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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호감 가는 사람과의 술자리, 주의해야 할 것은?

by 무한 2010. 11. 12.
그제는 오랜만에 조개구이를 먹었다.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면 늘 먹다 중간에 일어선 듯 양이 차지 않았는데 지인으로부터 '조개구이 무한리필'집을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곤 "자비는 없다"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자비는 없다"프로젝트란 무한리필인 곳에 들어가 사장님이 눈물을 보일 때 까지 먹는 것인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리 일행이 앉은 곳 옆에는 동호회원들이 회식을 하고 있었다. 다들 가슴에 명찰을 하나씩 달고 있었는데, 난 그 중 '케로로'라는 닉네임을 단 분을 유심히 바라봤다. 남들보다 큰 덩치에 초록색 패딩점퍼를 입어 더 커보이는 그 분은, 케로로 라기 보다는 황소개구리에 가까웠다.

우리가 첫 번째 접시에 담긴 조개를 다 먹어갈 때 까지 그 분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조개만 드셨다. 옆에서 남들이 "게시판에 그 글 올라왔을 때, 나 진짜 놀랐잖아." 따위의 이야기로 떠들어도 케로로님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조개만 흡입하고 있었다. 

'아웃사이더'
의 모습을 보여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케로로님은 우리 테이블에 두 번째 리필조개가 다 익어갈 때 쯤, 자리를 풀쩍 풀쩍 옮겨다니며 '활발한 케로로' 컨셉으로 돌변했다.

"초코맛챕스틱님이죠? 우리 그때 채팅방에서 대화 했었는데, 기억해요?"
"용녀님 저도 홍삼 주세요~ 왜 전 안 줘요~"
"선녀님 이름이 진짜 선녀였어요? 하하하하하하. 진짜 웃기다."


그러니까, 그렇게, 케로로님은 침몰하고 있었다. 동호회의 여자 회원들은 '뭐야, 쟤 왜 저래?'라는 대화를 눈으로 주고 받고 있었고, 남자 회원들은 '혹시 케로로님처럼 어필해야 효과가 있나?'라며 유심히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초반부터 건배제의를 하며 분위기를 이끌던 닉네임 '가을남자'님은 자신의 포지션이 위협받고 있다 생각했는지, 케로로님을 견제하며 더 큰 목소리로 주의를 끌려 노력했다.

이미 만취상태인 케로로님은 여자 회원들에게 어깨동무를 하거나 러브샷을 제의하는 무리수로 결국 바닥을 쳤다. 케로로님을 밖에 데리고 나가 같이 담배라도 하나 피우며 "내일 아침, 눈 뜨자마자 후회하실 행동들을 지금 하고 계십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우리 테이블에 여섯 병 째 소주가 도착한 까닭에 소주를 흔들어 '밀키스'를 만드느라 그러지 못했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와 황금같은 주말에 행여 위와 같은 모습으로 침몰한 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분명 저한테도 호감이 있었던 것 같은데..."라는 메일을 보낼 대원들이 생기지 않도록 오늘은 술자리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술자리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사건들, 함께 들여다 보자.


1. 술 취해서 하는 고백은 하지도, 받지도 말자


그래 난 취했는 지도 몰라, 라면서 수 많은 대원들이 혀 꼬부라진 소리와 부담 가득한 눈빛으로 '취중진담'을 몸소 실천했다. 맨정신으로는 고백할 용기가 나지 않기에 술의 힘을 빌렸다는 대원들도 있지만, 사실 '취중고백'은 그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다음 날 '생각 안 나는 척'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에 여린마음동호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고백을 하는 입장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이 '술이 준 용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나친 대담함'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맨정신으로 선을 따라 걷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지만 술을 마신 뒤엔 비틀거리며 그 선을 이탈할 수 밖에 없듯, 술에 취해 하는 고백은 선을 넘어 좋지 않는 곳까지 치달을 수 있다. 메일로 도착한 사연 중엔 평소 다른 부서 여직원을 좋아하던 솔로부대 남성대원이 회식자리에서 그 여직원을 불러 고백하곤 그 여직원이 거절의 뜻을 밝히자, "왜 나한테 기회를 주지 않냐."'행패'에 가까운 행동을 한 이야기가 있었다.

다음 날 '기억이 안 난다. 정말 미안하다.'라며 사과를 한다 해도 어제 겪은 그 일, 어제 본 당신을 어떻게 잊겠는가. 당연히 같은 회사에서 계속 근무를 해야 하니 표면적으로는 당신의 사과를 받아주고, 괜찮다는 얘기를 하겠지만 이미 상대의 마음 속에서 '너는 아웃'이 되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괜찮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고백을 하려고 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질문만 하고 있으니 또 내 가슴이 아픈거다. 다트 던지듯 고백을 던질 생각이 아니라면 술과 고백은 되도록 멀리 떨어뜨려 놓자.

고백을 받는 입장이라면, 술 취해서 하는 고백은 술이 깨고 난 뒤엔 취기와 함께 사라질 위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와 관련된 사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분명 어제부터 사귀기로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자네요."라거나 "어제 할 거 다 해 놓고(응?) 실수였다네요."라는 사연이다. 고백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얘기지만, '술 취했을 때만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이란 사연도 있으니 역시 참고하길 바란다.


2.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지 말자


화장실을 갈 때라든가, 자리를 파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가 아니라면 일어나지 말자. 알콜 섭취로 인해 흥분상태가 되고,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재미는 있어 하겠지만 매뉴얼 서두에 등장한 '케로로'님의 이야기처럼 침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제 막 알아가는 단계에서, 상대는 당신의 보여지는 모습들을 근거로 당신의 성격, 과거 등을 유추하고 당신의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당신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은 거라면 다음 장소를 정할 때 당신 의견에 힘을 주어 말하는 것이나, 종종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 건배제의를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당신의 사교성을 보여주고 싶은 거라면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나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차분히 웃으며 대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분위기를 띄우겠다며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여러 사람에게 말을 건 뒤 과한 리액션을 하고, 개인기를 보여준다며 장기자랑만 하고 있다간 노래방 기계처럼 '반주음악'역할만 하게 될 수 있단 얘기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원래 낙천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데, 호감가는 사람이 있는 술자리에서는 그런 모습도 숨기라는 얘긴가요?"

라고 물을 대원들이 있을텐데, 자신의 흥분을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당신의 '재능'일 수 있으니 마음껏 발휘해도 좋다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단,

"그때는 그저 분위기를 띄우려고 한 행동이었고, 제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은데 왜 그걸 모르는지 알 수가 없네요."

라는 얘기도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걸 잊지말자.


3. 자기 밥상은 자기가 차리자


호감 가는 사람과의 술자리에 친구나 지인등을 '연애 도우미'로 섭외하는 대원들이 있다. 이미 자신의 마음은 그 '제삼자'들에게 다 털어놓은 상태고, "주변의 평가가 좋으면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된다."라는 말을 십자가처럼 쥐고 호감 가는 사람과의 술자리에 '제삼자'들을 초빙한 것이다.

일차적으로, 의욕이 과한 '제삼자'들의 헛발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남의 일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나가는 오지랖 넓은 '제삼자'라면, 훈훈한 칭찬들로 시작된 '도움'이 나중엔 발 벗고 나서 오만 가지 참견에 막무가내식 '이어주기'로 변질될 수 있단 얘기다.

"야, 나만 믿어. 내가 확실히 밀어줄게."

라고 이야기하는 '제삼자'일 수록 배를 산으로 몰고 갈 위험이 크다. 내게 온 사연 중엔 '제삼자'가 술에 취해 상대 여성에게 치근댄 사연도 있었고, 하지 않아도 좋을 과거사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든가 정신줄을 놓고 '재수씨타령'을 부르며 무형문화제로 등극한 사연도 있었다. 얼어서 버벅거리는 당사자 대신 부담없이 나온 '제삼자'가 더 빛을 발하며 "미안하다, 친구야."라는 멘트로 마무리 된 사연도 있었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 이제 막 알아가는 단계엔 서로에 대해 예민한 상태며 만남을 통해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시기다. 막연히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에 부른 '제삼자'들이 당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한 몫 하게 되는 것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말, 간단히 줄여 "유유상종"이라는 말로 상대는 당신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다.

밀어준다는 핑계로 옆자리에 앉히거나, 게임을 하며 흑기사가 되어 상대에게 소원을 말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정말 괜찮은 친구니까 한 번 만나보라고 계속 강요하는 행위에 기대지 말고 기대하지 말자. 연애는 남들이 차려준 밥상에 수저 하나 얹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앞으로 당신이 할 일이고, 당신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면 당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이제 막 싹이 터서 자라나고 있는 사이인데, 제삼자가 추수를 돕겠다며 나서봤자 열매를 거두긴 힘든 일 아닌가. 가지고 있던 호감을 사과로 바꿔 전달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자기 밥상은 자기가 차리자.


마지막으로, 그동안 하도 많이 이야기를 해 이제는 지겨운 '스킨십' 얘기를 짧게 적어둘까 한다. [교제 초기에 이성상대와 같이 술을 마실 경우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설문에서 남성의 70.1%, 여성의 61.1%가 "성급한 스킨십 시도"를 1위로 꼽았다. 연애에 대해 발 없이 떠다니는 말들이 술자리에서 "여성의 허리를 감싸쥐어라."라든가 "기습뽀뽀를 해라."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닐거라 생각한다.

상대의 입속을 궁금해 하는 것 보다 마음속을 더 궁금해 한다면 '무리수'를 두었다가 궁지에 몰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떠보기'의 도구로 '스킨십'을 사용하지 말란 얘기다. 상대가 솔직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왜 상대의 볼을 꼬집거나 화장실에 가기 전 상대의 허벅지를 짚는 행위로 상대의 마음을 점치고 있는가. 상대를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스킨십은 호주머니 깊숙한 곳에 잘 넣어두자.

술자리를 '결승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술자리 이후로도 시간과 기회는 많다. 지금이 바로 고백을 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대원이 있다면, 술의 힘을 빌리지 말고, 맨정신으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용기'를 내기 바라며 이번 매뉴얼은 여기서 마친다.




▲ 설문 결과에 "불필요한 사항 성급하게 언급"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마시길.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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