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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어장관리에서 벗어나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

by 무한 2010. 11. 5.

어김없이 돌아온 후라이데이다. 이 설렘 가득한 후라이데이에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지 못한 채 어장에서 헤엄치느라 정신이 없는 대원들을 위해 오늘 매뉴얼을 준비했다. 그동안 매뉴얼을 통해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마세요."라거나 "상대가 당신의 삶에 차지하는 부분을 즐겨보는 TV드라마 정도로 줄이세요."라는 이야기를 해 왔지만, 상대가 살짝 떡밥만 뿌려도 "여기요! 여기 일등 참치가 있어요."라며 사물놀이를 하는 대원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까 한다.

어장관리와 관련된 매뉴얼에서 늘 말하듯, 당신에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과 당신을 외로움의 킬러로 고용하고자 다가오는 사람과 당신이 좋다고 하니 계속 좋아하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사람의 모습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그러나 멀리있는 버스가 어느정도 근방까지 다가오면 확연히 버스번호를 확인할 수 있듯, 경험을 통해 상대를 알아가면 구별이 가능해진다.

그 구별을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 바로 지금 살펴보자.


1. 하소연만 늘어놓는 상대에겐 답을 주지 말자

 

대표적인 멘트를 먼저 정리해 보자.

"요즘 일이 손에 안 잡혀. 외로워서 그런가?"
"난 여자 복이 없나봐. 주위에 여자들도 없고..."
"전에 너무 크게 데여서 그래. 이젠 누굴 믿기가 힘들다."
"난 눈도 안 높은데 왜 이러지? 나 좋다는 사람 있으면 나도 좋은데."


부족한 자신감 때문에 상대에게 자신감을 요구하며 위와 같은 멘트를 하는 대원들도 있지만, 자신의 원하는 대답을 들으며 만족을 느끼기 위해 이런 '하소연'을 늘어 놓는 대원들도 있다. 둘 중 어느 경우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쉽게 주지 말길 권한다.

당신과의 진지한 교제 없이도 원하는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은 상대가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는 '자동판매기'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자동판매기에 큰 의미를 두고 진지하게 알아가고 싶은 대원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위의 하소연은 실질적인 고민이 있어서 털어놓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당신의 마음을 떠보기 위한 '도구'이거나, 당신이 어장에 있나 없나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심한 경우, 상대는 "너, 내가 사귀자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어보고, 당신이 긍정적인 답을 하면, 상대는 다시 "야, 나 별로야. 나 같은 사람이랑 사귀지말고 넌 좋은 사람 만나야지." 따위의 말로 당신의 마음만 들춰보기도 한다.

분명 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 세상엔 좋은 사람도 많다는 대답, 주위에 이성이 많은 것 같은데 뭐가 외롭냐는 대답 같은 건 호주머니에 잘 넣어 두란 얘기다. 

- 요즘 일이 손에 안 잡혀. 외로워서 그런가?
- 그럼 발로 잡아봐.

 

심각한 분위기로 같이 진지를 먹지 말고 이처럼 가볍게 받아내는 방법도 있으나, 사람에 따라 유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추천까진 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하소연이라는 훼이크에 온 몸으로 반응하지 말라는 거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선 "그래? 그렇구나."정도의 추임새만 넣어 주다가, 나중엔 그 추임새를 생략한 채 "내가 지금 바빠서, 나중에 얘기하자, 미안."정도로 얕은 담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고의 대처 방법이다. 담장이 없다면 상대는 아무때나 뛰어넘을 수 있으니 앉아서 사타구니나 긁겠지만, 담장이 생기면 뛰어 넘으려 일어서서 노력하게 될 테니 말이다.


2. 상대를 알아가는 여러 가지 루트가 있는지 확인하자

 

전에 발행한 '문자로만 연애하는 남자'에 대한 매뉴얼에 "문자로만 연락하는 남자에겐, 문자로만 답해주는 것이 해답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말에 대해 일부 대원들은,

"여리고 조심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문자만 보내는데, 그게 죄입니까? 상처받기 쉽고, 예민하기 때문에 문자로만 얘기를 거는 것입니다."


이런 의견을 주셨다. 지금 살펴볼 '루트'와 관련된 이야기에서도 시공간의 한계와 여러가지 사연 등으로 일정한 방법 외에는 만남이나 연락을 하기 힘든 대원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답'에 대한 이야기인 까닭에 "꼭 몰라서 틀린 것이 아니라 문제를 잘못 읽었을 수도 있잖아요."라거나 "분명 3번이 답인 걸 알았지만, 마킹을 4번으로 잘못한 사람도 있는 겁니다."라고 과민반응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점 양해해 주시길 바라며 '루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어장관리를 당하는 대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만남이나 연락에 대해 한정된 루트를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둘 다 메신저에 로그인 해 있을 때에는 더 없이 가까운 사이로 지내다가 로그아웃 한 이후로는 모르는 사람처럼 지낸다거나, 만나서는 연인 부럽지 않게 웃고 즐기다 집에 돌아오면 남남이 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상대를 알아가는 것에 대해 한정된 루트만 사용한다면, 어장관리를 당할 위험은 물론이거니와 상대의 일부를 전부로 착각하게 되는 오류도 범할 수 있다. 마음이 맞아 연인사이로 발전한다 하더라도 늘 '적절한 시간'에 '절절한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그의 바쁜 모습을 보며 변했다고 생각하거나, 본 적 없는 상대의 다른 면을 보며 실망할 수 있단 얘기다.

그렇다고 24시간 연락을 하라거나 명탐정이 되어 그에게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찾아내라는 얘긴 아니다. 상대를 알아가는 루트를 최소 3가지 정도는 가지라는 거다. 서로 얼굴 보며 대화할 수 있는 '만남', 서로의 일상에 가볍게 노크를 하는 '문자메시지', 얼굴 보며 하기 힘든 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메신저'정도를 추천한다. 마음을 포장해서 건네는 '미니홈피 방명록'이나 일상의 여백을 채워줄 수 있는 '스마트폰 대화'도 괜찮다. 같은 취미가 있다면 동호회에 가입해서 활동하거나 둘 다 맛난 음식을 좋아한다면 '맛집순회계획'을 짜는 것도 좋고 말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한정된 루트로만 너무 둘의 관계를 발전시키면 곤란한 일이 벌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다양한 루트를 활용해 상대를 알아가며 자신의 존재에 좀 더 무게를 싣도록 하자. 그렇지 않으면 그냥 '문자친구'가 되거나 '전화하면 잘 받아주는 존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3. 할 말은 하고, 화를 내야 할 상황엔 화를 내자

 

엄마한테는 화 잘 내면서 왜 당신을 어장에 가둬둔 사람한테는 순한 양이 되고 마는가? 엄마에게 할 말 다 하고, 화 낼거 다 내는 것의 반만 상대에게 하더라도 상대가 그렇게까지 떡밥을 가지고 당신에게 장난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바쁘니 나중에 전화한다는 사람이 일주일 째 연락이 없다면, 그건 상대에게 당신이 '별책부록'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 아닌가.

"저를 밀어내려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얘기만 하지 말고, 상대가 밀면 밀려 나오자. 미는대도 악착같이 달려드는 건 간디(애완견 이름)가 내 양말을 물어올 때나 적합한 일이다. 던지면 물어오고, 던지면 물어오고, 그렇게 훈련이 된단 얘기다. 던졌는데 안 물어오면 내가 그 양말을 가지러 가지 않겠는가? 상대는 가만히 서 있고 당신 혼자 멀리 갔다가 가까워졌다 하는 행동은 어장 속에서의 힘찬 점프일 뿐이다.

"너 이쪽에 오면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 오게 되면 연락해."
"잘 지내? 요즘은 통 연락이 없네?"
"뭐 하면서 사시나? 학원은 잘 다니고 있고?"


상대의 이와 같은 멘트들을 십자가처럼 붙잡고 기도하지 말란 얘기다. 위와 같은 멘트는 그냥 한가로운 어느 날 졸업앨범보듯 던질 수 있는 얘기다. 당신이 학원 그만둔 지 반 년이 지났는데, 학원 잘 다니냐고 묻는 상대의 멘트에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하며 밀양아리랑 부르지 말자.

맹목적인 이해, 그리고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앓게 되는 '착한사람 증후군'같은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오라면 나오고, 몇 시든 부르면 오고, 언제든 전화하면 받고, 이러한 행동들을 둘 다 서로에 대해 하고 있다면 '애정'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일방적으로 혼자 하는 거라면 당신은 상대의 '팬클럽 회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장에서 플랜카드를 들고 흔들 생각이 아니라면, 할 말은 하자. 그리고 화를 낼 상황이면 화를 내자.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만약 상대가 먼저 당신에게 장난치듯 얘기를 꺼내놓고 그 부분에 대해 당신이 지적을 할 경우, 처음엔 당신에게 사과하던 상대가 결국 당신에게 화 낼 구실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예시를 하나 보자.

어장남 - 그럼 토요일 날 뽀뽀도 해 주는 거야?
솔로녀 - 그런 장난 좀 치지마. 전에도 얘기했잖아. 그런 장난 싫다고.
어장남 - 장난이지. 장난도 못 치냐?
솔로녀 - 난 그런 장난이 싫다고 했잖아.
어장남 - 알았어. 안 그럴게.
솔로녀 - 응. 그럼 토요일 네 시에 만나.
어장남 - 네. 네. 알겠습니다. 하라는 대로 하죠.
솔로녀 - 또 왜그래?
어장남 - 너한테는 장난도 치면 안될 것 같아서.
솔로녀 - 전에 안 하기로 약속한 장난이잖아.
어장남 - 그렇긴 한데, 이런 장난도 못 치면서 뭐하러 만나나 하는 생각이 드네.
솔로녀 - 그럼 넌 다른 사람들한테도 뽀뽀해달라고 그래? 친구들한테 다?
어장남 - 그건 아니지. 그냥 너랑 친해서 그런 건데, 아무튼 됐고, 잘 지내라.
솔로녀 - 아무리 친해도 같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게 있는 거잖아.
어장남 - 알았어. 네 말이 다 맞아.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잘 지내라.

 

여자가 너무 까칠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는 대원들도 있겠지만, 난 저 남자분이 다른 여자들에게도 '뽀뽀타령'을 한다는 것에 어제 산 개 치약을 걸 수 있다. 충치 및 구취를 예방하고 복용해도 체내에 무해한 치약인데, 아무튼 우리끼리니까 솔직히 얘기하자면, 위와 같은 수위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상대는 당신을 개 치약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되도록이면 그 어장에서 하루속히 나오길 권한다.

어장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며,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 다짐하는 대원들에게는 당신이 내린 그 답이 정답이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둘의 이야기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에누리가 붙지 않은 상황을 근거로 낸 그 답이 누군가의 조언보다 훨씬 '정답'에 가깝기 때문이다. 짝사랑도 사랑이라 정이 들고, 단칼에 베어내는 일이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독한마음 먹고 그 어장을 벗어나자. 그 어장 밖에는 당신이 크기를 짐작할 수도 없이 넓은 바다가 있으니 말이다.




▲ 간디는 오늘부터 프리스비 훈련에 들어갑니다. 조만간 사진 업로드 하겠습니다.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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