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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그만두길 권하는 잘못된 짝사랑의 모습, 세 가지

by 무한 2010. 10. 29.
짝사랑 진행 중인 대원들은 다들 "이거 어떻게 수습하나요?"라거나 "잘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묻는다. 사연의 9할을 "이제 그녀를 포기하려 합니다."라는 이야기로 채워 놓곤, 마지막에 가서 "하지만, 무한님이 보시기엔 가능성이 있어보이나요? 그렇다면 말씀해 주세요."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해 난감할 때도 있고 말이다.

상대의 작은 행동이나 말에 어마어마한 의미부여를 해 결국 침몰한 사연, 잘해보려는 마음만 앞서 혼자 북치고 장구까지 친 사연, 그리고 혼자 좋아하고 혼자 연락하고 혼자 속 앓는 외사랑의 사연 등등 이 안타까운 짝사랑의 사연들 중 "그만두세요."라는 얘길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사람의 일이란 워낙 많은 변수가 있는 까닭에 "그런 경우는 이러이러한 것이 확실합니다."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전염병이 도는 마을에 아무 대책 없이 들어가서 생활하다보면 그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처럼 '짝사랑 진행 중'인 대원들의 상황 중엔 '처참한 최후'를 맞이할 위험이 높은 경우가 있다. 오늘은 감정의 끈을 잠시 내려놓고 이성의 끈을 쥔 채, 그 위험한 상황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1. 상대의 특별한 일부를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자


상대 머리에 남들에게 없는 '더듬이'라도 자라고 있다면, "아, 그 분은 정말 특별한 게 틀림없습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더듬이' 이외의 부분들 마저 남들과 달리 특별하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작년쯤인가 가수 신해철씨가 학원광고를 해서 이슈가 된 일이 있었다. 그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니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의 생활화'를 몸소 실천하시기 바라며, 이번 매뉴얼에서는 그 이슈가 낳은 똘똘한 멘트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이 나라는 소신도 세트메뉴로 가야하나."

- 신해철, 신해철닷컴


사실, 우리의 인생에선 이 '세트메뉴'를 무시할 수가 없다. 희망이나 소망이라는 것들은 대부분 '가정법'에 근거해 만들어지는데, 그 '가정법'의 닉네임이 '세트메뉴'이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기대나 타인에 대한 이미지역시 이 '세트메뉴'를 근본으로 세워진다.

멘트의 주인공인 가수 신해철씨 역시 지금의 인지도와 인기 역시 다른 사람들이 그의 노래와 그가 방송에서 보인 모습 등 일부분을 근거로 전체를 상상한 '세트메뉴' 덕분에 있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 까닭에 오늘도 뉴스의 절반은 "저 사람은 그런사람 아닐거야."라는 세트메뉴를 배신한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는 것이고 말이다.

연애나 사랑 역시 성격이나 본색 등을 수치로 계산해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의 '일부분'을 근거로 마련한 '아마도 이럴 거야.'라는 세트메뉴나 '아마 연애를 하면 그렇게 되겠지.'라는 세트메뉴로 시작된다. 이렇듯 이미지를 만들어 두고 시작하는 연애나 사랑은, 현실에서의 상대가 아닌 '상대의 이미지'와 이루어지고 이것은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던 부분에 대한 환지통을 느끼게 만든다.

쉽게 말해, "제 날개가 너무 아파요."라고 얘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상한 증상을 보이게 된단 얘기다. "저, 혹시, 날개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닙니까?"라는 질문엔 "아프지 않을 방법이나 알려달라니까요."라는 말만 반복하고 말이다. 

상대의 특별한 일부에서 '매력'을 발견했다면, 상대와 친해지며 나머지 부분들을 알아가 보도록 하자. 자신이 본 '일부'를 근거로 상대의 '전부'를 추측해가며 무작정 '고백'부터 한다거나 상대를 종교로 만들어 기도만 하지 말고 말이다.


2. 정말 그런건가? 아니면, 그렇다고 믿고 싶은 건가?


이 부분에 대해선 짧은 사연 하나로 정리해 보자.

함께 직장에 근무하며 알게 되어 알게 된 남자가 있습니다.
직장 내 모든 사람들이 그의 사교성을 칭찬하고,
여자들끼리 하는 이야기에서도 절대 그의 험담이 나오지 않습니다.
처음엔 저도 참 괜찮은 직원이라고만 생각하며 지냈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그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러나... 그에겐 여자친구가 있더군요....
회식자리를 마치고 2차를 갔을 때 다른 직원이 슬쩍 떠보니..
2년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고...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 뺏고 싶었습니다...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고.. 마인드컨트롤을 해도....
제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업무를 핑계로 둘만 만나는 자리도 마련했고..
이런 저런 부탁을 하며 친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가 묻더군요..
자기를 향한 제 진심이 궁금하다고..
전 술김에.. 모두 말해버렸습니다.. 좋아한다고...
여자친구가 있는 거 알지만.. 좋아한다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미안하다고...
친구라도 괜찮다면.. 자기가 친구 해주겠다고...
술기운에.. 그 날 키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키스가 끝난 후 저를 꼭 안아주더군요..
지금은 이 남자와 좀 더 가까운 관계가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그 남자의 옆에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둘이 헤어질 기미는 전혀 안 보이구요..
전 우리 둘 사이가 대체 어떤 관계냐고 물었더니..
친구면서 친구 이상인 거라고.. 그가 얘기하던데...
그를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그렇게 되면.. 이런 마음고생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간 '바람둥이''나쁜 남자'와 관련된 매뉴얼을 수차례 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한 대원들은 "우리는 남들과 달라."라는 말을 하고, "여자친구가 방해물."이라는 얘기를 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냥 딱 봐도 '바람기 충만'이라는 진단명 나오지 않는가? 과하게 얘기하면 "양다리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고 말이다.

로또를 사는 마음으로 "이 사람, 나에 대한 마음은 진심일거야."라고 믿는다면 할 말은 없다. 내 친구 J군도 카메라 직거래를 하러 종로까지 나갔는데, 상대가 "돈을 뽑아오려는데 비밀번호 오류로 막혀서요. 내일 오전 중으로 꼭 보내드릴게요."라는 얘기를 했고, 믿을테니 꼭 내일 오전 중으로 보내달라는 말과 함께 카메라를 건네고 들어왔다. 다들 예상하는 것처럼, 상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 뒤 아무 연락도 없었고 J군은 '사기꾼에게 카메라를 배달해 주고 온 사람'이 되어버렸다.

친구면서 친구 이상이니까 연인과 하는 일들도 함께 하지만, 그렇다고 연인은 아니고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 헤어질 생각도 없다면 누가 봐도 '이상한 관계'아닌가. J군도 일을 당한 뒤 잔잔한 마음이 되자 그 거래가 '이상한 거래'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당시엔 분명 상대가 금방이라도 돈을 보내줄 것 같은 눈으로 양해를 구했고, 거듭 사과를 하며 계좌번호를 재확인 하였기에 믿은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대원이 있다면, 자신의 '믿음' 하나로 '이상한 일들'을 그냥 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피길 권한다.


3. 자신의 스포일러가 되지 말자


예고편이라면서 왜 본편의 결말과 반전까지 다 보여주는 대원들이 있다. 게다가 그 예고편엔 '떠보기''자신감 구걸'까지 포함된 경우가 많고 말이다. 한 예를 보자.

솔로남 - 숙희씨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벽이 느껴져요.
관심녀 - 벽 같은 거 없는데요? 좋은 하루 되세요.
솔로남 - 매일매일 두드리다보면, 그 벽에 기스라도 낼 수 있겠죠?
(이후 답장 없음)


굳이 긴 사연을 적지 않아도 위의 대화를 통해 '관심녀'는 '솔로남'에게 관심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고, 관심이 있다면 '철벽녀'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위의 대화에서 '솔로남'의 멘트들은 둘의 관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며 오히려 상대에게 '불편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다.

"숙희씨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벽이 느껴져요."라는 얘기를 하면, 상대가 "벽 없어요. 우리 사귈까요?"라는 대답을 할 거라 생각했는가? 이런 문제는 '난 짝사랑 중이야.'라는 최면을 스스로 건 뒤, 감정의 외줄을 타며 문자메시지를 던질 때 자주 발생하니, 스스로 최면을 걸 생각이라면 차라리 '넌 나에게 빠져들고 있다.'라고 최면을 걸길 바란다. 가장 좋은 방법은, 늘 얘기하는 것처럼 '친구에게 보내듯'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친구에게 "난 너와 친해지고 싶은데, 벽이 느껴져."라고 보내진 않으니 말이다.

"매일매일 두드리다보면, 그 벽에 기스라도 낼 수 있겠죠?"라는 얘긴, 대사로 치자면 '독백'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추리영화를 보는데, 영화가 시작된 지 10분도 안 되어 용의자중 한 사람이 "내가 범인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건 아니겠지?"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 영화를 끝까지 보고 싶겠는가? 정답을 말하는 듯한 힌트를 주지 않아도 이미 상대는 자신을 향한 당신의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으니, 할 필요가 없는 말은 하지 말자.

이처럼 스포일러가 되어 "나 너에게 완전 관심 있음."이라는 얘기를 건네고 나면, 상대는 앞으로 당신이 하는 모든 행동들을 다 그것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담을 줄 생각 없이 한 말도 상대는 부담으로 느낄 위험이 커지고, 당신의 관심이 '사은품' 취급을 당할 수도 있다. '다음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될 생각이 아니라면, 스스로 스포일러가 되는 일은 그만두자.


당신이 무엇을 할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스스로 정할 수 있길 권한다. 갈팡질팡하거나 늘 조언만 구하는 대원들의 경우 '이 사람과 가까워지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에 시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상대와 가까워지지 못한다고 당장 수명이 단축되는 거 아니다. 자전거 탈 때를 생각해 보자. 보조바퀴가 없는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 '넘어지면 어쩌지?', '중심을 못 잡겠어. 발을 짚어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자전거 타기'는 공포가 되고, 더욱 어려워지는 것처럼 연애도 주머니에 불안감만 가득 담고 출발하면 얼마 가지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

일단 땅을 박차고 페달질을 계속 해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처럼, 연애에서도 상대에게 확인받으려 하는 모습 따위를 보여주지 말고, 가까워지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열심히 다가가란 얘기다. 꼭 사귀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거나 당장 연애를 시작하고 싶다는 기대만 하지말고,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해지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꼭 연애로 발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여유를 가지자. 자, 그럼 이 매뉴얼이 그대의 후라이데이를 블링블링하게 만들어 줄 수 있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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