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에 스킨십, 연락두절 된 여자 외 2편

첫 만남에 스킨십, 연락두절된 여자 외 2편

가끔 노멀로그 독자 분들의 관찰력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오늘 글 색깔은 왠지 발랄한데요? 색감이 진하고 또렷해졌어요."

"글의 가장 첫 부분에 제목이 흰색으로 한 번 더 쓰여 있더군요. 왜죠?"

"지난번에 핼리혜성 2061년에 온다고 하셨는데, 왜 이번엔 2062년으로 적으셨죠?"

 

첫 번째 질문에는, 지난 매뉴얼부터 새 에디터로 글을 작성했기 때문이라는 답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에디터를 바꿨더니 소제목을 적는 곳의 상하 여백이 좀 달라졌고, 파랑과 분홍의 글자색도 달라졌다. 이전 에디터에서는 파랑의 기본색이 '3058D2'였는데, 에디터를 바꾸고 나서는 '0900FF'가 파랑의 기본색이 되었다. 기존의 색상 값을 직접 적어서 유지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나가서 새 먹이를 주려면 그런 것에 낭비할 시간이 없으니 '그러려니'하며 넘어가 보자.

 

글의 가장 첫 부분에 제목을 흰색으로 한 번 더 쓰는 건, 그렇지 않을 경우 글이 광고와 딱 달라붙어 답답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아예 스킨 자체에 여백을 설정해 두는 방법이 있긴 한데, 예전에 한 번 손댔다가 레이아웃을 망가뜨린 적이 있어서, 그냥 제목을 흰색으로 한 번 더 적는 구석기시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다음 번  노멀로그 스킨을 바꿀 때 모두 손 볼 예정이다.

 

핼리혜성의 경우는, 76년마다 돌아오는 관계로 단순히 더하면 1986년, 2062년, 2138년에 돌아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어떤 백과사전에서는 2062년이 아니라 2061년 여름에 핼리혜성을 보게 될 거라고 말하고 있다. 이게 혹시 어떤 인력으로 인한 궤도의 변화가 생긴 건지를 이과 나온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핼리혜성? 그게 별똥별인가?"

 

하는 대책 없는 대답을 들은 관계로, 단순 계산한 2062년으로 바꾸어 적어두었다.

 

매의 눈으로 이런 것들을 찾아내 제보해 주시는 독자 분들이 있어서 즐겁다. 전에는 출판된 <솔로부대탈출매뉴얼>의 오타를 모두 찾아 적어 보내주신 분도 계셨는데, 모두 출판사에 전달했고, 이후 인쇄분부터는 수정되어 나오고 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자 그럼, 사연으로 들어가 보자.

 

 

1. 첫 만남에 스킨십, 연락두절 된 여자.

 

신청서를 이렇게 대충, 그리고 막연하게 작성하시면 돌아가는 대답도 막연하다는 얘기를 먼저 해드리고 싶다. 어떤 분은 신청서 내에 있는 '첫 만남 시 분위기'에 대한 질문에 A4절반이 넘는 자세한 이야기를 적어 보내 주시는 반면, 어떤 분은 "좋음."이라고만 적어서 보내주시곤 한다. 그렇게 모름, 좋음, 없음, 그냥, 짧게 등의 단어로만 빈 칸을 채워 보내 주시면, 나 역시 수박 겉핥는 듯한 가장 일반적인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다. 그건 보내거나 받는 우리 둘, 그리고 읽는 사람들에게까지 시간낭비가 될 수 있으니 모두를 곤란하게 만드는 '성의 없는 사연 송고'는 피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노멀로그에서는 첫 만남부터 스킨십을 하려고 달려드는 태도를 지양하고 있지만, 둘 다 술에 취했다거나 멍석이 깔린 상황에서는 손이 눈보다 빠를 수 있다.(응?) C군도 그런 상황에 처했던 것 같다. 술에 취해 코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고, 그러는 와중에 오늘 만난 상대가 길을 걸으며 허리를 감싸 오고, 벚꽃은 너무 예쁘고, 주변에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벤치에 앉으면 몸을 기대오는 상대를 보니 이건 아무래도 오케이 사인인 것 같고…. 그래서 그러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 벚꽃을 보고 나오면서 부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그즈음 둘 다 술이 깼는데, 그 아이의 태도가 냉랭했습니다.

전 그냥 부끄러워서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후 그녀가 어디에 뭘 가지러 갈 게 있다고 했는데,

전 그게 그녀가 같이 가자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같이 갔는데, 어색하고 냉랭한 분위기에 저도 가만히 있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려서는 진짜 혼자 가 버리더군요.

전 혼자 집으로 돌아와서는 잘 들어갔냐고 톡을 보냈는데, 이틀 째 답이 없습니다."

 

이건, 일을 벌이기만 하고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벚꽃을 보고 나오며 C군은 그녀에게 당황스럽게도

 

"우리 키스한 거 기억나?"

 

라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저건 이 모든 일이 '그저 술기운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진도가 나가버리고 나갔으면, 그냥 손 붙잡고 걷기만 해도 된다. 굳이 애써 상대에게 조금 전 우리가 했던 일을 상세히 보고할 필요 없이 말이다.

 

스킨십 이후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변해버린 C군의 태도도 문제다. C군은 오로지 그녀의 반응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는 동안 그녀도 C군의 행동에 주목하고 있었을 거라는 걸 C군이 알아챘으면 좋겠다. 스킨십의 가능성이 있나 없나에만 골몰하다보니 어느새 C군이 깍두기처럼 묻어가게 된 거다. 스킨십 이전까지 C군은 어디 벚꽃이 예쁘다느니, 어디에 가면 뭘 볼 수 있다느니 하며 그녀를 리드했다. 하지만 스킨십을 하고 난 이후에는 이제 더 바랄 게 없는 사람처럼 가만히 앉아서 그녀의 눈치만 봤다.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거나, 또는 그녀가 가려고 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고 깔끔하게 돌아왔으면 이렇게 연락두절 되지 않았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C군은 그녀를 바래다주면서도 '혹시….'하며 어영부영한 태도를 취했고, 그녀는 C군의 그런 모습에 택시 미터기가 올라가는 것에 반비례하게 C군에 대한 호감이 떨어졌을 것이다.

 

집에 돌아온 이후의 태도도 보길 바란다. C군이 한 일이라고는 "집에 잘 들어갔어?"라는 톡을 보낸 뒤 이틀 동안 기다린 게 전부다. 이 만남이 오로지 그녀의 의사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며 눈치만 보는 모습. 그렇게 눈치만 보고 있지 말고 그냥 다음날 전화를 걸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톡으로 아침인사를 보내거나. 난 C군이 지금이라도 그녀에게 먼저 다가갔으면 좋겠다. 혹 그녀가 C군의 태도를 오해해 인연을 끊고자 한다면, C군이 '그게 널 쉽게 보거나, 그저 술기운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라는 것을 명확히 밝혔으면 한다. 난 네가 좋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연락을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만 해도, 그녀가 하고 있는 오해는 풀어지리라 생각한다. 내가 한 행동의 책임을 술에게 미루지 말고, 스스로 책임지며 다가가 보길 권한다.

 

 

2. 콩닥콩닥 학원쌤.

 

오랜만에 도착한 달달한 사연이다. K양은 전에 카톡으로 다급하게

 

"무한님, 제가 모임에 초대 받았는데 뭘 사가야 할까요? 도와주세요."

 

라고 물은 적이 있고, 난 여기다 밝힐 수 없는 무언가를 추천해줬다. 여하튼 내가 추천한 선물로 K양이 센스쟁이가 되었다니 나도 기쁘다. 근데 난 추천만 하는 역할인가? 내 선물은? 농담이고.

 

K양은 아주 잘 하고 있다. 보통 이런 경우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굳건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K양의 모습이 돋보인다. 다만, 너무 조심스러워 하다 가까워지진 못하고 늘 거리를 유지한 채로만 지낼 수 있기에, 오늘은 살짝살짝 더 친해질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권할까 한다.

 

우선, 썸남이 참여하는 단체 여행과 모임엔 무조건 참석하길 권해주고 싶다. 몇 번이나 거듭해서 K양에게 제안하는 건 '지나가는 말'이 아니다. 그러니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정도로 답하며 여행을 준비하길 바란다. 여행을 갈 때에는 폴라로이드 사진기 하나 정도를 챙기면 좋다. 폰에 있는 사진기도 좋지만, 폴라로이드는 찍어서 바로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사진기는 최신 기종을 살 필요 없이 중고가 2만원이하의 카메라를 구입하길 권한다. 한 번 쓰자고 구입하기가 꺼려진다면 내 카메라를 빌려달라고 살포시 카톡을 보내주길 바란다. 대여료는 1박에 10만원이다.(응?)

 

그 다음으로는, 상대의 칭찬을 쳐내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상대의 칭찬은 고맙게 받으면 된다. 분명 칭찬 받을 부분이 아닌 것 같은데 상대가 칭찬을 하면,

 

"자꾸 비행기 태우셔서 마일리지 쌓이겠어요. 감사합니다."

 

정도로 답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 증거들'을 내밀어 애써 상대의 칭찬을 부정하려 하진 말길 바란다. 더불어 '예쁘고 날씬한 여자'와 K양 사이에 스스로 선을 그어 가르지 말길 권한다. 칭찬을 부정하려 웃자고 한 소리라고 해도, 자꾸 듣다 보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설령 상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더라도 K양의 매력을 드러내 그 경계를 허무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니, 굳이 나서서 '그런 여자들'과 K양을 분리해 말하진 말자.

 

또, 상대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자. 상대는 현재 우주와 밤하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럴 경우 요새 NGC에서 토요일 밤 11시마다 하고 있는 <코스모스>를 추천해 주면 된다. 상대가 이미 보고 있을 수도 있으니 그 프로그램을 본 후 상대와 대화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도 요새 그쪽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현재 목성이 쌍둥이자리를, 또 화성이 처녀자리를 지나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을 만나면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그래비티>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지나가 버렸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엑스맨 : 데이즈 오프 퓨처 패스트>, <트랜스포머4 : 사라진 시대>,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들은 다가오고 있으니 지금부터 준비해 보자.

 

저 위에 폴라로이드 이야기를 하다 말 안 한 부분이 있는데, 여행을 갈 때에는 선크림과 물티슈, 그리고 습윤밴드 정도를 챙기길 권해주고 싶다. 남자들은 선크림을 잘 안 바르니 여행지에서 바르라고 권해줄 수 있고, 물티슈는 여행 중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또 야외 활동을 하다보면 상처가 날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습윤밴드를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썸남이 여자나 연애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 했든 간에, 그것에 개의치 말고 '우리 둘'의 관계로 생각하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그건 과거의 경험을 통해 가진 현재 그의 생각이고, 그런 생각은 상황과 사람이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니 현재 그가 하는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고, 그게 '선입견'일 수 있다 생각하며 만나보길 바란다.

 

 

3. 8개월의 장거리 연애.

 

첫 책을 쓰기 시작한 이후 저와 친구들 사이에는 거리가 생겼습니다. 생활을 유지하면서 남는 시간에 책을 써야 했기에, 저는 친구들이 부를 때마다 거절을 했습니다. 밤낚시를 가자는 연락, 주꾸미를 먹으러 가자는 연락, 같이 공연을 하자는 연락, 당구를 치자는 연락, 정동진에 놀러 갔다 오자는 연락, 라이딩을 다녀오자는 연락 등에 모두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희들끼리 다녀와. 난 다녀오기가 좀 빡셀 것 같아."

 

라면서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너희들끼리'의 문화가 생겼습니다. 뭘 함께 하자고 하면 제가 거절을 할 것이 뻔하니, 아예 묻지를 않는 일이 많아진 겁니다. 그래서 저를 제외한 친구들끼리 여행도 다녀왔고, 모여서 노는 것도 친구들끼리 놀게 되었습니다. 집들이나 결혼식, 돌잔치, 장례식 등의 일이 있을 때는 제게도 연락이 왔지만 그 외의 일이 있을 때에는 연락이 오질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친구들에게 서운하다거나, 섭섭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분명 이상한 것 아닐까요?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그들의 호출을 거절한 건 저 자신이니 말입니다.

 

위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S양 본인의 카톡대화를 가만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S양 카톡대화에서 발견한 가장 큰 문제점은

 

'내 이야기는 신나서 하지만, 남친의 얘기엔 단답으로 리액션 하는 것'

 

이었습니다. 죄송하지만 마치 남친이 S양을 인터뷰 하는 듯한 그런 대화를 뭐하러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화를 읽으며 저는 S양의 평소 생활 및 친구, 가족과의 관계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만 남친에 대해선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남친이 뭔가를 얘기하려 해도 S양이 단답 리액션으로 잘라 버리고는 자신의 얘기를 하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기회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전 S양이 남친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초반에서 중반까지 남자친구가 연락을 할 때, S양은 그 연락에 성의 없이 대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느라 남친 카톡에 대답을 안 하기도 했고, 대화 중 TV를 볼 거라며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 짓기도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대화를 하려고 할 때 졸립다며 자거나, 친구와 놀러 나가기도 했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양은 남자친구가 해외로 출장을 나가 있다는 것 때문에 이 관계에서 남친이 옆에 없어서 자신이 외로우며, 자신은 남친을 기다리고만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또, 대화 내내 S양의

 

"그러니까 빨리 한국 와."

 

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당장 들어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저런 이야기를 꺼내 대화를 잘라 먹어 버립니다. 남자친구가 타지에서 한국 물건 뭐뭐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하면, 소포로 보내주면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S양은 그냥 한국에 얼른 오라는 이야기만 하고 맙니다. 남친이 해외생활의 힘든 점을 이야기해도 한국에 얼른 오라는 얘기, 뭐 사고 싶다고 해도 한국 와서 사라는 이야기 등만 하는 것입니다.

 

연애 후반부에 S양은 남친에게 자신이 힘들다는 얘기를 합니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또 남친의 연락이 줄어드는 것으로 인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에 대한 남친의 대답은

 

"내가 힘들다고 할 때, 너는 뭐라고 했는데?"

 

였습니다. S양은 그 말에 "얘기를 들어주고, 걱정해 줬다."라고 대답했다가, 스스로도 찔리는 부분이 있는지 다시 말을 바꿔,

 

"모르겠다. 그땐 나도 힘드니까, 네가 힘든 걸 모른 척 했을 수도 있어…. 미안해."

 

라고 합니다. 둘의 관계가 이런 까닭에, S양이 재회를 요청하며 말할

 

"나는 우리가 잘 풀고, 서로 지칠 때 힘이 되고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

 

라는 말이 의미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건 두 사람의 관계에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않고, 또 상대의 생활을 챙기지도 않는 상황에서 어찌 힘이 되고 활력소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럴듯한 다짐일 뿐이지, 절대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닙니다.

 

저도 이런 얘기들을 한 후 "그러니까 앞으로는 상대의 말에 귀부터 기울이며 만나보시기 바랍니다."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고 싶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 관계는 끝난 것 같다는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S양에 대한 남친의 감정이 모두 소진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지금 하는 변명들은, S양을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연락을 자주 하면 바빠졌을 때 실망할 수 있어서 안 했다는 부분이나,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는 부분들 말입니다. S양이 자신의 힘듦을 남친에게 느끼게 하기 위해 헤어지자는 얘기도 했었던 적 있다고 하는데, 그러는 와중에 둘 사이엔 서로를 탓하는 감정들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화해와 재회를 원하신다면 한 번 시도해 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결과에 대해 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원하시는 '잘 해결해서 오래 만나는 방법'이라는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세 번째 사연의 주인공인 S양에게는, 전에 한 독자 분께서 달아주신 댓글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나의 말을 오랫동안 경청해 준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나에게 엄청나게 큰 은혜를 베푸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 80님의 댓글 중에서.

 

노멀로그의 독자 분들은, 연인의 말을 대충 흘려들으며 건성으로 맞장구를 치는 일 만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4월 4일에 발행했던 매뉴얼의 주인공이 현수씨에게 어제 연락이 왔다. 수술이 무사히 끝났으며, 그간 중환자실에 있다가 주말에 일반병동으로 옮겼다고 한다. 댓글로 응원해주시고 기도해 주신 모든 독자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너구리에서 새로 관찰대상을 옮긴 후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딱따구리와 박새를 포함한 많은 새들을 보았는데, 하루 네 시간씩 기다려도 내 아몬드와 건빵 근처에는 오지 않았다. 녀석들의 밀당에 지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잠시 들었지만, 오늘은 새 전문가에게 전수받은 방법으로 다가가 볼까 한다. 다들 힘차게 한 주 시작하시길!

 

▲ "어장관리 남에게 당했어요. 걔 마음을 뺏어서 복수하고 싶어요." 본인 마음부터 지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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