기본이다. 무채색의 표정을 한 채 빨간펜 들고 체크하는 여자에게선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한국 팬들의 호응에 감동한 에미넴은 손으로 하트까지 그리지 않았는가.(일본 공연에서 에미넴은 관객들의 호응이 없자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소리 좀 질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괜찮은 남자는 찾는 게 아니라, 이끌어 내는 거다.



▲ 비 온다고 환자처럼 시무룩해 있지 말고, 해물파전 약속 잡으시라니까요! 동동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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