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사모] 파이팅 넘치는 모쏠녀 외 2편
이번 주에는 월요일과 크리스마스에 매뉴얼을 발행하지 않아 사연이 많이 밀렸다. 그래서 오늘은 밀린 사연들을 모아서 소개하는 '밀사모(밀린 사연 모음)'를 발행할까 한다. 갈 길이 머니 바로 출발해 보자.
좋은 친구를 두었다. 나도 Y양에게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Y양의 친구가 말해줬다니 다행이다. Y양의 그
라고 말할 계획은 바로 폐기하길 권한다. 나름 깜찍하게 어필하려고 짠 계획인 것 같은데,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색한 현재상황에서 저랬다간 상대에게 거절당할 확률이 높다.
일단 그 파이팅을 좀 가라앉히자. Y양의 계획을 보면 어떻게든 상대와 만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만나는 건 좀 나중에 해도 된다. 상대가 살고 안양에 갈 일이 생긴다면, 그냥 거기 왔다는 얘기 정도만 꺼내도 충분하다. '네가 한 얘기를 기억하고 있어.'라는 걸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으니, 마음 급하다고 막 불러내진 말자. 저것과 더불어 "오늘 별 일 없으면 밥이나 한 끼 해요."라고 말할 계획도 폐기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건 Y양이 구체적으로 적지 말아 달라고 해서 설명하기가 좀 곤란한 부분인데, 사연을 보면 방학 중 상대와 동선을 겹칠 기회가 네 곳이나 있다. 그것 중 하나를 골라 상대와 함께 시간을 보내보자. 특히 상대가 자격증과 관련해 가지고 있는 계획은 Y양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으니, 같은 학원에 등록하길 권한다. 학원비가 부담스럽다면, 학교 내 상대가 속해 있는 모임에 들어가 방학 동안 자주 만나는 것도 괜찮다.
그 밖에 Y양이 주의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부탁과 심부름은 구별해야 한다'는 것.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부탁작전은 '상대가 잘 알고 나는 잘 모르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에 한해서 사용해야 한다. 어디 간 김에 책 사다 달라고 하는 등의 일은 부탁이 아니라 심부름에 가까우니, 상대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않도록 주의하자. 더불어 자꾸 부탁만 하면 사람 짜증나니까 어제는 포맷을, 오늘은 과제 도움을, 내일은 스마트폰 최적화를 부탁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이건 현재 Y양이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자꾸 상대에게 기대는 것으로 '계기'를 만들려 하는 걸 보니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둘째, '썸을 탈 때에는 오는 남자를 막아야 한다'는 것. 번호 달란다고 아무 생각 없이 다 주는 거 아니다. Y양의 선배 오빠들이 Y양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는 건, 호감을 나타내는 남자가 다가올 때 막지 않기 때문이다. 좀 애매한 부분이긴 한데, 전혀 호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애초에 거절도 좀 하길 바란다. 오는 남자 안 막고 몇 번 만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야.'라며 쳐내면, 어장관리로 오해받을 수 있다. 특히 썸을 타고 있을 때에는 소개팅 들어온다고 하지 말고, 누가 번호 묻는다고 번호 주지 말자. 그 좁은 학교에서 말 퍼지는 건 시간문제 아닌가. 지금도 Y양과 살짝 썸이 있었던 남자가 현재의 썸남과 친하기에 Y양은 걱정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또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순간엔 '거절'을 하도록 하자.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헤어질 권하고 싶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S양이 비행기 타기 전에 구급차를 먼저 타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아직 사귄지 얼마 안 되었으니 폰 부수고 물건 집어 던지는 수준이지, 좀 더 친해지면 안면부와 복부로 주먹이 날아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필름 끊길까봐 술 더 못 마시게 하면 자기 무시하는 거냐고 말하고, 취한 채 길거리에서 가라고 소리 지르는 남자는 다시 만나지 않는 게 답이다.
어른들께서 그래도 다시 한 번 만나서 화해하길 권하시는 건, 아직 그 사람의 본모습을 못 봤기 때문일 뿐이다. S양은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는가. S양 앞에선 금방이라도 때릴 것처럼 굴던 남자가, 어른들 오시니 정신줄 꽉 움켜쥐고 공손해지는 모습을. 그는 전혀 다른 두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건 무슨 화해시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술 마시면 눈 돌아가는 남자가 저지른 짓들을 '흔한 실수'라며 이해하라고 말하는 건, S양을 파멸로 인도하는 행위일 뿐이다. 거리에서 까닭 없이 혼자 분을 못 이겨 소리 지르고, 너 필요 없으니 가라고 물건 집어 던지는 걸 어떻게 '흔한 실수'로 볼 수 있는지가 난 정말 궁금하다.
이건 정말 아니다. 남친과 친한 그 어른의 얘기도 그냥 한 귀로 흘리길 권한다. 남친과 친한 아저씨가 하는 증명 같은 건 믿을만한 게 못 된다. 그건 당구장 사장님의 단골고객 칭찬과 비슷한 거다. 자신의 단골손님으로 좋다는 거지, 남편감으로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둘은 전혀 다른 거다. 형님 형님 하면서 잘 따르기만 해도 그는 "쟤 정말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그가 술 마시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이것저것 집어던지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여하튼 자신에게는 형님대접 잘 하는 동생이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 말을 듣고 '다시 한 번'이라며 만났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S양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결단을 내리길 권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고쳐질 수 있는 부분이냐 아니냐를 논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부분이니 더 고민할 것 없이 물러서자. 아직 사귄지 100일도 안 되었는데 이런 일이 벌써 두 번째다. 소리 지르고, 던지고, 밀치고…, 그 다음은 안 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것 같지 않은가? S양의 사연에는 이것 말고도 딱 이만큼의 끔찍한 일들이 더 있는데, 난 이것만으로도 이별사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귈 때의 카톡대화가 첨부되지 않아서, L양의 잘못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시간을 갖기로 한 이후의 카톡대화와 이야기를 보면, 이건 헤어진 상황이 분명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사연만 보면 L양의 구남친이 L양에 대해 환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시 L양이 두 번이나 구남친의 고백을 거절한 까닭에 '내 마음을 표현해도 거절하는 여자'에 대한 구남친의 추격본능이 눈을 뜬 것 같다. L양이 좋아하던 남자가 구남친과 같은 모임에 있는 사람인 까닭에 그의 경쟁의식 또한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이건 그가 L양과 사귄 이후 보란 듯이 공표한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된 이후에도 구남친이 자꾸 '을'의 자리로 가선
등의 이야기를 한 것을 보면, 그는 L양과 '사귄다'기 보다는 L양을 '쟁취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연애를 시작했다는 건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것과 같은데, 이상하게도 둘의 사연은 연애의 시작이 결승점이 된 것 같아 보인다. L양이 구남친에게 '트로피'로 여겨지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의 고군분투 및 헌신, 인내에 대한 대가랄까.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구남친이 급격히 흥미를 잃는 모습이 보인다. L양은 그게 남자친구의 일이 바빠서라고도 말하고, 또 여러 사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말하는데, 난 좀 다르게 생각한다. 사귀기 전에도 같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바빠진다고 해도 며칠간 전화 한 통 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는 건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 SNS에서 다른 이성들과는 언제 술 마시자고 댓글 달고 좋아요 누를 시간은 있으면서, 스트레스 운운하며 연락조차 안 하는 건 '상황'보다는 '마음'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L양에겐 미안하지만, 마음이 떴다는 얘기다.
이후 구남친의 모든 행동 역시 '좋은 남자'로 남고 싶은 마음에 한 행동일 뿐, 정말 그게 진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구남친은 자신의 생활에서 L양을 덜어낸 뒤 역시 SNS 순례를 하며 지인들과 잘 지내고 있다. 그러다 얼마 전엔 L양과의 연결고리까지 다 끊어냈고 말이다. 그것에 대해 L양이 따지자, 그는
라고 말했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 깔끔하게 좀 정리하지 비겁하게 저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여자에게 "밥만? 술도 마셔야지~"하는 댓글 남기고, 지인의 예쁜 친구 사진이 뜨면 '좋아요' 누르는 게 들키기 싫어서 끊은 거면서 뭔 의미가 어쩌고 하는 게 참…. 이런 상황에서 L양은
라는 질문만 하고 있는데, 그게 궁금하다면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193으로 가보길 바란다. 서울가정법원 주소인데, 거기 가면 "저렇게 마음이 변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핑계와 변명으로 빠져나가는 구남친의 말에 더는 휘둘리지 말고, 그가 이렇게 질질 끌면 L양이라도 나서서 얼른 정리하길 권한다. 이별을 말할 나쁜 사람이 하나 필요한 거라면 내가 둘을 대신해 나쁜 사람 해 줄 테니까, 더는 우물쭈물 시간만 낭비하지 말길 바란다.
상대가 먼저 연락처 물어가 놓고는, 수다만 떨 뿐 더는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H군의 사연도 있었다. H군에겐 그녀가 '오 나의 남자친구님!'할 남자를 찾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연인이 되기보다는 자신이 상대의 팬클럽이 되는 게 더 편한 여자랄까.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H군은 그녀에게 스타였는데, 막상 이게 진짜 현실로 잘 될 것 같자 그녀가 계속 물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카톡대화만 봐도 그녀가 H군에게 관심이 있다는 건 100%다. H군이 지금처럼 "시간 될 때 말해줘."라고 하지 않고, "언제언제 보자."라고 확실하게 말하면 둘은 곧 연인이 될 것 같다. 미리 축하한다.
열정적으로 들이대던 남자가, 한 번 만날 때마다 30%씩 의욕을 상실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사연도 있었다. 또 다른 S양의 사연인데, 이건 특별히 S양이 뭔가를 잘못했다기 보다는 상대의 '다른 여자'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S양과 막 썸을 타는 와중에 구여친의 연락을 받았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혹은 다른 썸녀와 연락이 닿은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썸남이 S양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센스가 있는 것 같고, 또 썸녀들과의 사이에서 '열린 결말'을 즐겨 사용하는 듯 보이는데, 그저 상대가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함부로 따라가면 안 된다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 "만약 남친이 생겼는데 그가 바람둥이면 어떡하죠?" 먼저 연애부터 시작하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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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월요일과 크리스마스에 매뉴얼을 발행하지 않아 사연이 많이 밀렸다. 그래서 오늘은 밀린 사연들을 모아서 소개하는 '밀사모(밀린 사연 모음)'를 발행할까 한다. 갈 길이 머니 바로 출발해 보자.
1. 파이팅 넘치는 모쏠녀.
좋은 친구를 두었다. 나도 Y양에게
"히든카드, 그렇게 남발하면 히든카드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Y양의 친구가 말해줬다니 다행이다. Y양의 그
"오빠 저 안양 왔는데, 오빠가 원하시면 잠깐 시간 내드릴 수도 있어요."
라고 말할 계획은 바로 폐기하길 권한다. 나름 깜찍하게 어필하려고 짠 계획인 것 같은데,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색한 현재상황에서 저랬다간 상대에게 거절당할 확률이 높다.
일단 그 파이팅을 좀 가라앉히자. Y양의 계획을 보면 어떻게든 상대와 만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만나는 건 좀 나중에 해도 된다. 상대가 살고 안양에 갈 일이 생긴다면, 그냥 거기 왔다는 얘기 정도만 꺼내도 충분하다. '네가 한 얘기를 기억하고 있어.'라는 걸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으니, 마음 급하다고 막 불러내진 말자. 저것과 더불어 "오늘 별 일 없으면 밥이나 한 끼 해요."라고 말할 계획도 폐기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건 Y양이 구체적으로 적지 말아 달라고 해서 설명하기가 좀 곤란한 부분인데, 사연을 보면 방학 중 상대와 동선을 겹칠 기회가 네 곳이나 있다. 그것 중 하나를 골라 상대와 함께 시간을 보내보자. 특히 상대가 자격증과 관련해 가지고 있는 계획은 Y양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으니, 같은 학원에 등록하길 권한다. 학원비가 부담스럽다면, 학교 내 상대가 속해 있는 모임에 들어가 방학 동안 자주 만나는 것도 괜찮다.
그 밖에 Y양이 주의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부탁과 심부름은 구별해야 한다'는 것.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부탁작전은 '상대가 잘 알고 나는 잘 모르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에 한해서 사용해야 한다. 어디 간 김에 책 사다 달라고 하는 등의 일은 부탁이 아니라 심부름에 가까우니, 상대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않도록 주의하자. 더불어 자꾸 부탁만 하면 사람 짜증나니까 어제는 포맷을, 오늘은 과제 도움을, 내일은 스마트폰 최적화를 부탁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이건 현재 Y양이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자꾸 상대에게 기대는 것으로 '계기'를 만들려 하는 걸 보니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둘째, '썸을 탈 때에는 오는 남자를 막아야 한다'는 것. 번호 달란다고 아무 생각 없이 다 주는 거 아니다. Y양의 선배 오빠들이 Y양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는 건, 호감을 나타내는 남자가 다가올 때 막지 않기 때문이다. 좀 애매한 부분이긴 한데, 전혀 호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애초에 거절도 좀 하길 바란다. 오는 남자 안 막고 몇 번 만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야.'라며 쳐내면, 어장관리로 오해받을 수 있다. 특히 썸을 타고 있을 때에는 소개팅 들어온다고 하지 말고, 누가 번호 묻는다고 번호 주지 말자. 그 좁은 학교에서 말 퍼지는 건 시간문제 아닌가. 지금도 Y양과 살짝 썸이 있었던 남자가 현재의 썸남과 친하기에 Y양은 걱정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또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순간엔 '거절'을 하도록 하자.
2. 술 먹기 전과 후가 완전 다른 남친.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헤어질 권하고 싶다.
"그런데 남친이 술 안 먹으면 정말 멀쩡하거든요.
저랑 결혼할 것이 확실한 사람처럼 이것저것 말하고,
아들이 좋냐, 딸이 좋냐 그런 것도 물어보고요.
또 새해에 일출도 같이 보기로 약속했고,
내년에 비행기 타고 여행 가기로도 약속했었거든요."
저랑 결혼할 것이 확실한 사람처럼 이것저것 말하고,
아들이 좋냐, 딸이 좋냐 그런 것도 물어보고요.
또 새해에 일출도 같이 보기로 약속했고,
내년에 비행기 타고 여행 가기로도 약속했었거든요."
지금 상황으로 봐선, S양이 비행기 타기 전에 구급차를 먼저 타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아직 사귄지 얼마 안 되었으니 폰 부수고 물건 집어 던지는 수준이지, 좀 더 친해지면 안면부와 복부로 주먹이 날아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필름 끊길까봐 술 더 못 마시게 하면 자기 무시하는 거냐고 말하고, 취한 채 길거리에서 가라고 소리 지르는 남자는 다시 만나지 않는 게 답이다.
어른들께서 그래도 다시 한 번 만나서 화해하길 권하시는 건, 아직 그 사람의 본모습을 못 봤기 때문일 뿐이다. S양은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는가. S양 앞에선 금방이라도 때릴 것처럼 굴던 남자가, 어른들 오시니 정신줄 꽉 움켜쥐고 공손해지는 모습을. 그는 전혀 다른 두 모습을 지니고 있다.
"제가 아는 동생에게 말했더니, 남자들이 취하면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이건 무슨 화해시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술 마시면 눈 돌아가는 남자가 저지른 짓들을 '흔한 실수'라며 이해하라고 말하는 건, S양을 파멸로 인도하는 행위일 뿐이다. 거리에서 까닭 없이 혼자 분을 못 이겨 소리 지르고, 너 필요 없으니 가라고 물건 집어 던지는 걸 어떻게 '흔한 실수'로 볼 수 있는지가 난 정말 궁금하다.
이건 정말 아니다. 남친과 친한 그 어른의 얘기도 그냥 한 귀로 흘리길 권한다. 남친과 친한 아저씨가 하는 증명 같은 건 믿을만한 게 못 된다. 그건 당구장 사장님의 단골고객 칭찬과 비슷한 거다. 자신의 단골손님으로 좋다는 거지, 남편감으로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둘은 전혀 다른 거다. 형님 형님 하면서 잘 따르기만 해도 그는 "쟤 정말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그가 술 마시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이것저것 집어던지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여하튼 자신에게는 형님대접 잘 하는 동생이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 말을 듣고 '다시 한 번'이라며 만났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S양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결단을 내리길 권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고쳐질 수 있는 부분이냐 아니냐를 논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부분이니 더 고민할 것 없이 물러서자. 아직 사귄지 100일도 안 되었는데 이런 일이 벌써 두 번째다. 소리 지르고, 던지고, 밀치고…, 그 다음은 안 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것 같지 않은가? S양의 사연에는 이것 말고도 딱 이만큼의 끔찍한 일들이 더 있는데, 난 이것만으로도 이별사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3. 흐지부지 된 연애, 헤어진 것인가?
사귈 때의 카톡대화가 첨부되지 않아서, L양의 잘못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시간을 갖기로 한 이후의 카톡대화와 이야기를 보면, 이건 헤어진 상황이 분명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사연만 보면 L양의 구남친이 L양에 대해 환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시 L양이 두 번이나 구남친의 고백을 거절한 까닭에 '내 마음을 표현해도 거절하는 여자'에 대한 구남친의 추격본능이 눈을 뜬 것 같다. L양이 좋아하던 남자가 구남친과 같은 모임에 있는 사람인 까닭에 그의 경쟁의식 또한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이건 그가 L양과 사귄 이후 보란 듯이 공표한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된 이후에도 구남친이 자꾸 '을'의 자리로 가선
"네가 나 안 좋아하는 거 안다."
"내가 불쌍해서 사귀어 주고 있다는 거 안다."
"내가 불쌍해서 사귀어 주고 있다는 거 안다."
등의 이야기를 한 것을 보면, 그는 L양과 '사귄다'기 보다는 L양을 '쟁취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연애를 시작했다는 건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것과 같은데, 이상하게도 둘의 사연은 연애의 시작이 결승점이 된 것 같아 보인다. L양이 구남친에게 '트로피'로 여겨지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의 고군분투 및 헌신, 인내에 대한 대가랄까.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구남친이 급격히 흥미를 잃는 모습이 보인다. L양은 그게 남자친구의 일이 바빠서라고도 말하고, 또 여러 사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말하는데, 난 좀 다르게 생각한다. 사귀기 전에도 같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바빠진다고 해도 며칠간 전화 한 통 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는 건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 SNS에서 다른 이성들과는 언제 술 마시자고 댓글 달고 좋아요 누를 시간은 있으면서, 스트레스 운운하며 연락조차 안 하는 건 '상황'보다는 '마음'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L양에겐 미안하지만, 마음이 떴다는 얘기다.
이후 구남친의 모든 행동 역시 '좋은 남자'로 남고 싶은 마음에 한 행동일 뿐, 정말 그게 진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계속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게 미안하니까, 미안하지만 연락하지 말고 지내보자."
말은 저렇게 하지만, 구남친은 자신의 생활에서 L양을 덜어낸 뒤 역시 SNS 순례를 하며 지인들과 잘 지내고 있다. 그러다 얼마 전엔 L양과의 연결고리까지 다 끊어냈고 말이다. 그것에 대해 L양이 따지자, 그는
"우리는 연락하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있는 중인데,
SNS를 통해 다 알게 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SNS를 통해 다 알게 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라고 말했다. 같은 남자 입장에서, 깔끔하게 좀 정리하지 비겁하게 저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여자에게 "밥만? 술도 마셔야지~"하는 댓글 남기고, 지인의 예쁜 친구 사진이 뜨면 '좋아요' 누르는 게 들키기 싫어서 끊은 거면서 뭔 의미가 어쩌고 하는 게 참…. 이런 상황에서 L양은
"정말 저에게 헌신적이던 사람인데,
저렇게 마음이 변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건가요?"
저렇게 마음이 변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건가요?"
라는 질문만 하고 있는데, 그게 궁금하다면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193으로 가보길 바란다. 서울가정법원 주소인데, 거기 가면 "저렇게 마음이 변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핑계와 변명으로 빠져나가는 구남친의 말에 더는 휘둘리지 말고, 그가 이렇게 질질 끌면 L양이라도 나서서 얼른 정리하길 권한다. 이별을 말할 나쁜 사람이 하나 필요한 거라면 내가 둘을 대신해 나쁜 사람 해 줄 테니까, 더는 우물쭈물 시간만 낭비하지 말길 바란다.
상대가 먼저 연락처 물어가 놓고는, 수다만 떨 뿐 더는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H군의 사연도 있었다. H군에겐 그녀가 '오 나의 남자친구님!'할 남자를 찾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연인이 되기보다는 자신이 상대의 팬클럽이 되는 게 더 편한 여자랄까.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H군은 그녀에게 스타였는데, 막상 이게 진짜 현실로 잘 될 것 같자 그녀가 계속 물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카톡대화만 봐도 그녀가 H군에게 관심이 있다는 건 100%다. H군이 지금처럼 "시간 될 때 말해줘."라고 하지 않고, "언제언제 보자."라고 확실하게 말하면 둘은 곧 연인이 될 것 같다. 미리 축하한다.
열정적으로 들이대던 남자가, 한 번 만날 때마다 30%씩 의욕을 상실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사연도 있었다. 또 다른 S양의 사연인데, 이건 특별히 S양이 뭔가를 잘못했다기 보다는 상대의 '다른 여자'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S양과 막 썸을 타는 와중에 구여친의 연락을 받았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혹은 다른 썸녀와 연락이 닿은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썸남이 S양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센스가 있는 것 같고, 또 썸녀들과의 사이에서 '열린 결말'을 즐겨 사용하는 듯 보이는데, 그저 상대가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함부로 따라가면 안 된다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 "만약 남친이 생겼는데 그가 바람둥이면 어떡하죠?" 먼저 연애부터 시작하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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