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모] 눈물 흘릴 일이 많은 첫 연애
금요사연모음은 말 그대로 몇 가지 사연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다. 그런데 오늘은 B군의 사연 하나만 다룰까 한다. 다루려고 했던 다른 사연들의 문제가 B군 사연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별 후 화가 난 까닭에 상대와 진흙탕 싸움을 한 대원, 논리적으로 말해도 상대가 못 알아듣는 것 같아 속이 탄다는 대원, 열심히 사과의 편지를 보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꿈쩍도 하지 않아 미치겠다는 대원들은 B군의 사연에서 오답을 찾으면 될 것 같다.
자 그럼,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에 만나는 금사모. 출발해 보자.
웹에 떠도는 <아이들이 우는 이유>라는 게시물을 본 적이 있는가? 한창 걸음마를 배울 시기의 아이들이 우는 모습과 그 이유들이 담긴 게시물이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등의 이유로 아이들이 울고 있는 사진이 있다. 어른들이 보기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이유로 아이들이 울고 있기에 미소가 지어질 정도인데, 이런 일은 연애를 처음 할 때에도 발생한다. 별 게 다 서운하고, 별 것도 아닌 일로 울고, 별 일 아닌 걸로도 화를 내는 모습.
정말 별 것 아닌 일로도 극단까지 가는 커플들이 많다. "나중에 자기도 바람 필 거야?"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싸우다 헤어진 커플도 있고, 남자친구가 만나기로 한 날 늦게 일어난 것으로 싸우다 헤어진 커플도 있다. 물론 딱 그 하나의 이유로 다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차선 양보 안 해줬다고 고속도로에서 상대 차량의 앞을 막아 사망사고를 일으키는 것만큼이나- 나중에 생각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시작으로 싸우다 황당한 이별을 맞이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B군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여자친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서운해 하거나, 울거나, 화를 낸다 하더라도 그걸 모두 '성격차이'로 단정 짓진 말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B군은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는데, B군이 내게 사연을 보냈으니 B군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만약 이 사연을 보낸 것이 B군이 아니라 B군의 여자친구였다면, 난 그녀에게 "그 모습들이 어리광이 아니었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B군에게 '스티로폼을 못 먹게 해서 우는 아이'처럼 굴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세요."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녀가 지금은 '스티로폼을 못 먹게 해서 우는 아이'라 하더라도, 좀 더 자라나면 더 이상 그런 일로는 울지 않을 것이다. 난 B군에게, 둘 사이에 이 '변화'의 가능성이 존재함을 기억하길 권해주고 싶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상대의 모습만 가지고 상대의 한계를 단정 짓지 말자. 그런 태도로는 누구를 만나든 '성격차이'로 이별해야 할 것이다.
B군이 한 아이의 아빠라고 해보자. B군의 아이가 잘못을 해놓곤, 혼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랬다고 해서 아이에게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을 찍어 내 쫓진 않을 것 아닌가. 무조건 이해하며 넘어가라거나, 참으며 모른 척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늘 그녀의 아빠처럼 행동하라는 얘기도 아니고 말이다. 그저, 그녀를 내 마음에 담아보기도 하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B군의 마음이 그녀의 마음보다 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 그때그때 조목조목 따지며 대립각만 세울 수밖에 없다. 영화 <달마야 놀자>에 나왔던 노스님의 대사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 채우는 대신, 그냥 마음에 던져 가득 차게 했다는 그 대사를.
이건 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얘긴데, 내 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의 일이다. 동생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친구와 싸웠다. 말리려고 나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생 친구가 자전거를 타게 해준다며 이것저것 시켜놓고는 안 태워줘서, 동생이 그 친구를 밀었다고 했다. 난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거기서 나름 '공정한 판결'을 한다며 어쨌든 친구를 민 건 동생 잘못이니 동생에게 사과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그 부근에는 놀이터에서 놀던 꼬꼬마 몇 명, 그리고 그 꼬꼬마들의 엄마들 몇 명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내게 혼나고 있던 동생은, 억울함이 폭발했는지 서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동생의 울음소리에 우리 어머니도 나오셨는데, 자초지종을 들으신 어머니께 난 그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혼났다. 이 이야기에 대해 "그래도 공정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날 이후 난 누가 뭐라든 내 가족과 내 사람들 편이 되어 살고 있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설령 공쥬님(여자친구)이 만인의 지탄을 받을 일을 저지른다 해도, 난 공쥬님을 변호하며 함께 손가락질을 받을 각오로 살고 있다.
B군의 사연에서, B군이 여자친구를 변호해 준 모습은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B군은 여자친구를 심판했고, 그것에 대해 여자친구가 반발하면 친구나 지인에게 대신 판정을 부탁했다. 그래놓고는 그 판정결과를 들고와 여자친구에게 "내가 다 물어봤는데, 네 잘못이 더 크대."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헤어지기 직전 B군은 '더욱더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제3자'에게 판정을 부탁하기 위해 어느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커뮤니티에 올라온 답변들을 여자친구에게 내밀었다.
공정함? 논리적? 객관적? 아니, 남도 아니고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왜 동네방네 "내 여자친구 이렇게 못난 여자입니다."하고 소문을 내고 다니는 걸까. 혹시 여자친구의 허물만 내 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허물까지 같이 내 놓고 판정을 받은 거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얘기를 들은 친구와 지인들이 앞으로 B군의 여자친구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는가?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지인들이 내게 자신의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하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오히려 그의 여자친구를 더 가엾게 생각한다. 그녀는 그를 믿고 그걸 다 털어 놓은 것일 거고, 그 얘기가 이렇게 험담의 소재로 쓰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남자친구가 그녀에 대해 '성격결함이 있는 여자'로 소개하고 있다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고 말이다. 연인 사이의 싸움은 대개 칼로 물 베기라 둘은 다시 또 잘 지내곤 하는데, 그러다 함께 만나는 자리에 가면 난 그녀의 머리 위에 '성격결함'이라는 단어가 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불편해진다. 친구에게 들은 대로 선입견이 생겨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상 징후'로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자친구가 실수로 발을 밟으면 똑같이 발을 밟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B군이여! 그대의 그 '논리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난 '남보다 못한 남자친구의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가장 결정적인 건 이전의 연애가 그녀에게 괴로움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헤어지기 직전에 B군이 한 행동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 행동에 대해 B군은 뭐라고 핑계를 댔는가.
위에서 이야기 했듯, 미안하지만 연애 중 B군의 행동은 '남보다 못한 남자친구의 행동'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아팠던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교통사고를 당한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얼까? 위로와 치료, 그리고 보살핌과 나아질 거란 희망이다.
그런데 B군은 그 '사과편지'에 무엇을 담아 전했는가? 변명과 핑계다. 사실 그 '사과편지'는 '진술서+반성문'라고 해야 맞다.
역시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병원에 입원한 사람 찾아가서는,
하는 게 과연 효과적인 사과일까? 자기변호를 하기 전에, 상대의 놀란 마음은 진정이 되었는지, 몸 어느 부분이 많이 아픈지, 병원에 있는 동안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먼저 묻는 게 인간적인 것 아닐까? 헤어지고 나서 네 카톡 프로필 바뀔 때마다 난 어땠다, 운 적도 있다, 하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말이다.
B군은 여자친구의 '속물 친구'가, 이별 후 여자친구에게 "잘 헤어졌다."는 식으로 바람을 넣고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는데,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게 그간 둘이 단단한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 친구의 부추김을 상쇄하고자 거기에 맞서서 여자친구에게 '한 수 앞선 변명'을 하려 하지 말고, 관계에 비바람 불 때 바보처럼 혼자 동굴로 숨어버렸던 것에 대해 사과하길 바란다. 그랬을 때 여자친구가 느꼈을 그 외로움과 막막함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말이다. 진심이 바로 열쇠다.
끝으로 난 B군에게, 연인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들에 대해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B군은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당연한 거다. 사연을 보면 B군은 꼭
같아 보인다. B군의 속마음이 전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B군이 '다른 여자'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여자친구에게
라고 한 걸 보면, 무슨 조건부 연애를 하는 사람 같다. 저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를 믿고 함께할 여자가 있을까? 그 이유가 함께 있던 친구에게 번호를 따주기 위해서든 뭐든, 술집에서 다른 여자 번호 따내 카톡 주고받는 게 "네가 나에게 관심을 잘 안 가져서."라고 말하는 남자.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B군은 여자친구가 저런 말을 했을 때 '아, 내가 더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안 그러면 이러다 바람나겠어.'하며 반성과 사과를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하나 더. B군이 한 과거 연애 이야기들을 절대로 연인에게 꺼내지 말길 권한다. 상대에게 들었던 '구남친'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질문이,
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농담이 아니라, 님도 잃고 뽕도 잃는 정말 가장 멍청한 질문이다. 저 질문을 받은 상대가 구남친 얘기를 한다고, 거기에 욱해서 '내 구여친'얘기를 하는 건 더더욱 멍청한 짓이고 말이다. 둘의 다툼 마지막에 서로를 비웃고 비꼬는 부분이 많아 봉합이 가능할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는데, B군이 절실하다고 하니, 위에서 말한 유일한 해결책을 사용해 보길 바란다. 행운을 빈다.
▲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다롱이. 3살 연하의 초코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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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사연모음은 말 그대로 몇 가지 사연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다. 그런데 오늘은 B군의 사연 하나만 다룰까 한다. 다루려고 했던 다른 사연들의 문제가 B군 사연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별 후 화가 난 까닭에 상대와 진흙탕 싸움을 한 대원, 논리적으로 말해도 상대가 못 알아듣는 것 같아 속이 탄다는 대원, 열심히 사과의 편지를 보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꿈쩍도 하지 않아 미치겠다는 대원들은 B군의 사연에서 오답을 찾으면 될 것 같다.
자 그럼,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에 만나는 금사모. 출발해 보자.
1. 눈물 흘릴 일이 많은 첫 연애.
웹에 떠도는 <아이들이 우는 이유>라는 게시물을 본 적이 있는가? 한창 걸음마를 배울 시기의 아이들이 우는 모습과 그 이유들이 담긴 게시물이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스티로폼을 못 먹게 해서."
"개를 핥지 못하게 해서."
"케이블 모뎀의 반짝임이 멈춰서."
"문신하는 걸 허락하지 않아서."
"개를 핥지 못하게 해서."
"케이블 모뎀의 반짝임이 멈춰서."
"문신하는 걸 허락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아이들이 울고 있는 사진이 있다. 어른들이 보기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이유로 아이들이 울고 있기에 미소가 지어질 정도인데, 이런 일은 연애를 처음 할 때에도 발생한다. 별 게 다 서운하고, 별 것도 아닌 일로 울고, 별 일 아닌 걸로도 화를 내는 모습.
정말 별 것 아닌 일로도 극단까지 가는 커플들이 많다. "나중에 자기도 바람 필 거야?"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싸우다 헤어진 커플도 있고, 남자친구가 만나기로 한 날 늦게 일어난 것으로 싸우다 헤어진 커플도 있다. 물론 딱 그 하나의 이유로 다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차선 양보 안 해줬다고 고속도로에서 상대 차량의 앞을 막아 사망사고를 일으키는 것만큼이나- 나중에 생각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시작으로 싸우다 황당한 이별을 맞이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B군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여자친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서운해 하거나, 울거나, 화를 낸다 하더라도 그걸 모두 '성격차이'로 단정 짓진 말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B군은
"왜 저만 그걸 이해해야 하죠?
그러면 제가 다 참고, 다 이해하고, 다 맞춰줘야 하는 건가요?"
그러면 제가 다 참고, 다 이해하고, 다 맞춰줘야 하는 건가요?"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는데, B군이 내게 사연을 보냈으니 B군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만약 이 사연을 보낸 것이 B군이 아니라 B군의 여자친구였다면, 난 그녀에게 "그 모습들이 어리광이 아니었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B군에게 '스티로폼을 못 먹게 해서 우는 아이'처럼 굴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세요."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녀가 지금은 '스티로폼을 못 먹게 해서 우는 아이'라 하더라도, 좀 더 자라나면 더 이상 그런 일로는 울지 않을 것이다. 난 B군에게, 둘 사이에 이 '변화'의 가능성이 존재함을 기억하길 권해주고 싶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상대의 모습만 가지고 상대의 한계를 단정 짓지 말자. 그런 태도로는 누구를 만나든 '성격차이'로 이별해야 할 것이다.
B군이 한 아이의 아빠라고 해보자. B군의 아이가 잘못을 해놓곤, 혼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랬다고 해서 아이에게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을 찍어 내 쫓진 않을 것 아닌가. 무조건 이해하며 넘어가라거나, 참으며 모른 척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늘 그녀의 아빠처럼 행동하라는 얘기도 아니고 말이다. 그저, 그녀를 내 마음에 담아보기도 하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B군의 마음이 그녀의 마음보다 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늘 그때그때 조목조목 따지며 대립각만 세울 수밖에 없다. 영화 <달마야 놀자>에 나왔던 노스님의 대사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 채우는 대신, 그냥 마음에 던져 가득 차게 했다는 그 대사를.
2. 논리적 대화?
이건 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얘긴데, 내 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의 일이다. 동생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친구와 싸웠다. 말리려고 나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생 친구가 자전거를 타게 해준다며 이것저것 시켜놓고는 안 태워줘서, 동생이 그 친구를 밀었다고 했다. 난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거기서 나름 '공정한 판결'을 한다며 어쨌든 친구를 민 건 동생 잘못이니 동생에게 사과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그 부근에는 놀이터에서 놀던 꼬꼬마 몇 명, 그리고 그 꼬꼬마들의 엄마들 몇 명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내게 혼나고 있던 동생은, 억울함이 폭발했는지 서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동생의 울음소리에 우리 어머니도 나오셨는데, 자초지종을 들으신 어머니께 난 그날
"설사 동생이 잘못했어도 감싸줘야 할 순간에,
넌 제일 앞장서서 동생을 혼내고 있어? 네가 형이야?"
넌 제일 앞장서서 동생을 혼내고 있어? 네가 형이야?"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혼났다. 이 이야기에 대해 "그래도 공정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날 이후 난 누가 뭐라든 내 가족과 내 사람들 편이 되어 살고 있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설령 공쥬님(여자친구)이 만인의 지탄을 받을 일을 저지른다 해도, 난 공쥬님을 변호하며 함께 손가락질을 받을 각오로 살고 있다.
B군의 사연에서, B군이 여자친구를 변호해 준 모습은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B군은 여자친구를 심판했고, 그것에 대해 여자친구가 반발하면 친구나 지인에게 대신 판정을 부탁했다. 그래놓고는 그 판정결과를 들고와 여자친구에게 "내가 다 물어봤는데, 네 잘못이 더 크대."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헤어지기 직전 B군은 '더욱더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제3자'에게 판정을 부탁하기 위해 어느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커뮤니티에 올라온 답변들을 여자친구에게 내밀었다.
"**에 우리 이야기 올려보니까, 네가 개념 없다는 의견이 더 많은데?
특히 네가 툭하면 헤어지자고 한 거랑, 싸울 때 막말하는 거. 그게 심각하대."
특히 네가 툭하면 헤어지자고 한 거랑, 싸울 때 막말하는 거. 그게 심각하대."
공정함? 논리적? 객관적? 아니, 남도 아니고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왜 동네방네 "내 여자친구 이렇게 못난 여자입니다."하고 소문을 내고 다니는 걸까. 혹시 여자친구의 허물만 내 놓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허물까지 같이 내 놓고 판정을 받은 거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얘기를 들은 친구와 지인들이 앞으로 B군의 여자친구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 없는가?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지인들이 내게 자신의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내 여자친구는 진짜 성격결함이 좀 있어.
걔네 집안 자체도 화목하지가 않고, 그로 인해서 트라우마가 많아.
그 히스테리 감당하기 힘들다 진짜."
걔네 집안 자체도 화목하지가 않고, 그로 인해서 트라우마가 많아.
그 히스테리 감당하기 힘들다 진짜."
하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오히려 그의 여자친구를 더 가엾게 생각한다. 그녀는 그를 믿고 그걸 다 털어 놓은 것일 거고, 그 얘기가 이렇게 험담의 소재로 쓰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남자친구가 그녀에 대해 '성격결함이 있는 여자'로 소개하고 있다고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고 말이다. 연인 사이의 싸움은 대개 칼로 물 베기라 둘은 다시 또 잘 지내곤 하는데, 그러다 함께 만나는 자리에 가면 난 그녀의 머리 위에 '성격결함'이라는 단어가 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불편해진다. 친구에게 들은 대로 선입견이 생겨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상 징후'로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네가 먼저 그런 것에 대해서는 나에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 한 행동이 과연 잘 한 행동인지 생각해 봐."
"네가 그래서 나도 그런 건데? 그럼 공편한 거 아니야? 뭐가 문제야?"
"나한테 한 행동이 과연 잘 한 행동인지 생각해 봐."
"네가 그래서 나도 그런 건데? 그럼 공편한 거 아니야? 뭐가 문제야?"
여자친구가 실수로 발을 밟으면 똑같이 발을 밟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B군이여! 그대의 그 '논리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난 '남보다 못한 남자친구의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3. 사과편지는 왜 효과가 없을까?
우선, 가장 결정적인 건 이전의 연애가 그녀에게 괴로움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헤어지기 직전에 B군이 한 행동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 행동에 대해 B군은 뭐라고 핑계를 댔는가.
"여자친구를 자극하고 싶기도 했고요."
위에서 이야기 했듯, 미안하지만 연애 중 B군의 행동은 '남보다 못한 남자친구의 행동'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아팠던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교통사고를 당한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얼까? 위로와 치료, 그리고 보살핌과 나아질 거란 희망이다.
그런데 B군은 그 '사과편지'에 무엇을 담아 전했는가? 변명과 핑계다. 사실 그 '사과편지'는 '진술서+반성문'라고 해야 맞다.
"그건 그래서 그랬던 거야.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이러이러 했겠지.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대로 쭉 말할게.
그 날 처음에 내가 신촌에 가서….
B와 만나서 나는…, 아, 이 얘기는 내가 카톡으로 말해서 알고 있지?
그 다음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내 문제에 대해 말할게.
첫째는…, 둘째는…. 나는 원래….
네 친구들이 너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그리고 네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짐작은 가는데, 한 번만 더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대로 쭉 말할게.
그 날 처음에 내가 신촌에 가서….
B와 만나서 나는…, 아, 이 얘기는 내가 카톡으로 말해서 알고 있지?
그 다음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내 문제에 대해 말할게.
첫째는…, 둘째는…. 나는 원래….
네 친구들이 너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그리고 네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짐작은 가는데, 한 번만 더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어."
역시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병원에 입원한 사람 찾아가서는,
"시간 순으로 설명 드릴게요. 전 주차장에서 나와 도로로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래 거기서 1차선으로 가려던 게 아니고….
그리고 전 유턴을 하려던 거지 좌회전을 하려던 게 아니거든요.
물론 제가 너무 앞까지 나간 잘못은 분명 있습니다.
옆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도 제 잘못이고요.
보험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뭐라고 했을지 짐작은 가는데,
정말 제 고의성이 없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합의해 주세요."
그런데 제가 원래 거기서 1차선으로 가려던 게 아니고….
그리고 전 유턴을 하려던 거지 좌회전을 하려던 게 아니거든요.
물론 제가 너무 앞까지 나간 잘못은 분명 있습니다.
옆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도 제 잘못이고요.
보험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뭐라고 했을지 짐작은 가는데,
정말 제 고의성이 없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합의해 주세요."
하는 게 과연 효과적인 사과일까? 자기변호를 하기 전에, 상대의 놀란 마음은 진정이 되었는지, 몸 어느 부분이 많이 아픈지, 병원에 있는 동안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먼저 묻는 게 인간적인 것 아닐까? 헤어지고 나서 네 카톡 프로필 바뀔 때마다 난 어땠다, 운 적도 있다, 하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말이다.
B군은 여자친구의 '속물 친구'가, 이별 후 여자친구에게 "잘 헤어졌다."는 식으로 바람을 넣고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는데,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게 그간 둘이 단단한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 친구의 부추김을 상쇄하고자 거기에 맞서서 여자친구에게 '한 수 앞선 변명'을 하려 하지 말고, 관계에 비바람 불 때 바보처럼 혼자 동굴로 숨어버렸던 것에 대해 사과하길 바란다. 그랬을 때 여자친구가 느꼈을 그 외로움과 막막함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말이다. 진심이 바로 열쇠다.
끝으로 난 B군에게, 연인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들에 대해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B군은
"여자친구를 만나면서는 다른 여자를 품에 안아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당연한 거다. 사연을 보면 B군은 꼭
'여자친구와 연애를 하느라 다른 여자를 못 만나는 게 억울한 남자'
같아 보인다. B군의 속마음이 전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B군이 '다른 여자'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여자친구에게
"네가 나한테 관심을 잘 안 가지니까 그런 일이 생기는 거잖아."
라고 한 걸 보면, 무슨 조건부 연애를 하는 사람 같다. 저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를 믿고 함께할 여자가 있을까? 그 이유가 함께 있던 친구에게 번호를 따주기 위해서든 뭐든, 술집에서 다른 여자 번호 따내 카톡 주고받는 게 "네가 나에게 관심을 잘 안 가져서."라고 말하는 남자.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B군은 여자친구가 저런 말을 했을 때 '아, 내가 더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안 그러면 이러다 바람나겠어.'하며 반성과 사과를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하나 더. B군이 한 과거 연애 이야기들을 절대로 연인에게 꺼내지 말길 권한다. 상대에게 들었던 '구남친'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질문이,
"너 걔한테도 이랬어?"
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농담이 아니라, 님도 잃고 뽕도 잃는 정말 가장 멍청한 질문이다. 저 질문을 받은 상대가 구남친 얘기를 한다고, 거기에 욱해서 '내 구여친'얘기를 하는 건 더더욱 멍청한 짓이고 말이다. 둘의 다툼 마지막에 서로를 비웃고 비꼬는 부분이 많아 봉합이 가능할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는데, B군이 절실하다고 하니, 위에서 말한 유일한 해결책을 사용해 보길 바란다. 행운을 빈다.
▲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다롱이. 3살 연하의 초코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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