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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자신이 완벽한 줄 아는 남자와의 연애, 이별

by 무한 2014. 5. 13.

자신이 완벽한 줄 아는 남자와의 연애, 그리고 이별

안녕 연주씨. 내 지인인 부부 중에, 아내가 남편이 술 마시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부부가 있어. 남편이 술 마실 낌새를 조금만 보여도 아내는

 

"또 술 마시려고 하지? 술 마시지 마.

마셔도 집에 와서 마셔. 밖에서 먹지 마."

 

라는 이야기를 하지. 그러면 남편은

 

"넌 내 인간관계 다 끊어서 날 외톨이로 만들려고 그러냐.

난 너에게 뭐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데 넌 나에게 왜 그러냐.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마라…. 진짜 내 삶이 없는 것 같다."

 

라고 말해. 이게 우리가 여기서 보면 꼭 아내가 남편을 잡으려는 것처럼 보이잖아? 그런데 아니야. 남편은 술 마시면 십중팔구 사고를 치거든. 음주운전, 폭행, 싸움, 분실 등의 전과가 화려하지. 그간 낸 벌금과 합의금만 합쳐도 중형차 한 대는 살 수 있을 정도야. 나도 저 남편과 술을 마셔본 적 있는데, 어느 선을 넘어가면 사람 눈빛이 완전히 변하더라고. 그때부터는 대화가 안 돼. 그는 다음 날 술 깨고 나서는 기억도 못 하는 여러 일들을 저지르지. 술을 집에서 마신다고 안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남을 해하지 않고 부숴봐야 집에 있는 것들을 부수니까 아내가 집에서 마시라고 한 거야.

 

연주씨의 사연이 술과 관련된 사연은 아니지만, 연주씨 남친이 억울해하는 부분들이 위의 부부 이야기 중 남편의 항의와 많이 닮아 있더라고. 이 지점부터 한 번 같이 살펴보자.

 

 

1. 고립된 연애.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커플과 비교를 하며 왜 그들처럼 하지 않냐고 말하는 게 참 나쁜 것이긴 해. 그런데 연주씨 커플의 경우에는 '둘이 사귀는 게 맞나?'할 정도의 의문이 드는 까닭에 비교를 할 수밖에 없거든. 꼭 다른 사람이나 다른 커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인의 모습'과 두 사람을 비교해 볼 수 있어.

 

우선, 연주씨의 남친은 부담스러워 하는 게 많아. 연주씨의 가족을 뵙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고, 자신의 가족을 연주씨에게 소개시켜주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지. 친구들을 같이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고 말이야. 더불어 그는 염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자신과 연주씨를 제외한 다른 커플들을 좀 하급의 연애를 하는 사람들처럼 보는 경향이 있고, 커플링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엄청 남겨 먹는 도둑놈'들, 여자는 '된장녀', 남자는 '사기꾼'처럼 보기도 하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완전히 위축되고 고립된 상태에서 연애를 할 수밖에 없는 거야. 내가 만약 저렇게 생각하고 있는 연주씨 남자친구라면, 우리는 죽은 사람들처럼 연애를 해야 할 거야. 그냥 같이 누워만 있는 거지. 밖에 나가면 다 도둑놈들인데 뭐하러 나가서 사먹어. 절대 당하지 않도록 집해서 해먹지. 커플용품 같은 것도 전부 '커플'이란 이름 붙여서 파는 건데 그런 걸 뭐하러 해. 그냥 입던 거 입고, 쓰던 거 쓰면 되는 거지. 전시회나 음악회도 가봐야 뭐 하나 생기지도 않는 거 차비에 관람비까지 내가면서 뭐하러 가. 집에서 티비 틀면 공짜로 볼 프로그램 많은데. 여행도 마찬가지지 그냥 동네 공원이나 가면 기백만원 절약할 수 있는데 뭐하러 해외를 나가. 그 돈으로 치킨이나 시켜먹지.

 

저게 다가 아니야. 그는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으면 단호하게 거절하며 절대 타협하지 않기도 하고, 거기다 강한 가부장적 성향도 가지고 있어. 농담처럼 흘리는 말이긴 하지만

 

"여자는 얌전한 맛이 있어야 한다."

"여자가 어디서!"

"남자는 하늘이다."

 

라는 말을 그는 종종 하기도 하지. (이게 농담을 가장한 진심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소제목 2번에서 이야기 하도록 할게.)

 

쉽게 말해서 그는

 

"아 그래? 그럼 그렇게 해볼까?"

"그게 하고 싶었어? 그럼 우리도 할까?"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난 이렇게 생각하거든. 그러니 좀 그렇지 않을까?"

 

라며 연주씨와 대화를 해 볼 여유가 없는 사람인 거야. 그에겐 자기 생각이 다 맞는 거고, 자기가 하자는 대로 해야 옳은 것처럼 느껴지는 거거든. 때문에 커플링 같은 경우도 연주씨가 말을 꺼내면, 그는

 

"내가 주변에서 커플링 하고 제대로 결혼까지 한 사람 보질 못했다.

그런 거 결혼할 때나 하면 되는 거지 사귈 때 할 필요 없는 거다."

 

라고 못 박아 버리지. 저걸로 끝이야. 더 이상의 대화는 아무 의미 없지. 거기다 대고 연주씨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그는 "진짜 답답하다. 답답하고 어렵다."라고 말하지. 뭐가 답답하고 어려운 거냐고 말하면, 그는 또

 

"서로가 서로를 자기에게 맞추려고만 하니까 답답하고 어려운 거잖아."

 

라고 대답해. 이게 함정인 거지. 사실 그는 지금까지 대화를 한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생각 딱 발표해 버리고 창구 닫아 버린 거잖아. 자기가 일방적으로 결론 내는 건 괜찮은 거고, 연주씨가 타협을 하는 건 '너에게 날 맞추려는 못된 짓'인가? 이건 평소 그가 연주씨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나. 그는 연주씨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지적하지만, 연주씨가 그에게 얘기하는 건 한 귀로 흘리거나 그냥 잔소리로 치부해 대충 대답하고 넘어가거든. '내가 말하는 건 진짜 중요하고 꼭 수정되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네가 말하는 건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얘기'로 여기는 남자. 이런 남자와 사귀는 여자는, 늘 불안한 불만족녀가 될 수밖에 없지.

 

 

2.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연주씨의 고민상담을 해주셨던 연주씨 어머니께서는 남친에 대해 좋게 말씀하셨잖아. 그래도 그가 천성이 나쁜 애는 아니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구김살도 없고, 서투르고 꽉 막힌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남자들 다 비슷비슷하다고 하시면서 말이야.

 

어머니께 다 말씀드린 거 맞아? 그와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하나도 안 빼놓고 말씀드렸어? 그가 지역비하 발언하며 놀렸던 거랑, 종교 가지고 놀렸던 것도 말씀드렸어? 맨 처음에 소개팅 하고 나서 그가 주선자에게

 

"야 차라리 니 카스에 있는 다른 애 소개시켜주지 그랬냐?"

 

했던 것도 말씀드렸어? 장난이라고는 하지만 연주씨에게 "너? 데리고 다니기엔 적당하지."라고 말했던 것도 말씀드렸어? 연주씨가 가지고 있던 컴플렉스에 대해 친구와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그걸 또 전달한 것도 말씀드렸어? 그 얘기를 듣고 연주씨가 충격 받아 울며 전화를 끊었더니, 어디 자기 전화를 말도 없이 그렇게 끊냐며 큰소리 쳤던 것도 말씀 드렸어?

 

그는 저게 다 장난이었다고 말하지. 자기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해. 여자친구가 울 때까지 괴롭혀 놓고도 장난이래. 그러고는 그런 장난을 이해 못하는 여자친구가 이상한 거라는 식으로 오히려 또 탓하고 말이야. 반대의 경우엔 어땠을까? 연주씨가 장난쳤을 때 그가 어떻게 반응했지?

 

"이 xx년이."

 

라고 하면서 때리려고 했잖아. 그게 무서워서 연주씨는 그의 집에서 울며 도망 나왔고 말이야. 다른 장난을 쳤을 땐 또 어땠어? 그가 연주씨에게

 

"그 얘기 한 번 더 꺼내면 헤어지는 줄 알아."

 

라고 했잖아. 난 그의 이런 행동들이, 소제목 1번에서 말했던 '농담을 가장한 진심'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해. 그는 자신이 "여자가 어디서!"라고 했던 게 그저 농담한 거라고 했는데, 실제 행동은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잖아.

 

연주씨 어머니께서는 연주씨를 통해 필터링 된 이야기를 전해 들으셨던 거고, 또 그의 환경적 특징(화목하고 부유한 가정, 좋은 직장 등)을 근거로 그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신 것 같아. 때문에 그런 남자가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야만적이거나 미개한 행동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난 좀 다르게 생각해. 오히려 난 그가 상처받을 일 별로 없이 자란 까닭에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는 사람 같거든. 또 그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범위는 자기 자신과 가족까지인 것 같아. 여자친구나 아내는 그에게 그 바깥에 있는 대상이고 말이야. 내가 위에서 말한 부분들까지 어머니께 다시 한 번 꼭 말씀드려봐. 이전에 하셨던 "너도 노력하고, 참고, 맞춰 가봐야 한다."는 말씀 바로 취소하실 게 분명하니까.

 

 

3. 연주씨의 비명.

 

그와 싸울 때 연주씨가 한 말 중에, 이 관계를 아주 잘 나타내는 문장이 있더라고.

 

"오빤 자신이 이 관계에서 완벽하다는 투로 말하지.

그럼 나는 평정심 없는 이상한 여자가 되는 거고."

 

딱 저거거든. 그가 바라는 여자친구가 되려면 귀찮게 굴지 않고, 징징거리지 않고, 연락 없으면 기다리고, 연락하면 반갑게 맞이하고, 바쁠 때 이해하고, 투정할 것 없이 혼자 알아서 잘 하고, 뭔갈 주문하면 그것에 토 달지 않고 따라야 해. 이게 인형이지 무슨 여자친구야.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 되니까 결국 연주씨도 폭주하고 말아.

 

"오빠 내가 마음에 들게 굴 때만 신나지? 말만 번드르르하고 이기적이야."

"또 카톡하나 툭 던지도 답도 안 하지. 그렇게 적선하듯 연락하지 말라고."

"친구도 내 얘기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데, 오빤 듣기도 싫어하지."

"속상한 맘 혼자 접고 다시 오빠 앞에서 웃는 것도 이젠 지쳐."

"오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관심과 투자로 날 옆에 묶어놓을 수 있는지 잘 아는 것 같아."

"내가 오빠 생각 알고 싶어서 물어봐도, 오빤 늘 다 장난으로 맞받아칠 뿐이지."

 

맞는 말들이긴 한데, 저 말들을 한 시기와 표현방법이 좀 잘못되었던 것 같아. 차분하게 생각해봐봐. 가장 위에 있는 문장을 남친이 연주씨에게 했어. 연주씨보고 '말만 번드르르하고 이기적'이래. 그럼 그것에 대해 반성하게 될까, 아니면 그간 남친이 연주씨를 그렇게 봐왔다는 생각에 있던 정이 다 떨어질까? 후자에 가깝지 않을 것 같아? "속상한 맘 혼자 접고 다시 오빠 앞에서 웃는 것도…."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야. 저 말을 듣는 순간 그냥 이 관계가 의무처럼 느껴지거든. 이후로는 연주씨가 웃어도 혹시 속으로 또 뭔가 불만을 품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고 말이야.

 

'적선 하듯 연락'같은 말은, 아예 꺼낼 필요도 없는 거야. 상대가 카톡 하나 툭 던지고 답도 안 하면, 그대로 '거울작전'을 사용하면 돼. 똑같이 행동해서 느끼게 해주는 거지. 그래야 그러면 기분이 나쁘다는 걸 상대도 알게 되거든. 근데 연주씨는 늘 상대가 저런 태도를 보여도 혼자 도배하듯 카톡 채팅창을 채워갔잖아. 헤어질 때도 봐봐 연주씨가 열두 문장 이야기 할 때 남친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데."

 

라는 한 마디를 툭 던질 뿐이야. '다다다다다/툭/다다다다다/툭'의 연속이잖아. 난 참 가슴이 아팠던 게 뭐냐면, 헤어질 무렵엔 연주씨가 다다다다다를 해도 남친이 이젠 '툭'도 하지 않으니까, 연주씨가 아예 화제를 바꿔서 "몇 시에 나와?"라고 묻더라. 그러니까 그제야 남친이 대답하고 말이야. 남친에게 이런 존재로 여겨지면서까지 관심을 달라고 질러대는 그 비명이 슬펐어. 상대에게 답이 없자 연주씨가

 

"또 폰 무음으로 해두고 내 카톡 안 보고 있지?"

 

라는 이야기를 할 때도 참 슬펐고 말이야. 사실 이건 진작에 끝났어야 하는 연애야. 하지만 연주씨가 스스로 말했듯 그가 '최소한의 관심과 투자'만 해도 연주씨는 그걸 양분삼아 근근이 버텨냈고,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여기까지 온 거지. 헤어질 때 그가 한 변명들은, 사실 -말도 안 되는-변명을 위한 변명일 뿐이거든. 마지막까지도 겨우 그 따위 얘기들을 하며 "나만 잘못했냐. 너도 잘못했다."라는 주장을 한 그가 난 참….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난 이 사람을 '오빠'라고 불러주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해.

 

 

헤어진 이후 연주씨는 아무에게도 헤어졌다는 말을 하지 않고 '대체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난 뭘 잘못한 걸까?'라는 고민을 했지. 그러는 동안 남친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헤어졌음을 말하고 다녔고 말이야.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만 보더라도 연주씨가 훨씬 성숙하다고 할 수 있어.

 

첫 연애였잖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건 당연한 거야. 금방 툭툭 털고 다시 새로운 사람 만날 수 있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거지. 헤어지고 '내가 지금 병원 응급실에 가면 오빠가 와 줄까?'하는 생각 정도는 해봐야, 뜨겁게 한 번 사랑했다고 할 수 있지. 괜찮아. 노멀로그에 들르는 독자 분들 중 대부분이, 찻길로 그냥 뛰어들어 버릴까 하는 생각들을 한 번씩 해보신 분들이거든. 그때는 참 아프지만, 그래도 시간이 잊는 걸 도와주고 또 새로운 사람이라는 다른 세계와의 만남으로 괜찮아질 수 있어. 그런 분들 중 한 분이 보낸 청첩장이 어제도 내게 도착했거든. 그러니까 "또 다시 연애를 할 수 있긴 할까 두려워요."라는 걱정은 접어두고, 참 파란만장했다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겨보자고. 새 페이지를 채워 나가다 문제가 생기면 또 내게 사연을 보내면 되니까 걱정 말고. 알았지?

 

"전 노멀로그 독자지만 그런 경험 없습니다. 모태솔로 무시하시나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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