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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

by 무한 2010. 8. 3.
많은 솔로부대원들이 새로운 상대를 만나기 위해 '소개팅'을 하지만, 사실 '소개팅'은 이제 막 면허를 따서 혼자 차를 모는 일과 같다. 모든 부담이 자기 몫이며, 어색한 분위기를 몰아내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까닭에 '헛소리'를 늘어놓거나, 평소의 페이스도 말아먹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개인적으로 새로운 상대를 만날 때에는 여럿이 만나는 걸 추천한다. 친구의 소개로 다른 친구를 만나더라도 '소개팅'의 형식이 아닌, 여러 친구들과 같이 영화를 보거나 밥을 먹는 자리를 갖는 것이다. 피서철인 요즘은 여럿이 모여 계곡물에 발 담그러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기도 일산의 Y군(28세, 회사원)은, 친구의 친구들과 동강 래프팅을 갔다가 커플부대원이 되어 돌아왔다. 소개팅으로 만났다면 상대를 웃게 하려 애쓰거나, 같이 길을 걸을 때에도 온 몸이 경직되었겠지만, 다같이 떠난 여행에서는 달랐다. 함께 <쓰리!포!>나 <날개 잃은 천사>같은 추억 속 히트곡을 부르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저녁엔 게임을 하며 허파가 아프도록 웃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거나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황금 같은 기회를 광분으로 날린 대원들이나, 연애하러 갔다가 물만 먹고 돌아온 대원들을 위해 오늘 매뉴얼을 준비했다. 출발해 보자.


1. 당신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 리액션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여럿이 노래방에 갔는데 당신이 노래를 부를 때 상대가 그윽하게 화면을 바라본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반대로, 당신이 노래를 부를 때 상대가 자신이 부를 노래를 찾으려 책만 뒤적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런 기본적인 '리액션'을 무시하고, 상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노래만 찾고 있으니 목만 쉬는 것 아닌가.

호감 가는 상대가 이야기를 할 때에는 전교 1등 할 기세로 칠판 보듯 상대를 바라봐야 한다. 시험을 앞두고 시험문제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교수님 수업을 듣듯 집중하자. 그거 나중에 분명 시험(응?)에 나온다. 말주변이 없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 누구라도 대화를 할 때 '모든 이야기'를 다 하는 것이 아니니, 당신은 필요한 순간에 더 많은 이해를 위한 질문만 던지면 된다. 상대가 자신이 키웠던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 강아지의 이름을 물어도 되고,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면 몇 학년 때의 일인지 정도를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리액션의 포인트는 상대로 하여금 '내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으며,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는 화제가 나왔다고 말 끊고 에베레스트를 오르거나, 일장 연설을 시작하지 말고, 차분하게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단, 상대가 오만하거나 교만할 경우, 이런 리액션은 상대를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경청해주니 인생 전반에 대한 설교를 늘어놓거나, 자랑을 2톤 정도 꺼낼 수 있단 얘기다. 그런 상대에겐 이미 당신의 '호감'이 '비호감'으로 바뀌었을 테니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럴 땐 리액션을 조절하다 상대의 카드보다 더 큰 카드를 딱 한 장만 보여주면 된다는 얘기만 적어두겠다.


2. '부탁'과 '나중에'라는 키워드를 이용하자


말로 백 번 나중에 어쩌고저쩌고 해 봐야 소용없다. 통하는 관심사가 있거나, 자신이 어려움을 겪는 일에 대해 상대가 잘 알고 있거나,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상대가 자신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 때, 그러한 것들을 '계기'로 삼아 약속을 잡거나 연락처를 받는 것이다. 메일 주소를 묻거나 메신저 주소를 받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서 막 친해진 듯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 날 되면 다시 남남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거다.

난 요즘, 서로 새로운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적어진 친구들을 위해 아는 친구들을 불러가며 서로 인사시키고 함께 놀러가거나 담소를 나누는 등의 자리를 만드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 자리에 함께 있다 보면 '계기가 될 타이밍'을 놓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상대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는 얘기를 꺼냈는데, 왜 "아, 맞아 그거 재미있다고 하던데."라며 어디서 읽은 리뷰 줄거리만 늘어놓는가. "나 그 영화 예매표 있는데 줄까?"정도로 운만 띄워도 '계기'가 마련된다. 예매표가 없는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 묻는 대원들이 설마 아직도 있는가? 표는 내일 예매하면 되는 거다. 당신 표는 그 옆자리로 예매하면 되는 거고 말이다.

위의 이야기가 너무 적극적이라면, 전에 이야기 한 '컴퓨터 포맷' 작전을 사용해도 된다. 상대가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당신 컴퓨터의 포맷을 부탁하면 되는 거다.

"저 포맷 할 줄 아는데, 뭐 하러 부탁하나요?"

인생을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고, 고지식하게 살지 말자. 사천만 땡겨 달라는 식의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면 분명 애프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그 계기가 절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어야 하며, 애프터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절대 집요하게 매달리진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심남이(관심 있는 남자)에게 6개월 째 "카메라 언제 가르쳐 줘요? 출사 같이 가서 가르쳐 준다면서요?" 라며 부르짖던 J양(25세,무직)은 얼마 전 심남이에게 '스팸'으로 등록되었으니 말이다. 


3. '기억'과 '칭찬'은 상대에게 가는 지름길이다
 

누구나 다 할만한 칭찬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말 잘 생기셨어요."라거나 "와, 진짜 예쁘신 것 같아요." 따위의 얘기는 하지 말자. 그런 말 안 해도 대부분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기 마련이니 말이다.

상대 스스로는 잘 모르고 있는 상대의 장점을 칭찬하자. 이걸 하나하나 다 설명하긴 무리고, 아주 간단하게 상대의 제스처에 대한 칭찬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얘기할 때 제스처를 잘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막 집중하게 돼요. 시간 가는 줄도 몰랐구요." 정도면 충분하다. 상대는 이제 제스처의 노예(응?)가 될 것이다.

지난 매뉴얼에서 '노래칭찬'에 대해 기억하는가? "다른 사람들은 임재범의 <고해>부르면 모창하려고 노력하는데, 창식씨는 자기 스타일로 정말 잘 부르는 것 같아요. 정말 잘 들었어요."라는 이야기를 한 직후, 창식씨는 <고해>를 자신의 18번곡으로 선정했다. 언제 어디서나 노래 부를 일이 있으면 <고해>만 부른다.

우리끼리라서 하는 얘기지만, 칭찬할 거리를 찾기가 힘들다면 그냥 하나 골라서 얘기해도 된다. 어차피 칭찬은 '의미부여'니 말이다. 예를 들어, "손톱이 이렇게 분홍색인 사람 처음 봐요. 따로 관리 받으시는 거예요?" 정도의 얘기만 해도 상대는 이제 하루에 한 번 이상 자신의 손톱을 보게 된다. 정말 우리끼리라서 하는 얘기지만, '아리까리'한 부분을 하나 고르면 된다. 쇄골 모양 같은 거 말이다. 엑스레이 찍어 본 것도 아닌데, 쇄골 모양 예쁜지 안 예쁜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냥 "쇄골 모양이 정말 예쁘신 것 같아요." 정도면 상대는 '쇄골 신앙'을 가지게 된단 얘기다.

맨 처음 이야기 한 '리액션'부분에서 상대에게 집중하라고 한 것을 기억하는가? 이제 그 집중해서 알아낸 것들을 사용할 시간이 왔다.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기에 역시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얘기했던 노래가 상대 미니홈피 BGM으로 되어 있어서 잠 못 이루는 대원들이 많다는 것 정도만 적어두겠다. 상대가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것이 재밌다는 얘기를 한 적 있는가? 그럼 뭘 망설이는가? 오늘도 네 경기나 있다.


혼자 마음을 키우다가 고백하거나, 늘 얘기하는 부담 3종 세트(집 앞에서 기다리기, 새벽에 술 마시고 전화하기, 선물 보내기)를 상대에게 들이대지 말고 위에서 말한 것들로 둘 사이의 '징검다리'를 놓아보자. 쫓아오는 사람도 없고, 이게 이기고 지는 승부도 아니다. 그런데 왜 바지 걷고 성급히 뛰어들려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물이 깊지는 않을 지 걱정하고 있는가.

늘 하는 얘기지만, 연애도 대인관계의 한 부분이다. 첫 눈에 반하거나 외로움에 질려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기본적인 부분들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을 지속하기 벅찬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나중에 누군가를 만나면 써먹어야지.'와 같은 막연한 생각만 하지 말고, 돌 다듬듯 평소에 다듬도록 하자. 그 다듬질이 당신의 매력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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