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해서, 혹은 너무 다정해서 헤어지는 남자들
매뉴얼을 통해 연인들 사이의 연락(특히 다른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을 때의 연락)을 '장소가 바뀔 때마다 해주는 것이 예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이걸 기준으로 삼아 상대에게 엄격한 판결을 내리는 대원들이 있다.
숨 막힌다. 사람이 어느 정도는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엄마가 "잠깐 슈퍼 갔다 올게."라며 나갔다 오셨는데 손에 제과점 빵 봉지가 들려 있다. 그럼 그걸 두고 "엄마 거짓말 했네. 나한테 제과점 간다는 말은 안 했잖아. 슈퍼 다녀온다고만 했지."라며 따질 것인가?
그대는 여자친구의 그런 무관심에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겠지만, 여자친구는 그대의 감시와 처벌에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연애를 손바닥에 올려두려는 독재자가 되진 말길 바란다.
당부는 이쯤 하고, 2013년의 첫 매뉴얼 시작해보자.
서비스와 관련된 책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저 이야기와 함께 '입과 손과 발'의 얘기가 등장한다.
마음으로만 따지면야, 어찌 '여자친구를 생각하는 남자의 마음'과 '고객을 대하는 영업인의 마음'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남자친구의 마음이 9라면, 영업인의 마음은 3정도밖에 되질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영업인은 '사랑'에서 표현이라는 부분만 기형적으로 발달시킨 '서비스'를 사용해 자신의 마음을 7정도로 전달한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굳이 말 안 해도 여자친구가 다 알 것이며, 자신과 같은 생각일 거라면서 5정도만 전달한다.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원이, 남자친구와 같은 '말 안 해도 다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성을 다하겠다느니 사랑한다느니 하는 말을 다 빼고, 이쪽의 이야기에 별다른 리액션도 하지 않는다고 해보자.
뭔가에 짜증이 나 있으며,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실제로 짜증이 나 있다거나 화가 난 것은 아닌데 말이다. '내 마음은 10이니 충분해.'라고 생각하는 무뚝뚝한 남자들이, 상대에겐 저런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저 모습 때문에 상대는 하고 싶은 말도 접게 되고, 대화에 불편함을 느끼며, 사랑이나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데헷'거리기로 유명한 모 통신사의 상담원들은, 입에 발린 말이지만 그래도 "정말 불편하셨겠어요 고객님, 데헷~"이라며 이쪽의 감정을 살필 줄 안다. 이게 우스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무뚝뚝한 남자의 경우 '상대의 감정 살피기'를 할 생각조차 못 한다는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그대가 큰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해보자. 내가 그대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기원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제가 행운을 빈다고 틀릴 문제가 맞나요? 그냥 공부하신 만큼 나오겠죠."라고 말하는 것이 좋은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한강 이남에서 제일 다정하다는 S씨의 사연을 가지고 얘기해 보자. 그의 사연에서 내가 발견한 '다정함의 문제'는 세 가지다.
우선 다정함의 혜택을 누가 받느냐에 대한 문제부터 살펴보자. 내가 S씨의 친한 친구인데, 백만 원이 넘는 바이올린을 생일선물로 S씨에게 줬다. S씨에겐 그 바이올린이 필요 없는데 말이다. 나는 그 바이올린을 사기 위해 많은 고충을 겪었다. S씨는 선물로 받은 바이올린을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바이올린을 연습용으로 쓰기도 뭐한 상황이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일이 돌아온다. S씨는 부담 말고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겠는가?
S씨는 여자친구에게 자기 일상을 전부 공개하고, 시시각각 연락해서 확인시켜 주며, 모든 비밀번호를 다 알려주고, 생활에 지장을 받아가면서까지 여자친구를 위해서 살았다고 했다. 내가 묻고 싶은 건 여자친구가 그래달라고 부탁했냐는 것이다. 여자친구가 S씨보고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했나? 아니면 회사에서 조퇴하고 와서 밥을 사달라고 했나? 친척 결혼식에 가지 말고 데이트를 하자고 했나? 아무 것도 요청한 적이 없다. 그런데 S씨는 알아서 그런 행동을 하며 그걸 '여자친구를 그만큼 생각하고 있으며, 여자친구가 제일 중요하다는 증거'라며 내민다. 혜택 받는 사람 없으며 둘 다 괴롭기만 한 그런 행동을 대체 뭐 하러 하는가?
그 다음으로는 S씨가 '다정하고 싶을 때만 다정하다'는 문제가 있다. S씨는 여자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전화 목소리부터 퉁명스럽게 바꿔 공포 분위기 조성하고, 싸우다가 화나면 상처가 될 날 선 말을 던지지 않는가. 세상에서 널 제일 아낀다고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해 남들도 안 하는 비난을 하면 미안하긴커녕 사람이 이상해 보인다. 누구나 감정변화를 겪지만, S씨는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그 변화가 극단적이다. 저녁 8시에 "친구들과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톡을 보낸 사람이, 두 시간 뒤에 "친구이랑 노느라 내 생각도 안 나지? 몇 시에 들어갈 거야? 술 먹지 마."라고 톡을 보내면, 무섭다.
마지막으로, 100일을 사귀었는데 50일 이상을 상대에게 "맞춰가야 한다. 우린 맞춰가야 해."라며 싸웠으면, 그 연애는 볼 것도 없이 끝난 거다. 오죽하면 상대가 "오빠가 좋지만, 오빠랑 사귀는 동안 너무 힘들었어."라고 말했겠는가. S씨는 다정함을 일단 베풀고, 상대에게 그 다정함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이 원하는 여성이 되라고 강요한 것이다. 말을 좀 바꿔 '강요'를 '맞춰감'이라 표현했지만 말이다. 맞춰가야 한다고 이틀에 한 번 꼴로 노래를 불렀던 S씨. 정작 자신은 아무 것도 상대에게 맞춘 것이 없다는 걸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답은 그녀의 저 마지막 말 속에 있다. 모든 걸 다 단절한 채 그녀에게 집착하며 "너도 나처럼 우리 둘만 생각해! 날 항상 1순위에 둬!"라고 매달리던 S씨의 모습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시 만나도 '우리가 왜 헤어졌었는지'를 깨닫는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오직 그녀를 위해 살겠다는 그 이상한 태도를 어서 버리길 권한다. 연애는 함께 사는 거지, 대신 살아주거나 누굴 위해서 사는 게 아니다.
어렵지 않다. 그대의 무뚝뚝함이 걱정이라면,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갈 때 가족들과 함께 먹을 붕어빵이라도 한 봉지 사 가지고 들어가 보자. 연인이 아니라 왜 갑자기 가족 얘기냐고 할 지 모르는데, '다정함'의 습관을 들이는 게 먼저다. 부모님 생신에 상품권이나 현금, 혹은 비싸지 않으면서 비싸 보이는 거 사서 드리는 것보다, 부모님과 함께 먹으려 붕어빵을 사 왔다는 그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집에 누가 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헤어질 때 아쉬워하고, 그런 작은 부분들부터 몸에 익혀 두자.
다만, 그대의 다정함은 외부로 발산되는 것만큼이나 스스로에게도 충분히 충족되어야 한다. 자신의 생활은 접어두고 상대를 위해서 살기 시작하면, 그 관계에선 상대밖에 남지 않는다. 그런 관계는 상대의 자만심만 살찌울 뿐이고 말이다. '나를 돌보는 것만큼 상대를 돌보기, 상대를 돌보는 것만큼 나를 돌보기'의 균형을 맞춘다면, 상대에게 보상을 구걸할 일도 없을 것이다.
새해에도 노멀로그의 사연함은 열려 있으니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주시길 바라며, 아직 기지개를 안 펴신 대원이 있다면 지금 즉시 기지개 한 번 펴고, 이틀 남은 2013년의 첫 후라이데이 맞을 준비를 하시길!
▲ "크리스마스에 사귀었는데, 헤어졌어요. 붙잡고 싶어요." 노멀로그 처음이지? 어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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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을 통해 연인들 사이의 연락(특히 다른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을 때의 연락)을 '장소가 바뀔 때마다 해주는 것이 예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이걸 기준으로 삼아 상대에게 엄격한 판결을 내리는 대원들이 있다.
"여자친구가 친구를 만난 건 현대백화점 앞이었거든요.
그런데 닭갈비를 먹으러 이동 한 후에도 연락을 안 해줬어요.
이건 여자친구가 잘못한 게 맞는 거죠?
전에 무한님도 장소가 바뀔 때마다 연락을 해주는 게 맞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닭갈비를 먹으러 이동 한 후에도 연락을 안 해줬어요.
이건 여자친구가 잘못한 게 맞는 거죠?
전에 무한님도 장소가 바뀔 때마다 연락을 해주는 게 맞다고 하셨잖아요."
숨 막힌다. 사람이 어느 정도는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엄마가 "잠깐 슈퍼 갔다 올게."라며 나갔다 오셨는데 손에 제과점 빵 봉지가 들려 있다. 그럼 그걸 두고 "엄마 거짓말 했네. 나한테 제과점 간다는 말은 안 했잖아. 슈퍼 다녀온다고만 했지."라며 따질 것인가?
그대는 여자친구의 그런 무관심에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겠지만, 여자친구는 그대의 감시와 처벌에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연애를 손바닥에 올려두려는 독재자가 되진 말길 바란다.
당부는 이쯤 하고, 2013년의 첫 매뉴얼 시작해보자.
1. 무뚝뚝함. 입과 손과 발의 문제.
서비스와 관련된 책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습니다.
표현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가 고객을 '생각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표현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가 고객을 '생각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저 이야기와 함께 '입과 손과 발'의 얘기가 등장한다.
입 - 부드러운 말로 칭찬과 용기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손 - 진솔한 마음을 글로써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발 - 입과 손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갈 줄 알아야 합니다.
손 - 진솔한 마음을 글로써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발 - 입과 손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갈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음으로만 따지면야, 어찌 '여자친구를 생각하는 남자의 마음'과 '고객을 대하는 영업인의 마음'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남자친구의 마음이 9라면, 영업인의 마음은 3정도밖에 되질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영업인은 '사랑'에서 표현이라는 부분만 기형적으로 발달시킨 '서비스'를 사용해 자신의 마음을 7정도로 전달한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굳이 말 안 해도 여자친구가 다 알 것이며, 자신과 같은 생각일 거라면서 5정도만 전달한다.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원이, 남자친구와 같은 '말 안 해도 다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고객을 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성을 다하겠다느니 사랑한다느니 하는 말을 다 빼고, 이쪽의 이야기에 별다른 리액션도 하지 않는다고 해보자.
고객 - 여보세요?
상담원 - 네.
고객 - 노트북 전원이 안 들어와서 전화 드렸는데요.
상담원 - 언제부터요?
고객 - 말일까지 사용했고, 오늘 켰는데 전원이 안 들어와요.
상담원 - 전원 문제는 확인 하셨어요?
고객 - 네. 이거 보드가 고장 나거나 그런 건가요?
상담원 - 뜯어 봐야 알아요. 센터로 가지고 오세요.
고객 - 센터가 백석역 6번 출구에 있는 거 맞죠?
상담원 - 네.
상담원 - 네.
고객 - 노트북 전원이 안 들어와서 전화 드렸는데요.
상담원 - 언제부터요?
고객 - 말일까지 사용했고, 오늘 켰는데 전원이 안 들어와요.
상담원 - 전원 문제는 확인 하셨어요?
고객 - 네. 이거 보드가 고장 나거나 그런 건가요?
상담원 - 뜯어 봐야 알아요. 센터로 가지고 오세요.
고객 - 센터가 백석역 6번 출구에 있는 거 맞죠?
상담원 - 네.
뭔가에 짜증이 나 있으며,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실제로 짜증이 나 있다거나 화가 난 것은 아닌데 말이다. '내 마음은 10이니 충분해.'라고 생각하는 무뚝뚝한 남자들이, 상대에겐 저런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저 모습 때문에 상대는 하고 싶은 말도 접게 되고, 대화에 불편함을 느끼며, 사랑이나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데헷'거리기로 유명한 모 통신사의 상담원들은, 입에 발린 말이지만 그래도 "정말 불편하셨겠어요 고객님, 데헷~"이라며 이쪽의 감정을 살필 줄 안다. 이게 우스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무뚝뚝한 남자의 경우 '상대의 감정 살피기'를 할 생각조차 못 한다는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당연히 노트북 전원이 안 들어와서 불편하니까 제게 전화를 했겠죠.
근데 그걸 또 제가 불편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노트북이 안 된다고 하니까 제가 센터로 가라고 한 거잖아요.
제가 고쳐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죠?"
근데 그걸 또 제가 불편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노트북이 안 된다고 하니까 제가 센터로 가라고 한 거잖아요.
제가 고쳐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거죠?"
그대가 큰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해보자. 내가 그대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기원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제가 행운을 빈다고 틀릴 문제가 맞나요? 그냥 공부하신 만큼 나오겠죠."라고 말하는 것이 좋은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2. 누구를 위한 다정함인가?
한강 이남에서 제일 다정하다는 S씨의 사연을 가지고 얘기해 보자. 그의 사연에서 내가 발견한 '다정함의 문제'는 세 가지다.
ⓐ 참 섬세하고 다정하긴 한데, 상대가 그걸 원하나? (상대가 그 혜택을 받는가?)
ⓑ S씨는 자신이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다정하다는 걸 알고 있는가?
ⓒ 상대에게 '내 의견에 맞추길' 요구하려 일단 다정함을 베푸는 것인가?
ⓑ S씨는 자신이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다정하다는 걸 알고 있는가?
ⓒ 상대에게 '내 의견에 맞추길' 요구하려 일단 다정함을 베푸는 것인가?
우선 다정함의 혜택을 누가 받느냐에 대한 문제부터 살펴보자. 내가 S씨의 친한 친구인데, 백만 원이 넘는 바이올린을 생일선물로 S씨에게 줬다. S씨에겐 그 바이올린이 필요 없는데 말이다. 나는 그 바이올린을 사기 위해 많은 고충을 겪었다. S씨는 선물로 받은 바이올린을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바이올린을 연습용으로 쓰기도 뭐한 상황이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일이 돌아온다. S씨는 부담 말고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겠는가?
S씨는 여자친구에게 자기 일상을 전부 공개하고, 시시각각 연락해서 확인시켜 주며, 모든 비밀번호를 다 알려주고, 생활에 지장을 받아가면서까지 여자친구를 위해서 살았다고 했다. 내가 묻고 싶은 건 여자친구가 그래달라고 부탁했냐는 것이다. 여자친구가 S씨보고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했나? 아니면 회사에서 조퇴하고 와서 밥을 사달라고 했나? 친척 결혼식에 가지 말고 데이트를 하자고 했나? 아무 것도 요청한 적이 없다. 그런데 S씨는 알아서 그런 행동을 하며 그걸 '여자친구를 그만큼 생각하고 있으며, 여자친구가 제일 중요하다는 증거'라며 내민다. 혜택 받는 사람 없으며 둘 다 괴롭기만 한 그런 행동을 대체 뭐 하러 하는가?
그 다음으로는 S씨가 '다정하고 싶을 때만 다정하다'는 문제가 있다. S씨는 여자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전화 목소리부터 퉁명스럽게 바꿔 공포 분위기 조성하고, 싸우다가 화나면 상처가 될 날 선 말을 던지지 않는가. 세상에서 널 제일 아낀다고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해 남들도 안 하는 비난을 하면 미안하긴커녕 사람이 이상해 보인다. 누구나 감정변화를 겪지만, S씨는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그 변화가 극단적이다. 저녁 8시에 "친구들과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톡을 보낸 사람이, 두 시간 뒤에 "친구이랑 노느라 내 생각도 안 나지? 몇 시에 들어갈 거야? 술 먹지 마."라고 톡을 보내면, 무섭다.
마지막으로, 100일을 사귀었는데 50일 이상을 상대에게 "맞춰가야 한다. 우린 맞춰가야 해."라며 싸웠으면, 그 연애는 볼 것도 없이 끝난 거다. 오죽하면 상대가 "오빠가 좋지만, 오빠랑 사귀는 동안 너무 힘들었어."라고 말했겠는가. S씨는 다정함을 일단 베풀고, 상대에게 그 다정함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이 원하는 여성이 되라고 강요한 것이다. 말을 좀 바꿔 '강요'를 '맞춰감'이라 표현했지만 말이다. 맞춰가야 한다고 이틀에 한 번 꼴로 노래를 불렀던 S씨. 정작 자신은 아무 것도 상대에게 맞춘 것이 없다는 걸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오빠도 이제 오빠 할 일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어."
답은 그녀의 저 마지막 말 속에 있다. 모든 걸 다 단절한 채 그녀에게 집착하며 "너도 나처럼 우리 둘만 생각해! 날 항상 1순위에 둬!"라고 매달리던 S씨의 모습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시 만나도 '우리가 왜 헤어졌었는지'를 깨닫는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오직 그녀를 위해 살겠다는 그 이상한 태도를 어서 버리길 권한다. 연애는 함께 사는 거지, 대신 살아주거나 누굴 위해서 사는 게 아니다.
어렵지 않다. 그대의 무뚝뚝함이 걱정이라면,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갈 때 가족들과 함께 먹을 붕어빵이라도 한 봉지 사 가지고 들어가 보자. 연인이 아니라 왜 갑자기 가족 얘기냐고 할 지 모르는데, '다정함'의 습관을 들이는 게 먼저다. 부모님 생신에 상품권이나 현금, 혹은 비싸지 않으면서 비싸 보이는 거 사서 드리는 것보다, 부모님과 함께 먹으려 붕어빵을 사 왔다는 그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집에 누가 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헤어질 때 아쉬워하고, 그런 작은 부분들부터 몸에 익혀 두자.
다만, 그대의 다정함은 외부로 발산되는 것만큼이나 스스로에게도 충분히 충족되어야 한다. 자신의 생활은 접어두고 상대를 위해서 살기 시작하면, 그 관계에선 상대밖에 남지 않는다. 그런 관계는 상대의 자만심만 살찌울 뿐이고 말이다. '나를 돌보는 것만큼 상대를 돌보기, 상대를 돌보는 것만큼 나를 돌보기'의 균형을 맞춘다면, 상대에게 보상을 구걸할 일도 없을 것이다.
새해에도 노멀로그의 사연함은 열려 있으니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주시길 바라며, 아직 기지개를 안 펴신 대원이 있다면 지금 즉시 기지개 한 번 펴고, 이틀 남은 2013년의 첫 후라이데이 맞을 준비를 하시길!
▲ "크리스마스에 사귀었는데, 헤어졌어요. 붙잡고 싶어요." 노멀로그 처음이지? 어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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