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반대를 이유로 헤어지자는 연하남
두 사람이다. 아무리 봐도 T양 내부엔 두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저게 '여자의 변덕'이라는 건 나도 안다. 그런데 그게 상대로 하여금 늘 죄책감을 갖게 만들거나 김빠지게 만든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거다.
나쁘게 말하자면, T양은 외롭고 심심할 때만 '우리'를 찾는 것 같다. 그 얘기를 듣고 남자친구가 다가오면, T양은 다시 '나'로 돌아가서 생활을 한다. "우리 얘기 좀 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남자친구가 대화를 하려고 하면 "나 지금 친구랑 있어."라고 말하는 여자. 이건
라는 T양의 말에 대한 내 답변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T양이 남자친구에게 한 사랑고백을 보자.
그러니까 이건 꼭, 상대를 탓하려고 하는 사랑 고백같다. T양은 스스로에 대해 '활발하고 애교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는데, 저건 투정이지 애교가 아니다.
부담스럽다. 나이나 결혼 때문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각자의 삶을 살 때면 그걸 두고 섭섭해 하는 태도가 부담스럽다. 반대로 T양을 살펴보면 본인이 자신의 삶을 살 때엔 아무 문제없이 잘 산다. 친구도 만나고, 모임에도 가고, 가족들과 시간도 잘 보낸다. 배터리가 다 되어 전화기 전원이 꺼진 줄도 모를 정도로 '남자친구 이외의 사람'들과 잘 놀고 그들에게 집중한다. 누구는 그래도 되고, 누구는 그러면 안 되는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아주 잠깐 지나가는 대화였지만, 난 남자친구의 짧은 말 한 마디가 이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고 본다.
난 남자친구의 저 말에 "왜 나만 이래야 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라고 할 수 있겠다.
염려가 되는 부분을 상대에게 부정적으로 말하고, 그 부정적인 말을 상대가 다시 부정하면 위안이 된다. "나 별로 안 보고 싶은가 보네."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가 "아냐. 왜 그렇게 생각해? 엄청 보고 싶지!"라는 이야기를 하면 불안함이 해소되듯이 말이다.
그런데 T양은 저걸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사용했다.
그러다 남자친구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대했던 것과 다른 대답이 나오면, T양은 '심술모드'로 돌입하기도 했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T양은 자신의 감정이 이끄는 대로 쥐었다 폈다를 하며 즐거울지 모르지만, 그러는 동안 남자는 서서히 T양을 포기한다는 걸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이렇게만 적어두면 T양이 모두 잘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 T양의 남자친구 역시 T양이 "오늘 만나는 거 맞아?"라고 했을 때 이렇다 할 확답을 주지 않고, 30여 분이 지난 후에야 "30분만 기다려 주면 안 될까? 이거 다 하고 가라고 해서 ㅠ.ㅠ"라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난 T양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잘라내는 듯한 말은 하지 말길 권해주고 싶다. 특히 T양은 화가 나면 무뚝뚝한 태도로 존대를 하며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데, 그건 진짜 최악의 행동이다. 그렇게 남처럼 굴다간 진짜 남이 된다. 앞서 말했듯 남자친구는 '왜 나만 다 이해하고 맞춰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런 남친에게 남처럼 굴어버리면 십중팔구 "그래, 그냥 남으로 지내자."하는 결론만 이끌어내게 된다.
T양은 구남친에 대해 '다른 남자들에 비해 나(T양)와 잘 맞는 성격'이라고 말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둘의 카톡대화와 사연을 보두 읽어본 뒤, 난
라고 생각했다. 그가 5살 연하의 남자가 아닌 T양과 동갑인 남자 였다면, 분명 "넌 이 연애를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어? 보고 싶은데 지금 볼 수 없는 상황이라 나에게 화를 내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 내가 좋아서 나랑 연애를 하는 거야, 아니면 연애를 하고 싶어서 날 만나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T양은 이별의 가장 큰 이유가 '남친 부모님의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난 그게 이유가 아니라 구실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별사유는 '이 연애에서 남자친구는 의무감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헤어진 날을 보자. 며칠간 시큰둥한 태도를 보인 T양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남자친구는 T양에게 저녁을 먹자고 했다. 하지만 T양은 선약이 있다며 만남을 거절했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스케줄이 엇갈린 게 아니다. 꿍한 마음을 지닌 T양이 선약을 핑계로 남자친구에게 '형벌'을 내렸던 것이다.
남자친구도 바보가 아니라 그게 어떤 의미인지 눈치 챘다. 의식적인 밀어냄. 더는 사과하고 싶지도 않고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싶지도 않은 남친은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반대로 T양이 다급해졌다. T양은 남자친구에게 얼굴이라도 잠깐 보자며 저녁에 톡을 보냈다. 남자친구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다며 나중에 보자고 했다. T양은 사과 카톡을 여러 개 보냈다. 답이 없었다. T양은 전화를 했다. 남자친구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냈다. T양은
라고 물었다. 남자친구는 헤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가 둘의 관계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나 T양은 헤어지자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남친이 헤어지자고 한 게 아니라, T양이 남친을 찬 이야기'인데, 그 이후 T양이 후회를 하며 남자친구에게 매달렸고, 다시 남친이 T양에게 연락하기도 하다가, 결국 최종적으론
라는 남친의 말로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T양은 "전 당장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다만 저와 사귀는 동안 남자친구가 저와 결혼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전 다시 만날 수 있어요. 헤어진 지금 돌이켜 보면, 그간 만났던 남자 중에 이 남자가 가장 저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중이다.
난 반대한다. 확신이 없다며 "선을 보거나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 나를 만나면 안 되겠냐."라고 말하는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리하는 게 맞다. 책임지지 않아도 좋은 세컨드의 자리를 내달라는 남자와 연애는 무슨 연애인가. 의무감과 책임감의 압박으로 인해 그가 그런 결론을 내린 거라 해도, 한 번 그 강을 건넌 이상 되돌릴 순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T양 역시 저 말을 듣곤
라며 조롱까지 하지 않았는가. 깨진 관계를 밟아서 잘게 부숴놓은 상황이다. 현재는 그나마 남아있던 정마저 깨끗하게 비운 상황이니, 유효기간 지난 추억들 꺼내며 재회를 꿈꾸진 말자. 그가 T양에게 화나 있는 것 같지 않다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게 아니다. 그는 거의 무덤덤해졌다. T양에게 무관심하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거, T양도 알고 있지 않은가.
남자친구가 헤어질 때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의 솔직한 심정이 위와 같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부모님의 반대'나 '친구들의 조언'을 핑계로 "나랑은 지금처럼 만나면서 다른 남자랑 선을 보거나 사귀어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미련 갖지 말길 권한다.
그 고민이, T양이 생각하는 그 고민이 아니라는 걸 이제 좀 알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니 그의 부담을 덜어주어 다시 만나겠다며 "꼭 결혼을 약속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이야기 하지 말고, 그만 북북서로 진로를 돌리길 권한다.
▲ 시시각각 기분이 변하며 '복수의 형벌'을 애용하는 사람에겐 확신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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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다. 아무리 봐도 T양 내부엔 두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다.
-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여자.
- 기분 안 좋으니(또는 다른 일 하고 있으니) 다음에 통화하거나 보자는 여자.
- 기분 안 좋으니(또는 다른 일 하고 있으니) 다음에 통화하거나 보자는 여자.
물론 저게 '여자의 변덕'이라는 건 나도 안다. 그런데 그게 상대로 하여금 늘 죄책감을 갖게 만들거나 김빠지게 만든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거다.
[남자친구가 바쁠 때 T양의 반응]
- "바쁘면 우리 앞으로 보지 말까?"
- "우리 얘기 좀 해요."
[남자친구가 함께 놀려고 말 걸 때 T양의 반응]
- "나 노느라 바뽀(바뻐)."
- "나 지금 후배랑 대화중인데, 대화에 좀 집중할게."
- "바쁘면 우리 앞으로 보지 말까?"
- "우리 얘기 좀 해요."
[남자친구가 함께 놀려고 말 걸 때 T양의 반응]
- "나 노느라 바뽀(바뻐)."
- "나 지금 후배랑 대화중인데, 대화에 좀 집중할게."
나쁘게 말하자면, T양은 외롭고 심심할 때만 '우리'를 찾는 것 같다. 그 얘기를 듣고 남자친구가 다가오면, T양은 다시 '나'로 돌아가서 생활을 한다. "우리 얘기 좀 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남자친구가 대화를 하려고 하면 "나 지금 친구랑 있어."라고 말하는 여자. 이건
"전 사귀는 동안 남자친구를 실망시킨 적 없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T양의 말에 대한 내 답변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1. 불공평한 관계.
T양이 남자친구에게 한 사랑고백을 보자.
"사랑해, 보고 싶어!
그런데 넌 아닌가보네."
그런데 넌 아닌가보네."
그러니까 이건 꼭, 상대를 탓하려고 하는 사랑 고백같다. T양은 스스로에 대해 '활발하고 애교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는데, 저건 투정이지 애교가 아니다.
"울 남친 신나게 노는구나?
난 보고 싶은데…."
난 보고 싶은데…."
부담스럽다. 나이나 결혼 때문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각자의 삶을 살 때면 그걸 두고 섭섭해 하는 태도가 부담스럽다. 반대로 T양을 살펴보면 본인이 자신의 삶을 살 때엔 아무 문제없이 잘 산다. 친구도 만나고, 모임에도 가고, 가족들과 시간도 잘 보낸다. 배터리가 다 되어 전화기 전원이 꺼진 줄도 모를 정도로 '남자친구 이외의 사람'들과 잘 놀고 그들에게 집중한다. 누구는 그래도 되고, 누구는 그러면 안 되는 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아주 잠깐 지나가는 대화였지만, 난 남자친구의 짧은 말 한 마디가 이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고 본다.
남친 - 너와 내가 다른 게 뭔지 알아?
T양 - ?
남친 - 생각보다 별로 없어. ㅎ
T양 - ?
남친 - 생각보다 별로 없어. ㅎ
난 남자친구의 저 말에 "왜 나만 이래야 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내가 약속 있다고 하면 넌 마치 날 여자친구 방목하는 나쁜 놈으로 만들지.
그런데 네가 약속 있을 땐 그 모임에 집중해야 한다며 더 톡을 보내지 말라고 눈치를 줘.
연애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이, 서로 참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만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잖아. 나만 다 이해하고 맞춰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네가 약속 있을 땐 그 모임에 집중해야 한다며 더 톡을 보내지 말라고 눈치를 줘.
연애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이, 서로 참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만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잖아. 나만 다 이해하고 맞춰야 하는 것도 아니고."
라고 할 수 있겠다.
2. 확인 받으려는 못된 습관.
염려가 되는 부분을 상대에게 부정적으로 말하고, 그 부정적인 말을 상대가 다시 부정하면 위안이 된다. "나 별로 안 보고 싶은가 보네."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가 "아냐. 왜 그렇게 생각해? 엄청 보고 싶지!"라는 이야기를 하면 불안함이 해소되듯이 말이다.
그런데 T양은 저걸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사용했다.
"나한테 의무적으로 잘해줄 필요 없어."
"내가 너에게 하는 말은 딱 정해져 있네. 졸려. 배고파…."
"나 외롭고 처량했는데 말 걸어줘서 고마워."
"내가 너에게 하는 말은 딱 정해져 있네. 졸려. 배고파…."
"나 외롭고 처량했는데 말 걸어줘서 고마워."
그러다 남자친구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대했던 것과 다른 대답이 나오면, T양은 '심술모드'로 돌입하기도 했다.
"지금 전화하기 곤란하고, 나도 별로 통화하고 싶지 않아요."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T양은 자신의 감정이 이끄는 대로 쥐었다 폈다를 하며 즐거울지 모르지만, 그러는 동안 남자는 서서히 T양을 포기한다는 걸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남자친구 퇴근이 늦어지자.)
"그럼 그냥 내일 보자고 하지.
그랬으면 나 혼자서라도 시간 잘 썼을 텐데.
나 그냥 집에 갈게."
"그럼 그냥 내일 보자고 하지.
그랬으면 나 혼자서라도 시간 잘 썼을 텐데.
나 그냥 집에 갈게."
이렇게만 적어두면 T양이 모두 잘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 T양의 남자친구 역시 T양이 "오늘 만나는 거 맞아?"라고 했을 때 이렇다 할 확답을 주지 않고, 30여 분이 지난 후에야 "30분만 기다려 주면 안 될까? 이거 다 하고 가라고 해서 ㅠ.ㅠ"라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난 T양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잘라내는 듯한 말은 하지 말길 권해주고 싶다. 특히 T양은 화가 나면 무뚝뚝한 태도로 존대를 하며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데, 그건 진짜 최악의 행동이다. 그렇게 남처럼 굴다간 진짜 남이 된다. 앞서 말했듯 남자친구는 '왜 나만 다 이해하고 맞춰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런 남친에게 남처럼 굴어버리면 십중팔구 "그래, 그냥 남으로 지내자."하는 결론만 이끌어내게 된다.
T양은 구남친에 대해 '다른 남자들에 비해 나(T양)와 잘 맞는 성격'이라고 말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둘의 카톡대화와 사연을 보두 읽어본 뒤, 난
'이건 그냥, 연하남이 누나한테 또 혼날까봐 최대한 맞춰준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다. 그가 5살 연하의 남자가 아닌 T양과 동갑인 남자 였다면, 분명 "넌 이 연애를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어? 보고 싶은데 지금 볼 수 없는 상황이라 나에게 화를 내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 내가 좋아서 나랑 연애를 하는 거야, 아니면 연애를 하고 싶어서 날 만나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3. 부모님 반대는 그저 핑계일 뿐.
T양은 이별의 가장 큰 이유가 '남친 부모님의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난 그게 이유가 아니라 구실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이별사유는 '이 연애에서 남자친구는 의무감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헤어진 날을 보자. 며칠간 시큰둥한 태도를 보인 T양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남자친구는 T양에게 저녁을 먹자고 했다. 하지만 T양은 선약이 있다며 만남을 거절했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스케줄이 엇갈린 게 아니다. 꿍한 마음을 지닌 T양이 선약을 핑계로 남자친구에게 '형벌'을 내렸던 것이다.
남자친구도 바보가 아니라 그게 어떤 의미인지 눈치 챘다. 의식적인 밀어냄. 더는 사과하고 싶지도 않고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싶지도 않은 남친은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반대로 T양이 다급해졌다. T양은 남자친구에게 얼굴이라도 잠깐 보자며 저녁에 톡을 보냈다. 남자친구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다며 나중에 보자고 했다. T양은 사과 카톡을 여러 개 보냈다. 답이 없었다. T양은 전화를 했다. 남자친구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냈다. T양은
"지금 이게 내가 사과를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거야,
아니면 나랑 헤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나랑 헤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라고 물었다. 남자친구는 헤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가 둘의 관계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나 T양은 헤어지자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남친이 헤어지자고 한 게 아니라, T양이 남친을 찬 이야기'인데, 그 이후 T양이 후회를 하며 남자친구에게 매달렸고, 다시 남친이 T양에게 연락하기도 하다가, 결국 최종적으론
"부모님의 반대도 있고,
또 친구들도 이렇게 사귀다가 헤어지면 너(T양)의 앞길이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친구들도 이렇게 사귀다가 헤어지면 너(T양)의 앞길이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라는 남친의 말로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T양은 "전 당장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다만 저와 사귀는 동안 남자친구가 저와 결혼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전 다시 만날 수 있어요. 헤어진 지금 돌이켜 보면, 그간 만났던 남자 중에 이 남자가 가장 저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중이다.
난 반대한다. 확신이 없다며 "선을 보거나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 나를 만나면 안 되겠냐."라고 말하는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리하는 게 맞다. 책임지지 않아도 좋은 세컨드의 자리를 내달라는 남자와 연애는 무슨 연애인가. 의무감과 책임감의 압박으로 인해 그가 그런 결론을 내린 거라 해도, 한 번 그 강을 건넌 이상 되돌릴 순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T양 역시 저 말을 듣곤
"얼굴 한 번 보자고? 너희 부모님께 허락 받고 와.
나 보러 간다고. 허락 받고 오면 나도 만나 줄 테니까."
나 보러 간다고. 허락 받고 오면 나도 만나 줄 테니까."
라며 조롱까지 하지 않았는가. 깨진 관계를 밟아서 잘게 부숴놓은 상황이다. 현재는 그나마 남아있던 정마저 깨끗하게 비운 상황이니, 유효기간 지난 추억들 꺼내며 재회를 꿈꾸진 말자. 그가 T양에게 화나 있는 것 같지 않다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게 아니다. 그는 거의 무덤덤해졌다. T양에게 무관심하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거, T양도 알고 있지 않은가.
남자친구가 헤어질 때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계속 사귀기엔 내가 자신이 없기 때문에 헤어지는 거다.
부모님도 반대하시고,
또 친구들도 이렇게 사귀다 헤어지면 적령기 훌쩍 넘긴 너는 정말 대책이 없어지는 거라는데.
난 우리가 사귀다가 헤어질 것 같다.
내가 너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꿀 만큼의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부모님도 반대하시고,
또 친구들도 이렇게 사귀다 헤어지면 적령기 훌쩍 넘긴 너는 정말 대책이 없어지는 거라는데.
난 우리가 사귀다가 헤어질 것 같다.
내가 너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꿀 만큼의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의 솔직한 심정이 위와 같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부모님의 반대'나 '친구들의 조언'을 핑계로 "나랑은 지금처럼 만나면서 다른 남자랑 선을 보거나 사귀어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미련 갖지 말길 권한다.
"저는 남자친구의 그런 고민이 너무 중대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 고민이, T양이 생각하는 그 고민이 아니라는 걸 이제 좀 알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니 그의 부담을 덜어주어 다시 만나겠다며 "꼭 결혼을 약속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이야기 하지 말고, 그만 북북서로 진로를 돌리길 권한다.
▲ 시시각각 기분이 변하며 '복수의 형벌'을 애용하는 사람에겐 확신을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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