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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만드는 남자들

by 무한 2012. 8. 17.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만드는 남자들
사연을 하나 보자.

"수요일까지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
카톡으로 이런저런 대화도 하고, 토요일에 만날 약속도 잡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목요일 저녁에 카톡으로, 토요일에 못 만날 것 같다면서
약속을 취소하네요. 더 황당한 건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 달랍니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죠? 이건 뭐 시작도 못하고 끝나는 건가요?"



저렇게 대충 사연을 적어서 보내면, 곤란하다. 자신이 한 실수를 숨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걸 나한테까지 숨기면, 뭐라고 해 줄 말이 없다. 저 사연을 읽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답변이라고는

"아마, 여성분이 혈당이 높으신가 봅니다.
혈당이 높으신 분들은 감정 기복이 좀 심하죠."



따위의 농담이 전부다. 위 사연의 실마리가 될 만한 '수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대화'를 함께 보내줘야 한다. 그 이전의 이야기들까지 다 보내준다면 더 좋고 말이다. 대충 적어서 보낸 사연엔 대충 대답해 줄 수밖에 없다는 걸 기억하기 바라며, 오늘은 비슷한 상황을 디테일하게 적어 보낸 남성대원들의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만드는 남자들' 출발해 보자.


1. 무서워요, 캐는 남자.


여기서 우리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눌러보며 "와, 너 요새 운동 좀 했나봐?"라고 말하면 남자는 순간적으로 가슴에 힘을 주며 웃는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남자는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써야 한다. 딱 그 정도의 차이다.

"S사에서 근무하시죠?"




"S사에서 근무하시죠?"


의 차이가 말이다. 여자가 남자의 뒤를 캐면 그게 '관심'으로 보이지만, 남자가 여자의 뒤를 캐면 '공포'가 될 수 있다. 혼자만 알고 있을 거라면 뒤를 캐는 것 까지는 괜찮다. 상대의 SNS를 훑어 과거를 살펴보는 것도 상대에게 말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렇게 상대의 뒤를 캐다 뭔가 하나 건졌다 싶으면 곧바로 상대에게 그걸 들이미는 대원들이 있다.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작년에 J에 있는 어학원 다니셨죠?
저도 거기 다녔는데. 어쩌면 오가다 우리 스쳤을 수도 있겠네요."



저 말을 듣고 "정말요? 우리 인연인가 봐요." 따위의 대답을 할 여자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수보다 적다. 대부분 '뭐야, 내 뒤를 캐고 다니는 건가?', '저건 어떻게 알아냈지? 어디까지 내 뒤를 캔 거지?'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공감대를 찾기 위해서 계속해 상대에게 질문만을 던지는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공통점을 찾기 위해 던진 질문 중, 상대에게 가서 닿지 못한 질문들은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상대를 세워둔 채 '정답' 하나 맞추려고 스무고개만 하는 남자는 아무 매력이 없다는 얘기다. 대답하기 불편해서 넘어가려는 문제를 두고 "맞아요? 아니에요? 그렇죠?"라며 궁지로 모는 남자는 불쾌하기까지 하다.

상대에 대한 건 만남과 대화의 시간에 비례해 알아가자. 해답지를 들춰 100점 맞으려 하는 건 부정출발이고, 부정출발은 실격판정을 받는다.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더 앞서려다가 결국 실격당한 선배 대원들. 그들의 전철을 밟지 말길 바란다.


2. 붙으면 덥다니까요.


새로운 사람과 연락하며 지내게 되었다는 기쁨도 이해하고, 하루 빨리 연애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은 사람들 아닌가. 그 소설에서 김첨지의 처는 조밥을 급히 먹다가 체해 앓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는가?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조급한 마음에 상대에게 들이댄 대원들은 저런 마지막을 경험하게 된다. 운수가 좋아 상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결국 너무 들이댄 까닭에 연애로 이어지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했으면, 그 날 만나서 대화를 하면 된다. 약속을 잡은 상황에서 '나에게 관심이 있나 확인하기' 스킬을 사용하며 선문답 같은 얘기만 자꾸 던지니 상대는 그대를 이상하게 보는 것 아닌가.

'데이트 신청에 응한 걸 보면, 내가 싫진 않다는 게 분명해.
그렇다면 나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나 어디 한 번 떠볼까?'



저러면 끝장이다. 상대가 현재 그대를 부담스럽지 않게 여긴다면 제발 그것으로 만족하자. 어디까지 들이대야 상대가 부담을 느낄지 시험하지 말란 얘기다. 하나 더. 혹시라도 약속이 취소될까 노심초사하며 계속해서 물어보지 말자. 뭔가 꿍꿍이가 있는 사람처럼 왜 계속 확인하는가. 주말약속을 수요일에 잡은 한 대원은 목요일과 금요일 내내 약속 얘기만 했다. 그냥 가볍게 안부 정도 묻는다고 약속이 도망가는 게 아닌데, '디데이'에 엄청난 의미부여 하고 있음을 비춘 까닭에, 그는 결국 상대에게 부담이 되고 말았다.

무작정 당일 날 만나자고 하거나, 잠깐 얼굴 볼 수 있냐고 묻는 행위도 하지 말길 권한다. 만약 그 말을 해야 할 타이밍인 것 같아서 꺼낸 거라면, 정중하면서도 가볍게 묻길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상황에서 상대가 거절하더라도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 만나자는 내 말에 응해줄 줄 알았는데 거절하다니 실망이다.
- 그냥 잠깐 보자는 건데 뭐가 어렵나.
- 나도 한가해서 한 얘기 아닌데 거절하다니, 난 더 얘기 안 할란다.



저런 태도로 상대에게 들러붙거나, 대화를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이면 역시 끝장이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3. 교장선생님이세요?


미안하지만 대화를 참 재미없게 하는 대원들이 있다. 교과서에 나올법한 대화를 하는 남자라고 할까. 사연을 하나 보자.

남자 - 안녕하세요. 미영씨.
여자 - 네. 안녕하세요. ^^
남자 - 오늘은 비가 올 듯 하네요.
여자 - 네.
남자 - 우산은 갖고 오셨나요?
여자 - 네.
남자 - 그럼 오늘도 수고하세요.
여자 - 네.



저 대원의 다음 날 대화는 아래와 같다.

남자 - 안녕하세요. 미영씨.
여자 - 네 안녕하세요. ^^
남자 - 오늘 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여자 - 네.
남자 - 괜찮으시면 오늘 저녁식사 함께 하실래요?
여자 - 아, 저 회사가 감사 중이라. ㅠ.ㅠ
남자 - 그렇군요.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여자 - 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난 저 "안녕하세요. 미영씨."부터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상대와 카톡을 나눈 5일 내내 저 멘트로 대화를 시작하는데, 보는 내가 다 불편하다. "오늘 하루는 어때요?"라며 시작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럼 "좋아요."라든가, "감사 때문에 정신이 없어요." 따위의 긴대답이 올 것이고, 거기에 꼬리를 물고 다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위의 대원은 늘 단답형 대답만 이끌어내는 질문을 하고, 그 단답형 대답에 혼자 상처받으며 대화를 마치고 만다.

'대화를 참 재미없게 하는 남자' 중에는 '통보형 대화'를 하는 대원도 있다. 그들은

"토요일에 저녁을 같이 먹었으면 좋겠는데 괜찮으신가요?
혹시 선약이 있으시면 얘기해 주세요. 다음으로 미뤄도 괜찮습니다.
그럼 오늘도 수고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시길."



따위의 카톡을 보낸다. 메일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멘트지만, 실시간으로 상대의 답을 들을 수 있는 카톡에서는 적절하지 못한 멘트다. 혼자 제의하고, 대답하고, 부가설명하고, 인사까지 해 버리는 저런 소심한 대화는 이제 그만두기 바란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일단 던져 놓고 '난 쿨한 사람이야.'라는 표정만 짓고 있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저렇게 혼자 얘기해 놓고 답이 없자,

"제가 저번에 말씀드린 토요일 저녁약속 생각해 보셨나요?"


라며 독촉까지 하는 건 더 바보 같은 짓이고 말이다.


이제 왜 그녀가 답장을 보내지 않는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히지 않는가? 그대가 난생 처음으로 번호를 물은 것이든, 이번엔 정말 잘 해 보려고 한 것이든,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저런 일들로 관계를 엎지른 뒤에 "전 정말 이번이 처음이고, 진심이었습니다." 라는 얘기만 해서 뭐하겠는가. 너무 붙는 까닭에 상대가 질색을 하는 상황인데, 거기다 대고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서 이렇게 연락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봐야 소용없단 얘기다.

저런 상황에 처한 대원들은 모두 상대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었다는 얘기를 하는데, 정말 '친구처럼' 지내고 싶었던 거라면 저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친해지기 위해 친구의 뒤를 캐거나, 친구 해 줄 생각이 있냐고 떠보거나, 괜찮다면 친구 해 줄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친구와는 '아 넌 그래? 난 이래. 주말에 뭐해? 빅맥 먹으러 갈까? 야 이거 봐봐 완전 웃겨.' 뭐 대략 이런 식으로 지내며 친해지는 것 아닌가. '친구가 될 것인가, 아닌가.'를 상대에게 묻지 말고, 이미 둘은 친구라고 생각하며 시작하자. '날 싫어하면 어쩌지.'같은 염려는 저 멀리 던져 버리고!



▲ 마라톤에서 초반 순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력질주 하지 말고 페이스 유지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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