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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금요사연모음] 여자를 어려워 하는 남자 외 3편

by 무한 2012. 12. 7.
[금요사연모음] 여자를 어려워 하는 남자 외 3편
매뉴얼로 발행하긴 어딘가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꾸 눈에 밟히는 사연
들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 금요사연모음의 시간이 돌아왔다.

오늘은 갈 길이 머니, 바로 시작해 보자.


1. 여자를 어려워하는 남자.


'허튼소리 기능사 1급'을 자랑하는, 여자를 어려워하는 남성대원의 사연이 있었다. 이 대원은 학력과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외모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에서 상대를 만나려 하며, '상대가 내 단점을 모두 이해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진 후'에 실제로 만나 고백을 하려 한다.

이전 매뉴얼에서도 말했지만 고백이 '상대에게 신세 좀 지자는 부탁'이 되어 버리면 방법이 없다. '내 콤플렉스를 상대가 알게 되면 분명 날 싫어할 거야.'라는 두려움에 휩싸인 상태에선 아무 매력도 보여줄 수 없고 말이다. 그런 까닭에 그 대원의 대화는 늘 아래와 같은 식으로 진행된다.

(1) 초반
상대 -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니까,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남자 - 그렇게 불러주시면 완전 녹아버리죠. 
         오빠라고 불리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ㅋㅋㅋ


(2) 중반
상대 -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어.
남자 - 유치원선생님! 내 이상형이네! 절대 놓치지 않겠어~ ㅋㅋ


(3) 후반
남자 -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진짜 완전 컸어. 
         친구 하나가 눈사람이 자동차 타고 있는 거 만들자고 해서
         (중략)
         그거 다 만들고 나서 다들 힘 빠져서 고기 먹으러 갔는데
         (중략)
         눈에다 돌멩이를 집어넣고 던진 거야 ㅋㅋㅋ
         (중략)
         너무 내 얘기만 했나?
여자 - 아니. 재미있었을 것 같아. ^^



우리가 아는 사이라면 난 저 대원에게 "너 이 자식, 그동안 많이 외로웠구나."라며 급하게 소주 한 잔 따라줄 것 같다.

'상대가 나랑 대화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상태가 되면, 계속해서 상대에게 용기나 자신감, 확신 등을 구걸 하게 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지금 저 대원이 준비하고 있는 질문들이란, "나 전문대 나왔는데 괜찮아?", "나 사실 못생겼는데 괜찮아?" 따위의 물음이다. 거기에 긍정의 대답을 받으면 그 다음으로 자신 없는 것에 대해 물으며 또 '괜찮다'는 대답을 받으려 할 것이다. "나 키 작은데 괜찮아?", "우리 집 사정 별로 안 좋은데 괜찮아?"라며 말이다.

여자에게 계속 그렇게 구걸만 하고 있으니, 상대가 호감을 가졌다가도 떠나가는 게 당연하다. 둘만의 공감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속물적으로 상대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준 것도 아니다. "나는 사실 ~한데, 괜찮아?"라는 질문만 가득하다. 상대는 그래서 떠나는 건데, 사연을 보낸 대원은 "역시, 제가 제 약점들을 공개하니 다들 떠나더군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스스로가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또 남에게 그렇게 설명하는 남자. 남들은 자기PR 하느라 바쁜데, 그대는 왜 상대 앞에서 스스로를 비하하며 "이래도 괜찮아?"만 묻고 있는가? '상대가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내 약점 공개법' 따위는 없다. '나에겐 어떤 장점이 있나?'를 생각해 본 뒤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길 권한다. 지금처럼 "난 사실 별 볼 일 없는 남자야."라고 말하는 한, 방법은 없다.


2. 남친 부모님의 반대와 남친의 이별통보.


어쨌든 남자친구는 결정을 한 거다.

- 나중에 다시 만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헤어져야 할 것 같다.
- 더는 부모님의 반대를 견딜 자신이 없다.
- 우린 영영 헤어지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잠시 이별하는 거다.
-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도 좋다. 난 숨어서라도 널 지켜보겠다.



저 따위 얘기를 아무리 구구절절 늘어놓더라도, '결론'은 헤어지잔 거다.

숨어서라도 지켜보겠다는 남자가, 만나서 얘기하자는 여자친구를 피한다는 게, 사실 좀 웃기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준비가 되면 다시 만나자는 희망적인 메시지들이 오고간 상태예요."


라고 말하는데, 그건 "나중에 술 한 잔 하자."라는 말 정도의 무게만 가질 뿐이다. 그걸 현실로 만들려는 가장 중요한 '의지'가 없지 않은가.

"아무 여자애나 만나는 거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남자친구나 남자친구 부모님을 욕하게 될 것 같아서 길게 얘기하진 않겠다. 그저 짧게,

'그래. 이런 것까지 다 견뎌가며 만날 정도의 여자는 아냐.'


라는 생각을 남자친구가 했으리란 얘기만 적어두겠다. 그냥 마음이 딱 그만큼이라서 그런 거다.


3. 꿈쩍도 하지 않는 남자친구.


게임을 하다가 알게 된 남자. 그녀는 게임 속에서의 자상한 그의 모습에 반했다. 그래서 둘은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었고, 전부터 호감을 키워왔던 까닭에 첫 만남에서 연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자, 이제 블링블링한 연애 시작!'이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그와의 연애는 무채색이었다.

"당장은 돈이 없으니까."


라는 핑계로 데이트는 모두 그의 자취방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사실 그건 '데이트'라기 보다는 '합숙'에 가까운 만남이었다. 그는 PC게임, 그녀는 스마트폰 게임 하면서 시간을 죽이다 배고프면 뭐 시켜 먹고, 술도 좀 마시다가 취하면 서로 본능에 충실하고, 그러다 나가서 데이트 하자고 그녀가 투정을 부리면 주섬주섬 옷을 입고 겨우 근처 커피숍이나 술집을 가는 정도의 만남.

불안한 그녀는 계속해서 남자의 마음을 확인하려 했다.

"나 왜 만나냐. 외롭다. 힘들다. 불안하다."


처음엔 그도 그녀가 저런 말을 할 때면 앞으로 잘하겠다며 약속 같은 걸 하곤 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그는,

"너 지금 사람 속 뒤집어 놓으려고 그러냐? 나더러 어쩌라고?"


라며 화를 냈다. 그는 문자에 답을 안 하기 시작했고, 이틀 넘게 연락을 하지 않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다른 여자'의 문제도 발생했다. 그녀는 그가 게임에서 만난 다른 여자와 오해할 만한 연락을 주고받는 걸 목격했다. 그걸 두고 따지자 그는,

"내가 얘랑 농담만 한 거지 딴 짓 했냐? 나 못 믿는 거면 끝내자. 이럴 거면 그만 하자."


라고 말했다.

이건 뭐 고려할 필요도 없이 헤어지는 게 맞는 거다. '책임감'과 '존중'은커녕 '개념'과 '싸가지'가 없지 않은가.

"그 사람, 100일 넘게 사귄 건 제가 처음이에요."


그래서 그게 자랑스러운가? 그 분이 "내가 100일 넘게 사귄 건 네가 처음이니까 영광인 줄 알고 앞으로 알아서 기라고!"라고 말하던가? 난 그대가 남자친구에게 했다는 질문을 다시 그대에게 해주고 싶다.

"그런 남자랑 왜 만나요?"



4. 남자를 지치게 만든 여자.


13시간 충전해야 3시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다면, 그대는 긴 충전시간을 감수하고도 그 폰을 사용하겠는가? 사연을 보낸 대원은 딱 저런 스마트폰 같은 여자다. 돌봐줘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런 반면 그녀와의 연애에서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 만났을 때 그녀는 분노, 협박, 잔소리, 투정을 상대에게 늘어놓는다.

남자친구가 동성친구와 '여자친구 뒷담화(사실, 발끈할만한 내용은 없었다.)'를 한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며, 그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위로하느라 한 얘기'들을 앞세워 상대에게

"저한테 사과하세요."


라고 문자를 보내는 여자. 똑같은 일은 남자친구가 저질렀다고 해보자. 이쪽의 카톡대화를 확인한 뒤, 남자친구가 이쪽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 사과하라고 했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것뿐만 아니라,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회사 여직원의 연락이 오자, "여자한텐 답장도 하지 말고 그냥 씹어."라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그대로 따랐다. 또, 일어나서 한 번, 출근해서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회사 마치고 한 번, 집에 도착해서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연락하기로 정한 뒤 남자친구가 한 번이라도 어기면 당장 잡아먹을 듯이 화를 냈다.

백 번 양보해서,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성격이 좀 까칠하면 벌일 수 있는 일이라고 하자. 그런데 아래에서 이야기 할 것들은 다분히 '이기적이기 때문에' 벌인 일들이다. 사연을 보자.

(1) 만나서 잘 놀다가 갑자기 토라져서 가는 여친.
"제가 버스정류장으로 막 가는데, 남자친구는 따라와서 잡지도 않더라고요."

(2) 너무 피곤하니 다음에 보면 안 되냐는 남친의 말에, 우는 여친.
"저랑 똑같은 마음이 아니었나 봐요. 전 아무리 피곤해도 보고 싶을 텐데."

(3) 홧김에 헤어지자고 말한 여친.
"헤어지자니까 그러자고 답하던데, 남자친구가 며칠 전엔 사랑한다고 했거든요.
남자친구도 헤어지자는 게 진심은 아닌 거죠? 다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내 여동생이었으면, "보고 싶으면 네가 가든가. 다 남자친구가 온 거잖아. 두 시간 걸린다며. 그리고 불러도 안 쳐다보고 전화 걸어도 받지 않았던 건 누구야? 너잖아. 네가 그렇게 무시하고 가 버리면 남자친구는 집까지 찾아와서 무릎 꿇어야해? 또, 헤어지자는 게 네 인질이야? 그걸로 협박하는 거야? 저기까지 버틴 것만 해도 진짜 네 남자친구는 살아있는 붓다야. 남자친구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네 성격이 못돼먹어서 짜증내는 것까지 남자친구가 다 사과해야해? 너 남자친구 토닥토닥 한 번 해준 적 있냐? 징징거린 거 말고, 남자친구 기운 낼 수 있게 보듬어 준 적 있냐고. 너라면 너처럼 구는 여자랑 계속 사귀고 싶겠냐?"라고 말해줄 것 같다. 하지만 사연을 보낸 대원은 내 여동생이 아니니, 달리 말하자.

남자친구가 헤어지기 직전 "난 네가 언제 화낼지 늘 노심초사하며 살고 있다.", "두 시간 거리를 달려와서 널 달래거나 잔소리만 듣고 돌아가는 건 데이트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한 걸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그러고 나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동료 교사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 상대가 이쪽에 관심 있는 게 99.82% 확실하다. 관심이 없는 남자는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행동강령은,

"이선생님 덕분에 즐거운 경험하게 된 것 같아요. 감사해요."


정도로 살짝 띄워주고,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막히는 부분들에 대해 상대에게 '조언 요청'을 하길 바란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감사하다며 밥도 한 번 사고 말이다.

상대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헷갈려 할 필요 없다. 연락을 못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만약 그 남자선생이라고 해도

- 만약 내가 이렇게 연락하는 걸 다른 선생님들에게 말하는 건 아닌지?
- 속으로 불편하게 생각해 누군가에게 내 험담을 하진 않을지?
- 내가 말을 건 그 이후 그녀에게 답이 없는 걸 보면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건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나름의 고민을 할 것 같다. 그러니 '더욱 큰 신호'가 오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응답'으로 힌트부터 상대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잘 알겠지만, 그 사회가 소문 빠르고 눈치 많이 봐야 하며, 한 번 이상한 루머가 돌면 이미지 복구가 어려운 곳 아닌가. 상대가 알아서 다가오며 고백까지 다 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씩 엮어나가길 바란다.

자 그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바라며!



▲ 따끈하게 데운 사케에 어묵탕 어떠세요? 먹으면서 친해지는 거라니까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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