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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반년 알고지내다 3일 사귀고 끝난 연애

by 무한 2014. 4. 26.

반년 알고지내다 3일 사귀고 끝난 연애

P양과 내가 한 동호회에 몸담고 있다고 해보자. 운석탐사 동호회다. 그 동호회엔 싹싹하며 이타적인 성격의 남자회원 A가 있다. 그는 모임에 올 때마다 탐사지에서 먹을 음식이나 여성회원들을 위한 무릎담요 등을 준비해 오며, 탐사가 끝나면 차가 없는 회원들을 그들의 집 대문 앞까지 태워다 준 후 돌아간다. 그래서 모든 회원들이 A를 좋아하고, 또 그의 자상함을 칭찬한다. 연애 중인 A를 두고, 그의 여자친구가 부럽다는 이야기를 하며 말이다.

 

여기서 잠깐. 그런데 우리는 그의 여자친구를 부러워 할 필요가 있을까?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보면 A는 '사람이 참 착하기는 한데, 남에게 다 퍼주고 자기 사람 안 챙기는 남자'일 수 있다. 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산악회 최고머슴 김모모씨'처럼, 산악회 사람들에게는 산 정상에서 마실 커피까지 챙겨오는 그의 섬세함이 칭찬 받지만, 그의 가족들에게는 '처자식 내팽개치고 주말이면 사라지는 남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난 P양의 사연을 읽으며 '썸남의 전여친'이 매우 외로웠겠다는 생각을 했다. 썸남은 공부도 해야 하고, 연애도 해야 하고, 또 동호회 사람들과도 잘 지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런 와중에 썸남이 공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동호회 사람들과도 잘 지낸다면, 결국 여자친구에겐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난다. 이런 사연이 꽤 많은데, 그 사연들엔

 

- 여자친구에겐 영혼 없는 대답 하면서 동호회 단톡방에서 수다 떠는 남친.

- 여자친구 연락엔 답장 안 하면서 동호회 사람 카스 들어가 댓글 다는 남친.

- 주말 밖에 데이트 할 시간 없는데 주말에 모임 나가야 한다며 양해 구하는 남친.

 

등의 남자가 등장한다. 언젠가 한 번은, 급한 일 생겼다고 데이트는 다음에 하자고 한 남친에 대한 사연도 있었는데, 그 사연에서 남친이 말한 '급한 일'은 회사 여자동료 코스트코 데리고 가 주는 일(여자동료가 코스트코 회원이 아닌 까닭에, 회원인 그에게 부탁을 했다고 한다)이었다. P양이 바로 저 이야기에서 '여자동료'의 입장과 비슷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때문에 P양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분명 참 좋은 사람이지만, 그의 여자친구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사람'이 되고 나면, 모든 걸 이해하고 양보하고 희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1. 그의 문제.

 

썸남은 구여친과의 연애를 끝낸 후, P양과 썸을 타다가 연애를 시작한다. 연애를 시작한 직후의 상황에 대해 P양은 말한다.

 

"사귀기 전까지는 그 애와 저의 대화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사귄 직후부터 대화를 하는 시간이 현저히 짧아졌습니다.

그 애는 사귀던 날 서로서로 도움을 주는 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사실 저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어요. 하지만 바로 다음날 알게 됐죠.

형식적인 안부 인사 뒤 그냥 방치해 두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잘 잤어, 공부할게, 열공해, 수고했어, 잘 자 등의 대화만 이어졌습니다."

 

서두에서 말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P양이 그의 여자친구가 아닌 지인으로 지낼 때에야 그가 여자친구에게 이해, 양보, 희생을 요구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받는 입장이었겠지만, P양이 그의 여자친구가 되고 나니 이해, 양보, 희생을 해야 하게 된 것이다. 사귀기 이전처럼 그가 동호회 사람들과 수다를 떨어도 이해해야 하고, 주말에 동호회 모임에 나간다고 하면 데이트를 양보해야 하며, 동호회와 관련된 무슨 일을 하든 P양이 희생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몇 주 전에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였다. 친구의 식당에서 갈비탕을 주문했을 때 육회를 서비스로 주면, 그 친구의 서비스가 고마울 것이다. 팔아주러 왔다가 얻어먹고 가는 것 같아 돈을 낸다고 해도 친구가 극구 사양하면, 나중에 그 친구 식당에 뭐라도 하나 사다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고 말이다. 하지만 그 서비스에 감동해 그 친구와 동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육회를 퍼주고 있으면 난 속에서 열불이 날 것이다. 장사가 아니라 봉사를 하려고 하는 그 친구의 태도 때문에 우리 둘 사이엔 분명 갈등이 벌어질 것이고 말이다.

 

그의 이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P양은 혼자 나름대로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P양이 찾아낸 가장 유력한 원인은 '그가 아직 이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해서 나에게 이렇게 대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그에게 구여친 대용품인가?'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얘는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고백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P양은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걸 그에게 표현하기도 했다.

 

"넌 나를 좋아해서 만나는 거 맞아? 좋아한다면 얼마나 좋아해?"

"우린 차라리 친구였을 때가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난 네가 적극적으로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

 

물론 그 전 날 P양은 상대에게 "열공 하겠다고? 그건 이제 공부할 거니까 말 걸지 말라는 얘기야?"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여하튼 사귄지 3일 째 되는 날 P양에게서 저런 이야기를 들은 남자는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연애 부적격자인 것 같다."

 

라는 말도 했다. 그건 아마 이전 여자친구와도 '방목'이나 '방치'와 관련된 똑같은 갈등을 겪었기 때문에 한 말이 아닌가 싶다.

 

난 P양이, 그와 같은 모임에 속해있을 때 그가 구여친과의 연애에 대해 보인 태도에도 좀 관심을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대인관계는 그 동력이 하나인 까닭에 어느 한 쪽에 너무 몰입해 버리면 다른 한쪽엔 자연히 소홀하게 된다. P양이 그가 몰입하고 있는 쪽에 있었을 때 그가 소홀히 하고 있는 쪽까지 한번 돌아봤다면,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예상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남의 얘기를 나에게 쉽게 하는 사람은, 나의 얘기도 남에게 쉽게 할 수 있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구여친에 대한 이야기나 다른 이성에 대한 이야기를 모임 내의 사람에게 털어 놓는 사람은, 훗날 그가 P양과 연애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연애를, 또는 P양의 행동들을 중계할 수 있다. 좁게 보면 당장 그가 P양과 모임 사람들을 믿고 편하게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 같겠지만, 넓게 보면 그가 여자친구와의 문제에 대해 여자친구와 둘이 얘기하고 해결하는 것보다 남들과 얘기하는 걸 더 좋아하는 타입일 수 있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 P양의 문제.

 

같은 모임에서 보이는 누군가의 호의는 절반만 그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자. 사회에서 맺는 대부분의 친목 모임에선, 사람들이 120%로 친절하고 상냥한 경우가 많다. 집에서 자신이 먹은 라면그릇 설거지는 안 해도 모임에서 함께 놀러 가면 설거지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친구들에겐 인색하게 굴면서 그 모임에선 사비까지 털어 열심히 베풀 수 있다.

 

P양의 단체카톡 내용을 보면, 서로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가 오가기보다는 모임 특유의 '비행기 태워주기'가 대부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연예인들끼리 SNS에서 공개적으로 나누는 대화보다는 밀도가 높은 편이지만, 친한 친구와 나누는 대화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밀도가 낮다. 대화를 하나 보자. A와 C는 B에게 '동호회 누나'인 존재들이다.

 

A - 나 토요일에 홍대 가는데 피자 먹을 사람~

B - 저 그날 신촌에 있어요! 저요!

C - 난 토요일 소개팅 있음.

A - 그럼 C빼고 B랑 만나야겠네.

B - C누나 어장남들은 어쩌시고 소개팅을….

C - 어장남이 있으면 내가 벚꽃을 인터넷 사진으로 보겠니?

B - 말은 그렇게 하셔도 폰에 남자 번호가 수두룩 ㅎㅎㅎ

C - 그건 내 친구들 이름이 남자 같은 거지 남자 번호가 아니야.

A - 야 B! 홍대에서 몇 시에 볼 거야?

B - 저 1시쯤 시간 돼요.

A - 그럼 1시에 5번 출구 앞에서 만나.

B - 아…, 근데 신촌은 안 되나요?

A - 지금 나더러 신촌으로 오라는 거?

B - 아녜요 ㅋ 제가 가야죠 ㅋ

 

여기서 P양에게 문제 내보자. 저 대화에 나오는 B가 A나 C와 사귈 경우, 그 연애도 저 '누나들 떠받들어 모시는 모습'의 연장이 될까? 저 대화에서 볼 수 있는 B의 '비위 맞추는 모습'이 B의 실제 모습일까? B는 하룻밤을 세고 식사도 두 끼 거른 상황에 놓이더라도 저런 태도를 유지할까?

 

P양이 썸남에 대해 착각한 부분은, 여성대원들이 서비스직 남성에 대해 착각하는 부분과 비슷하다. 수영장에 가면 이성인 강사가 말을 걸고, 회원관리를 위해 관심이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질문을 하며, 늘 웃으며 맞아준다. 때문에 그 강사와의 연애가 그런 서비스를 받는 것의 연장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대원들이 꽤 많은데, 그건 그 강사의 공적인 모습일 뿐이다. 사적인 모습은 그것과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P양과 썸남과의 관계도 그렇다. 사귀기 이전 단체카톡 방에서 수다를 떨 때에는 그가 비행기도 태워주고, 또 P양이 무슨 소리를 하든 최대한 맞춰주려 했지만, 연애 직후 그는 그 '예의상 했던 행동들'을 모두 내려놓고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P양을 대했다.

 

이런 썸남의 태도변화로 인해 P양의 '강하고 급한 성격'이 고개를 들고 말았다. P양은 돌직구를 애용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상대가 "오늘 둘 다 피곤한데 그냥 쉬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말을 했을 때,

 

"보는 게 싫다는 거면 내가 가지 않겠다."

 

라고 말해 만남을 이끌어냈다. 뭐 그렇게라도 만나서 잘 놀았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당시 P양은 의심과 분노로 불타고 있었기에 만나서도

 

"너는 나를 좋아해서 만나는 거 맞냐?"

 

라는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P양이 한 남자와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연애를 향한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던 그는 P양에게 더 빨리 자신에게 빠질 것을 요구한다. 사귄지 3일 되었을 때, 그는 피곤해서 얼른 잠자리에 들고 싶은 P양에게 만나자는 제안을 한다. 사랑한다면 잠깐이라도 보는 게 맞지 않냐는 투로 말이다. 그러면서 "네가 만날 생각이 없어서 오늘 안 만난다는 거면 나도 만나자고 하지 않을게."라고 말한다. 함정을 파 놓은 저 말에 어쩔 수 없이 P양은 그를 만난다. 만나서 그가 한다는 말은 "넌 나를 정말 좋아하는 거 맞냐?"라는 거였다. 어떤가? 상대가 목을 조여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3. P양 질문에 대한 대답들.

 

P양은 그와의 오해를 풀고 싶다고 하는데, 난 이게 오해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P양은 상대를 벼랑 끝으로 밀었던 거고, 거기서 위협을 느낀 상대는 도망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별 직후 P양이 분노로 끓어오르며 보낸 메시지들로 인해, 이 관계는 회생이 불가능해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너도 솔직히 얼마나 나에 대해서 모르고 시작한 거니."

"너도 나한테 상처를 준 거야. 너 사람 감정 가볍게 여기지 마."

"너 괜찮은 앤데 자신감 없는 거 안타까웠어. 좀 더 자신감 가져도 될 것 같아."

 

소제목 2번 마지막에 적어 놓은 상황이라고 해보자. 목을 조여오던 남자에게 P양이 이별을 말하자, 그는 위와 같은 말을 했다. P양은 저 말을 듣고 반성을 할까, 아니면 헤어진 게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할까?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생각한 연애가 될 수 있게 행동하라고 요구하던 남자가, 헤어지고 난 후엔 "너 그렇게 살지 마."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P양은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P양은 내게 말한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 이전에 제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잃고 싶지 않습니다. 3일 만에 끝난 것이 사실 너무나 허망하고,

제가 노력해볼 기회도 없이 끝나버렸기 때문에 이대로 끝나면 전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게 제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 보고 싶습니다.

후회가 남지 않게요. 정말 너무나도 절박하게 이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도 될까? 난 두 사람이 연애를 한 적 있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P양은 그를 '소중한 친구'라고 했는데, 난 둘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모임에서 만나 술자리에서 이야기 한 것? 그것 외에 또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 P양이 예상하거나 추측하고 있는 것 말고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은 얼마나 있는가? 모임에서 보아온 그의 모습 외에 단 둘이 만나 본 그의 모습은 어떤 것이 있는가? 아니, 연애 이전에 단 둘이 약속을 잡고 만나 대화를 한 적은 있는가?

 

P양은 3일만에 끝난 이 연애가 너무 충격적이고, 또 앞으로 모임에서 그를 봐야하는데 이렇게 불편한 관계면 곤란해지는 문제 때문에 다급해진 것 같은데, P양이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일단 벗어나길 권해주고 싶다. 연애를 할 때 P양은 자신이 혼자 다 알아서 하려다가 망친 이력이 있지 않은가. 연애는 둘이 하는 거다. 재회에 관해서도 P양은 자신이 혼자 다 알아서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P양의 몫만 하길 바란다.

 

"난 우리 헤어진 것에 대해 이러이러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런 줄 알고, 너도 이러이러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할 필요는 전혀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되는 거다. P양 혼자 다 판단해서 결론 낸 뒤 통보할 필요 없다. 상대의 생각을 알아야겠다며 붙잡아 둔 채 심문하지도 말고, 모임 사람 이용해서 억지로 상황을 만들지도 말길 바란다. 그냥 좀 두자.

 

P양의 문제는 강하고 급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연애도 그러다가 끝나고 말았다. 지금도 P양은 자신이 노력해서 연애 이전으로 상황을 돌려놓거나, 상대를 설득해 오해를 푼 뒤 '좋은 관계'로 바꾸려고 하는데, 그러지 말자. 상대의 결정 역시 P양의 결정만큼이나 무게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게 존중이다. 상대가 소심하면서도 섬세한 편이라 연애에 겁을 먹었다고 P양 마음대로 생각한 뒤 그를 어르고 달랠 생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기에 P양이 현재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그리고 꼭 해야 할 일은 상대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다. 상대를 마음대로 규정한 뒤 그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던 점, 그리고 헤어진 이후 분한 마음에 아무렇게나 상대를 탓했던 점 등을 사과하길 바란다. 상대 보고 자신감 가지고 살라고 했던 P양의 말이, P양의 선입견과 오만이었던 것 같다고 말하면 된다. 진심을 전하고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몸에 가시를 달고 있으면서 상대보고 "난 널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안아줘."라고 하면, 상대도 안아 줄 수 없는 것 아닌가. P양에게 달린 그 가시를 먼저 떼어내길 권한다.

 

 

아래는 P양의 말이다.

 

"어떻게든 얼굴을 직접 보고 얘기를 하는 것이 저는 예의라고 생각하고,

그래야만 저로서도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저기서 벗어나자는 거다. 이쪽에선 이미 분노의 장문 카톡을 다 보냈고, "쿨하게 없었던 것처럼 보자고 하진 못하겠다. 욕심 같아선 그러고 싶은데 그럴 자신이 없다. 잘 살아."라는 이야기를 한 뒤 대답까지 들은 상황 아닌가. 그래놓고 갑자기 '얼굴 보고 헤어지는 게 예의'라면서 내 필요에 의해 상황을 마음대로 다시 정의하진 말길 바란다. "그래야만 저로서도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라는 말 역시, 다르게 보자면 오로지 '내 감정정리'를 위해 상대를 앉혀 놓고 이야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으니, 이번만큼은 '내 감정, 내 마음'뿐만 아니라 상대의 감정과 상대의 마음까지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해 보길 바란다.

 

▲ 이틀간 밤하늘이 좋아서 글을 못 올렸습니다. 다음 주에 폭풍 업뎃으로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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