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남자를 질리게 만드는 여자, 문제는?
최대한 사연에 맞춰서 매뉴얼을 발행하면
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은 모르도록 열심히 각색을 해서 발행하면
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면 대체 나더러 어쩌란 얘긴가?
물론 저건 내 작은 불평이니 너무 신경 쓰진 않아도 좋다. 매뉴얼을 내려달라고 하면 내려주고, 좀 더 피부에 와 닿게 다시 써 달라고 하면 다시 써 준다. 무한씨는 친절하니까.
이렇듯 친절한 무한씨가 발행하는 2012년의 마지막 매뉴얼, 출발해 보자.
내 지인 J군은 연말이나 명절이 되면 안부를 묻는 톡을 보낸다. 그런데 그 톡에 대답을 하면 한참동안 확인을 하지 않거나, 내 대답에 "어 그래~ 지금은 좀 바쁘니까 이따가 저녁에 통화하자."라는 식의 반응을 하며 말을 돌린다.(바빠서 얘기할 시간도 없으면서 왜 말을 건 걸까?) 별 마음 없이 의무적으로 안부를 물었으니 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J군은, 남들은 저런 속사정을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참 열심히도 보낸다. 며칠 전엔 J군에게 "미리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존대로 톡이 왔기에, "그래. 너도 복 많이 받아라!"라고 답장을 했다. 그러자 곧이어 "네. 감사합니다. ^^"라는 J군의 답변이 돌아왔다. 우린 동갑인데. 자기가 누구한테 보냈는지 확인도 안 한 채 그냥 기계적으로 안부 묻고 답장 하고, 뭐 그러는 거다.
저런 태도가 사연을 보낸 S양에게서도 보인다.
어느 책에서 읽은 건지 메모를 해두지 않아 출처를 밝힐 수가 없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를 둔 엄마가 있다. 그 엄마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찡그린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를 바라볼 땐 웃으며 말한다. 그러며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그럴 경우 아이는 극심한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눈으로는 분명 엄마의 미소가 보이는데, 본능적으론 엄마의 슬픔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S양의 데이트에 내가 참여한 것이 아니라 어느 부분이 문제라고 콕 찝어 말할 순 없다. 하지만 S양 스스로 '본심을 숨겨가면서까지 처세를 잘 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분명 어느 지점에서 상대도 S양의 본심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상대도 바로 이 점 때문에 S양에 대한 마음이 식었다는 걸 명확하게 밝힌다.
상대를 어리숙한 고객 대하듯 대충 몇 번 웃어주고 "내가 바로 네가 바라던 여자야."라는 연기를 해 붙잡으려 하진 말길 바란다. 상대가 정말 어리숙한 남자라면 그런 모습에 넘어오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상대는 S양이 연기하고 있다는 걸 알아챌 것이니 말이다.
위에서 말한 안부문자 남발하는 J군. 그의 지인들이 처음 몇 번은 J군의 안부 문자에 진심으로 대답을 했지만, 지금은 형식적인 대답밖에 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그거 정말 좋지 않은 버릇이다. 내 주변에도 까칠녀로 살아오신 아주머니(이후 까주머니)가 한 분 계신데, 그 까주머니는 모임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고약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대략 이런 식이다.
가만히 있으면 밉지나 않을 텐데, 그 까주머니는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과정을 결코 겪고 싶지 않다며 오랜 시간 '찬물 끼얹기'라는 방어기제를 만든 까닭에 모임원들의 원망과 미운감정을 산다.
S양도 마찬가지다. 남자가
라고 말하면, 여우같은 여자들은,
라며 기뻐한다. 그런데 S양은
라며 찬물을 끼얹는다. 어쩌면 좋을까. 그러면서 내게
라고 말한다. 아니, 공약을 남발하면 그 공약을 지키는지 아닌지 천천히 지켜보면 되는 거지, 단박에 박살 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실망 같은 건 절대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지킬 수 있는 공약들만 하시죠."라고 말하면, 상대는 정이 확 떨어진다. 신세 진 거 갚아나가는 것도 아닌데 저런 얘기 들으면서까지 여기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나 더. S양은 태도를 좀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그건 나중에 친해지고 난 뒤에…."라는 식으로 자꾸 미루거나, 의사를 밝혀야 하는 순간에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면 상대는 짜증이 난다. 이건 뭐 맥도널드 앞에까지 데리고 가서 "자, 오늘은 맥도널드가 어디 있는지 알아뒀으니 빅맥은 다음번에 먹자."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는 그런 행동을 약올리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S양은 말한다.
우선 그 '쌩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사연을 읽어 보면 S양의 이번 썸남은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 S양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무조건 상대가 '원래 저럴 목적으로 다가왔을 것, 또는 저것밖에 안 되는 남자인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렇게 정신승리를 하고 나면 마음이야 편하지만, 썸남이 멸종된다는 단점이 있다. 늘 관계를 정리, 정리, 정리만 하는 연애가 이어지는 것이다.
상대는 S양에게 신세진 것도 없고, 뭔갈 계속 베풀어야 할 의무도 없다. 바꿔 말하면, S양에겐 혼자 높은 곳에 앉아 상대에게 점수를 매길 권리가 없다는 소리다. 이쪽에선 면접관의 자세만 취한 채 손톱만큼도 '이해'를 하지 않는데 어찌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있겠는가.
약속 시간에 늦는 걸 기다려 줬다고 이해한 게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해'란, 상대의 실수나 아직 철이 덜 든 모습 같은 걸 보듬어 줄 줄 아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상대가 들뜬 마음에 "나중에 우리 이것도, 저것도 같이…."라며 S양의 말대로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남발했다고 해보자. 그럼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줄 수도 있어야 하는 법인데, S양은 그 모습을 보며 빨간펜을 든다.
물론, 마이너스 점수만 주는 건 아니다. 플러스 점수를 주기도 한다.
플러스 점수도 줬으니 이제 상쇄되었다는 게 아니라, 대체 왜 저렇게 평가만 하고 있냐는 거다.
돌이켜 보길 바란다. S양은 이번 연애에서 뭘 했는가? 상대가 싸주는 고기 꼭꼭 씹어 잘 먹은 거? 차 태워다 주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내린 거? 카톡에 이모티콘 섞어서 답장 해 준거? 밥 얻어먹고 커피 산 거? 차가 막혀서 좀 늦을 거 같다고 한 상대 기다려 준 거? 내가 봤을 땐 S양이 한 건 저게 전부다.
나름 최선을 다한 거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면, S양이 보낸 카톡대화부터 천천히 살펴보길 바란다. 상대의 말을 잘 받아 쳤나, 리액션을 잘 했나가 문제가 아니다. S양이 먼저 말을 걸거나 안부를 물은 적이 딱 한 번 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3주간 딱 한 번. 그것도 상대가 마음을 접고 난 이후 왜 연락이 없냐고 묻는 한 번이다. 아니, 사람이 어쩜 그래?
S양은 위와 같은 행동을 '이성적인 행동'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저건 그냥 '계산적인 행동'일 뿐이다. 그 태도를 고치지 않는 한, S양과 친해지고 싶어 상대가 먼저 다가왔다 하더라도 결국 모두 뒤돌아 가 버릴 거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소개팅 남'을 집으로 데려가 부모님께 인사 시키는 일은, 다신 하지 말길 권해주고 싶다. 부모님이 주선해 주신 소개팅도 아니고, 게다가 아직 두 사람도 존대를 쓰는 어색한 상황에서 집에 데려가 인사 시키는 건 상식적으로 좀 이해하기가 어려운 행동이다. 부모님도 당황하셨기에 '이거 아직 둘이 사귀는 것도 아니라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며 곤란해 하신 것 아닌가.
아마 '부모님께서 보시면 이 사람과 사귀어도 되는지 아닌지 잘 알 수 있으실 것'이라는 생각에 상대를 집으로 데리고 간 것 같은데, S양은 상대와 '연애'를 해야 하는 거지 상대를 '구매'하는 게 아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려 상대를 데리고 다니며 '남자친구 베타 서비스'를 받는 건 예의가 아니다. 가끔 이와 비슷하게 소개팅남 데리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소개팅남이 밥값, 술값까지 계산하게 만드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런 짓은 제발 하지 말길 바란다.
2012년도 오늘로 끝이다. 죽지 않고 열심히 살아낸 대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일은 노멀로그 2012년 결산을 하는 날이니, 감사 인사 및 새해를 맞는 각오에 대해서는 내일 이야기 나누도록 하자. 그럼 2012년의 마지막 밤 하얗게 불태우시길 바라며!
▲ 추천은 무료! 아래는 경기도와 파주시, MBC, 경기문화재단에 보내는 한마디.
제야행사 임진각으로 오라고 광고만 하지 말고, 제발 행사를 제대로 하자.
내가 매해 가는데, 갈수록 프로그램 줄이더니, 작년엔 불꽃놀이도 안 하더라?
사람들 무지하게 와서 다들 주차하고 대형 스크린 앞으로 모이니까,
"3,2,1… 자 여러분!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들 가세요."
그게 행사의 전부라는 게 믿기지 않아서, 사람들이 자리를 못 떴다니까?
안 그래도 거기 야외라서 자판기 커피 뽑으면 뽑자마나 냉커피 되는데,
불꽃놀이 보여준다며 여자친구 데려간 남자들 거기서 다 뺨 맞고 헤어졌다니까?
내 옆에 있던 어느 여자는 "불꽃놀이가 어딨어? 불꽃 싸대기나 맞아라."
하면서 남자친구 뺨 때리고 집에 가더라.
MBC 가요대제전인가 하는 거, 특설무대 꾸며 놓고 사람 채우려고 부르는 거야?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알만한 가수들은 죄다 MBC 실내 스튜디오에 있잖아.
야외로 오는 가수들, 걔들도 나 모르고 나도 걔들 몰라. 서로 뻘줌하다니까?
걔들도 춥고 나도 추워서, 서로 '추운데 참 고생이 많다'하는 표정이었어.
그래도 불꽃놀이 하나 보려고 계속 기다린 거야. 방송 들러리 하려고 기다린 게 아니야.
2010년에 불꽃 겨우 두세 번 퐁퐁, 터트리더니 끝난 거 이해해. 예산 때문에 그럴 수 있어.
그런데 2011년에 종 치는 거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집에 가라고 한 거, 그거 정말 아니잖아.
이번 포스터 보니까 또 그럴 것 같은 냄새가 나.
"출연진은 확정되는 대로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예정입니다."
행사가 오늘 밤인데, 아직도 공지사항엔 소식이 없더라. 뻔한 거지 뭐.
'제야행사'라는 말에 갔다가, 허무함을 느끼고 돌아올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적는 거야.
아 그리고, 공지에 "좌석은 선착순 자유석입니다." 이거 웃기려고 써 놓은 거지?
빨리 갈수록 몸은 더 단단하게 얼고, 실망감은 더욱 커지는 법이지.
몇 년 전에 안치환씨 와서 입이 언 채로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 부르고 그럴 때,
마음속에 뭉클한 기분도 들고, 주먹도 꽉 한 번 쥐어보게 되었던 느낌이 있어서
그걸 그리워하며 매해 마지막 날 임진각을 찾는 건데, 제발 그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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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최대한 사연에 맞춰서 매뉴얼을 발행하면
"제 얘기를 누가 알아볼까봐 겁나네요. 죄송하지만 지워주실 수 있나요?"
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은 모르도록 열심히 각색을 해서 발행하면
"저 남자 완전 한심하네요. 그런데 제 사연은 언제쯤 다뤄질까요?"
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면 대체 나더러 어쩌란 얘긴가?
물론 저건 내 작은 불평이니 너무 신경 쓰진 않아도 좋다. 매뉴얼을 내려달라고 하면 내려주고, 좀 더 피부에 와 닿게 다시 써 달라고 하면 다시 써 준다. 무한씨는 친절하니까.
이렇듯 친절한 무한씨가 발행하는 2012년의 마지막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남자도 다 압니다.
내 지인 J군은 연말이나 명절이 되면 안부를 묻는 톡을 보낸다. 그런데 그 톡에 대답을 하면 한참동안 확인을 하지 않거나, 내 대답에 "어 그래~ 지금은 좀 바쁘니까 이따가 저녁에 통화하자."라는 식의 반응을 하며 말을 돌린다.(바빠서 얘기할 시간도 없으면서 왜 말을 건 걸까?) 별 마음 없이 의무적으로 안부를 물었으니 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J군은, 남들은 저런 속사정을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참 열심히도 보낸다. 며칠 전엔 J군에게 "미리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존대로 톡이 왔기에, "그래. 너도 복 많이 받아라!"라고 답장을 했다. 그러자 곧이어 "네. 감사합니다. ^^"라는 J군의 답변이 돌아왔다. 우린 동갑인데. 자기가 누구한테 보냈는지 확인도 안 한 채 그냥 기계적으로 안부 묻고 답장 하고, 뭐 그러는 거다.
저런 태도가 사연을 보낸 S양에게서도 보인다.
"끌리진 않았지만 거절할 수도 없어서 승낙했어요."
"그 사람 기분을 어느 정도 맞춰준다는 생각으로 기쁜 척 했어요."
"사실 고맙긴커녕 좀 짜증이 났는데, 내색은 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 기분을 어느 정도 맞춰준다는 생각으로 기쁜 척 했어요."
"사실 고맙긴커녕 좀 짜증이 났는데, 내색은 하지 않았어요."
어느 책에서 읽은 건지 메모를 해두지 않아 출처를 밝힐 수가 없는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를 둔 엄마가 있다. 그 엄마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찡그린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를 바라볼 땐 웃으며 말한다. 그러며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그럴 경우 아이는 극심한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눈으로는 분명 엄마의 미소가 보이는데, 본능적으론 엄마의 슬픔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S양의 데이트에 내가 참여한 것이 아니라 어느 부분이 문제라고 콕 찝어 말할 순 없다. 하지만 S양 스스로 '본심을 숨겨가면서까지 처세를 잘 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분명 어느 지점에서 상대도 S양의 본심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상대도 바로 이 점 때문에 S양에 대한 마음이 식었다는 걸 명확하게 밝힌다.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맞춰 가면 되는 걸 텐데,
S양은 맞는 척 연기하는 듯한, 좀 가식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S양은 맞는 척 연기하는 듯한, 좀 가식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상대를 어리숙한 고객 대하듯 대충 몇 번 웃어주고 "내가 바로 네가 바라던 여자야."라는 연기를 해 붙잡으려 하진 말길 바란다. 상대가 정말 어리숙한 남자라면 그런 모습에 넘어오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상대는 S양이 연기하고 있다는 걸 알아챌 것이니 말이다.
위에서 말한 안부문자 남발하는 J군. 그의 지인들이 처음 몇 번은 J군의 안부 문자에 진심으로 대답을 했지만, 지금은 형식적인 대답밖에 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2. 찬물을 끼얹는 까칠녀.
그거 정말 좋지 않은 버릇이다. 내 주변에도 까칠녀로 살아오신 아주머니(이후 까주머니)가 한 분 계신데, 그 까주머니는 모임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고약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대략 이런 식이다.
모임녀1 - 우리 내년에는 관광도 좀 다니고 그러자. 남편들 집에 놔두고.
모임녀2 - 그래. 1월에 온천 어때? 말 나온 김에 계획 한 번 잡을까?
까주머니 - 그냥 모임부터 좀 충실히들 나와. 집안 일 핑계대고 잘 나오지도 않으면서.
모임녀2 - 그래. 1월에 온천 어때? 말 나온 김에 계획 한 번 잡을까?
까주머니 - 그냥 모임부터 좀 충실히들 나와. 집안 일 핑계대고 잘 나오지도 않으면서.
가만히 있으면 밉지나 않을 텐데, 그 까주머니는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과정을 결코 겪고 싶지 않다며 오랜 시간 '찬물 끼얹기'라는 방어기제를 만든 까닭에 모임원들의 원망과 미운감정을 산다.
S양도 마찬가지다. 남자가
"눈 오는 게 좋다고요? 그럼 훗카이도 한 번 가야겠네요.
제가 일본어 공부해서 가이드까지 할 테니까 같이 한 번 가요!"
제가 일본어 공부해서 가이드까지 할 테니까 같이 한 번 가요!"
라고 말하면, 여우같은 여자들은,
"진짜요? 거기 눈 축제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생각만 해도 신나네요."
라며 기뻐한다. 그런데 S양은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고 거리낌 없이 가까워지시는 타입이신가 봐요?
여행 얘기는 나중에 친해지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여행 얘기는 나중에 친해지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라며 찬물을 끼얹는다. 어쩌면 좋을까. 그러면서 내게
"그 사람이 현실성 없어 보이는 공약들을 마구 남발하더군요."
라고 말한다. 아니, 공약을 남발하면 그 공약을 지키는지 아닌지 천천히 지켜보면 되는 거지, 단박에 박살 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실망 같은 건 절대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지킬 수 있는 공약들만 하시죠."라고 말하면, 상대는 정이 확 떨어진다. 신세 진 거 갚아나가는 것도 아닌데 저런 얘기 들으면서까지 여기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나 더. S양은 태도를 좀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그건 나중에 친해지고 난 뒤에…."라는 식으로 자꾸 미루거나, 의사를 밝혀야 하는 순간에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면 상대는 짜증이 난다. 이건 뭐 맥도널드 앞에까지 데리고 가서 "자, 오늘은 맥도널드가 어디 있는지 알아뒀으니 빅맥은 다음번에 먹자."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는 그런 행동을 약올리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3. 그건 면접관의 태도인데요?
S양은 말한다.
"…끝났습니다. 어차피 저도 그 사람 별로라고 생각해서 힘들진 않아요.
좋다고 들이들 땐 막 들이대다가 갑자기 쌩한 이런 남자, 황당하고 싫어요.
그 사람과 끝났다는 사실보다, 제 연애가 또 이렇게 깨졌다는 게 속상해요.
대체 왜 제 연애는 뜨겁게 한 번 불타지도 못하고 이렇게 깨져 버리는 걸까요?"
좋다고 들이들 땐 막 들이대다가 갑자기 쌩한 이런 남자, 황당하고 싫어요.
그 사람과 끝났다는 사실보다, 제 연애가 또 이렇게 깨졌다는 게 속상해요.
대체 왜 제 연애는 뜨겁게 한 번 불타지도 못하고 이렇게 깨져 버리는 걸까요?"
우선 그 '쌩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 원래 목적이 간 보는 것이었기에 간만 보고 등 돌리는 남자.
- 연애를 할 생각으로 다가왔다가 인간적인 실망을 하고 돌아서는 남자.
- 연애를 할 생각으로 다가왔다가 인간적인 실망을 하고 돌아서는 남자.
사연을 읽어 보면 S양의 이번 썸남은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 S양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무조건 상대가 '원래 저럴 목적으로 다가왔을 것, 또는 저것밖에 안 되는 남자인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렇게 정신승리를 하고 나면 마음이야 편하지만, 썸남이 멸종된다는 단점이 있다. 늘 관계를 정리, 정리, 정리만 하는 연애가 이어지는 것이다.
상대는 S양에게 신세진 것도 없고, 뭔갈 계속 베풀어야 할 의무도 없다. 바꿔 말하면, S양에겐 혼자 높은 곳에 앉아 상대에게 점수를 매길 권리가 없다는 소리다. 이쪽에선 면접관의 자세만 취한 채 손톱만큼도 '이해'를 하지 않는데 어찌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있겠는가.
약속 시간에 늦는 걸 기다려 줬다고 이해한 게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해'란, 상대의 실수나 아직 철이 덜 든 모습 같은 걸 보듬어 줄 줄 아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상대가 들뜬 마음에 "나중에 우리 이것도, 저것도 같이…."라며 S양의 말대로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남발했다고 해보자. 그럼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줄 수도 있어야 하는 법인데, S양은 그 모습을 보며 빨간펜을 든다.
'뭐야, 허언증 환자인가? 아직 손도 안 잡았는데 무슨 여행 얘기야? 마이너스 10점.'
물론, 마이너스 점수만 주는 건 아니다. 플러스 점수를 주기도 한다.
"고기를 먹었는데, 그가 알아서 다 굽고 자르고, 쌈을 싸서 먹여주기도 하더군요.
완전 공주님 대접을 해 주던데, 그의 자상함까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다 먹고 난 후엔 제가 옷에 고기 냄새가 좀 밴 것 같다고 했더니
근처 편의점에 뛰어가 페브헤헤를 사가지고 와 뿌려주더군요. 센스가 느껴졌습니다."
완전 공주님 대접을 해 주던데, 그의 자상함까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다 먹고 난 후엔 제가 옷에 고기 냄새가 좀 밴 것 같다고 했더니
근처 편의점에 뛰어가 페브헤헤를 사가지고 와 뿌려주더군요. 센스가 느껴졌습니다."
플러스 점수도 줬으니 이제 상쇄되었다는 게 아니라, 대체 왜 저렇게 평가만 하고 있냐는 거다.
돌이켜 보길 바란다. S양은 이번 연애에서 뭘 했는가? 상대가 싸주는 고기 꼭꼭 씹어 잘 먹은 거? 차 태워다 주면 고맙다고 인사하고 내린 거? 카톡에 이모티콘 섞어서 답장 해 준거? 밥 얻어먹고 커피 산 거? 차가 막혀서 좀 늦을 거 같다고 한 상대 기다려 준 거? 내가 봤을 땐 S양이 한 건 저게 전부다.
나름 최선을 다한 거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면, S양이 보낸 카톡대화부터 천천히 살펴보길 바란다. 상대의 말을 잘 받아 쳤나, 리액션을 잘 했나가 문제가 아니다. S양이 먼저 말을 걸거나 안부를 물은 적이 딱 한 번 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3주간 딱 한 번. 그것도 상대가 마음을 접고 난 이후 왜 연락이 없냐고 묻는 한 번이다. 아니, 사람이 어쩜 그래?
S양은 위와 같은 행동을 '이성적인 행동'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저건 그냥 '계산적인 행동'일 뿐이다. 그 태도를 고치지 않는 한, S양과 친해지고 싶어 상대가 먼저 다가왔다 하더라도 결국 모두 뒤돌아 가 버릴 거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소개팅 남'을 집으로 데려가 부모님께 인사 시키는 일은, 다신 하지 말길 권해주고 싶다. 부모님이 주선해 주신 소개팅도 아니고, 게다가 아직 두 사람도 존대를 쓰는 어색한 상황에서 집에 데려가 인사 시키는 건 상식적으로 좀 이해하기가 어려운 행동이다. 부모님도 당황하셨기에 '이거 아직 둘이 사귀는 것도 아니라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라며 곤란해 하신 것 아닌가.
아마 '부모님께서 보시면 이 사람과 사귀어도 되는지 아닌지 잘 알 수 있으실 것'이라는 생각에 상대를 집으로 데리고 간 것 같은데, S양은 상대와 '연애'를 해야 하는 거지 상대를 '구매'하는 게 아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려 상대를 데리고 다니며 '남자친구 베타 서비스'를 받는 건 예의가 아니다. 가끔 이와 비슷하게 소개팅남 데리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소개팅남이 밥값, 술값까지 계산하게 만드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런 짓은 제발 하지 말길 바란다.
2012년도 오늘로 끝이다. 죽지 않고 열심히 살아낸 대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일은 노멀로그 2012년 결산을 하는 날이니, 감사 인사 및 새해를 맞는 각오에 대해서는 내일 이야기 나누도록 하자. 그럼 2012년의 마지막 밤 하얗게 불태우시길 바라며!
▲ 추천은 무료! 아래는 경기도와 파주시, MBC, 경기문화재단에 보내는 한마디.
제야행사 임진각으로 오라고 광고만 하지 말고, 제발 행사를 제대로 하자.
내가 매해 가는데, 갈수록 프로그램 줄이더니, 작년엔 불꽃놀이도 안 하더라?
사람들 무지하게 와서 다들 주차하고 대형 스크린 앞으로 모이니까,
"3,2,1… 자 여러분!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들 가세요."
그게 행사의 전부라는 게 믿기지 않아서, 사람들이 자리를 못 떴다니까?
안 그래도 거기 야외라서 자판기 커피 뽑으면 뽑자마나 냉커피 되는데,
불꽃놀이 보여준다며 여자친구 데려간 남자들 거기서 다 뺨 맞고 헤어졌다니까?
내 옆에 있던 어느 여자는 "불꽃놀이가 어딨어? 불꽃 싸대기나 맞아라."
하면서 남자친구 뺨 때리고 집에 가더라.
MBC 가요대제전인가 하는 거, 특설무대 꾸며 놓고 사람 채우려고 부르는 거야?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알만한 가수들은 죄다 MBC 실내 스튜디오에 있잖아.
야외로 오는 가수들, 걔들도 나 모르고 나도 걔들 몰라. 서로 뻘줌하다니까?
걔들도 춥고 나도 추워서, 서로 '추운데 참 고생이 많다'하는 표정이었어.
그래도 불꽃놀이 하나 보려고 계속 기다린 거야. 방송 들러리 하려고 기다린 게 아니야.
2010년에 불꽃 겨우 두세 번 퐁퐁, 터트리더니 끝난 거 이해해. 예산 때문에 그럴 수 있어.
그런데 2011년에 종 치는 거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집에 가라고 한 거, 그거 정말 아니잖아.
이번 포스터 보니까 또 그럴 것 같은 냄새가 나.
"출연진은 확정되는 대로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예정입니다."
행사가 오늘 밤인데, 아직도 공지사항엔 소식이 없더라. 뻔한 거지 뭐.
'제야행사'라는 말에 갔다가, 허무함을 느끼고 돌아올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적는 거야.
아 그리고, 공지에 "좌석은 선착순 자유석입니다." 이거 웃기려고 써 놓은 거지?
빨리 갈수록 몸은 더 단단하게 얼고, 실망감은 더욱 커지는 법이지.
몇 년 전에 안치환씨 와서 입이 언 채로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 부르고 그럴 때,
마음속에 뭉클한 기분도 들고, 주먹도 꽉 한 번 쥐어보게 되었던 느낌이 있어서
그걸 그리워하며 매해 마지막 날 임진각을 찾는 건데, 제발 그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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