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았던 미팅, 왜 연락이 없을까? 외 1편
주찬이가 너무 불쌍하다. 주찬이와 연락을 하게 된다면 난,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런 걸 까맣게 모른 채
라며 즐거워하고 있는, 우리 불쌍한 주찬이….
이 사연은 성희씨가 보냈다. 난 성희씨에게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성희씨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거절을 하려고 하는데,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답장을 빨리 하지 않는 것에 상대가 기분 나쁠까봐 그럴듯한 구실을 대고, 또 상대의 말에 성의 없이 대답하는 것에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봐 핑계를 대다 보면, 성희씨는 '어장관리'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가능하다면 주선자에게도 '주찬이 오빠에게 관심 없다'는 것을 확실히 밝히길 권한다. 그렇게 얘기 한 후 주찬이를 밀어내는 것이, 오히려 주찬이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핑계와 변명으로 주찬이의 들이댐을 살짝살짝 피하면, 머지않아 주찬이는 '얘가 날 가지고 노는 건가?'하는 생각에 분노를 느낄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라며 해맑게 웃고 있는 주찬이에게, 차라리 답장을 하지 말길 권한다. 기분을 안 상하게 하겠다며
라고 단답으로라도 대답을 하다보면, 주찬이는 '아, 성희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구나. 공부할 때에는 폰을 집에 놔두고 가는 타입인가보네. 조급해하지 말고 저기에 맞춰가 봐야지.'라는 헛된 기대만 가질 뿐이다. 또 그러다 보면 문제가 되는 게, 친구인 주찬이랑 승진이가 만나 이야기를 하다
같은 대화중에 성희씨의 거짓말이 드러날 수 있다. 거짓 변명과 핑계가 드러나게 되면 그때는 잘라내는 것 말고는 수습할 방법이 없을 수 있으니, '예의상의 리액션'같은 것도 하지 말고 주찬이에게는 솔직히 관심이 없음을 밝히길 바란다. 주찬이가 눈치 없는 편이기도 하지만, 성희씨가
라며 자꾸 '몸에 밴 리액션'을 하다 보니, 상대가 그걸 긍정적인 신호로 착각하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좀 잔인하더라도, "이건 무슨 사진이에요?", "와~ 멀리까지 가셨네요ㅎㅎㅎ"라는 리액션을 일체 하지 말길 바란다. 또, 성희씨가 성의 없는 답장을 하는 것에 상대게 실망하는 기색을 보여도 거기에 대한 변명을 하지 말길 바란다. 성희씨는 상대가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면 다른 핑계를 대며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그게 상대에게는 여지와 가능성으로 느껴지며 그 행동 전체가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성희씨가 마음을 두고 있는 승진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주찬이가 성희씨를 '내 썸녀'로 선포한 까닭에 둘의 만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나쁜 이미지'로 남지 않으려고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대하고 주찬이에게마저 전화번호를 준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인 것 같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듯 현재 성희씨는 '주잔이의 들이댐을 밀어내고 승진이와 가까워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게 밖에서 보기엔 두 남자와 연락하고 지내며 간 보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더 엉망이 되기 전에 어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이대로 가다간 두 사람 모두와 악연이 될 수 있다.
하나 더. 성희씨에게 난, 놀이공원 같은 모습과 더불어 편안한 집 같은 모습을 하나 갖추길 권해주고 싶다. 술자리에서 센스 있는 말을 하거나, 사교성과 애교를 내보여 관심을 받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이십대 초반에는 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따라다니기만 해도 썸이 연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리 좋은 첫인상을 남기더라도 서로 나눈 이야기조차 잘 기억 못하면 '썸'만 타다가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방방 뜨는 여자는 귀여운 게 전부지만, 진중한 모습을 지닌 여자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는 걸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우선 그와의 짧은 과거 연애에 대해, 수민양은
라고 했는데, 난 수민양 역시 그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라고 말이다. 물론 그가 정떨어지는 행동을 했다는 것에는 나도 동의한다. 같이 뭐 먹으러 갈 때마다
라고 끊임없이 물어보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둘이 첫 연애를 할 때에는, 두 사람 모두 '내가 손해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채 서로를 만났던 것 같다. 수민양은 수민양 대로 헌신하지 않는 상대가 답답했겠지만, 상대 역시 받을 것만 기대하고 있는 수민양이 사랑스럽진 않았던 것이다. 그가 보낸 편지에 나온 문장을 보자.
그렇게 헤어지고 일 년이 지난 지금, 솔직히 난 지금도 수민양에겐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수민양이 상대에게 고백하겠다고 하는 것도 난 이해하기 힘들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나랑 동호회에서 만난 A회원과의 관계보다도 멀다. 아마 내가 대학시절 별로 친하지 않았던 여자 동기와 지금 연락이 닿아 대화를 한다면, 딱 수민양과 구남친의 대화 정도가 될 것 같다. '아는 사람'이라는 것 말고 둘 사이엔 대체 뭐가 더 있는 걸까?
120% 동의한다. 내가 봐도 그것 말고는 둘을 연결지어주는 게 없으며, 그것이 수민양이 생각하는 '재회의 이유'일 뿐이다. '남자친구의 자리'에 앉힐 사람이 필요한 것 말이다.
지금 둘이 재회를 한다고 해도 그 때의 그 일이 똑같이 일어나리라 나는 확신한다. 둘은 안 친하다. 이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성별이 다르고 나이대가 비슷하니 연애 할 조건은 충족되지만, 친하질 않다. 서로 상대의 매력에 빠진 것도 아니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져 있는 것도 아니다. 공쥬님(여자친구)의 경우 맛있는 찹쌀떡을 먹게 되면 그걸 하나 더 사다가 나를 주거나, 구할 수 없는 경우 반만 먹고 반은 남겨 내게 맛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수민양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상대가 자신에게 그러길 바라기만 할 뿐, 수민양 역시 그러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애정이 없는 것이다.
명확하게 표현하는 부분은 칭찬하고 싶지만, 내가 좋아하는 대로 상대가 맞추길 바라기만 했다는 지점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양보도 필요하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난 '콩나물 국밥'을 돈 주고 사 먹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내 입장에선 '겨우 콩나물 국밥'이라고 생각하기에, 돈 주고 사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쥬님이 콩나물 국밥이 먹고 싶다고 하면 같이 가서 맛있게 먹는다. 난 해장국이나 순댓국, 내장탕 스타일인데, 공쥬님은 또 순댓국이나 내장탕을 못 먹는다. 하지만 역시 내가 먹고 싶어 하면 가서 -징그러운-건더기를 건져 나에게 다 주고 국물만 먹더라도 같이 간다.
애정이 있다면, 노력하지 않아도 이해와 양보, 그리고 가끔 '너'가 되어 생각해 보는 일을 할 수 있다. 그게 없다면 필요와 이익에 의해 만나는 거래만 하게 될 뿐이다. 그러다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방 내가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손해 보는 일을 계속 하긴 싫으니 자연히 이별하게 된다. 난 수민양과 구남친의 이전 연애가 이런 태도 때문에 이별을 맞았다고 생각한다.
고백보다 먼저인 건, 둘 사이에 아주 작은 애정이라도 생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며칠 전에도 친구와 라이딩을 하고 들어왔는데, 고교시절부터 가깝게 지내던 그 친구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 앞까지 날 바래다주었다. 중간지점에서 손 흔들고 작별할 수도 있었겠지만, 간만에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느낀 여흥을 그대로 깨고 싶지 않았기에, 집에서 먼 이곳까지 다녀갔다.
연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둘 중 하나가 타야 할 버스가 도착했는데도 다음 버스를 타겠다며 계속 둘이 붙어 앉아 이야기를 하는 모습. 고백을 하기 전 수민양과 구남친 사이에 그런 애정이 있나를 돌아보길 바란다. 없으면 그런 관계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오랜만에 만나 상대가 우산 들어줬다고, 또 밥도 샀다고 재회를 요청하려 하는 건,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에게 자전거를 사 주는 것과 같을 뿐이다. 또 넘어지지 않으려면, 자전거는 나중으로 미루고 걸음마 부터 연습해 보자.
전에 발행한 '같이 일하는 알바 연하남' 사연의 주인공인 C양에게 코멘트를 하며 매뉴얼을 마칠까 한다. 난 C양에게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C양은 '걱정할 팔자'를 타고 났는지, 계속해서 걱정만 한다.
알바생 관리하던 직원이 그만두는 알바생 밥 한 끼 사주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가 C양이었으면 직원이 아니라 나 역시 알바생이었어도 밥을 사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히 뭘 하든 잘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며 앞으로 연락하며 지내자는 얘기도 하고, 상대는 생각지도 못했을 작은 선물이라도 주며 응원해 줄 것 같다.
그냥 이렇게 자연스레 들이대면 될 걸 가지고, C양은 타이밍 타령에 인연 타령, 거기다 여자로 안 볼 거라는 이야기들까지 하며 혼자 침몰하고 있다. 현대 故정주영 회장이 회의 시간에 '안 될 것 같은 이유'를 풀어 놓는 임원들에게 자주 했다는 이야기를 혹시 아는가?
해 보고 말하자. 액션을 취해도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닐지는 액션을 취해봐야 아는 것 아닌가. 어차피 안 될 거라며 다 포기 한 채 모쏠의 성 안에 누워있지 말고, 움직이자. 움직이지 않으면 안전하긴 하겠지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테니 말이다.
▲ 성희씨 주찬이 주소 아시면 비밀댓글로 주소 좀 알려주세요. 눈치 좀 택배로 보내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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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주찬이가 너무 불쌍하다. 주찬이와 연락을 하게 된다면 난,
"주찬아, 성희가 공부하느라 폰 안 본다는 거 새빨간 거짓말이야.
걔 승진이랑 연락하고 있다. 먼저 말 걸고, 칼답까지 해.
성희가 너한테는 "네. 오빠 잘 노세요."하고 말지만,
승진이한테는 술 약속 잡으려고 밑밥 깔고 있어.
정신 차려. 바보야 정신 차려. 성희는 공부하느라 바쁘지 않아.
네가 찍은 사진들 열심히 보내도 반응이 없는 건,
미안하지만 주찬아, 사실 네가 별로라서 그런 게 맞아…."
걔 승진이랑 연락하고 있다. 먼저 말 걸고, 칼답까지 해.
성희가 너한테는 "네. 오빠 잘 노세요."하고 말지만,
승진이한테는 술 약속 잡으려고 밑밥 깔고 있어.
정신 차려. 바보야 정신 차려. 성희는 공부하느라 바쁘지 않아.
네가 찍은 사진들 열심히 보내도 반응이 없는 건,
미안하지만 주찬아, 사실 네가 별로라서 그런 게 맞아…."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런 걸 까맣게 모른 채
"맞아. 여자애들은 보통 집에서 폰 잘 안 보는 것 같더라. ㅋㅋㅋ"
라며 즐거워하고 있는, 우리 불쌍한 주찬이….
1. 분위기 좋았던 미팅, 왜 연락이 없을까?
이 사연은 성희씨가 보냈다. 난 성희씨에게
"주선자를 봐서 어쩔 수 없이 주찬이의 연락을 받아주는 건 그만 하고,
마음이 없다면 마음이 없다는 걸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내세요."
마음이 없다면 마음이 없다는 걸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내세요."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성희씨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거절을 하려고 하는데,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답장을 빨리 하지 않는 것에 상대가 기분 나쁠까봐 그럴듯한 구실을 대고, 또 상대의 말에 성의 없이 대답하는 것에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봐 핑계를 대다 보면, 성희씨는 '어장관리'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가능하다면 주선자에게도 '주찬이 오빠에게 관심 없다'는 것을 확실히 밝히길 권한다. 그렇게 얘기 한 후 주찬이를 밀어내는 것이, 오히려 주찬이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핑계와 변명으로 주찬이의 들이댐을 살짝살짝 피하면, 머지않아 주찬이는 '얘가 날 가지고 노는 건가?'하는 생각에 분노를 느낄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폰 두고 가는 거야? ㅋㅋㅋ 그럼 이따 돌아와서 연락해ㅋㅋㅋ"
라며 해맑게 웃고 있는 주찬이에게, 차라리 답장을 하지 말길 권한다. 기분을 안 상하게 하겠다며
"공부 끝났어요 ㅋ"
라고 단답으로라도 대답을 하다보면, 주찬이는 '아, 성희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구나. 공부할 때에는 폰을 집에 놔두고 가는 타입인가보네. 조급해하지 말고 저기에 맞춰가 봐야지.'라는 헛된 기대만 가질 뿐이다. 또 그러다 보면 문제가 되는 게, 친구인 주찬이랑 승진이가 만나 이야기를 하다
주찬 - 나 요즘 그때 미팅했던 성희랑 연락하는데, 얘 완전 학구파야.
승진 - 학구파? 나한테는 주선자랑 같이 술 마시자고 하던데?
주찬 - 응? 얘 공부하러 갈 때 집에 폰도 놓고 갈 정도로 열심히 하던데?
승진 - 그래? 나한테는 연락 자주 하던데. 이상하네.
주찬 - 몇 시에 연락 왔는데?
승진 - 오후 여섯시쯤에도 오고, 여덟시쯤에도 오고 그랬는데.
주찬 - 박성희 맞아? 전에 미팅한 애?
승진 - 응. 술 마실 때 게임하자고 했던 애.
주찬 - 잠깐만. 나 청심환 좀 먹고 올게.
얘 나한테는 폰 놓고 간다고 열한 시 되어서야 답장했는데….
아, 그리고 주선자랑 술 마시자고 했다는 건 뭔 소리야?
승진 - 학구파? 나한테는 주선자랑 같이 술 마시자고 하던데?
주찬 - 응? 얘 공부하러 갈 때 집에 폰도 놓고 갈 정도로 열심히 하던데?
승진 - 그래? 나한테는 연락 자주 하던데. 이상하네.
주찬 - 몇 시에 연락 왔는데?
승진 - 오후 여섯시쯤에도 오고, 여덟시쯤에도 오고 그랬는데.
주찬 - 박성희 맞아? 전에 미팅한 애?
승진 - 응. 술 마실 때 게임하자고 했던 애.
주찬 - 잠깐만. 나 청심환 좀 먹고 올게.
얘 나한테는 폰 놓고 간다고 열한 시 되어서야 답장했는데….
아, 그리고 주선자랑 술 마시자고 했다는 건 뭔 소리야?
같은 대화중에 성희씨의 거짓말이 드러날 수 있다. 거짓 변명과 핑계가 드러나게 되면 그때는 잘라내는 것 말고는 수습할 방법이 없을 수 있으니, '예의상의 리액션'같은 것도 하지 말고 주찬이에게는 솔직히 관심이 없음을 밝히길 바란다. 주찬이가 눈치 없는 편이기도 하지만, 성희씨가
"그건 나중에 술 마실 일 있으면 그때 확인할게요 ㅎㅎ"
라며 자꾸 '몸에 밴 리액션'을 하다 보니, 상대가 그걸 긍정적인 신호로 착각하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좀 잔인하더라도, "이건 무슨 사진이에요?", "와~ 멀리까지 가셨네요ㅎㅎㅎ"라는 리액션을 일체 하지 말길 바란다. 또, 성희씨가 성의 없는 답장을 하는 것에 상대게 실망하는 기색을 보여도 거기에 대한 변명을 하지 말길 바란다. 성희씨는 상대가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면 다른 핑계를 대며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그게 상대에게는 여지와 가능성으로 느껴지며 그 행동 전체가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성희씨가 마음을 두고 있는 승진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주찬이가 성희씨를 '내 썸녀'로 선포한 까닭에 둘의 만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나쁜 이미지'로 남지 않으려고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대하고 주찬이에게마저 전화번호를 준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인 것 같다. 게다가 위에서 말했듯 현재 성희씨는 '주잔이의 들이댐을 밀어내고 승진이와 가까워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게 밖에서 보기엔 두 남자와 연락하고 지내며 간 보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더 엉망이 되기 전에 어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이대로 가다간 두 사람 모두와 악연이 될 수 있다.
하나 더. 성희씨에게 난, 놀이공원 같은 모습과 더불어 편안한 집 같은 모습을 하나 갖추길 권해주고 싶다. 술자리에서 센스 있는 말을 하거나, 사교성과 애교를 내보여 관심을 받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이십대 초반에는 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따라다니기만 해도 썸이 연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리 좋은 첫인상을 남기더라도 서로 나눈 이야기조차 잘 기억 못하면 '썸'만 타다가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방방 뜨는 여자는 귀여운 게 전부지만, 진중한 모습을 지닌 여자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는 걸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2. 다시 사귀자고 말할까?
우선 그와의 짧은 과거 연애에 대해, 수민양은
"보통의 남자들이 여자를 좋아할 때 보이는 반응을 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라고 했는데, 난 수민양 역시 그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보통의 여자들이 남자를 좋아할 때 보이는 반응을 수민양은 보이지 않았다."
라고 말이다. 물론 그가 정떨어지는 행동을 했다는 것에는 나도 동의한다. 같이 뭐 먹으러 갈 때마다
"이거 네가 살 거지?"
라고 끊임없이 물어보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둘이 첫 연애를 할 때에는, 두 사람 모두 '내가 손해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채 서로를 만났던 것 같다. 수민양은 수민양 대로 헌신하지 않는 상대가 답답했겠지만, 상대 역시 받을 것만 기대하고 있는 수민양이 사랑스럽진 않았던 것이다. 그가 보낸 편지에 나온 문장을 보자.
"아직도 나는 가끔, 우리의 관계가 나 혼자 주는,
일방적으로 내가 너에게 주기만 하는 관계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방적으로 내가 너에게 주기만 하는 관계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헤어지고 일 년이 지난 지금, 솔직히 난 지금도 수민양에겐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수민양이 상대에게 고백하겠다고 하는 것도 난 이해하기 힘들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나랑 동호회에서 만난 A회원과의 관계보다도 멀다. 아마 내가 대학시절 별로 친하지 않았던 여자 동기와 지금 연락이 닿아 대화를 한다면, 딱 수민양과 구남친의 대화 정도가 될 것 같다. '아는 사람'이라는 것 말고 둘 사이엔 대체 뭐가 더 있는 걸까?
"사실 앞으로도 좋은 사람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그런 생각 때문에 제가 이 친구에게 더 집착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 그런 생각 때문에 제가 이 친구에게 더 집착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120% 동의한다. 내가 봐도 그것 말고는 둘을 연결지어주는 게 없으며, 그것이 수민양이 생각하는 '재회의 이유'일 뿐이다. '남자친구의 자리'에 앉힐 사람이 필요한 것 말이다.
"전에 사귈 때, 그에게는 저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 둘이 재회를 한다고 해도 그 때의 그 일이 똑같이 일어나리라 나는 확신한다. 둘은 안 친하다. 이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성별이 다르고 나이대가 비슷하니 연애 할 조건은 충족되지만, 친하질 않다. 서로 상대의 매력에 빠진 것도 아니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커져 있는 것도 아니다. 공쥬님(여자친구)의 경우 맛있는 찹쌀떡을 먹게 되면 그걸 하나 더 사다가 나를 주거나, 구할 수 없는 경우 반만 먹고 반은 남겨 내게 맛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수민양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상대가 자신에게 그러길 바라기만 할 뿐, 수민양 역시 그러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애정이 없는 것이다.
"사귈 때, 전 호불호가 분명한 성격이라
가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분명하게 의사전달을 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분명하게 의사전달을 했습니다."
명확하게 표현하는 부분은 칭찬하고 싶지만, 내가 좋아하는 대로 상대가 맞추길 바라기만 했다는 지점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양보도 필요하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난 '콩나물 국밥'을 돈 주고 사 먹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내 입장에선 '겨우 콩나물 국밥'이라고 생각하기에, 돈 주고 사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쥬님이 콩나물 국밥이 먹고 싶다고 하면 같이 가서 맛있게 먹는다. 난 해장국이나 순댓국, 내장탕 스타일인데, 공쥬님은 또 순댓국이나 내장탕을 못 먹는다. 하지만 역시 내가 먹고 싶어 하면 가서 -징그러운-건더기를 건져 나에게 다 주고 국물만 먹더라도 같이 간다.
애정이 있다면, 노력하지 않아도 이해와 양보, 그리고 가끔 '너'가 되어 생각해 보는 일을 할 수 있다. 그게 없다면 필요와 이익에 의해 만나는 거래만 하게 될 뿐이다. 그러다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방 내가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손해 보는 일을 계속 하긴 싫으니 자연히 이별하게 된다. 난 수민양과 구남친의 이전 연애가 이런 태도 때문에 이별을 맞았다고 생각한다.
고백보다 먼저인 건, 둘 사이에 아주 작은 애정이라도 생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며칠 전에도 친구와 라이딩을 하고 들어왔는데, 고교시절부터 가깝게 지내던 그 친구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 앞까지 날 바래다주었다. 중간지점에서 손 흔들고 작별할 수도 있었겠지만, 간만에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느낀 여흥을 그대로 깨고 싶지 않았기에, 집에서 먼 이곳까지 다녀갔다.
연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둘 중 하나가 타야 할 버스가 도착했는데도 다음 버스를 타겠다며 계속 둘이 붙어 앉아 이야기를 하는 모습. 고백을 하기 전 수민양과 구남친 사이에 그런 애정이 있나를 돌아보길 바란다. 없으면 그런 관계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오랜만에 만나 상대가 우산 들어줬다고, 또 밥도 샀다고 재회를 요청하려 하는 건,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에게 자전거를 사 주는 것과 같을 뿐이다. 또 넘어지지 않으려면, 자전거는 나중으로 미루고 걸음마 부터 연습해 보자.
전에 발행한 '같이 일하는 알바 연하남' 사연의 주인공인 C양에게 코멘트를 하며 매뉴얼을 마칠까 한다. 난 C양에게
"구슬이 서 말인데 안 꿰고 걱정만 하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C양은 '걱정할 팔자'를 타고 났는지, 계속해서 걱정만 한다.
"수고했다는 의미로 밥 사준다고 하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 하겠고…."
"솔직히 그렇게 해서 하루 밥 먹는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아서요."
"얘는 아마 저를 여자로 저.언.혀 안 보고 있을 거예요."
"제가 액션을 취해도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아요."
"역시 사랑은 타이밍, 인연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 맞나 봐요."
"솔직히 그렇게 해서 하루 밥 먹는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아서요."
"얘는 아마 저를 여자로 저.언.혀 안 보고 있을 거예요."
"제가 액션을 취해도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아요."
"역시 사랑은 타이밍, 인연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 맞나 봐요."
알바생 관리하던 직원이 그만두는 알바생 밥 한 끼 사주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가 C양이었으면 직원이 아니라 나 역시 알바생이었어도 밥을 사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히 뭘 하든 잘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며 앞으로 연락하며 지내자는 얘기도 하고, 상대는 생각지도 못했을 작은 선물이라도 주며 응원해 줄 것 같다.
그냥 이렇게 자연스레 들이대면 될 걸 가지고, C양은 타이밍 타령에 인연 타령, 거기다 여자로 안 볼 거라는 이야기들까지 하며 혼자 침몰하고 있다. 현대 故정주영 회장이 회의 시간에 '안 될 것 같은 이유'를 풀어 놓는 임원들에게 자주 했다는 이야기를 혹시 아는가?
"임자, 해보긴 해봤어?"
해 보고 말하자. 액션을 취해도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닐지는 액션을 취해봐야 아는 것 아닌가. 어차피 안 될 거라며 다 포기 한 채 모쏠의 성 안에 누워있지 말고, 움직이자. 움직이지 않으면 안전하긴 하겠지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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