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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순정남 울리는 온라인 여왕벌, 그녀의 정체는?

by 무한 2013. 1. 10.
순정남 울리는 온라인 여왕벌, 그녀의 정체는?
이걸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왕벌'과 만난 남성대원들이 "대체 이 여자 정체가 뭐죠?"라고 물은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는 남자의 특성상, 상대에게 분명 이상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당장 사귈 수 있는 방법만을 물었다. 또, 일반적으로 썸을 타는 와중엔 남자가 '쫓는 입장'에 있는 까닭에, 관계가 틀어지고 만 후에도 '당했다'는 느낌 보다는 '바보같이 놓쳤다'는 느낌으로 한탄하는 대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왕벌'과 관련된 사연이 폭주하고 있으니, 이제는 벌침 맞고 사경을 헤매는 대원들이 더 늘지 않도록 이 얘기를 좀 해야겠다. 새해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연애를 시작하겠다며 채팅 어플에 접속하는 대원, 방학을 맞아 집에서 뒹굴다가 만남 어플에 접속하는 대원 등이 느는 지금은, 여왕벌에게 '남자 풍년' 이다. 줄 서서 기다리다가 벌침 맞는 대원들이 더는 없길 바라며, 출발해 보자.


1. 좋은 벌, 나쁜 벌, 이상한 벌.


부킹대학에서는 여왕벌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눴다. 각각의 설명을 보자.

ⓐ 좋은 벌

서식지 : 채팅, 어플
특징 : 내성적 성격, 독자활동,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음.


외톨이과에 속하는 이 벌은 '환상'을 좇아 여왕벌이 되었다. '자기만의 세계'가 분명한 이 벌은, 신데렐라가 무도회를 찾아가듯 채팅이나 만남 어플을 찾는다. 거기서 꿈에 그리던 왕자님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신데렐라처럼 유리구두를 벗어 놓고 사라져 버린다.
보통 저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진행이 되려면, 신데렐라가 일상으로 돌아가 있고 왕자가 찾아 나서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다음 날 다른 궁전의 무도회에 참석해 다른 왕자를 만난다. 역시 사랑에 빠진다. 그러고는 또 구두를 벗어 놓고 사라진다. 왕자를 못 찾은 날에는 공작이나 백작 등, 아무튼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상대와 썸을 타다가, 사라진다.

ⓑ 나쁜 벌

서식지 : 채팅, 어플, 클럽, 인터넷 방송
특징 : 뛰어난 대화 스킬, 과감함, 떡밥 투척 기술 보유, 셀카 달인


순정남의 8할이 이 벌에게 당한다.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들의 대화 능력은 늑대나 너구리도 울고 갈 정도다. 말끝마다 여지를 남기는 기술은 떡밥장수도 울고 갈 정도로 뛰어나다. 상대가 마음을 정리할 듯한 기미를 보이면 금세 다시 주목하게 만드는 필살기도 보유하고 있다.
여자의 친절이나 관심에 익숙하지 않은 남성대원들은 눈 뜨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미모를 가진 여자가 먼저 연락을 하고, 재미없는 농담을 해도 웃어주며, 만나자고 해도 사양하지 않는데 어찌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 만남을 '팬 서비스' 차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연락은 꾸준히 하는데 한 번 만난 후 다시 볼 수 없다면, 99.82%의 확률로 나쁜 벌이 확실하다.

ⓒ 이상한 벌

서식지 : 채팅, 어플, 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 음악방송
특징 : 20대 후반 이상, 하두리사진 보유, 아바타에 공들임

2000년대 초반에 '나쁜 벌'로 활동하다가 '이상한 벌'로 넘어온 경우가 많다. '관심에 익사할 것 같던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 번!'이라는 슬로건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까닭에 과거에 찍어 둔 하두리 사진을 프로필에 걸어두거나 아바타를 열심히 치장해 내세우기도 한다.
'이상한 벌'의 경우 위험도가 지극히 낮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자.

여기까진 웃자고 한 소리가 더 많았고, 아래에서는 여왕벌의 기막힌 대화법을 구경해 보자.


2. 여왕벌의 대화법.


대화 중 닭갈비 얘기가 나왔다고 해보자. 그녀들은 그 말을 이렇게 받는다.

"우리 동네에 닭갈비 정말 맛있는 집 있는데, 거기 같이 가면 되겠네요."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입장에선, 저게 눈물 날 정도로 감격스런 멘트다. 현실에서의 여자사람과의 대화는 대부분 단답이거나, "죄송해요. 부담스럽네요."가 전부였는데, 같이 닭갈비를 먹으러 가자는 여자가 나타난 거다. 물론, 구체적인 약속을 잡은 건 아니지만, 일단 만날 수 있는 사이까지 관계가 진행된 듯한 생각에 남자는 들뜰 수밖에 없다.

이후 대화를 좀 나누다 보면 여왕벌은 '밑밥'을 깐다. 마치 병원에서 수술 전 동의서를 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인데, 병원에서야 수술의 목적, 과정, 결과, 합병증 등을 뚜렷하게 밝히지만, 여왕벌은 '지나가는 말'처럼 고지한다.

"연애 할 생각 없어요. 뭐, 이러다가 또 연애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 안 넘어가니까, 오빠 나한테 작업 걸지 마요~"
"하는 거 봐서. 날 감동시키면 내가 먼저 조를지도 모르죠."



저 말을 듣고 남자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해 호의와 관심과 배려와 헌신은 베풀지만, 저건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말이다. 연애 할 생각 없다고 말했고, 안 넘어 간다고 말했고, 하는 거 봐서 결정한다고 말한 것 아닌가. 말 한 마디에 울고 웃으란 얘기는 아니다. 요는, 일반적인 관계에선 저렇게 밑밥을 던지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거다.

어쭙잖게 여왕벌을 떠보려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아래와 같다.

남자 - 지금 제 상황이 이러이러한데, 이런 남자 좋아 할 여자가 어딨겠어요.
여왕벌 - 그럼 상황을 극복하려 노력해야죠. 화이팅!



저 남성대원은 상대에게 "왜요, 그게 어때서요. 그런 거 안 따지는 여자도 많아요."라는 대답을 들으려고 꺼낸 말인데, 서둘러 밖으로 내 쫓는 듯한 대답을 듣고 말았다. 저 가소로운 떠보기에 여왕벌은 즉시 복수한다. 

남자 - 또 전 이러이러하기도 하고….
여자 - 그럼 오빠 여자친구 생기면, 여자친구한테도 그러시겠네요?
남자 - 아니죠. 그건 절대 아니고….



던지면 던지는 대로 낚인다. 만선이다. 

 
3. 어떻게 구별할까? 대처는?


4주 정도만 지켜봐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여왕벌은 떡밥만 자주 뿌리지, 실제로 그녀가 뿌린 떡밥을 현실화시키려고 하면 금방 발을 뺀다. 어제 도착한 한 남성대원의 사연엔 "남자랑 여행가 본 적 한 번도 없는데, 음…. 오빠가 여행계획 짜는 거 보고 대답할게요."라고 말한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가 여왕벌이라면 앞으로의 대화는 아래와 같이 진행될 것이다.

남 - 여행계획 다 짰어요. 어때요?
여 - 이건 좀 무리인 것 같아요.
(다음 날)
남 - 이렇게 바꿔봤는데 이건 어때요?
여 - 근데 여행은 우리 좀 더 친해진 다음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남 - 아, 그럼 뭐, 그래요. 난 전에 여행계획 짜기로 한 거라서 짠 거였는데….
여 - 여행 얘기만 하시는 것 같아서 사실 좀 부담스러워요.
남 - …….



전의 얘기가 그저 '여지'였다는 걸 아주 자연스레 감추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거절과 동시에 '친해진 다음에'란 여지를 새롭게 흘렸다. 남자의 머릿속에는 이제

'좀 더 친해져야해! 친해져야해! 친해져야해!'


라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내게 메일을 보낸다.

"무한님, 이런 상황에서 더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하아…. 난 그냥 가슴이 아프다.

대처는 '그녀와의 연애 가능성'을 따지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개 이 가능성을 좇다가 안드로메다로 가 버린다. 그녀와 밥을 먹게 되면 밥을 먹는 것으로, 영화를 보면 영화를 보게 되는 것으로 딱 그 정도 의미만 둘 수 있도록 힘쓰자. 여왕벌이 뿌리는 떡밥은 '그 다음 단계'가 손쉬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으니, 거기에 넘어가지 말고 꾸준히 본인의 페이스만 유지하길 바란다. 30분 이상 통화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둘 모두 주말이면 당연히 만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시점이 오면, 그 때 고백해도 늦지 않다. 그 시기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대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나중에 살펴보도록 하자.


여왕벌의 행동은 휴대폰 판매점과 닮아 있다. 

"오늘만 이 가격!"
"후불제 할부!"
"지금 필요한 건 스피드!"



저건 순서대로,  

"오빠에게만…."
"오빠가 남자친구 해주려고요?"
"용기 있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뭐…."



라는 말과 의미가 통한다. 달콤한 말만 듣고 성급하게 뛰어들지 말고, 천천히 꼼꼼하게 살피길 권한다. 자 그럼, 하룻밤만 자면 후라이데이니 조금만 더 힘내길 바라며!



"주말에 <레미제라블> 보기로 했는데, 괜찮을까요?" 전 보다가 울었습니다. 허리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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