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다시 다가가면 그가 받아줄까?
사연을 보내시는 독자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한 가지는, '누가 누구에게'한 말인지를 확실히 밝혀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 이성과의 문제'를 적는 부분에
이라고 적어두시면, 난 누가 누구에게 화가 난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위의 사연도 얼핏 보면 여자 분이 전 남자친구에게 픽업을 요구한 것 같지만, 사연을 읽다 보면 남자 분에게 구여친들이 픽업을 요구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
사연을 보내시는 분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본인의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저렇게만 적어도 다 알 거라 생각하시겠지만, 아무 정보 없이 사연만으로 둘의 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나는 감 잡기가 힘들다는 걸 좀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어떤 독자 분께서는 '본인'과 '상대'를 바꾸어 적기도 하시고, 또 어떤 독자 분께서는 사연에 등장하는 친구가 '친구A'인지 '친구B'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섞어 쓰시기도 한다. 대화문 역시 구별 없이 막 적어서 보내주시는 까닭에, 상대가 한 말인지 이쪽에서 한 말인지를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많다.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있다만'과 '있지만'을 헷갈리시는 분이 최근 많이 보인다.
이라는 '존댓말 같기도 반말 같기도'한 문장을 쓰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있다만'과 '있지만'은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얼마 전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니셜D>를 보다 보니까, '있지만'을 전부 '있다만'으로 번역해 놓았던데, 나중에 장모님이나 시아버지, 또는 사장님께 쓰는 편지에 '있다만'을 쓰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만(응?). 출발해 보자.
안 받아주지. 이별 후 선미 네가 관계를 다 밟아서 부쉈잖아. 깨진 게 분하다며 네가 다 밟아 부쉈는데, 어떻게 다시 받아줄 수가 있겠어.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 둘이 사귄 적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날 정도가 되면 모르겠는데, 지금 네가 말하는 대로 '6개월간 기다렸다가' 다시 만날 가능성은 0.03% 이하야.
다 접어두고 일단 헤어지던 날부터 봐봐. 남자친구 폰이랑 PC에 있는 사진 네가 다 지웠잖아. 헤어지는 마당에 이런 거 이제 아무 쓸모도 없는 거라면서 네가 깨끗하게 밀었어. 남친이 그건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며 놔둬달라고 했지만, 넌 우겨가며 다 지웠어. 훗날 남자친구가 그 사진을 정리하다가 '그래도 우리 이렇게 행복한 적도 있었는데….'하며 후회할 수 있는 계기를 네가 밟아서 부순 거야.
그 다음에 한 일을 봐봐. 넌 너와 남자친구 두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둘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리고 다녔어.
그건 오로지 너 자신만 생각해서 한 행동이잖아. 얼마 전에 내 친구가 소개팅으로 만나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다며 나에게 연락해 왔거든. 그러면서 주선자 만나서 헤어졌다는 거 얘기하고, 남친과 함께 만났던 사람들에게도 헤어졌다는 거 밝힐 거라고 하더라. 가만히 있으면 자신이 버려진 느낌이 들어서 너무 힘들다면서 말이야.
근데 그 친구는 남친과 다시 사귈 생각도 있었거든. 그래서 난 '이별 공지'를 하고 다니겠다는 그 친구를 말렸어. 그건 다시 만날 가능성을 스스로 밟아 부수고 다니는 것과 같은 거거든. 생각해 봐. 당장 이별하기는 했지만 그때의 격한 감정이 지나고 다시 잔잔해지면, 화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그가 지인들에게 "너희 헤어졌다며?"라는 소리도 듣고, 또 어느 정도 구체적인 '헤어진 이유'까지도 전해 듣게 돼. 그럼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잔잔했던 감정이 다시 격해지지 않을까? 자신은 그래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지키고 있었던 건데, 상대는 그 얘기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던 것으로 보이니까.
게다가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때, 아무래도 이쪽에선 이쪽의 입장을 실어 이야기 할 수밖에 없거든. 아무리 객관적으로 이야기 한다 하더라도 주관이 섞일 수밖에 없어. 또, 듣는 사람 역시 지금 당장 말하고 있는 사람을 위로해야 하니 상대를 더 나쁘게 말할 수도 있고 말야. 그러다 보면 상대는 우스운 사람, 또는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고, 훗날 둘이 다시 만나도 지인들은 '헤어졌을 때 걔들이 했던 얘기'를 기억하며 둘에 대한, 또는 남친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지.
끄응,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얘기해 보자.
선미 너는 너무, 강해. 상대와 너 사이에 어떤 갈등이 일어나면, 무조건 네가 이기는 걸로 결판이 나야 넌 그제야 무기를 거두거든.
위의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보자. 남자친구는 네가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너에게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네가 볼 수도 있는 곳에 짧은 글을 하나 남겼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짜증난다는 식으로. 그 글을 보고 뚜껑이 열린 너는 그에게 말을 걸어서 따지기 시작했어.
남자친구는 헤어지고 나서도 또 사귈 때처럼 싸우긴 싫으니까 물러서거든. 그러면서 '좋게 끝내자'는 이야기를 하지. 거기에 대해서 넌 또
라며 답이 안 나올 질문만을 해.
내가 좀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잘못은 분명 선미 네가 했어. 너 위에서 "뒷담화도 하지 않았고, 남친을 나쁘게 말하지도 않았습니다."라고 했지? 근데 내가 보기엔 직접 말하지 않은 것뿐이지, 넌 돌려서 말했거든. 누가 듣더라도 남자친구가 잘못한 거라는 뉘앙스가 느껴질 이야기들을 했단 말야.
잘 봐봐.
저게 뭐가 달라? 똑같은 뜻 아냐? ⓐ는 직접 '나쁜 놈들'이라고 했으니까 뒷담화 한 거고, ⓑ는 그저 내 감정을 이야기 한 것일 뿐인데다가 '돈 더 준다는 업체가 있나?'라는 건 농담처럼 한 말이니 괜찮은 거야?
이게 무슨 법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거라면 네 주장이 먹힐 수 있어. 그쪽에서는 명백한 증거를 두고도 '주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빠져나가기도 하잖아. 근데 이건 법적인 싸움이 아냐. 주어를 말하지 않았으니 네가 결백한 게 아니라고. 장난? 농담? 푸념? 네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식으로 정당화 하거나 합리화해서 빠져나가 버리면, 결국 유죄선고를 받는 건 또 남자친구 뿐이야.
넌 강한데다가 똑똑해서, 갈등이 생기면 바로 너 자신을 변호하거든. 저걸 두고 한 말도 봐봐.
야, 그렇게 나오기 시작하면 대화가 안 되는 겨. 어익후, 흥분해서 또 사투리가 나왔네. 저럴 땐 그냥,
하면 되는 거거든. 그럼 오해도 풀 수 있는 거고, 또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상대에게 알릴 수 있잖아. 그런데 넌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고 말지. 강하고 똑똑한데, 지혜롭진 못해.
이렇게 생각해 봐. 선미 너와 내가 연인이야. 그런데 너희 회사에 일이 생겨서 바빠졌어. 그래서 우리가 이번 주말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취소하게 되었지. 난 너에게 말해.
저렇게 대화가 끝났고 우리는 며칠간 연락을 안 했어. 그러다 내가 연락해서
라는 이야기를 했고, 만나서 얘기를 하자는 결론을 낸 후 다음 주말에 만났어. 만났을 때의 소감에 대해 난 아래와 같이 말해.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물론 합리화나 정당화로만 따지면 수준급이지. 신발욕 해가며 깽판 친 걸, '너무 보고 싶어서 부린 투정'으로 미화했잖아. 넌 그간 벌어진 갈등들을 저런 식으로 네 입장에서만 미화해서 넘겼지만, 그게 남자친구에게는 고스란히 피로로 되어 축적되었던 거야.
근데 혹시 너, 헤어진 지금도 네가 계속 그러고 있다는 거 알아?
라는 생각을 하며, 상대는 가해자, 너는 피해자로 만들고 있어. 네가 슬퍼서 뭔가를 하거나 하지 않는 건, 네 책임인 거잖아. 잘 생각해 봐. 내가 만약 너와 사귀다가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나서 너무 슬픈 까닭에 회사를 나가지 않았어. 그래서 짤리게 되었고. 그럼 회사 짤린 것도 다 네 책임이야? 그건 내 책임이잖아. 그리고 상대 역시 긴 연애가 끝난 후라 문득문득 헤어졌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들이 있을 텐데, 그런 건 생각지도 않고 걔는 그냥 마냥 행복할 거라고 믿어버리는 것도 잘못이잖아.
시무룩해져 있는 상태에선, 지인들 카카오 스토리에만 들어가 봐도 낙오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저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삶은 왜 이런가. 혼자서만 뒤쳐진 느낌이 들거든.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을 때 저들은 다 바쁘게 자기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 나 혼자 외톨이가 되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근데 아니거든. 다들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거야.
지금은 네가 삶을 번외편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으니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당장은 네가 만들어 보고 싶은 소이캔들만 만들어도 삶에 활기가 돌 거야. 뭔가를 하니까 할 말도 생기고, 또 사진 찍어 알리고 싶은 것도 있게 되는 거거든. 그러니까 헤어진 지금도 계속 합리화나 정당화 하며 너만을 피해자로 만들진 말자. 그러다 보면 6개월이든 1년이든 네가 기다렸다가 다시 다가갈 때에도, 그에게 보상만 바라게 될 위험이 있으니까.
난 선미 너의 말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은데, 문제가 있는 대사들은 전부 네가 매뉴얼로 소개하지 말라고 해서 다룰 수가 없네. 짧게만 적어둘게. 넌 싸울 때는 진지하게 할 말을 잘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에는 너무 가볍게 말을 해. 정말 함께 여행가고 싶은 친구를 초대할 때에도
라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한다고 할까. 진심을 말했다가도, 그렇게 말하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 건지 얼른 다시 말을 뒤집어. 네가 남자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카톡'을 봐봐. 다시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간다는 사람 붙잡지 않겠다는 말로 끝나잖아. 어설프게 간 보지 말고 네 태도를 확실하게 밝혀. 재회를 원하면 원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라며 간 보고 있으면 곤란한 거잖아. 내 예상으론 조만간 상대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올 건데, 그땐 내가 위에서 말한 네 단점들에 대해 상대에게 사과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니게 얘기하지 말고 네 의사를 확실하게 밝히고 말이야. 저렇게 애매하게 말한 까닭에 상대에게서 답을 못 듣곤, 다시 또 "그런데 너, 헤어진 것에 대해 후회는 안 해?"라고 물으면 사람이 찌질해 보일 수 있거든. 자, 선미는 똑똑하니까,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알 것 같지? 그렇게 해 봐.
▲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싸움은 하지 맙시다. 물론, 싸우지 않는 게 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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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보내시는 독자 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한 가지는, '누가 누구에게'한 말인지를 확실히 밝혀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 이성과의 문제'를 적는 부분에
"자꾸 다른 이성이랑 만나서 화가 남. 전 남자친구에게 픽업을 요구하지 않나.
그걸 핑계로 연락을 하지 않나. 그래서 화가 많이 남."
그걸 핑계로 연락을 하지 않나. 그래서 화가 많이 남."
이라고 적어두시면, 난 누가 누구에게 화가 난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위의 사연도 얼핏 보면 여자 분이 전 남자친구에게 픽업을 요구한 것 같지만, 사연을 읽다 보면 남자 분에게 구여친들이 픽업을 요구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
사연을 보내시는 분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본인의 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 저렇게만 적어도 다 알 거라 생각하시겠지만, 아무 정보 없이 사연만으로 둘의 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나는 감 잡기가 힘들다는 걸 좀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어떤 독자 분께서는 '본인'과 '상대'를 바꾸어 적기도 하시고, 또 어떤 독자 분께서는 사연에 등장하는 친구가 '친구A'인지 '친구B'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섞어 쓰시기도 한다. 대화문 역시 구별 없이 막 적어서 보내주시는 까닭에, 상대가 한 말인지 이쪽에서 한 말인지를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많다.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있다만'과 '있지만'을 헷갈리시는 분이 최근 많이 보인다.
"무한님, 그땐 걔가 기분이 상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만."
이라는 '존댓말 같기도 반말 같기도'한 문장을 쓰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있다만'과 '있지만'은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얼마 전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니셜D>를 보다 보니까, '있지만'을 전부 '있다만'으로 번역해 놓았던데, 나중에 장모님이나 시아버지, 또는 사장님께 쓰는 편지에 '있다만'을 쓰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만(응?). 출발해 보자.
1. 기다렸다 다시 다가가면 그가 받아줄까?
안 받아주지. 이별 후 선미 네가 관계를 다 밟아서 부쉈잖아. 깨진 게 분하다며 네가 다 밟아 부쉈는데, 어떻게 다시 받아줄 수가 있겠어.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 둘이 사귄 적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날 정도가 되면 모르겠는데, 지금 네가 말하는 대로 '6개월간 기다렸다가' 다시 만날 가능성은 0.03% 이하야.
다 접어두고 일단 헤어지던 날부터 봐봐. 남자친구 폰이랑 PC에 있는 사진 네가 다 지웠잖아. 헤어지는 마당에 이런 거 이제 아무 쓸모도 없는 거라면서 네가 깨끗하게 밀었어. 남친이 그건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며 놔둬달라고 했지만, 넌 우겨가며 다 지웠어. 훗날 남자친구가 그 사진을 정리하다가 '그래도 우리 이렇게 행복한 적도 있었는데….'하며 후회할 수 있는 계기를 네가 밟아서 부순 거야.
그 다음에 한 일을 봐봐. 넌 너와 남자친구 두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둘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리고 다녔어.
"그냥 가만히 있으면 우느라 아무 것도 못 할 것 같아서 사람들을 만났던 거예요.
그리고 그들에게 나쁘게 얘기하지 않았어요. 마음이 달라서 헤어졌다고만 했죠."
그리고 그들에게 나쁘게 얘기하지 않았어요. 마음이 달라서 헤어졌다고만 했죠."
그건 오로지 너 자신만 생각해서 한 행동이잖아. 얼마 전에 내 친구가 소개팅으로 만나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다며 나에게 연락해 왔거든. 그러면서 주선자 만나서 헤어졌다는 거 얘기하고, 남친과 함께 만났던 사람들에게도 헤어졌다는 거 밝힐 거라고 하더라. 가만히 있으면 자신이 버려진 느낌이 들어서 너무 힘들다면서 말이야.
근데 그 친구는 남친과 다시 사귈 생각도 있었거든. 그래서 난 '이별 공지'를 하고 다니겠다는 그 친구를 말렸어. 그건 다시 만날 가능성을 스스로 밟아 부수고 다니는 것과 같은 거거든. 생각해 봐. 당장 이별하기는 했지만 그때의 격한 감정이 지나고 다시 잔잔해지면, 화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그가 지인들에게 "너희 헤어졌다며?"라는 소리도 듣고, 또 어느 정도 구체적인 '헤어진 이유'까지도 전해 듣게 돼. 그럼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잔잔했던 감정이 다시 격해지지 않을까? 자신은 그래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지키고 있었던 건데, 상대는 그 얘기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던 것으로 보이니까.
게다가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전할 때, 아무래도 이쪽에선 이쪽의 입장을 실어 이야기 할 수밖에 없거든. 아무리 객관적으로 이야기 한다 하더라도 주관이 섞일 수밖에 없어. 또, 듣는 사람 역시 지금 당장 말하고 있는 사람을 위로해야 하니 상대를 더 나쁘게 말할 수도 있고 말야. 그러다 보면 상대는 우스운 사람, 또는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고, 훗날 둘이 다시 만나도 지인들은 '헤어졌을 때 걔들이 했던 얘기'를 기억하며 둘에 대한, 또는 남친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지.
"저는 뒷담화도 하지 않았고, 남친을 나쁘게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끄응,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얘기해 보자.
2. 강하고 똑똑한 여자.
선미 너는 너무, 강해. 상대와 너 사이에 어떤 갈등이 일어나면, 무조건 네가 이기는 걸로 결판이 나야 넌 그제야 무기를 거두거든.
위의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보자. 남자친구는 네가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너에게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네가 볼 수도 있는 곳에 짧은 글을 하나 남겼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짜증난다는 식으로. 그 글을 보고 뚜껑이 열린 너는 그에게 말을 걸어서 따지기 시작했어.
"뒷담화도 하지 않았고, 나쁘게 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대체 뭐가 그렇게 짜증난다는 거냐.
헤어질 때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으면서,
그런 곳에 욕 비슷한 말이나 써 두는 게 행복하길 바라는 거냐."
그런데 대체 뭐가 그렇게 짜증난다는 거냐.
헤어질 때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으면서,
그런 곳에 욕 비슷한 말이나 써 두는 게 행복하길 바라는 거냐."
남자친구는 헤어지고 나서도 또 사귈 때처럼 싸우긴 싫으니까 물러서거든. 그러면서 '좋게 끝내자'는 이야기를 하지. 거기에 대해서 넌 또
"내가 이러는 게 왜 안 좋게 끝내는 건데?"
라며 답이 안 나올 질문만을 해.
내가 좀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잘못은 분명 선미 네가 했어. 너 위에서 "뒷담화도 하지 않았고, 남친을 나쁘게 말하지도 않았습니다."라고 했지? 근데 내가 보기엔 직접 말하지 않은 것뿐이지, 넌 돌려서 말했거든. 누가 듣더라도 남자친구가 잘못한 거라는 뉘앙스가 느껴질 이야기들을 했단 말야.
"그건 그냥 푸념처럼 한 말이었습니다."
"그건 장난처럼 한 말이었습니다. 듣던 지인도 장난으로 받아들였고요."
"그건 그냥 제 감정이 그렇다는 걸 말한 것뿐이었습니다."
"그건 장난처럼 한 말이었습니다. 듣던 지인도 장난으로 받아들였고요."
"그건 그냥 제 감정이 그렇다는 걸 말한 것뿐이었습니다."
잘 봐봐.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업체와 손을 잡았다. 나쁜 놈들.
ⓑ나는 아직 계약하고 싶은데 그쪽은 아닌 것 같다. 돈 더 준다는 업체가 있나?
ⓑ나는 아직 계약하고 싶은데 그쪽은 아닌 것 같다. 돈 더 준다는 업체가 있나?
저게 뭐가 달라? 똑같은 뜻 아냐? ⓐ는 직접 '나쁜 놈들'이라고 했으니까 뒷담화 한 거고, ⓑ는 그저 내 감정을 이야기 한 것일 뿐인데다가 '돈 더 준다는 업체가 있나?'라는 건 농담처럼 한 말이니 괜찮은 거야?
이게 무슨 법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거라면 네 주장이 먹힐 수 있어. 그쪽에서는 명백한 증거를 두고도 '주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빠져나가기도 하잖아. 근데 이건 법적인 싸움이 아냐. 주어를 말하지 않았으니 네가 결백한 게 아니라고. 장난? 농담? 푸념? 네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식으로 정당화 하거나 합리화해서 빠져나가 버리면, 결국 유죄선고를 받는 건 또 남자친구 뿐이야.
넌 강한데다가 똑똑해서, 갈등이 생기면 바로 너 자신을 변호하거든. 저걸 두고 한 말도 봐봐.
"내가 겨우 그 정도 잘못한 걸 가지고, 너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야, 그렇게 나오기 시작하면 대화가 안 되는 겨. 어익후, 흥분해서 또 사투리가 나왔네. 저럴 땐 그냥,
"가만히 있으면 정말 나 혼자 유기견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러지 않으려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헤어진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맹세하고 난 너를 나쁜 사람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다.
사람들이 날 위로하느라 널 나쁘게 말해도 그런 거 아니라고 했다.
다만, 내가 푸념하듯 했던 말이 너에게 전달된 것 같다.
말에서 말로 전달되는 과정 중에
이상하게 변형된 채 너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바보로 만들면 나까지 바보가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미안하다."
그러지 않으려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헤어진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맹세하고 난 너를 나쁜 사람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다.
사람들이 날 위로하느라 널 나쁘게 말해도 그런 거 아니라고 했다.
다만, 내가 푸념하듯 했던 말이 너에게 전달된 것 같다.
말에서 말로 전달되는 과정 중에
이상하게 변형된 채 너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바보로 만들면 나까지 바보가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미안하다."
하면 되는 거거든. 그럼 오해도 풀 수 있는 거고, 또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상대에게 알릴 수 있잖아. 그런데 넌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내가 무슨 맞아죽을 일이라도 한 거냐.
겨우 그것 때문에 너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야겠냐."
겨우 그것 때문에 너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야겠냐."
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고 말지. 강하고 똑똑한데, 지혜롭진 못해.
3. 쌓이는 피로.
이렇게 생각해 봐. 선미 너와 내가 연인이야. 그런데 너희 회사에 일이 생겨서 바빠졌어. 그래서 우리가 이번 주말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취소하게 되었지. 난 너에게 말해.
무한 - 이번 주말에 못 보면 이주동안 못 보는 건데, 우리가 왜 사귀는지 모르겠다.
선미 - 시즌이라 너무 바빠서 그런 거잖아. 좀 이해해줘.
무한 - 넌 나한테 애정이 있기는 한 거야? 보고 싶기는 해?
선미 - 또 왜 그래. 전에 내가 부탁했잖아.
무한 - 또? 부탁만 하면 다야? 부탁해놓고 하루 한 번 연락하면 되는 거야?
선미 - 진짜 바빠서 그래.
무한 - 그래. 바쁘니까 앞으로 연락도 하지 마. 그럼.
선미 - 미안해.
무한 - 아 진짜 신발, 넌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줄 몰라?
선미 - 시즌이라 너무 바빠서 그런 거잖아. 좀 이해해줘.
무한 - 넌 나한테 애정이 있기는 한 거야? 보고 싶기는 해?
선미 - 또 왜 그래. 전에 내가 부탁했잖아.
무한 - 또? 부탁만 하면 다야? 부탁해놓고 하루 한 번 연락하면 되는 거야?
선미 - 진짜 바빠서 그래.
무한 - 그래. 바쁘니까 앞으로 연락도 하지 마. 그럼.
선미 - 미안해.
무한 - 아 진짜 신발, 넌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줄 몰라?
저렇게 대화가 끝났고 우리는 며칠간 연락을 안 했어. 그러다 내가 연락해서
"우리 헤어지는 거지?"
라는 이야기를 했고, 만나서 얘기를 하자는 결론을 낸 후 다음 주말에 만났어. 만났을 때의 소감에 대해 난 아래와 같이 말해.
'너무 보고 싶었던 거구나.
내가 선미를 너무 보고 싶어 해서 부린 투정이었구나.'
내가 선미를 너무 보고 싶어 해서 부린 투정이었구나.'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물론 합리화나 정당화로만 따지면 수준급이지. 신발욕 해가며 깽판 친 걸, '너무 보고 싶어서 부린 투정'으로 미화했잖아. 넌 그간 벌어진 갈등들을 저런 식으로 네 입장에서만 미화해서 넘겼지만, 그게 남자친구에게는 고스란히 피로로 되어 축적되었던 거야.
근데 혹시 너, 헤어진 지금도 네가 계속 그러고 있다는 거 알아?
'나는 이렇게 힘든데, 쟤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며, 상대는 가해자, 너는 피해자로 만들고 있어. 네가 슬퍼서 뭔가를 하거나 하지 않는 건, 네 책임인 거잖아. 잘 생각해 봐. 내가 만약 너와 사귀다가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나서 너무 슬픈 까닭에 회사를 나가지 않았어. 그래서 짤리게 되었고. 그럼 회사 짤린 것도 다 네 책임이야? 그건 내 책임이잖아. 그리고 상대 역시 긴 연애가 끝난 후라 문득문득 헤어졌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들이 있을 텐데, 그런 건 생각지도 않고 걔는 그냥 마냥 행복할 거라고 믿어버리는 것도 잘못이잖아.
시무룩해져 있는 상태에선, 지인들 카카오 스토리에만 들어가 봐도 낙오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저 사람들은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내 삶은 왜 이런가. 혼자서만 뒤쳐진 느낌이 들거든.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을 때 저들은 다 바쁘게 자기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 나 혼자 외톨이가 되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근데 아니거든. 다들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거야.
지금은 네가 삶을 번외편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으니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당장은 네가 만들어 보고 싶은 소이캔들만 만들어도 삶에 활기가 돌 거야. 뭔가를 하니까 할 말도 생기고, 또 사진 찍어 알리고 싶은 것도 있게 되는 거거든. 그러니까 헤어진 지금도 계속 합리화나 정당화 하며 너만을 피해자로 만들진 말자. 그러다 보면 6개월이든 1년이든 네가 기다렸다가 다시 다가갈 때에도, 그에게 보상만 바라게 될 위험이 있으니까.
난 선미 너의 말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은데, 문제가 있는 대사들은 전부 네가 매뉴얼로 소개하지 말라고 해서 다룰 수가 없네. 짧게만 적어둘게. 넌 싸울 때는 진지하게 할 말을 잘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에는 너무 가볍게 말을 해. 정말 함께 여행가고 싶은 친구를 초대할 때에도
"나 이번 주말에 강원도로 여행 가는데 같이 가자.
뭐, 너 시간 되면 같이 가자는 거야.
안 간다면 나 혼자 가면 되니까 부담 갖지 말고."
뭐, 너 시간 되면 같이 가자는 거야.
안 간다면 나 혼자 가면 되니까 부담 갖지 말고."
라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한다고 할까. 진심을 말했다가도, 그렇게 말하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 건지 얼른 다시 말을 뒤집어. 네가 남자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카톡'을 봐봐. 다시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간다는 사람 붙잡지 않겠다는 말로 끝나잖아. 어설프게 간 보지 말고 네 태도를 확실하게 밝혀. 재회를 원하면 원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난 재회를 원하기는 하는데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안 원할 수도 있고,
너를 붙잡고 싶지만 네가 그걸 힘들어 한다면 널 붙잡지 않을 거고,
여하튼 네가 결정해. 나는 일단 그간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여기다 적을게."
너를 붙잡고 싶지만 네가 그걸 힘들어 한다면 널 붙잡지 않을 거고,
여하튼 네가 결정해. 나는 일단 그간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여기다 적을게."
라며 간 보고 있으면 곤란한 거잖아. 내 예상으론 조만간 상대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올 건데, 그땐 내가 위에서 말한 네 단점들에 대해 상대에게 사과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니게 얘기하지 말고 네 의사를 확실하게 밝히고 말이야. 저렇게 애매하게 말한 까닭에 상대에게서 답을 못 듣곤, 다시 또 "그런데 너, 헤어진 것에 대해 후회는 안 해?"라고 물으면 사람이 찌질해 보일 수 있거든. 자, 선미는 똑똑하니까,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알 것 같지? 그렇게 해 봐.
▲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싸움은 하지 맙시다. 물론, 싸우지 않는 게 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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