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사연모음] 사귈 가능성 묻는 여자 외 2편
2013년에도 또 찾아왔다. 매뉴얼로 발행하긴 어딘가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꾸 눈에 밟히는 사연들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 금요사연모음!
새해를 맞아 담근 레몬청이 쓰다. 씨가 들어가면 쓰다기에 외과수술 하듯 열심히 씨도 적출해 냈는데. blueee님이 남겨주신 "레몬이 신선하지 않으면 쓴 맛이 나요!"라는 말로 미루어보면, 레몬이 신선하지 않았던 것 같다.(꿀병으로 세 병이나 만들어 놨는데!) 노멀로그에서 레몬청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레몬청을 담그려는 대원들은, 필히 '신선한 레몬'을 고르길 바란다.
자 그럼, 새해의 첫 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그간 매뉴얼에서 하지 말라고 했던 행동들, 그러니까 '올인 하기', '팬클럽회장 하기', '떠보기', '부담 주기'등이 모두 녹아 있는 멘트다.
어제 말한 '갑과 을'의 관계가 바로 저런 관계다. 둘의 진로가 오로지 '갑'의 의사에 달려 있는 관계. 저 상황에서 운이 좋아 연애로 이어지더라도 갑은 '사귀어 준다'는 마음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고, 을은 속없이 간판만 내건 연애의 허망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사연을 보낸 대원은, 저 말에 상대가 답하지 않자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다시 톡을 보냈고, 상대에게 "어 그래 알았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행복해라."라는 답을 받지 않았는가. 점수가 같아야 연장전 가는 거다. 지금은 명백히 결과가 나온 상황인데, 여기서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우리 커피 한 잔 마셔요."라며 매달리면 사람이 우스워진다.
이 관계는 여기서 끝내는 게 가장 좋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 사람과 다시 잘 해보고 싶다면 더더욱 여기서 끝내야 한다. 그 다음에 다시 시작하는 거다. 연장전 대신 새 경기를 시작한다고 생각하자. 맛있는 음식 먹고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다 보면, 기울어진 둘의 관계는 시간이 서서히 수평을 맞춰 줄 것이다. 그 동안은 수평이 맞는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잡고 싶은 여자가 되는 일에만 신경 쓰자.
그렇게 자기 삶에 집중해 지내다가도 상대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동안 네게 참 많은 걸 받은 것 같아…."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면, 당장 달려가 상대의 앞에 무릎 꿇는 대원들이 있다. 절대 그래선 안 된다. 상대가 그걸 갚아 나가려는 태도까지 보이면 그 때 천천히 다가가길 바란다. 고맙다는 말 들었다고 무작정 달려가 다시 팬클럽 생활하면, "미안하고, 감사하다. 행복해라."라는 말을 듣는 건 시간문제다.
이런 가정을 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S양에게 호의를 보이며 다가오는 남자가 있다. 현재 S양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그를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라고 해보자.
그런데 그는 S양이 바라는 이성상과는 거리가 좀 있는 사람이다. '졸라'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술을 마시며 그 중 한 번은 꼭 필름이 끊긴다. S양은 듬직하고 진중한 남자를 원하는데, 그는 가볍고 말이 많다. 촐랑대는 성격 때문에 실수를 저지른 일이 있을 정도다. 그래도 상종하고 싶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하는 모습 덕분에 심심하진 않으니까. 그래서 친구처럼 같이 영화를 보거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과거 이야기들을 꺼내 놓는 걸 그와 나누게 되었다. S양이 휴무인 날에 심심함에 몸부림을 치면, 그가 달려와서 같이 놀아주니까.
저 이야기를 뒤집으면 내가 바라본 S양의 사연이 된다. S양은 '썸을 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엔 '친구'의 범주를 넘지 못한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S양이 말하는 '친구와 연인 그 사이 어디쯤'이 아니라, '친구'인 거다. 남자사람과 아직 친하게 지내본 적 없기에 S양은 이성은 모두 '연인'아니면 '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설날에나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문자 보내는 게 '친구'라고 생각하거나 말이다.
때문에 "그의 마음이 제 쪽으로 다시 돌아서는 일은 없을까요?"라는 물음에 답을 하기가 어렵다. 내가 보기엔 친구처럼 잘 지내다가 S양이 "날 왜 꼬셨냐.", "넌 내 남자친구도 아니잖냐.", "우리는 무슨 사이냐."라며 연인이 되어야 할 것처럼 몰아가니 상대는 브레이크를 밟아버린 거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건 애초에 번지수를 잘못 찾아가서 생긴 일인데, 엄한 곳 가서 "여기 김창식씨네 집 맞죠? 다 알고 왔어요. 김창식씨 얼른 나오라고 하세요. 문 좀 열어 보시라고요."라며 문만 두드리지 말고, 번지수 확인부터 다시 하자.
먼저, 나도 B양의 어머니와 같은 생각이라는 걸 밝힌다. '작은 것도 챙겨주는' 것과 '작은 것만 챙겨주는' 것은 분명 다르다. 내 주변에도 B양의 남자친구와 같은 지인들이 있다는 걸 전에 한 번 밝힌 적 있다. 자기 가족에겐 치킨 한 마리 시켜주지 못하면서, 밖에서 술값 계산하는 그런 타입의 사람 말이다.
물론 B양의 남자친구는 경우가 좀 다르다. 모아 놓은 돈을 누나 결혼자금으로 모두 보태고, 월급의 절반을 부모님께 드리며, 남은 절반 중 자신은 50만원만 가지고 한 달을 살며 나머진 모두 적금으로 붓는 남자. 저게 '그래야만 할 상황'이라면 모르겠는데, 누나나 부모님 모두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데 저렇다는 게 좀 황당하다.
B양이 자신의 집안사정을 자세히 적지 않아서 말하기가 좀 조심스럽긴 한데, 남자친구가
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책 주문하고 공짜로 받은 머그컵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내밀었을 때, B양이 화를 낸 건 절대 이상한 게 아니다. 남자친구가 돈 없다고 노래를 부르는 까닭에 매번 B양이 다 계산했는데, 어디서 사은품으로 받은 머그컵을 가져와선…. 그래놓곤 B양이 서운하다고 얘기하자
라고 말하는 남자. 대체 저건 무슨 멘탈인지 궁금하다.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가진 돈으로 할 거 다 하고, 모을 거 다 모아두었기에 수중에 돈이 없는 것 아닌가.
내 여동생이 B양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여자친구에게만 긴축재정을 펼치는 남자와는 즉시 헤어지라고 권할 것이다. 자기 돈 안 내고 먹는 고기는 맛있게 씹어 먹어 놓고, 선물 살 때가 되니 돈 없다는 게 어쩌고저쩌고…. 누나 결혼자금으로 700만 원을 보탠 사람이, 여자친구에게 괜찮은 선물 사려고 했더니 너무 비싸다고 말하나? 여자친구에겐 7천 원도 과분하기에 사은품으로 받은 컵을 준 건가?
B양의 말에, "예전의 넌 작은 거에도 고마워하던 순수한 사람이었는데, 이젠 비싼 선물을 바라는 속물처럼 변한 것 같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로그아웃 하는 게 맞는 거다. 그는 B양이 준비해 간 선물은 또 넙죽넙죽 잘 받지 않았나. "난 우리가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플라토닉한 사랑을…." 아니, 무슨 약 같은 거 하나?
마지막으로 '솔직한 얘기'가 '과거의 제일 불행했던 시절'이나 '가장 끔찍한 기억'들을 꺼내 놓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좀 적어두고 싶다. 만나서 자리 뜨면 사라질 이야기 말고 좀 진솔한 이야기들을 털어 놓으라고 했더니, 과거에 우울증을 앓았다느니 자살을 생각했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만 꺼내는 대원들이 있다. 에세이를 쓰라고 했더니 반성문을 써 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우울하고 어두운 얘기 말고도 나눌 '진솔한 얘기'들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인터넷에서 본 유머가 혼자 볼 땐 웃긴데 친구에게 보여 주면 재미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든지, 집에 치킨배달이 오면 숨는 버릇이 있다든지, 체로 거르는 것처럼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인간관계가 걸러지는 것 같다든지 하는 얘기들 말이다. 언젠가 아침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생각을 상대에게 털어 놓으면, "어? 나도 그런 적 있는데!"라면서 자연스레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이걸 잘 기억해 뒀다가, 마음을 부풀게 만드는 바람 같은 얘기 나누길 바란다.
▲ 클릭 한 번으로 하실 수 있는 추천이, 제게는 큰 격려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연관글>
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2013년에도 또 찾아왔다. 매뉴얼로 발행하긴 어딘가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꾸 눈에 밟히는 사연들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 금요사연모음!
새해를 맞아 담근 레몬청이 쓰다. 씨가 들어가면 쓰다기에 외과수술 하듯 열심히 씨도 적출해 냈는데. blueee님이 남겨주신 "레몬이 신선하지 않으면 쓴 맛이 나요!"라는 말로 미루어보면, 레몬이 신선하지 않았던 것 같다.(꿀병으로 세 병이나 만들어 놨는데!) 노멀로그에서 레몬청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레몬청을 담그려는 대원들은, 필히 '신선한 레몬'을 고르길 바란다.
자 그럼, 새해의 첫 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발전(사귈) 가능성이 있냐고 묻는 여자.
그간 매뉴얼에서 하지 말라고 했던 행동들, 그러니까 '올인 하기', '팬클럽회장 하기', '떠보기', '부담 주기'등이 모두 녹아 있는 멘트다.
"우리는 오빠동생사이인가요, 아니면 그 이상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어떤 사이인지 오빠가 선을 그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답장 기다릴게요."
어떤 사이인지 오빠가 선을 그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답장 기다릴게요."
어제 말한 '갑과 을'의 관계가 바로 저런 관계다. 둘의 진로가 오로지 '갑'의 의사에 달려 있는 관계. 저 상황에서 운이 좋아 연애로 이어지더라도 갑은 '사귀어 준다'는 마음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고, 을은 속없이 간판만 내건 연애의 허망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사연을 보낸 대원은, 저 말에 상대가 답하지 않자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다시 톡을 보냈고, 상대에게 "어 그래 알았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행복해라."라는 답을 받지 않았는가. 점수가 같아야 연장전 가는 거다. 지금은 명백히 결과가 나온 상황인데, 여기서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우리 커피 한 잔 마셔요."라며 매달리면 사람이 우스워진다.
이 관계는 여기서 끝내는 게 가장 좋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 사람과 다시 잘 해보고 싶다면 더더욱 여기서 끝내야 한다. 그 다음에 다시 시작하는 거다. 연장전 대신 새 경기를 시작한다고 생각하자. 맛있는 음식 먹고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다 보면, 기울어진 둘의 관계는 시간이 서서히 수평을 맞춰 줄 것이다. 그 동안은 수평이 맞는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잡고 싶은 여자가 되는 일에만 신경 쓰자.
그렇게 자기 삶에 집중해 지내다가도 상대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동안 네게 참 많은 걸 받은 것 같아…."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면, 당장 달려가 상대의 앞에 무릎 꿇는 대원들이 있다. 절대 그래선 안 된다. 상대가 그걸 갚아 나가려는 태도까지 보이면 그 때 천천히 다가가길 바란다. 고맙다는 말 들었다고 무작정 달려가 다시 팬클럽 생활하면, "미안하고, 감사하다. 행복해라."라는 말을 듣는 건 시간문제다.
2. 성실남과의 6개월.
이런 가정을 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S양에게 호의를 보이며 다가오는 남자가 있다. 현재 S양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그를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라고 해보자.
그런데 그는 S양이 바라는 이성상과는 거리가 좀 있는 사람이다. '졸라'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술을 마시며 그 중 한 번은 꼭 필름이 끊긴다. S양은 듬직하고 진중한 남자를 원하는데, 그는 가볍고 말이 많다. 촐랑대는 성격 때문에 실수를 저지른 일이 있을 정도다. 그래도 상종하고 싶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하는 모습 덕분에 심심하진 않으니까. 그래서 친구처럼 같이 영화를 보거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과거 이야기들을 꺼내 놓는 걸 그와 나누게 되었다. S양이 휴무인 날에 심심함에 몸부림을 치면, 그가 달려와서 같이 놀아주니까.
저 이야기를 뒤집으면 내가 바라본 S양의 사연이 된다. S양은 '썸을 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엔 '친구'의 범주를 넘지 못한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 S양은 상대가 바라는 이성상과 거리가 꽤 멀다.
-> 상대는 조신하며, 차분하고, 꾸러기 기질이 없는 이성을 원한다.
ⓑ 둘의 만남은 대부분 S양이 졸라서 이루어졌다.
-> 영화를 보여 달라거나, 뭐가 먹고 싶다거나 하며 만나자고 졸랐다.
ⓒ 남자의 모든 행동이 'S양을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 정말 명확하다. S양이 낀 팔짱을 빼며, 왜 팔짱을 끼냐고 묻지 않는가.
ⓓ S양이 털어 놓은 어둠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 시무룩해져 있는 친구를 그냥 방치해 두지 않는, 본능 같은 거다.
-> 상대는 조신하며, 차분하고, 꾸러기 기질이 없는 이성을 원한다.
ⓑ 둘의 만남은 대부분 S양이 졸라서 이루어졌다.
-> 영화를 보여 달라거나, 뭐가 먹고 싶다거나 하며 만나자고 졸랐다.
ⓒ 남자의 모든 행동이 'S양을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 정말 명확하다. S양이 낀 팔짱을 빼며, 왜 팔짱을 끼냐고 묻지 않는가.
ⓓ S양이 털어 놓은 어둠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 시무룩해져 있는 친구를 그냥 방치해 두지 않는, 본능 같은 거다.
S양이 말하는 '친구와 연인 그 사이 어디쯤'이 아니라, '친구'인 거다. 남자사람과 아직 친하게 지내본 적 없기에 S양은 이성은 모두 '연인'아니면 '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면 설날에나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문자 보내는 게 '친구'라고 생각하거나 말이다.
때문에 "그의 마음이 제 쪽으로 다시 돌아서는 일은 없을까요?"라는 물음에 답을 하기가 어렵다. 내가 보기엔 친구처럼 잘 지내다가 S양이 "날 왜 꼬셨냐.", "넌 내 남자친구도 아니잖냐.", "우리는 무슨 사이냐."라며 연인이 되어야 할 것처럼 몰아가니 상대는 브레이크를 밟아버린 거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건 애초에 번지수를 잘못 찾아가서 생긴 일인데, 엄한 곳 가서 "여기 김창식씨네 집 맞죠? 다 알고 왔어요. 김창식씨 얼른 나오라고 하세요. 문 좀 열어 보시라고요."라며 문만 두드리지 말고, 번지수 확인부터 다시 하자.
3. 돈 없는 자신이 초라하다는 남자친구.
먼저, 나도 B양의 어머니와 같은 생각이라는 걸 밝힌다. '작은 것도 챙겨주는' 것과 '작은 것만 챙겨주는' 것은 분명 다르다. 내 주변에도 B양의 남자친구와 같은 지인들이 있다는 걸 전에 한 번 밝힌 적 있다. 자기 가족에겐 치킨 한 마리 시켜주지 못하면서, 밖에서 술값 계산하는 그런 타입의 사람 말이다.
물론 B양의 남자친구는 경우가 좀 다르다. 모아 놓은 돈을 누나 결혼자금으로 모두 보태고, 월급의 절반을 부모님께 드리며, 남은 절반 중 자신은 50만원만 가지고 한 달을 살며 나머진 모두 적금으로 붓는 남자. 저게 '그래야만 할 상황'이라면 모르겠는데, 누나나 부모님 모두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데 저렇다는 게 좀 황당하다.
B양이 자신의 집안사정을 자세히 적지 않아서 말하기가 좀 조심스럽긴 한데, 남자친구가
'B양의 집이 우리 집 보다 잘 사니까, 데이트 비용을 내는 건 당연해.
선물 역시 B양은 가지고 싶은 걸 다 가지고 있잖아. 내가 할 건 없어.'
선물 역시 B양은 가지고 싶은 걸 다 가지고 있잖아. 내가 할 건 없어.'
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책 주문하고 공짜로 받은 머그컵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내밀었을 때, B양이 화를 낸 건 절대 이상한 게 아니다. 남자친구가 돈 없다고 노래를 부르는 까닭에 매번 B양이 다 계산했는데, 어디서 사은품으로 받은 머그컵을 가져와선…. 그래놓곤 B양이 서운하다고 얘기하자
"돈 없다는 게 정말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구나.
뭔가를 준비하려면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싼 걸 하자니 마땅히 살 게 없고….
난 준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뭔가를 준비하려면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싼 걸 하자니 마땅히 살 게 없고….
난 준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라고 말하는 남자. 대체 저건 무슨 멘탈인지 궁금하다.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가진 돈으로 할 거 다 하고, 모을 거 다 모아두었기에 수중에 돈이 없는 것 아닌가.
내 여동생이 B양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여자친구에게만 긴축재정을 펼치는 남자와는 즉시 헤어지라고 권할 것이다. 자기 돈 안 내고 먹는 고기는 맛있게 씹어 먹어 놓고, 선물 살 때가 되니 돈 없다는 게 어쩌고저쩌고…. 누나 결혼자금으로 700만 원을 보탠 사람이, 여자친구에게 괜찮은 선물 사려고 했더니 너무 비싸다고 말하나? 여자친구에겐 7천 원도 과분하기에 사은품으로 받은 컵을 준 건가?
B양의 말에, "예전의 넌 작은 거에도 고마워하던 순수한 사람이었는데, 이젠 비싼 선물을 바라는 속물처럼 변한 것 같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로그아웃 하는 게 맞는 거다. 그는 B양이 준비해 간 선물은 또 넙죽넙죽 잘 받지 않았나. "난 우리가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플라토닉한 사랑을…." 아니, 무슨 약 같은 거 하나?
마지막으로 '솔직한 얘기'가 '과거의 제일 불행했던 시절'이나 '가장 끔찍한 기억'들을 꺼내 놓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좀 적어두고 싶다. 만나서 자리 뜨면 사라질 이야기 말고 좀 진솔한 이야기들을 털어 놓으라고 했더니, 과거에 우울증을 앓았다느니 자살을 생각했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만 꺼내는 대원들이 있다. 에세이를 쓰라고 했더니 반성문을 써 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우울하고 어두운 얘기 말고도 나눌 '진솔한 얘기'들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인터넷에서 본 유머가 혼자 볼 땐 웃긴데 친구에게 보여 주면 재미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든지, 집에 치킨배달이 오면 숨는 버릇이 있다든지, 체로 거르는 것처럼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인간관계가 걸러지는 것 같다든지 하는 얘기들 말이다. 언젠가 아침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생각을 상대에게 털어 놓으면, "어? 나도 그런 적 있는데!"라면서 자연스레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이걸 잘 기억해 뒀다가, 마음을 부풀게 만드는 바람 같은 얘기 나누길 바란다.
▲ 클릭 한 번으로 하실 수 있는 추천이, 제게는 큰 격려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연관글>
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연애매뉴얼(연재완료) > 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70) | 2013.01.09 |
---|---|
알바 하다가 만난 유쾌남,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걸까? (68) | 2013.01.07 |
호감 가는 남자와 적대관계를 형성하고 마는 여자 (69) | 2013.01.03 |
무뚝뚝해서, 혹은 너무 다정해서 헤어지는 남자들 (79) | 2013.01.02 |
다가오는 남자를 질리게 만드는 여자, 문제는? (70) | 2012.12.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