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사연모음] 엔조이에서 연애로? 외 2편
매뉴얼로 발행하긴 어딘가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꾸 눈에 밟히는 사연들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 금요사연모음의 시간이 돌아왔다.
<레미제라블>얘기부터 좀 하자. 어제 글 끄트머리에 '썸녀'와 <레미제라블>을 보려는데 어떠냐고 묻는 대원에게 "전 보다가 울었습니다. 허리아파서."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그랬더니 그 말이, SNS에 <레미제라블> 두 번 볼 거라며 '레미제라블 예찬'을 적어 둔 독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그 영화를 보지 말라는 얘길 한 게 아니다. 썸녀와 보기엔 아무래도 일반적인 영화보다 몇 가지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를 한 거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러닝타임이 158분이다.
- 일반 영화보다 40분 정도 러닝타임이 길다는 게, 생각보다 버티기 쉽지 않다. 개인적으론 판틴이 죽고 난 후에, 다른 배우들이 그것만큼의 몰입을 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아 김이 빠졌다. 연말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1부에서 대상을 발표해 버린 느낌이었다.(아니, 2부는 어쩌려고 그래?)
ⓑ 신음과 박수로 갈리는 호불호.
- 기대주들이 총출동한 오디션 프로그램 결승전이라 해도, 그걸 처음부터 본 사람이 아닌 경우는 채널을 돌리기 마련이다. 가수들이 나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 해도 와 닿지 않는 '모르는 노래'를 부르면, 정 때문에 채널을 고정하고 있는 거지 감동해서 듣고 있는 게 아니다. 물론, 그게 '내 선곡표에 있는 노래'를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부르는 경우라면 그보다 더 벅찬 순간은 없겠지만 말이다.
난 영화의 딱 두 곳에서 '위고가 워낙 많은 금을 캐내서, 이렇게 바꾸어도 반짝반짝 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게 다였다. 비유하자면, 윤상의 <한 걸음 더>를 락 버전으로 바꾼 느낌이었다. 청자에게 더 와닿게 전달하려면 느리고 차분하게 바꾸는 게 나았을 텐데. 뭐, <레미제라블>을 5부작으로 나눈 뒤, <뷰티풀 마인드>나 <블랙스완>식으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는 건 내 생각이고, 아무튼 내 옆의 아주머니는 '으음….', '끄응….'하며 중반 이후로 계속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것 외에도 "세월의 굳은살이 없는 사람에겐 영화의 효과가 반감 되니까."라든가 "뮤지컬 영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노래 자체가 몰입을 방해할 테니까."라는 이유들이 있긴 한데, 내가 무슨 레미제라블 안티도 아니고 이런 얘기를 하며 설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여하튼 '썸녀'와는 좀 말랑말랑한 영화를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영화 끝나고 그녀에게 프랑스 혁명사를 재미있게(앙투아네트라는 강력한 떡밥부터 풀어내며) 설명해 낼 수 있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옆에 앉은 그녀만 의식하며 마른 침을 삼키는 수준이라면 분명 마이너스다.
자 그럼,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나오는 대사를 잠시 보자.
소설은 그냥 소설로 좀 받아들여주면 안 될까? 하루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루키는 소설가다. 터부시 되는 이야기를 곳곳에 배치하는 건 독자의 흥미를 위해서지, 그렇게 진리라거나 그것만이 인간의 참 모습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걸 오해해 이상한 쪽으로 환상을 가지는 대원들이 있다.
엔조이를, 남들은 경험하지 못한 대단한 걸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그냥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다. 자신만 알맹이를 살고 있고, 남들은 껍데기를 살고 있는 게 아니다.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 도식화 할 수도 있다.
아니 무슨, 남들은 열등한 사람들끼리 모여 히히 웃으며 포크댄스만 추는 것 같은가? 오만하지만 자존감은 부족한 여자들이 저런 남자의 떡밥을 쉽게 문다.
저렇게 떡밥을 던지는 남자는 대개 일정한 직업이 없으며, 즉흥적인 행동에 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정한 직업이 있는 정형화된 남자에겐 여자가 환상을 덧씌우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남자의 즉흥성이 떨어지면 선문답을 주고받는 데 문제가 생긴다. 상대가 꿈보다 해몽을 잘하는 남자여야 여자가 마음 놓고 의미부여하며 휘둘릴 수 있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시작은 좀 거시기 하지만, 그 둘의 만남에 축복 있으라."라는 식의 주례사를 원했을 텐데, 생각지도 못했을 이런 얘기를 해서 미안하다. 어차피 모래 위에 지은 집이라 곧 허물어 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외관을 손보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어차피 겨울이면 다 지는 꽃이니 같다고 말하고 싶은가. 소나무는 겨울에도 변함없이 푸르다.
소개팅 주선자에게 상대의 번호를 받고 둘이 연락할 때 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실제로 소개팅을 하면 매번 애프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대원이 있었다.
총체적인 난국인 사연인지라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세 가지를 짚어 살펴보도록 하자.
ⓐ 카톡과 실제의 모습의 격차
이건 아마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으로 오랜기간 활동한 까닭에 생긴 버릇 같다. 카톡으로는 상대가 빵빵 터지도록 드립도 잘 치지만, 막상 만나면 소 닭 보듯 멀뚱멀뚱 바라만 보는 모습. 노래실력은 정말 훌륭한데,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가수지망생을 보는 느낌이다. 친한 친구들은 "너 정도면 저기 나오는 애들 바르고도 남아. 나가봐."라며 권하지만, 그 격려에 힘입어 오디션장에 가선 모기소리만 내다가 돌아온다.
소개팅의 방식을 좀 바꿔보길 권해주고 싶다. 낯가림이 심하다면, 굳이 자신의 긴장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하는 식당과 커피숍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잘 하는 것, 혹은 자신의 취미와 연관 지어 첫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은 추워서 좀 그렇긴 하지만, 카메라 두 대를 준비해 같이 출사를 가는 것으로 계획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스키를 가르쳐 주거나, 보드게임을 함께 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첫 데이트를 마치며 '이런 첫 데이트를 마련한 까닭'을 진솔하게 말해주면, 평범하지 않음에 갸웃하던 그녀도 끄덕끄덕 하게 될 것이다.
ⓑ 리액션에 황송해하지 말자.
상대가 목숨을 구해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황송해하는가. 고맙다고 말하며 넘겨도 되는 일을, 사연을 보낸 대원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목숨을 걸고 보답하겠다는 다짐까지 꺼내는 경향이 있다. 딱 봐서 상대에게 호감이 생기면 무릎부터 꿇고 시작한단 얘기다.
소개팅 나가서 주종계약서 쓰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다. 앞으로는 '초대'한다는 느낌으로 상대를 대해보길 권한다. 소개팅 전 카톡대화로 분위기 띄운 뒤 소개팅에서 결판을 낸다는 식이 아니라, 이제 막 중앙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자. 앞으로 골대까지 공을 몰고 나가면 되는 거다. 소개팅에서 요행을 바라며 슛을 날리지 말자.
ⓒ 상대에게 왜 평가를 요구하는가?
저기 갈까 하는데 어때요? 맛 괜찮아요? 영화 괜찮아요? 콜라 괜찮아요? 팝콘은 일반으로 할까요? 재미있으셨어요? 배 안 고프세요? 맵지 않으세요? 춥지 않으세요? 등등.
이건 뭐 8교시 연애영역 문제풀이도 아니고, 소개팅 나가서 왜 하루 종일 질문만 하고 있는가. 질문을 하더라도 상대와 관련된 질문을 해야지, 내가 한 행동이나 할 행동에 대해 상대에게 모두 허락받으려 묻는 건 분명 실책이다. 다리가 나올 때마다 내려서 다리를 두드리는 남자는 지겨운 법이다. 다리가 무너지면 또 어딘가로 올라와 다시 갈 길 가면 되는 거니, "잠시만요, 좀 두드려 보고요. 잠시만요."하며 계속 브레이크를 밟지 말길 바란다. 부분 평가에서 모두 OK받아봐야, 애프터로 안 이어지면 실패인 거다. 잊지 말자.
우선은 위의 사항들을 수정한 뒤 소개팅을 해보고, 그 다음에 문제가 되는 다른 부분들은 다시 메일로 보내주길 바란다.
일단 흥분을 좀 가라앉히기 바란다. 사연을 보낸 대원이 들떠 있다는 게 메일 문장 하나하나에서 읽힌다. 모태솔로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게 신나겠지만, 지금처럼 저돌적으로 나가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상대가 나에게 반한 것이 확실한가를 판별하는 일을 할 게 아니라, "나도 그쪽이 궁금해요."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사내에서 둘을 엮어 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멋쩍은 미소 정도로 대처해야지, "우왕ㅋ 굳ㅋ"이라며 침 흘려선 안 된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저런 멘트에 뭔가 실수가 있었냐고 묻는데, 저런 걸 물었다는 것 자체가 실수다. 상대는 이쪽에 호감이 있을 뿐이데, 저건 "어서 내게 만나자고 말해!"라며 대놓고 밑밥 던지는 것 아닌가. "나 외로워요. 어서 와서 다리라도 좀 걸어줘요. 안 걸어도 알아서 넘어질 테니까, 넘어지면 일으켜 줘요."라며 재롱잔치 하진 말길 바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발 흥분을 가라앉히길 바란다. 지금 텐션이 너무 올라가 있다. 저쪽에선 다른 직원들에게 "미연씨 사람 괜찮은 것 같다." 정도의 이야기를 했고, 그게 입에서 입을 거치며 '좋아한다'고 증폭된 건데, 이쪽에선 "어머, 나에게 반한 남자가 있다고? 누구야? 지금 그 남자 어딨어?"라며 찾아 나선 것과 같다. 상대가 개인적으로 연락 한번 한 적 없는데, 떠도는 소문만 믿고 들이대지 말자.
가능성을 묻는다면, 난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 6, 깨박 날 가능성 4라고 답하겠다. 왜 그렇게 가능성이 낮냐고 물으면, 저런 경우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누군가가 멍석을 깔아주기 직전까지의 상황만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막상 멍석이 깔리고 나면 언제 관심이 있었냐는 식으로 흐지부지하게 멍석을 접는다. 사연을 보낸 대원에겐 직접적으로 아무 신호도 안 보내면서, 주변에만 계속 상담을 빙자해 이야기를 퍼트리는 게 그런 냄새가 좀 난다.
연애가 무슨 짜장면 주문 받듯 "관심이 있으시다고요? 예, 어디요? 알겠습니다. 20분 후에 여자친구 배달해 드리겠습니다."하는 건 아니잖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OK'라며 뛰어들지 말고, 그 사람이 내 마음으로 초대해도 괜찮은 사람인지를 진중히 살피길 권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지, 나에게 얼마나 반했냐는 건 그 다음 문제다.
2013년의 두 번째 금요일이다. 한 네 번째까지 세다 보면 더 이상 세지 않게 될 거고,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어느덧 2013년의 마지막 금요일을 보내게 될 수 있다. 새해를 맞아 꽉 조였던 긴장이 슬슬 풀어질 때가 되었으니 점검하는 의미에서 새해 계획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오늘 오랜만에 손편지를 썼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사각사각. 새해 계획을 점검한 뒤엔 손편지를 한 번 써 보는 걸 추천한다. 부치지 않는 편지라도 놓으니, 꼭꼭 눌러쓰며 내 안에서 말하고 싶어 하는 '나'를 한 번 느껴 보시길!
▲ 혹시 킨들 전자책 쓰시는 분들 계신가요? 계시면 비밀댓글로 메일주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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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로 발행하긴 어딘가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꾸 눈에 밟히는 사연들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 금요사연모음의 시간이 돌아왔다.
<레미제라블>얘기부터 좀 하자. 어제 글 끄트머리에 '썸녀'와 <레미제라블>을 보려는데 어떠냐고 묻는 대원에게 "전 보다가 울었습니다. 허리아파서."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그랬더니 그 말이, SNS에 <레미제라블> 두 번 볼 거라며 '레미제라블 예찬'을 적어 둔 독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그 영화를 보지 말라는 얘길 한 게 아니다. 썸녀와 보기엔 아무래도 일반적인 영화보다 몇 가지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를 한 거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러닝타임이 158분이다.
- 일반 영화보다 40분 정도 러닝타임이 길다는 게, 생각보다 버티기 쉽지 않다. 개인적으론 판틴이 죽고 난 후에, 다른 배우들이 그것만큼의 몰입을 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아 김이 빠졌다. 연말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1부에서 대상을 발표해 버린 느낌이었다.(아니, 2부는 어쩌려고 그래?)
ⓑ 신음과 박수로 갈리는 호불호.
- 기대주들이 총출동한 오디션 프로그램 결승전이라 해도, 그걸 처음부터 본 사람이 아닌 경우는 채널을 돌리기 마련이다. 가수들이 나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라 해도 와 닿지 않는 '모르는 노래'를 부르면, 정 때문에 채널을 고정하고 있는 거지 감동해서 듣고 있는 게 아니다. 물론, 그게 '내 선곡표에 있는 노래'를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부르는 경우라면 그보다 더 벅찬 순간은 없겠지만 말이다.
난 영화의 딱 두 곳에서 '위고가 워낙 많은 금을 캐내서, 이렇게 바꾸어도 반짝반짝 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게 다였다. 비유하자면, 윤상의 <한 걸음 더>를 락 버전으로 바꾼 느낌이었다. 청자에게 더 와닿게 전달하려면 느리고 차분하게 바꾸는 게 나았을 텐데. 뭐, <레미제라블>을 5부작으로 나눈 뒤, <뷰티풀 마인드>나 <블랙스완>식으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는 건 내 생각이고, 아무튼 내 옆의 아주머니는 '으음….', '끄응….'하며 중반 이후로 계속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것 외에도 "세월의 굳은살이 없는 사람에겐 영화의 효과가 반감 되니까."라든가 "뮤지컬 영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노래 자체가 몰입을 방해할 테니까."라는 이유들이 있긴 한데, 내가 무슨 레미제라블 안티도 아니고 이런 얘기를 하며 설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여하튼 '썸녀'와는 좀 말랑말랑한 영화를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영화 끝나고 그녀에게 프랑스 혁명사를 재미있게(앙투아네트라는 강력한 떡밥부터 풀어내며) 설명해 낼 수 있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옆에 앉은 그녀만 의식하며 마른 침을 삼키는 수준이라면 분명 마이너스다.
자 그럼,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엔조이에서 연애로?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나오는 대사를 잠시 보자.
"곯아떨어질 게 뻔하니까, 택시를 타나 여관으로 가나 마찬가지일 거 같긴 하네요."
소설은 그냥 소설로 좀 받아들여주면 안 될까? 하루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루키는 소설가다. 터부시 되는 이야기를 곳곳에 배치하는 건 독자의 흥미를 위해서지, 그렇게 진리라거나 그것만이 인간의 참 모습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걸 오해해 이상한 쪽으로 환상을 가지는 대원들이 있다.
엔조이를, 남들은 경험하지 못한 대단한 걸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그냥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다. 자신만 알맹이를 살고 있고, 남들은 껍데기를 살고 있는 게 아니다.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 도식화 할 수도 있다.
ⓐ 남자가 터부시 되는 얘기를 꺼내고, 여자는 반 흥분상태로 남자를 대함.
ⓑ 그간 만난 남자와 달리 거침없이 속내를 꺼내 보이는 것에 여자가 흔들림.
ⓒ 누구와 무슨 만남을 갖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체 계속 만남.
ⓓ 목적을 달성한 남자는 여자에게 지적질을 시작함. 주로 피해의식이나 열등감 건드림.
ⓔ 그럴수록 여자는 남자를 더 위대하게 바라봄.
ⓕ 다른 사람이 보면 개 짖는 소린데, 여자는 그걸 선문답이라 생각함.
ⓖ 남자는 자신이 원래 이렇지 않았다며 과거의 연애 얘기를 꺼냄.
(cf. 이런 남자의 경우 꼭 트라우마를 남긴 과거의 여자가 있기 마련임.)
ⓗ 여자의 모성애 발동. 그런 남자를 보살피려 하지만, 헛수고.
ⓑ 그간 만난 남자와 달리 거침없이 속내를 꺼내 보이는 것에 여자가 흔들림.
ⓒ 누구와 무슨 만남을 갖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체 계속 만남.
ⓓ 목적을 달성한 남자는 여자에게 지적질을 시작함. 주로 피해의식이나 열등감 건드림.
ⓔ 그럴수록 여자는 남자를 더 위대하게 바라봄.
ⓕ 다른 사람이 보면 개 짖는 소린데, 여자는 그걸 선문답이라 생각함.
ⓖ 남자는 자신이 원래 이렇지 않았다며 과거의 연애 얘기를 꺼냄.
(cf. 이런 남자의 경우 꼭 트라우마를 남긴 과거의 여자가 있기 마련임.)
ⓗ 여자의 모성애 발동. 그런 남자를 보살피려 하지만, 헛수고.
아니 무슨, 남들은 열등한 사람들끼리 모여 히히 웃으며 포크댄스만 추는 것 같은가? 오만하지만 자존감은 부족한 여자들이 저런 남자의 떡밥을 쉽게 문다.
저렇게 떡밥을 던지는 남자는 대개 일정한 직업이 없으며, 즉흥적인 행동에 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정한 직업이 있는 정형화된 남자에겐 여자가 환상을 덧씌우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남자의 즉흥성이 떨어지면 선문답을 주고받는 데 문제가 생긴다. 상대가 꿈보다 해몽을 잘하는 남자여야 여자가 마음 놓고 의미부여하며 휘둘릴 수 있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시작은 좀 거시기 하지만, 그 둘의 만남에 축복 있으라."라는 식의 주례사를 원했을 텐데, 생각지도 못했을 이런 얘기를 해서 미안하다. 어차피 모래 위에 지은 집이라 곧 허물어 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외관을 손보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어차피 겨울이면 다 지는 꽃이니 같다고 말하고 싶은가. 소나무는 겨울에도 변함없이 푸르다.
2. 실제로 만나면 까여요.
소개팅 주선자에게 상대의 번호를 받고 둘이 연락할 때 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실제로 소개팅을 하면 매번 애프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대원이 있었다.
총체적인 난국인 사연인지라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세 가지를 짚어 살펴보도록 하자.
ⓐ 카톡과 실제의 모습의 격차
이건 아마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으로 오랜기간 활동한 까닭에 생긴 버릇 같다. 카톡으로는 상대가 빵빵 터지도록 드립도 잘 치지만, 막상 만나면 소 닭 보듯 멀뚱멀뚱 바라만 보는 모습. 노래실력은 정말 훌륭한데,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가수지망생을 보는 느낌이다. 친한 친구들은 "너 정도면 저기 나오는 애들 바르고도 남아. 나가봐."라며 권하지만, 그 격려에 힘입어 오디션장에 가선 모기소리만 내다가 돌아온다.
소개팅의 방식을 좀 바꿔보길 권해주고 싶다. 낯가림이 심하다면, 굳이 자신의 긴장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하는 식당과 커피숍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잘 하는 것, 혹은 자신의 취미와 연관 지어 첫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은 추워서 좀 그렇긴 하지만, 카메라 두 대를 준비해 같이 출사를 가는 것으로 계획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스키를 가르쳐 주거나, 보드게임을 함께 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첫 데이트를 마치며 '이런 첫 데이트를 마련한 까닭'을 진솔하게 말해주면, 평범하지 않음에 갸웃하던 그녀도 끄덕끄덕 하게 될 것이다.
ⓑ 리액션에 황송해하지 말자.
상대가 목숨을 구해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황송해하는가. 고맙다고 말하며 넘겨도 되는 일을, 사연을 보낸 대원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목숨을 걸고 보답하겠다는 다짐까지 꺼내는 경향이 있다. 딱 봐서 상대에게 호감이 생기면 무릎부터 꿇고 시작한단 얘기다.
소개팅 나가서 주종계약서 쓰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다. 앞으로는 '초대'한다는 느낌으로 상대를 대해보길 권한다. 소개팅 전 카톡대화로 분위기 띄운 뒤 소개팅에서 결판을 낸다는 식이 아니라, 이제 막 중앙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자. 앞으로 골대까지 공을 몰고 나가면 되는 거다. 소개팅에서 요행을 바라며 슛을 날리지 말자.
ⓒ 상대에게 왜 평가를 요구하는가?
저기 갈까 하는데 어때요? 맛 괜찮아요? 영화 괜찮아요? 콜라 괜찮아요? 팝콘은 일반으로 할까요? 재미있으셨어요? 배 안 고프세요? 맵지 않으세요? 춥지 않으세요? 등등.
이건 뭐 8교시 연애영역 문제풀이도 아니고, 소개팅 나가서 왜 하루 종일 질문만 하고 있는가. 질문을 하더라도 상대와 관련된 질문을 해야지, 내가 한 행동이나 할 행동에 대해 상대에게 모두 허락받으려 묻는 건 분명 실책이다. 다리가 나올 때마다 내려서 다리를 두드리는 남자는 지겨운 법이다. 다리가 무너지면 또 어딘가로 올라와 다시 갈 길 가면 되는 거니, "잠시만요, 좀 두드려 보고요. 잠시만요."하며 계속 브레이크를 밟지 말길 바란다. 부분 평가에서 모두 OK받아봐야, 애프터로 안 이어지면 실패인 거다. 잊지 말자.
우선은 위의 사항들을 수정한 뒤 소개팅을 해보고, 그 다음에 문제가 되는 다른 부분들은 다시 메일로 보내주길 바란다.
3. 절 좋아한다는 남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일단 흥분을 좀 가라앉히기 바란다. 사연을 보낸 대원이 들떠 있다는 게 메일 문장 하나하나에서 읽힌다. 모태솔로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게 신나겠지만, 지금처럼 저돌적으로 나가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상대가 나에게 반한 것이 확실한가를 판별하는 일을 할 게 아니라, "나도 그쪽이 궁금해요."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사내에서 둘을 엮어 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더라도 멋쩍은 미소 정도로 대처해야지, "우왕ㅋ 굳ㅋ"이라며 침 흘려선 안 된다.
"오늘은 휴무세요?"
"주말에 약속 있으세요?"
"<반창꼬> 보셨어요?"
"주말에 약속 있으세요?"
"<반창꼬> 보셨어요?"
사연을 보낸 대원은 저런 멘트에 뭔가 실수가 있었냐고 묻는데, 저런 걸 물었다는 것 자체가 실수다. 상대는 이쪽에 호감이 있을 뿐이데, 저건 "어서 내게 만나자고 말해!"라며 대놓고 밑밥 던지는 것 아닌가. "나 외로워요. 어서 와서 다리라도 좀 걸어줘요. 안 걸어도 알아서 넘어질 테니까, 넘어지면 일으켜 줘요."라며 재롱잔치 하진 말길 바란다.
"앞으로는 개인적인 얘기를 좀 꺼내며 제가 다가가 볼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발 흥분을 가라앉히길 바란다. 지금 텐션이 너무 올라가 있다. 저쪽에선 다른 직원들에게 "미연씨 사람 괜찮은 것 같다." 정도의 이야기를 했고, 그게 입에서 입을 거치며 '좋아한다'고 증폭된 건데, 이쪽에선 "어머, 나에게 반한 남자가 있다고? 누구야? 지금 그 남자 어딨어?"라며 찾아 나선 것과 같다. 상대가 개인적으로 연락 한번 한 적 없는데, 떠도는 소문만 믿고 들이대지 말자.
가능성을 묻는다면, 난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 6, 깨박 날 가능성 4라고 답하겠다. 왜 그렇게 가능성이 낮냐고 물으면, 저런 경우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누군가가 멍석을 깔아주기 직전까지의 상황만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막상 멍석이 깔리고 나면 언제 관심이 있었냐는 식으로 흐지부지하게 멍석을 접는다. 사연을 보낸 대원에겐 직접적으로 아무 신호도 안 보내면서, 주변에만 계속 상담을 빙자해 이야기를 퍼트리는 게 그런 냄새가 좀 난다.
연애가 무슨 짜장면 주문 받듯 "관심이 있으시다고요? 예, 어디요? 알겠습니다. 20분 후에 여자친구 배달해 드리겠습니다."하는 건 아니잖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OK'라며 뛰어들지 말고, 그 사람이 내 마음으로 초대해도 괜찮은 사람인지를 진중히 살피길 권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지, 나에게 얼마나 반했냐는 건 그 다음 문제다.
2013년의 두 번째 금요일이다. 한 네 번째까지 세다 보면 더 이상 세지 않게 될 거고,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어느덧 2013년의 마지막 금요일을 보내게 될 수 있다. 새해를 맞아 꽉 조였던 긴장이 슬슬 풀어질 때가 되었으니 점검하는 의미에서 새해 계획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오늘 오랜만에 손편지를 썼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사각사각. 새해 계획을 점검한 뒤엔 손편지를 한 번 써 보는 걸 추천한다. 부치지 않는 편지라도 놓으니, 꼭꼭 눌러쓰며 내 안에서 말하고 싶어 하는 '나'를 한 번 느껴 보시길!
▲ 혹시 킨들 전자책 쓰시는 분들 계신가요? 계시면 비밀댓글로 메일주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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