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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남자의 다가감이 여자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

by 무한 2010. 6. 14.
어젯밤 그녀에게 보내놓은 문자에 아직까지 답이 없는 관계로, 이 상황에서 아침인사를 건네야 하는 건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 봐야 하는 것인지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솔로부대원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이 찾아올 때 마다 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오늘은 솔로부대 여성대원들이 보여준 사연들을 토대로 '그녀가 부담을 가지는 이유'에 대해 살펴 볼 생각이다.

지난 매뉴얼들을 통해 '쏟아붓지 말고 가랑비처럼 다가가라'라는 이야기를 한 까닭에, 많은 남자대원들이 친절을 보이는 여자에게 무작정 사귀자고 들이대는 것은 줄어들었지만, 그 '가랑비 작전'을 오해해 여자에게 '공포'가 되어버린 남자대원들의 이야기, 달려보자.


1. 좋은 오빠 되려다 무서운 오빠 되는 경우


'좋은 오빠'로 시작해 보려는 남자사람이 '무서운 오빠'가 되는 케이스가 있었다. 본인은 '이렇게 하면 넘어오겠지?'라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상대 여자분이 보내온 메일에는 '무서워요'라는 얘기만 적혀 있었다. 왜 무서운지 사연을 보자.

그 오빠와는 동호회에서 만났어요.
맛집 찾아다니는 게 취미라길래, 저도 데려가 달라고 얘길 했었죠.
그 말 한 다음 주에 바로 연락이 오더군요. 그래서 같이 밥을 먹었죠.
그 이후로 한 번 더 같이 밥을 먹었는데, 처음엔 제가 얻어 먹었기에
두번째는 제가 샀어요. 이런부분엔 제가 좀 철저해서요.
그 이후로 이 오빠가.. 출근하는 방향이 같다고..
아침마다 태워다 준다고 하더군요.
저도 방향이 같았거든요.
끔찍한 대중교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기에 사실.. 좋았습니다.
다만 차 얻어 타는 것이 미안해서 탈 때마다 비타민음료.. 그런 거
준비해서 챙겨 나갔구요.. 그렇게 2주 정도 지났을까..
제 화장과 옷에 대해서 터치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치마가 너무 짧다는 둥.. 자긴 청순한 여자가 좋다는 둥..
화장이 너무 진한 거 아니냐, 스키니진은 입지 마라..
회사에 있는 시간에도 문자를 엄청 보내기 시작하더군요..
저희 회사는 특성상 회의를 자주 하는데.. 회의 때문에 문자 답을 못하면..
서너통 연달아서 와 있고.. 부재중 전화 와 있고..연락 안 되서 걱정된다고..
회사에 있는 데 걱정 될 일이 뭐가 있나요.. 암튼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노멀로그에서 본 글이 있어서.. 이러다가 제가 어장관리 하는 것 처럼 보일까봐
카풀을 그만두고.. 주말에 잠깐 보자고 해서 말을 했습니다..
혹시 저한테 관심있으시다면.. 죄송하지만 전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그랬더니 웃으면서 제가 오버한다고 하더군요.. 자기도 연애할 생각 없는데
왜 오해하냐면서.. 그냥 동생처럼 생각해서 잘 해주는 거라고..
카풀도 방향이 같아서 그런 거니까.. 부담갖지 말고 내일부터 같이 가자고..
그렇게 좋게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근데 문자가 오더군요..
"그럼 나 이제 부담없는 오빠가 된 거지?" 라고요......


이 사연에서 '카풀'까지는 참 좋은 진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내가 위에 사항에 처했다면 차 안에서 둘이 할 수 있는 재미난 일들을 궁리했을 것 같다. 내가 했던 놀이들을 설명하자면, 과속단속 카메라가 나올 때 마다 카메라를 보며 V자를 그리는 거다. 규정속도를 지키는 민주시민이라 찍힐 일은 없지만 어디서든 카메라가 나올 때 마다 옆자리의 공쥬님과 V자 그리기 놀이를 했었다. '오늘은 무엇일까 과일자판기'놀이도 했었다. '다시방'이라고 부르는 조수석 서랍에 그날 그날 과일을 넣어두는 거다. 그리곤 "오늘의 과일은 무엇일까요?" 라고 크게 외치면 조수석에 앉은 공쥬님이 서랍을 열어 과일을 확인하고 함께 먹는 거다. 특별한 날엔 과일이 아닌 귀걸이 등의 선물이 들어있다는 것이 포인트!

남자의 특성상 '지적질'이 하고 싶겠지만, 그건 어떠한 마음이 들어도 참아야 한다. 위 사연에 나온 '지적질'을 할 때에도 여성분의 반응은, "아, 그래요?" 정도였을 거다. 그러니 남자는 '모르고 있던 부분을 나의 지적질로 인해 알게 되었나 보군.'이라고 착각하며 그 강도를 높인다. 나중엔 회사에 다니면서도 외국어 하나쯤은 확실히 익혀두는 게 좋으니 일어를 공부해 보라는 둥의 '아빠노릇' 까지 하게 된다. 여자가 미니홈피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도, "와, 예쁘게 잘 찍었네."라는 칭찬은 못하고, "잘 찍긴 했는데..그 사진은 두 스텝 정도 어둡게 노출보정하고, 심도를 더 낮춰서 찍었으면 좋을 것 같아." 라는 얘기만 하는 것, 가슴 아프다.

'훈화말씀'을 하지 말란 얘기다. 왜 학생들이 '교장선생님 훈화'에 픽픽 쓰러지겠는가. 상대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은 친절한 일이지만, 묻지도 않은 일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잔소리다. 가랑비처럼 다가가라고 했는데 왜 잔소리만 하고 있는가.


2. 매일 비내리는 곳에는 아무도 못 산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좋은 '가랑비 작전'이지만, 그게 쉴 새 없이 계속 되어 상대를 익사시키는 경우도 있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만들지만, 쉴 새 없는 칭찬으로 계속 고래를 춤추게 만들면 "나 안해."라며 지쳐버리는 것 처럼 말이다. 사연을 보자.

아 진짜 누가 이 남자 좀 말려줬으면 좋겠어요..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첫 인상도 좋고.. 매너있고..
솔직히 사회생활 하며 만난 사람 중 가장 괜찮았습니다.
애프터 신청을 해 올 때, 그가 좀 적극적이라는 건 알았지만..
몇 주 연락을 하다보니.. 쉴 새 없이 적극적 이더군요...
회사에서 야근하며 야식먹는 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뭐.. 그 정도는 이해했습니다. 저도 '이 사람 자상하구나.'라고
느꼈었고.. 저도 답장으로 '오늘 저녁 메뉴'를 찍어서 보내주고..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하루에 몇 번씩 계속 되니까..
정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시덥잖아 지고.. 미치겠더군요..

결혼한 친구 집에 놀러왔다고 집 사진 찍어서 보내주고..
그 아래는 자기도 결혼하고 싶은 생각 든다고 메시지 적고..
서울 나왔다고 '인증'이라며 사진 찍어서 보내주고..
다음에 같이 나오자고 메시지 적고.. 뭐 먹으면 먹었다고 '인증'하고..
이게 하루에도 수도 없이 쏟아집니다.. 무슨 생중계도 아니고..
선거날은.. 선거 인증 이라며.. 투표소 셀카에..
영화표 인증... 새신발 인증... 술자리 인증.. 허브화분 인증..
새벽 세 시에 문자 소리에 깨서 보니... 불면증 인증...
진짜 사람 참 괜찮은데.. 이러는 건 병 아닌가요?
친구들과 얘기도 해 봤는데..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나중에 똥싸고 똥인증도 하는 거 아니야?" 라구요...
처음엔 사진찍어서 자기를 알려주는 사람이라는 게 신선했지만..
지금은 지겹고... 스팸문자 받는 느낌입니다.
간접적으로 살살 얘기해도 못 알아 듣길래.. 직설적으로 말했더니..
'인증'문자대신.. 장문의 문자로 갈아타더군요..
그 사람 회사 사람들 얘기를 하도 들어서.. 외울 지경입니다.
하과장 최부장 이차장.. 저랑 같이 근무한 느낌이 들 정도죠..
요즘엔 또 회사 그만두고 싶다.. 죽고 싶다.. 이걸로 컨셉을 바꿨나봐요..
자기가 스트레스 받을 때 마다 그 스트레스를 장문자로 설명합니다..
제가 미쳐버릴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위 사연에서 나온 '인증'은 분명 적절한 '가랑비 작전'의 도구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상대와 그 일을 공유하는 것, 아니면 상대가 물어온 질문이라거나 얘기한 것들에 대해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다. 단, 주의할 점은, '보고'가 아니라 '공유'라는 거다.

노멀로그에 올라오는 '사슴벌레'이야기를 보자. 그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오 징그러'라는 얘기밖에 안 하는 것이다. 내가 아랍어에 대해 정말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강의를 진행한다고 해보자. 그게 아무리 훌륭하고 유익한 강의라고 해도, 아랍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쓸모 없는 강의다. 관심있는 사람과의 대화라면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먼저란 얘기다.

그녀가 초록색을 좋아하고 취미는 사진찍기라는 얘기를 한 적 있다고 해 보자, 그 후 포토문자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은 카키색과 연두색의 카메라 스트랩을 찍고, 진한 초록색과 옅은 초록 중 어느 쪽이 더 끌리는 지를 물어보는 거다. 그녀와 아무 상관없는 컴퓨터 부품을 찍어 놓고 "오늘 램 4기가로 늘렸음." 이라고 적는 건 말 그대로 '스팸문자'가 된다.

또한, 소제목으로 적어놓은 것 처럼 매일 비 내리는 곳에는 아무도 살 수 없다. 아무리 가랑비 작전이라지만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처럼 들이댄다면 상대는 질려버릴 것이다. 상대를 계속 때려 결국 무너지게 만드는 '권투시합'도 라운드를 나눠서 중간중간 쉴 수 있도록 룰이 정해져 있지 않은가. 또, 계속해서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틈새를 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의 가드가 내려오게 만든다. 상대가 철저한 방어를 하고 있는데 대책없이 쉬지 않고 주먹만 날리진 않는단 얘기다. 풋워크를 해라. 스텝을 밟아가며 리듬을 만들자. 서서 주먹만 날린다고 가랑비작전이 아니다.


아, 그리고 매뉴얼을 이상한 식으로 해석하는 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예전에 말한 '오렌지'를 이용한 다가감 같은 건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다가갈 '구실'로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버스정류장에 오렌지 들고 서서 보이는 여자마다 나눠주란 얘기가 아니다. 관련된 사연으로 "정류장에서 천원 빌리는 방법으로 여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잘 빌려주지도 않고 어쩌다 빌려주는 여자가 있어도 그 후 진행이 안된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크게 오해하신 것 같다. 

상대에 대한 목적도 목표도 진심도 없이 그냥 여자가 오면 "혹시 천원 있으세요?"라는 짓을 왜 하는가. '다가가는 방법'만 놓고 보더라도 최악일 뿐만 아니라, 돈 빌리고 갚는다며 연락처 받고, 거기에 "스파게티랑 초밥 중에 뭐가 좋으세요?" 라니, 정상적인 여자사람이라면 모르는 남자에게 천원 빌려주고 그 대가로 밥 얻어 먹으러 나가지 않을 것이다. "아.. 괜찮아요. 안 사주셔도 되요."라는 답이 오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설마 "어디서요? 몇 시요? 전 까르보나라가 좋아요." 이런 답이 올 거라 기대한 것인가? 

흉흉한 시대에 흉흉한 접근법으로 다가가는 것도 문제지만, '이러다 보면 하나 걸리겠지'라는 마음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자를 만날 기회가 없어서 그렇다는 얘기를 적어 주셨는데, 교회나 절은 어머님의 반대로 나갈 수 없고, 동호회 활동은 이렇다 할 취미가 없어서 하기 힘들고, 이런 저런 핑계만 적어서 보내주시면 나도 할 말이 없다. 이건 내가 담배를 사러 나가기 귀찮을 때 보이는 증상과 같은 것 아닌가. 담배는 없는데, 슈퍼에 가긴 귀찮고, 혹시 주머니에 남은 담배가 있나 뒤적여 보지만 있을 리 없는 상황.

빠르고 쉬운 연애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연애하고 싶은 마음의 밀도가 높은 나이트나 클럽을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니면 더운데 버스정류장에서 그러지 마시고, 에어컨 나오는 PC방에서 채팅을 하시든가 말이다. 단, 빠르고 쉬운 연애는 빠르고 쉽게 끝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매뉴얼상의 얘기는 여기까지고, 버스에서 자주 마주치는 괜춘한 여자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냐고 물어오는 친구와 나눈 이야기를 공개할까 한다. 

무한 - 자주 마주친다는 것은 겹치는 동선이 있다는 얘기니까, 그녀가 내리는 곳에서 같이 내려. 그리곤 저기요, 라며 어색하지 않게 불러. 심장이 터질 것 같겠지만 안 터지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녀가 네?, 라고 쳐다보면 니 귀 밑을 검지와 중지로 누르면서 '여기'라고 말해, 그리고 고개를 더 돌리면서 목이랑 머리랑 만나는 부분, 그 중앙을 다시 꾹 누르며 '여기'라고 말해. 그럼 의아해 할 거야. 그때, 다시 한 번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여기랑, 여기 누르면 피곤이 많이 풀리실 거예요." 라고 말해. 그럼 그녀가 황당한 표정을 지을 거야. 그러면 "버스에서 자주 뵙는데, 피곤해 보이셔서요. 그 두 군데 자주 눌러주시면 피곤이 많이 풀리실 거예요." 라고 말해.

친구 - 야, 진짜 피곤이 풀려?

무한 - 쓸데 없는 거 물어보지 말고, 그냥 해. 내가 한의사도 아니고, 아무튼 어디든 누르면 다 좋다고 했어.

친구 - 아....

무한 - 대한민국 국민치고 피곤하지 않은 사람 없단 말야. 집에서 노는 J군도 피곤하다고 노래를 부르니, 회사원은 더 하겠지.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는 기분. 그때 니가 알려준 두 군데를 그녀가 꼭 눌러 볼 거란 얘기지.

친구 - 연락처는 어떻게 물어봐?

무한 - 내일이 지구의 멸망 아니라니까. 일단 저기까지만 말하고 꾸벅, 인사하고 갈 길 가. 자주 마주친다며. 그럼 또 버스에서 만날 수 있는 거잖아. 네가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에게 뭘 바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니까 연락처 물어볼 생각하지 말고 돌아서면 돼. 나머지 궁금증은 그녀 몫으로 남겨두는 거야. '나 좋아하나?' 라거나 '내가 피곤해 보이나?' 또는 '이게 정말 효과가 있나?' 이런 생각들을 하겠지. 절대로 네가 그녀의 목을 누른다거나 하는 짓은 하지 말고, 너를 예로 들어서 보여주기만 하는 거라는 걸 잊지마.

친구 - 그 후에는?

무한 - 그 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까먹었네. 요즘 몸이 허해서 생각이 잘 안나. 장어를 먹다 보면 떠오를 것 같기도 하고...


장어를 먹게 되면 뒷 이야기를 이어서 올리도록 하겠다. 이런 자잘한 방법 보다는 내 마음 흔드는 사람을 만나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말 거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며 다짜고짜 "남자친구 없으시면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라고 힘찬 헛발질 하는 대원들을 위해 적어둔다. 전력투구 하지 말고 바깥쪽 볼 부터 던져도 된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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