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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알바 하다가 만난 유쾌남,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걸까?

by 무한 2013. 1. 7.
알바 하다가 만난 유쾌남,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걸까?
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알바 하다가 만난 남자들과의 '썸'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그가 이쪽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 그와 사적인 연락을 하는가? (그가 먼저 연락을 하는가?)
ⓑ 그와 알바 하는 곳 밖에서 만난 적 있는가? (그가 만나자고 했는가?)



저 질문에 "아직 그런 건 아닌데…."라고 대답한다면, 지금까지 열심히 김칫국을 마셨다고 볼 수 있다. 아, 이렇게 얘길 하면

"그 오빠가 알바 몇 시에 오냐고 톡 보낸 적 있는데, 그것도 해당 되나요?"
"제 생일에 밥 사준다고 해서 밥 먹은 적 있는데, 이거 만나자고 한 거 맞죠?"



라고 묻는 대원들이 있다. 그런 건 무효다. 관심이 있는 거라면 이쪽에서 애써 의미부여 하지 않아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뭘 좋아하는지, 지금 뭐 하는지, 뭐가 하고 싶은지 그런 것들을 이미 물어봤을 테니 말이다.

물론 헷갈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끼'가 있는 경운데, 이게 참 애매하다. 끼 있는 남자들은 주변의 모든 여자에게 관심이 있는 듯이 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끼 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1. 끼 있는 남자.
 

일반적인 남자들과 친해지는 과정이 1, 2, 3, 4, 5 라고 해보자. 끼 있는 남자는 분명 그들보다 빠르고, 또 그들과 다르다. 끼 있는 남자들은 2, 4, 6, 8, 10 정도로 성큼성큼 진행한다.

"안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 같아요."


여성대원들이 저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끼 있는 남자들이 필요 없는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다음 수'를 기막히게 놓기 때문이다.

"밥 안 먹었지? 오빠가 널 위해서 이 주먹밥을 사왔노라."
"너 왜 나만 보면 웃어? 너 나 좋아하냐? 크크크. 웃지 마 정들어."
"난 나쁜 남자라서 연애 하면 안 돼. 얼른 너나 연애 해."



그러니까 저건, 두어 번 들른 식당에 가서 "이모, 저 또 왔어요!"라며 들이대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다. 붙임성과 능청을 잔뜩 소유한 남자. 이성의 친절이나 친근한 다가옴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대원들은 '뭐지? 나한테 관심 있나?'라며 오해하기 쉽다.

게다가 그들은 이성을 대하는 것에 어려워하지 않는 까닭에, 남들은 용기를 내야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별 고민 없이 쉽게 하기도 한다. 내 지인 중에 '끼 있는 남자'가 있는데, 난 친구 결혼식 뒤풀이에서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뒤풀이는 모르는 사람들도 중간중간 끼어 있어서 살짝 서먹한 자리였다. 그런데 그는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일어서서 고기를 구워 자르고, 물이나 음료수를 챙겨다 주고, 옆에 앉은 예쁘장한 여자사람의 밑반찬이 떨어지자 주방까지 가서 가져다주었다. 그는 아주 자연스레 그녀와 전화번호까지 교환했다.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던 또 다른 지인이 내 옆에 앉아 있었는데, 그는 겨우 내게 "쟤 괜찮지 않냐?"며 귓속말을 했을 뿐이다.

저런 모습이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는 십여년 전 함께 알바한 적 있는 여자들과도 아직 연락을 할 정도로 숙성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물론 그녀들 중 대부분은 그와의 '연애 가능성'을 좇으며 희망을 걸고 있는 상태지만, 이건 여기서 살펴볼 문제는 아니니 일단 접어두자.) 여하튼 이런 유형의 남자도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모든 행동에 의미부여를 해 "분명 저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왜 더 이상 진행하려 하진 않을까요?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는 이야기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2. 그럼 관심과는 어떻게 구별할까?


서두에 말했듯이 관심이 있냐, 없냐는 연락이나 사적인 만남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런데 끼 있는 남자의 경우는 이성으로 관심이 없어도 거리낌 없이 연락을 하고, 같이 밥이나 술을 먹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 까닭에 또 많은 여성대원들이 흔들린다.

이건 좀 길게 두고 봐야 하는 부분인데, 우선 '심심할 때만' 연락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길 권한다. 끼 있는 남자들의 대부분은 로맨티스트 기질도 가지고 있는 까닭에 고민하게 만드는 말을 툭툭 던지기도 한다.

"나 라페 맥도널드 앞이야! 오늘은 내가 빅맥을 먹으면서 놀려주지!"


전에 이쪽에서 햄버거 먹는다고 한 이야기를 기억해, 저런 식으로 받아치는 거다. 이후에는 뭐 "말 잘 듣겠다고 약속하면 감자튀김 하나 정도는 줄 수 있지. 크크." 정도의 수다가 이어질 뿐이지만, 이미 마음이 흔들린 여성대원은 저 수다까지도 모두 상대의 관심으로 치환해 버린다.

사람에 따라 좀 다르긴 한데, 다정함을 겸비한 끼 있는 남자는 "밤길이 위험하니까!"라며 집에 데려다 주기도 하고,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일찍일찍 들어가!"라며 사생활에 훈수를 두기도 한다. 역시 저걸 관심이라 생각한 여자사람이 "오빠도 올래요? 여기 라페 먹자골목인데…." 정도로 떠 보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하는데, 심심하던 차에 마침 잘 됐다며 가는 남자도 있고, 갈 것처럼 바람만 잡다가 결국 오지 않는 남자들도 있다. 명확하게 구분할 순 없지만, 그 자리에 가서 '청일점'이 되는 경우라면 대부분 간다고 보면 된다. 남자가 한 명이라도 끼어있다면 가지 않는다.(관심이 있는 남자라면 남자가 끼어 있든 아니든, 자리 마치고서라도 잠깐 보자고 하는 경우가 많다.)

또, '8할이 장난'이라는 특징도 있다. 그의 목적은 '서로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는 동생과의 수다'인 까닭에 대부분의 대화가 말장난이나 농담이다.

"오빠가 어제 과음하여 피곤하니 올 때 꿀물 사오도록."
"네가 자초한 거야. 넌 나의 시크함을 깨웠어."
"너 하는 거 봐서. 크크. 이것이 나의 거절드립."



일반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시점' 다음에는 '함께 하려고 다가오는 시점'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애초부터 이성으로 생각하고 다가온 것이 아닌 까닭에, 이들은 '관심을 보이는 시점' 다음에 '막 대하는 시점'으로 넘어가 버린다. 남자 후배 대하듯 "너 왜 또 오바하고 난리야." 따위의 말도 하는데, 여성대원은 저 말을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음'으로 인식하지 않고 '오빠의 까칠한 성격이 드러남'으로 해석해 버린다. 거기서 상대에게 험한 말 들어가며 좋다고 웃고 있는 대원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3. 포기해야 할까?


포기를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태도를 바꿔야 한다. 상대에게 호감이 있으니 고백을 해야 한다는 단순한 수순을 밟지 말고, 상대를 '나에게 호의적인 남자' 정도로 생각하길 권한다.

그런 호의는 만약 내가 솔로부대원이고, 그대와 같은 곳에서 알바를 한다고 하면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알바 하는 곳의 관리자가 마음에 안 들면 같이 뒷담화도 할 수 있고, 생일에 케이크도 사줄 수 있고, 무슨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 노래방에 갔을 때 전화를 걸어 불러줄 수도 있다. 사실은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어? 목걸이 어디서 산거야? 잘 어울리네."


라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목걸이가 잘 어울린다는 말에 따귀를 올려붙일 여자는 없으니 말이다. 저건 관심이 있어서 하는 행동과 비슷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설정해 둔 '아는 이성'에게 허용되는 활동범위가 좀 더 넓어서 하게 되는 행동일 뿐이다. 같이 일하는 데 기계적으로 서로 맡은 일만 하고, 딱 필요한 말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좀 더 영악한 남자들은 저렇게 행동하면 여자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안다. 갓 입대한 이등병에게 초코파이 하나 주면 감동의 눈물을 흘리듯, 이제 막 알바를 시작해 허둥대는 여자를 챙겨주면 그녀가 그 관계에 집중한다는 걸 안다. 이성의 친절에 익숙하지 않은 여자에겐 집에 데려다 주거나 외투를 벗어주는 행위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도 알고 말이다.(행동은 저렇게 하지만 카톡으로는 까칠하게 굴 때, 상대를 애태울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이런 남자를 두고 '앞으로 공식적으로 내 옆에서만 그럴 것'을 요구하며 사귀자고 말했다간, "난 좋은 동생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건데…."라는 답을 듣기 딱 좋다. 그러지 말고 상대가 그대에게 베푸는 호의를 비슷하게 베풀길 바란다. 물론, 쉽진 않을 것이다. 그의 칭찬을 따라하려 "어? 오빠 머리 잘랐네. 사람이 완전 깔끔해 보이는데?"라고 말을 했다가,

"뭐야,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 날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해!"


따위의 강력한 대답이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땐 그냥 "어떻게 알았지? 티 많이 나나?"라고 받아주면 되는데, 이걸 옆에 붙어서 하나하나 알려줄 수 없으니 답답하다. 여하튼 핵심은 "개그는 개그로 받아주자."정도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끼 있는 남자들은 자신이 상대에게 감동을 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주로 '관심'을 받게 된다. 그러니 그에겐 익숙할 '관심'은 그만 주고, 흔녀(흔한 여자들)들과 차별화 된 '감동'을 주자. 쉽게 말하면, 상대가 집에 데려다 준 것에 반해 사귀자고 매달리지 말고, 차라리 상대가 집에 갈 때 가면서 마시라고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사 주는 게 낫다는 얘기다. 하나 받았으면 이쪽에서도 하나 주면서 친해져야지, 하나 받은 뒤에 앞으로도 계속 달라며 매달려선 안 된다. 잊지 말길 바란다.


사실 이건 이렇게 글로 적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며 '연락 없음'과 '흐지부지'로 증명되는 문제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 위의 내용을 모르는(알고도 모른 척 하고 싶은) 대원들이

"저에게 관심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냥 동생으로 생각해서 잘 해준 건지
그 답이라도 알 수 있다면 확실히 마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메일을 보낸다. 그래서 내가 "아 그거, 동생으로 생각해서 잘 해준 것임."이라고 답을 하면,

"그 오빠한테 직접 듣고 싶어요.
지금이라도 카톡으로 말 걸어서 물어보는 건, 별로인가요?"



라고 다시 묻는다. 그래서 또 나는 "ㅇㅇ 그건 별로임."이라고 대답을 하는데, 이것 역시 무시하고 어느 날 안부를 묻는 척 가장해 저 질문을 상대에게 하고 만다. 난 정말이지

"야! 그럴 거면 나한테 왜 물어본 거야!"


라고 외치고 싶다. 웃으라고 내가 이렇게 재롱까지 부리며 설명하는데, 혼자 심각한 얼굴로 계속 고민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짝사랑 포지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대가 한 계단 올라오면 상황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



▲ 너구리 관찰기 저도 쓰고 싶은데, 너구리가 겨울잠 자느라 안 나와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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