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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남자들은 정말 첫사랑을 잊지 못할까?

by 무한 2010. 6. 9.
오늘은, "남자의 마음에는 방이 여러개가 있어서 사랑을 할 때마다 그 방에 하나씩 사랑을 넣어두고, 여자의 마음에는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새로운 사랑을 할 때마다 그 방의 주인이 바뀐다"고 하는 파리 사타구니 긁는 소리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관심남이 꺼내놓은 '첫사랑'이야기가 마음 속에 가시처럼 박혀서 조금만 움직여도 아프다는 여성대원들과, "무한님, 지금 사귀는 여자친구에게 첫사랑과 닮아서 좋아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해도 될까요?"라는 얼빠진 질문을 하는 남자대원, 아는 남자와 술 마시다가 "남자는 처음 사랑한 여자에게...." 이런 술주정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던 대원들 모두 '개념정리'하는 차원에서 읽으면 되겠다.

남자든 여자든 시궁창 같은 사랑이 아니라면 누구나 사랑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남자의 첫사랑'이 더욱 부각되었는 지, 남자가 말하는 '첫사랑'의 의미는 어떤 것인 지, 그리고 제일 처음 적어 놓은 '마음의 방'이야기는 왜 나오게 되었는 지, 함께 살펴보자.


1. 상대가 말하는 '첫사랑'은 뭘까?


많은 솔로부대원들이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설명을 할 때 "그때는 사랑이라는 마음에 이러이러한 미친짓 까지 해 봤다." 라는 내용을 넣는다. 뭐, 대부분 그 '미친짓'이 원인이 되어 헤어지거나 상대로 하여금 질색하게 만들었지만 스스로는 그 행동들을 '순수한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첫사랑이 짝사랑이었던 경우를 보자. 상대가 '물고기'란 얘기는 아니지만 잠시 물고기 관련 속담을 인용하자면, "놓친 고기가 더 커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건 내가 실제로 낚시를 다니며 '틀린 말이 아니구나'라고 느낀 속담인데, "고기 옆구리에 바늘이 걸려 비늘만 뜯어져 나왔는데 그 비늘이 주먹만했다."라는 사람도 있었고, "메기가 너무 힘이 세서 결국 줄이 끊어졌는데, 당시 물 밖으로 나온 메기 머리가 농구공보다 컸다."라는 사람도 있었다.

짝사랑 뿐만 아니라, 사귀었다 헤어진 사람들의 '첫사랑'이야기를 들어봐도 그 얘기에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많다. 그런 것들은 무료로 할 수 있기에 나중엔 변형시킨 기억을 스스로도 '실제'라고 믿는 것이다. 게다가 직접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말'이나 '글'을 통해 설명되기에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아주 오래 전 이야기 한 적 있는 '코발트 빛 블루색 자동차'에 대해 기억하는가?

제가 몰던 그 차는 코발트 빛 블루색이었죠.
다섯 명이 탈 수 있고, 뒤에는 캠핑 도구도 실을 수 있었죠.
그 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던 생각이 나네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새벽의 강변도로를 달리기도 했고,
친구들을 태워 캠핑을 가기도 했죠.
그 안락한 실내에 들어가 있기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지금은 팔고 없어요. 기회가 되면 다시 몰아보고 싶은 차죠.



위의 이야기는 솔로부대원들이 꺼내놓는 '첫사랑'이야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냥 듣기만 해도 아련한 기분이 들고, 그가 말하는 '코발트 빛 블루색 자동차'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새벽의 강변도로를 달렸다는 그의 말에서는 행복이 짙게 뭍어 나오고 말이다.



▲ 그의 첫 차. 코발트 빛 블루색의 뉴포터다. (출처-네이버블로그)


현실은 상상을 이기지 못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상대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고는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주눅이 들거나 꼬리를 내린다. 말이나 글로 전해들은 '첫사랑'에 대해서는 일단 보수하고 덧댄 부분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모든 사람들의 첫사랑이 알고보면 들이댐의 연속으로 시궁창같은 나날이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분명 에누리가 붙어있다는 것을 잊지말자.


2. 왜 '남자의 첫사랑'이 더 부각될까?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릴 적 '수두'를 경험하듯, 심각한 '허세의 시기'를 거쳐야 한다. 대부분 20대 중후반까지 심하게 앓은 뒤 그 증상이 사그러들지만, 평생 그 '허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다.

검색사이트에 '허세'라고만 쳐도 수 많은 글들을 볼 수 있다. '난 그렇지 않아.'라고들 말하지만, 허세는 뒤통수에 달려있는 까닭에 자기가 부리는 '허세'는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거기다 남자들의 경우는 어릴 적 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더라도 로봇 등으로 경쟁과 승리를 추구하는 편이라, 인형을 가지고 관계와 화합에 몰두하던 여자들보다 그 '허세'를 나타내는 부분에 있어 더 열정적이다.

이 부분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소개팅 나가서 남자들이 기어코 꺼내놓는 삼척(있는 척, 아는 척, 잘난 척)과도 관련이 있다. 그 와중에 '첫사랑'이야기가 나오면, 그 이야기 역시 엄청난 허세를 동반하게 된다. 언젠가 고등학교 동창을 도서관에서 만났는데, 자판기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길래 담배를 언제부터 폈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물음에 녀석은,

"그녀가 떠나간 뒤 부터..."

이런 대답으로 내 손발을 로그아웃 시켰다. 뒤통수를 한 대 쳐주고 물어보니, 군대에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담배를 배웠다고 실토했다. 같은 남자의 손발도 이렇게 로그아웃 시키는데, 잘 보이고 싶은 여자사람에게는 오죽하겠는가. 상대가 기겁할 정도로 집이나 회사에 찾아가며 스토킹을 했던 내 친구도, 다른 여자사람이 첫사랑에 대해 물으면 그 스토킹을 "오랜시간 그녀를 기다렸지만, 결국 와 주지 않더군요."라는 말로 바꿔 버린다.



▲ 깊게 새긴 이력이지만, 라임과 종교를 영어로 쓸 줄 모른다. (출처-
네이버카페)


누구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후회를 한다. 그렇기에 과거에 저지른 헛발질과 모난 모습, 또는 못난 모습 들이 안타까움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집착과 심술만 하더라도 어린 시절에는 평소 잘 가지고 놀지 않던 장난감도 친구가 와서 만지작 대면 괜히 자신이 차지하려고 뺏으려 했던 것 처럼 첫사랑에겐 못 해주고, 못할 짓을 하고 이런 저런 후회를 매달아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 후회들이 허세로 승화되는 경우도 많고 말이다.

첫사랑 얘기를 꺼내놓는 관심남이나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라면, 무조건 얘기하지 말라고 짜증을 내거나 아무 말 없이 듣고 집에 와서 소주부터 찾지 말고, 과거에 어떤 사람이 있었고 무슨 사랑을 했던 중요한 건 현재라는 이야기를 해 주자. 먼저 옆구리 찔러서 첫사랑에 대해 캐내려 했다가, 상대에게 감당 안 될 얘기 듣고 우울증 앓지 말고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대로 두자는 얘기다. 묻지 않아도 지겹도록 첫사랑 얘기를 늘어놓는 상대가 있다면, "그 사람한테 물어봐도 같은 말을 할거라 생각해?" 라고 쐐기를 박으면 된다. 잔인한 방법이지만, 두 번 다시는 첫사랑 얘기 입밖에 내지 않을 것이다.


3. 남자와 여자가 기억하는 '첫사랑'의 차이
 

위에서 계속 '첫사랑'이라고 말하고 제목까지 '첫사랑'에 관한 글처럼 적어두었지만, 사실 '첫사랑'에 대한 의미는 사람마다 큰 차이가 있다. 누구는 처음 사귄 것을 첫사랑이라 할 것이고, 누구는 몸과 마음 바쳐 충성을 다했던 시절을 첫사랑이라고 기억할 것이며, 누구는 아직 첫사랑은 시작도 안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부킹대학 순천캠퍼스의 연구결과에 다르면, 남자들이 '첫사랑'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열정적 구애를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아던 사랑''헛발질과 욕심으로 인해 상대를 힘들게 만들어 헤어지게 된 사랑'을 꼽았다. 반면 여자의 경우는 '잊지 못할 만큼 나에게 잘 해 주었던 사랑'이나 '처음으로 많은 일들을 함께 했던 사람'을 꼽았다.

단순히 남자의 마음은 다세대주택이고, 여자의 마음은 전원주택이라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음의 방이 여러개 있어서 남자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 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과거를 필요로 하는 지, 그 부분에 남녀의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은 매뉴얼을 통해 계속 이야기 하고 있는 '문제해결'을 중요시 여기는 남자와 '관계중심'의 여자의 차이로도 설명된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채 "잘 지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했던 사랑을 남자가 '첫사랑'으로 기억하고, 자신에게 "사랑해"라고 말한 남자를 여자가 '첫사랑'으로 기억하는 것 말이다.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 사실.. 첫사랑과 너무 비슷해서 만났습니다.
외모부터 목소리.. 그리고 자주 쓰는 말들까지 착각이 들 정도로 비슷했죠.
7년동안 노크를 했지만.. 대답이 없던 첫사랑인데..
지금의 여자친구는 고맙게도 한번에 제 마음을 받아주었죠..
곧 사귄지 일년이 됩니다.. 그런데.. 첫사랑과 너무 닮아서 좋아한 거..
혼자만 간직하고 있기엔 불편합니다. 여자친구를 속이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 일년 기념일날.. 솔직히 털어놓을 생각입니다.
따귀를 때린다면 맞을 각오도 하고 있구요...
그렇게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습니다.
무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질문을 한 남자사람이 있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털어놓고 그녀를 더 사랑해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저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은 <내 인생의 헛발질 BEST3>에 들어가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속 편하고자 털어놓을 이야기에 상대가 받을 상처는 왜 생각하지 않는가. 여자친구가 테레사 수녀라면 "이 색히를 구원하소서."정도로 마무리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 말은 평생 여자친구의 마음을 찌를 것이다. 일년 사귀었더니, "넌 사실 아바타야." 이런 얘기 하는 거 아닌가?

입장을 바꿔,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와 너무 닮아서 오빠를 받아준거야." 라는 얘기를 들으면 어떻겠는가? 사연을 주신 분의 성격을 모르기에 정확히 얘기할 수 없지만 길길이 날뛰며 상처주는 말을 표창처럼 여자친구에게 던지지 않겠는가? 아님 앞에선 "응. 이해할 수 있어."라고 쿨한 모습 보여놓곤, 뒤에서 "무한님, 헤어지는 게 맞겠죠?"라며 사연 보낼 거 아닌가.

잡생각에 시달리며 헛발질을 할 것 같을 땐, 이거 하나만 기억하자. "있을 때 잘할 것."이라는 말. 지금 여자친구를 보내면, 또 이번 여자친구와 닮은 여자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예전 매뉴얼에 어느 분이 "첫사랑은 분명 중요합니다. 전 결혼해서 살고 있지만, 아직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죠."라는 댓글을 남겨주신 적이 있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자랑도 아니고 낭만적인 것도 아니다. 그저 "저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라는 고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금방 나이에 'ㄴ'자 붙어서 서른이 되지 않는가.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나 읽고 있는 분들이나 다음 핼리혜성이 찾아오는 2062년에 지구에 있을 지 없을 지도 확신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언제까지 옛날얘기만 하고 있을 생각인가. 이 글을 읽는 남자대원들에게는, 다시 기회가 찾아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만 늘어놓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잘 하자는 얘기를 전해주고 싶다.

달리자. 시간은 지금도 계속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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