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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호감 가는 남자와 적대관계를 형성하고 마는 여자

by 무한 2013. 1. 3.
호감 가는 남자와 적대관계를 형성하고 마는 여자
채플린이 말했다.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적게 느낀다."


호감 가는 남자와 적대관계를 형성하고 마는 여자들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게 탈이다. 흠이 났으면 흠이 난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일단 앞으로 나가야 삶이 살아지는 법인데, 그녀들은 내 중국인 친구 짜오찌엔난(31세, 무직)처럼 행동한다.

짜오찌엔난은 아내와 같이 한국에 들어와 사는 중인데, 그의 아내는 한국말을 잘 한다. 처음엔 둘 다 간단한 한국어 인사밖에 할 줄 몰랐지만, 그의 아내는 틀리든 말든 우선 닥치는 대로 사람들과 이야기 하며 한국말을 배워갔다. 하지만 짜오찌엔난은 그러지 못했다. 자신이 간단한 회화에서 실수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그는 아예 입을 닫아 버렸다. 아마, 자신이 중국에서 엘리트층에 속했었다는 자존심 때문이었으리라.

여하튼 그렇게 지내며 짜오찌엔난은 말을 적게 하고 생각을 많이 했다. 그게 대인배가 되기 위한 침묵수행이었다면 훌륭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혼자 상황을 이리저리 파악하며 마음속으로 삐치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아내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그는 혼자 덩그러니 있다가,

"워 씨엔 조우 러(나 먼저 갈게.)"


하면서 사라진다. 때문에 난 짜오찌엔난에게 약간의 대인기피증 증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전에 같이 양꼬치 먹을 때 보니까 또 그건 아니다. 대륙사람답게 호탕하고 술도 잘 마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구멍'이 드러나는 상황에서만 이상한 적의를 내비치며 도망가는 것이다.

데이트 대신 상대와 대치만 하고 있는 대원들. 그녀들은 짜오찌엔난처럼 심통을 부리며 삐치는 행위에만 계속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이니, 오늘은 그걸 막기 위한 매뉴얼을 적어둘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만나준다?


이건 주로 자존심이 강한 여성대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태도다. 오래 전 이런 태도를 고수하는 대원들에게

"시종이나 팬클럽을 구하려 들지 마세요."


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그녀들은 상대의 헌신을 사랑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자신에게 헌신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을 발견하면

"내가 지금 이렇게 널 만나주는데, 어찌 감히…."


라며 턱을 치켜든다. 때문에 그녀들은 세상의 거의 모든 남자와 대립하게 된다.

ⓐ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려는 남자.  
-> 나에게 헌신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반한 건 아니네.  
ⓑ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알아가려 하는 남자.
-> 잔머리 굴리고 있는 게 분명해.
ⓒ 그녀의 바람대로 올인 하는 남자.
-> 내가 아깝지. 암, 내가 아까워.
ⓓ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는 남자.
-> 이거 밀당이 분명해. 아 목말라.



그녀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상대에게 선제공격을 하는 것에 익숙하다. 비꼬기나 떠보기,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까 지금이라도 헌신하라고 요구하기 등의 공격을 해 둘의 관계를 폐허로 만들어 버린다.

연락이 없는 건 날 무시한다는 증거고, 만나자는 얘기가 없는 것도 날 무시한다는 증거며, 약속시간에 늦은 것도 역시 날 무시한다는 증거, 저렇게 입고 나온 것도 날 무시한다는 증거…. 교만한 사람이 쉽게 부끄러워지는 것처럼, 근자감을 가진 사람은 쉽게 상대와 대립각을 형성한다.

관계가 폐허가 된 책임은 둘 모두에게 있는 것인데, 그걸 모두 상태가 형편없음 탓이라고 결론지어 버린 채 혼자 정신승리만 해서 뭐하겠는가. 주변의 솔로인 꼬꼬마들 모아 왕언니 놀이 하거나, 결혼 한 친구네 집에 눈치 없이 자주 드나들며 이모 놀이만 하다간 2013년도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에 저한테 들이대는 연하남 회원도 많고…."
"평소에 제가 눈이 높다는 얘기를 좀 많이 들어요, 차가워 보여서 남자들이 다가오지…."
"끌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반했다는 그런 눈빛 같은 게 보여야…."



땅에 발을 디디고 생각해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하루쯤 폰과 컴퓨터, 사람을 삶에서 덜어낸 채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낯선 곳에서 지내보길 권해주고 싶다. 그렇게 침전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면 마음의 무게추가 만들어져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을 것이다.


2. 불편하면 말해주세요?


자존감이 바닥난 대원들 역시 상대와 대립하게 된다. 그녀들은 상대가 자신에게 "전 그쪽에게 관심도 없고, 귀찮으니까 말 걸지 마세요."라는 이야기를 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 아직 본 적도 없는 상대의 무서운 얼굴을 떠올리며, 조만간 그 무서울 얼굴을 실제로 보게 될 거란 생각에 지레 겁을 먹는 것이다.

때문에 상대에 대해 까닭 없는 적대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그녀들은 늘 불안해한다.

"제가 너무 자주 말을 거나요?"
"혹시 제가 이러는 게 부담스러우시면 말씀해 주세요."
"우리 말 놓기로 했었는데…, 불편해서 말을 안 놓으시는 건가요?"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야 할 시간에

"…하시면 안 하셔도 돼요."
"…하셔도 전 상관없어요. 괜찮아요."
"…하시면 안 할게요."



따위의 이야기로, 상대에게 '무서운 얼굴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인을 받으려고만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소심한 사람들은 이래서 연애가 어렵다.]라는 매뉴얼을 통해 설명한 적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그 매뉴얼에서 설명한 대로, 여린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방어기제들이 상대와의 대립을 심화시킨다. 상대에게 "난 깨지기 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조심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충분할 일을, 비난이나 경멸, 또는 고의적인 무시 등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처럼 굴면, 정말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법이다. 상대의 무서운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한 그대의 행동이 오히려 상대의 자만심을 부추기고, 결국 자만함이 극에 달한 상대는 무서운 얼굴로 그대를 조정하려 들 것이다. 이제 해도 바뀌었으니, 올해엔 '상대는 갑, 나는 을'의 태도를 좀 바꿔보자.


3. 착한 척 하다가….


이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 괜찮은 척, 다 이해하는 척 했다가 결국 대립하게 되는 경우다. 이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그 모습에 대해 상대가 '가식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될 수 있고, 눈치를 못 채더라도 '정말 그런 줄 알고' 계속 같은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

"그 사람이 저의 털털한 모습에 반했다기에
뭐든 다 괜찮다,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자세로 그를 대했거든요…."



저 사연을 보낸 대원은 딱 3주 행복했다. 그 이후로는 두고 볼수록 마음대로 하는 상대에게 화가 나 결국 조목조목 짚어 따졌다. 생각지도 않게 궁지에 몰린 상대가 죄송하다는 얘기를 하자, 그제야 그녀는 '아, 내가 좀 심했나?'라며 까칠한 모습을 거두었다. 며칠 후, 그녀는 아래의 사연을 보냈다.

"연락 없음에 지쳐서 제가 오늘 톡 보냈습니다.
화가 난 거면 화가 났다고 말해주든가,
만날 생각 없으면 만날 생각 없다고 말해주는 게 예의 아니냐고 보냈습니다.
미안하다고 답장이 왔네요. 자기는 제가 바라는 남자가 아닌 것 같다면서,
좋은 사람 만나라고 하네요.
다섯 달 전에 저 말이랑 똑같은 말 듣고 까였었는데…. 하아…."



두 얼굴의 엄마 같다. 평상시엔 아이보고 "문제 하나 더 맞는 것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한 거야. 놀고 싶은 만큼 놀렴."이라고 말하지만, 학교성적이 공개될 즈음엔 "안 되겠다. 너 학원 등록해야지. 앞으로 컴퓨터 게임은 못 한다고 생각해. 이 성적으로 무슨 게임이야, 게임은!" 이라고 말하는 엄마.

평소에 잘 해야 결정적인 순간에도 잘 할 것 아닌가. 상대가 연락한다고 하고 바빠서 연락하지 못해도 "네 괜찮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만나자고 약속 잡아놓고 마음대로 미뤄도 "네 이해합니다. 다 이해합니다."라는 반응만 보이니 상대는 그래도 되는 건 줄 안다. 그렇게 참고 또 참다가 나중에 분노의 쓰나미로 남자에게 몰아치는 여자.

상대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줄도 알아야 한다. 거기 앉아서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따위의 착한여자 코스프레 하고 있으면 상대는 그대가 바보인 줄 안다. 다만, 자리를 박차고 나오더라도 절대 폰은 끄면 안 된다. 연락 자체가 안 되면 정말 큰 일이 날 수 있으니 그 창구는 열어 놓고, 상대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는 거다. 연애를 하면서도 이 기술(응?)을 쓸 일이 많으니,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생각하느라 브레이크를 자꾸 밟으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는 법이다. 주말에 심남이를 만나 영화를 봤다는 대원이 있었다. 그런데 심남이와 영화를 보러 가다가, 우연히 심남이의 후배를 길거리에서 마주쳤다고 한다. 심남이의 후배는 심남이도 아는 다른 후배 몇이랑 볼링을 치러 간다고 했고, 심남이는 그 얘기에 "그럼 우리도 영화는 다음에 보고, 같이 가서 볼링 칠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연을 보낸 대원은 그 자리가 낯설고 불편할 것 같아 사양했고, 그 뜻대로 심남이와 영화를 봤다. 그런데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 이후로 그 날 내내 심남이에게 서운하고 짜증이 났다고 한다. 둘이 영화를 보는 것보다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볼링을 치자고 했던 건지, 영화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는데 보자고 하니 억지로 본 건지, 그리고 아까 후배에게 '아는 친구'라고 소개했는데 정말 그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등등. 그 생각을 하느라 데이트 내내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있었고, 집에 돌아와선 심술이 나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잠도 오지 않아 결국

"그런데 우리는 무슨 관계죠?"


라는 톡을 보내 버렸다. 달달한 답변이 왔으면 용서하고 푹 자려고 했는데, 그에게선 '알아가는 중'이라는 미지근한 답이 왔다. 그래서 그에 대한 복수로 그녀는 다음 날 내내 쌩한 태도로 그를 대했고, 그는 무슨 일 있냐며 그녀에게 관심을 쏟았다. 그 관심이 즐거웠던 나머지 그녀는 일부러 계속 쌩한 태도를 유지했고, 그는 몇 번 더 그녀에게 기분을 풀라고 말하다가, 등을 돌려 버렸다.

그냥 그 날 영화 재미있게 보고 연락하며 잘 지냈다면, 오늘 저녁에 둘은 저녁식사를 함께 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젠 안부조차 물을 일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생기면, 연애를 일시정지 시킨 뒤 그걸 증폭시키지 말고, normalog@naver.com 로 털어 놓고 연애는 연애대로 진행하길 권한다. 술 취해서 횡설수설 적어 보낸 사연도 '오빠마음'으로 빼놓지 않고 읽으니, 걱정하지 말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길 바란다. 당나귀 귀에 대한 대처방법은 매뉴얼로 발행해 그대를 도울 테니!



▲ 사실, "무한님, 제 귀가 당나귀 귀예요."라는 고백을 하는 사연들이 더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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