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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과거에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던 여자의 현재 연애

by 무한 2013. 1. 14.
과거에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던 여자의 현재 연애
과거 영광의 시절 얘기는 이제 그만 좀 넣어두자. 남자가 직장으로 꽃을 보냈든, 그대를 두고 싸웠든 그건 옛날 얘기다. 여자 나이 스물여섯 이전이라면, 눈 하나 예쁘게 생긴 것만으로도 뭇 남성들의 구애를 받을 수 있다. 그건 이십대 초반, '자가용을 소유한 친구'곁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월이 흘러 다들 차 한 대씩 보유하고 나면, '자가용 소유'의 메리트는 내세워봐야 우스운 일이 되고 만다.

"예전엔 친구들이 차 좀 태워 달라고 하루에도 몇 통씩 전화하고 그랬어요."


저 얼마나 허무한 외침인가. 예쁘단 소리 많이 들었다거나, 대시하는 남들이 많았다거나 하는 얘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도 그런 게 아니라면 옛날 얘긴 그만 하자. 그 얘기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고, 그걸 자꾸 증거로 내밀어봐야 현실에 발 딛는 것에 방해만 될 뿐이다. 사연을 보낸 J양의 경우처럼 말이다.


1. J양의 이야기.


J양은 이십대 중반까지만 해도 생일에 남자들로부터 케이크 수집을 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그 중 가장 헌신적인 남자를 골라 연애를 한 적도 있다. 그녀는 인기녀들의 필수품인 '도도함'과 '까칠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거기에 못 견딘 남자가 떠나가 버려도 걱정이 없었다.(정확히 말하자면, 남자가 떠나가기 전에 J양이 먼저 이별통보를 했다.) 미니홈피 프로필에 이별했음을 암시하는 글만 적어도 줄 서 있는 남자들에게서 연락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십대 후반부터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이별을 한 후 미니홈피에 이별했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는데, 남자들로부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어디갔니 내 팬클럽들~ 나 프리란다. 솔로야. 이제 마음껏 들이대~'


라는 뉘앙스를 듬뿍 담아 떡밥글을 올렸을 때에야, 겨우 한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 3년 전 그녀가 '좋은 직장동료'로 못 박아 돌려보냈던 남자였다. 다행히(?) 마침 그는 연애를 꿈꾸며 여자친구를 찾는 중이었고, J양이 먼저 카톡만 보내도 황송해했다.

여하튼 뭐 그렇게 둘의 '재회' 까지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는데, 첫 만남 이후 세 번을 더 만나고선 남자에게 연락이 없는 상태다. J양은 혼란스럽다. 이쯤이면 상대가 사귀자고 달려들었어야 하는데, 오히려 카톡 답장도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J양이 나름대로 큰 인심을 써 (자존심을 굽히며)먼저 만나자고도 말했지만, 남자가 선약을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다. 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2. 못된 습관.


그냥 적으면 지루하니, 테마별로 살펴보자.

ⓐ 액세서리 값?
J양이 말한 '꾸미고 나가서 만난 날'의 기록을 보면, 둘의 만남에 대한 느낌이 아니라 상대와 주변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얘기만 잔뜩 적혀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꾸미고 나갔더니 사람들이 눈을 못 떼고 상대도 넋을 잃더라, 뭐 그런 내용이다. 거기에 그에 대한 대가로 상대가 비싸고 맛있는 걸 사줬다는 얘기가 덧붙어 있다.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는 '만나 준다'의 느낌으로 상대와 만나고 있는 것이다. J양은 차려입고 나가서 상대를 만나주면, 그 대가로 상대의 헌신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상대에게 '한 사람'이 아닌, '하나의 비싼 액세서리'가 되어 만난다. 이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저런 생각은 어떠한 형태로든 나타나게 되고, 상대도 금방 눈치를 채니 말이다. '당연히 내가 아깝지'라고 생각하는 상태로는, 그 누구를 만나도 이번과 같은 '연락 없음'의 마지막을 맞게 될 것이다.

ⓑ 불공정 거래
그간 헌신하는 남자들만 만나 와서 그런지, J양의 '연애관념'은 불공정하게 기울어져 있다. 아주 간단히 생각해 보자. 한 동성 친구가 그대에게 고기 사주고, 영화 보여주고, 차 태워주고, 선물도 사줬다. 그러면 받은 걸 똑같이는 못 베풀더라도, 고마워하며 갚으려는 태도는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상황에서 상대에게 새해 선물이라며 달력 하나 줘 놓고, "내가 달력 주니까 고맙지? 나 줄 선물은 뭐야?"라고 묻는 건 도둑놈 심보다.
일부러 상대를 뜯어먹을(응?)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상대의 입장에선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 예컨대, 뭘 먹자고 했으면 먹자고 한 사람이 계산하는 게 맞는 거다. 부탁하려던 게 아닌데 상대가 해 준다고 하면 한 번은 거절하는 게 맞는 거고 말이다. 그런데 J양은 "제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태워달라고 한 건 아닌데…."라고 말하면서도 혜택은 다 누리지 않았는가. 여기다 옮기진 않겠지만, 상대가 J양에게 '그것'을 사달라고 했을 때 J양이 뭐라고 답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길 바란다. '남의 돈은 안 아깝고, 내 돈은 아깝다.'의 태도는 정말….

ⓒ 때려쳐?
예전처럼 상대가 들이대지 않으니 J양은 보채기 시작한다. 만나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 상대에게 치맥 먹자고 먼저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상대가 선약을 핑계로 다음에 먹자고 하자, J양은 자신이 매달리는 이 상황을 못 견디겠다는 듯 날 선 모습을 보인다. 
"됐어. 너랑 안 먹어. 먹을 사람 많거든?"
처절하다. 그래놓곤 친구 불러서 치맥을 먹은 후 사진 찍어 카톡 프로필에 올려두기도 한다.
"일부러 사진 올려두고. 누구랑 먹었다고 쓰진 않았어요."
2013년 여우주연상은 J양에게 주고 싶다. 연기파 배우다. 그런데 그렇게 떡밥을 푸는 건 둘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을 때나 효과가 있는 거다. 지금은 상대가 이쪽에 실망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상대에게 보채다가 혼자 자존심 상한다며 폭발하고, "아 몰라, 됐어, 때려쳐."식의 반응을 하는 상황 말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J양처럼 연기를 하면, 그저 사람이 가벼워 보일 뿐이다. 그 모습이, 수 틀리면 다른 곳으로 붙어 버리는 박쥐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아무래도 좋으니 연애만 해주십사, 하며 매달리는 남자에겐 저런 방법이 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J양이 만나고 있는 남자에겐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선 역시 아래에서 살펴보자.


3. 그리던 그녀는 아니러뇨.


남자 참 괜찮다. 특히 배려가 뛰어나다. 주차 관련된 얘기를 여기에 밝힌 순 없지만, 그게 진심으로 한 행동이라면 생각이 정말 깊은 거다. 난 사실 그걸 실제로는 주차비 때문에 그런 거고, 핑계는 적절히 지어내 갖다 붙인 게 아닌가 싶었는데, 뒤의 이야기를 다 읽어 보니 말재주 부린 건 아닌 것 같다. 또, 과거 J양이 지나가며 했던 사소한 말까지 다 기억하는 걸 보면, 그가 가졌던 호감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J양은 저런 남자를 그저 '과거 내 팬클럽 회원' 정도로만 보고 있다. 그는 꿈꾸던 고향에 돌아온 듯 벅찬 마음으로 관계에 최선을 다 하는데, 위에서 말했듯 J양은 그걸 누리고만 있는 거다. 그러니 상대는 자연히 실망한다. J양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상상 속 J양'은 부서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이 정도 였구나.'


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J양에 대한 실망만 늘어 혼자 마음을 정리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굳이 밝히자면, J양이 만남에 늦어 놓고는 상대에게 식당 예약을 안 했다고 화를 냈을 때다.

"전 정말 늦으려고 했던 게 아닌데요? 제가 늦은 건 어쩔 수 없이…."


고의가 아니었다는 건 잘 알겠는데, 전에 상대가 늦었을 때도 고의는 아니었잖은가. 그때 J양은 찬바람 부는 표정으로 입 꾹 다문 채 화를 냈다. 덕분에 그 데이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J양 화 풀기'가 되었고 말이다. 이거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J양은 어쩔 수 없으면 늦어도 괜찮고, 상대는 어쩔 수 없이 늦었더라도 늦은 건 잘못한 거니 그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J양은 상대가 예약을 안 했다고 화까지 냈다. 늦은 걸 화 안 내고 기다려줘서 고맙지만 예약을 안 해서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건 참을 수 없다, 뭐 그런 건가? 다이아몬드로 된 멘탈도 J양의 그런 태도 앞에서는 부서지고 말 것이다. 한 인간에 대한 완벽한 실망이다. 그 자리에 사대성인을 모셔도 그분들 역시 J양과의 인연을 끊는 걸 택하실 것이다.

더 최악인 건, J양이 저런 상대에게 연락해 살갑게 군다며 하는 말이

"전에 고기 사준다고 한 거 언제 사줄 거야~ 왜 대답 안 해~ 실망이야!"


따위라는 거다. 고기 얻어먹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J양 딴에는 말을 걸어보겠다고 저런 식으로 운을 띄우는 거다. 하지만 저게 상대에겐 어떻게 보일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읽어 온 대원들은 잘 알 거라 생각한다.


J양은 현재 상대의 질투심을 유발하려 '다른 남자에게 선물 받은 척' 같은 걸 하고 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또 예전에 그런 방법으로 몇 남자들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으니, 관객 없는 무대에서 혼자 열연을 펼치는 것이다.

좀 뜬금없지만, 해결책은 우선 친구들에게 연애얘기 하는 걸 그만 두는 거다.

"네가 아까워. 뭐 그런 애한테 신경을 써. 연락하지 마."
"박지희 많이 죽었네? 연락 안 온다고 신경 쓰는 거 처음 보는데?"
"남자한테 잘해주지 마. 호이가 계속되니까 둘리인 줄 아는 거야.(응?)"



친구들은 저런 얘기로 J양이 '과거모습'을 버리는 걸 막고 있다. 대개 그런 친구들은 마소 같은 남자를 하나 잡아 여물 주는 연애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그 길을 뒤따르지 말길 권한다. 그들의 마지막은 남자가 '어라?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라며 정신 차리고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으론, 무슨 '작전'같은 걸로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길 권한다. 지금 변화해야 하는 건 J양이지 상대가 아니다. '작전'같은 건, 날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날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거다. 남을 내 밑에 두고 부리기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니고 말이다. J양에겐 나와 상대를 동등한 위치에 두고 생각하는 것, 그게 시급하게 필요하다. 지금처럼 '만나 준다'의 느낌으로 목에 힘주다가, 상대가 뒤돌아서면 "야, 빨리 다시 와서 나 좀 보라고!"라고 외치면 주변의 남자는 하나 둘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상대가 무슨 색깔을 제일 좋아하는지 알고 있는가? 그것부터 시작하자.



▲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 맹자, 공손추편. 모르는 한자 있으면 추천!(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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