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애인있는 사람을 좋아할 때 돌아봐야 할 것들

by 무한 2010. 11. 18.
영화로 만들면 눈물 한 바가지 쏟을 만한 이 사연들을 어쩌면 좋을까. "그 사람을 제껄로 만들 방법은 뭔가요?"라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대원들과 "이렇게 그 사람 곁에 있으면, 언젠가 저에게도 기회가 오겠죠?"라며 슬픈 눈을 한 대원들, 모두 '품절남녀'를 좋아하고 있는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대원들을 두고 "사랑에 임자가 어디있습니까? 사랑은 쟁취하는 겁니다."라거나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내 눈에 피눈물 나는 법입니다."라는 재미없는 찬반투표식 얘기는 그만 두고, 현재 상태에서 돌아봐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1. 품절이 부르는 소유욕

모두들 마음 속에 청개구리 한 마리쯤은 키우고 있지 않은가. 금지된 일일 수록 더 하고 싶고, 가질 수 없는 것일 수록 더 가지고 싶어하는 그런 욕구 말이다.

나도 얼마 전 간디(애완견 이름)의 목줄을 구입하고자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품절'상품에 대한 욕구가 무럭무럭 자라 고생한 일이 있었다. 별 거 아닌 분홍색의 가죽 목줄인데, '품절' 표시가 되어 있는 물건이 뭔가 더 좋아 보이기 시작했고, 해당 쇼핑몰에 전화를 걸어 재입고 문의를 하기도 했다. 그 분홍색의 가죽 목줄에 '품절'표시가 없었으면 그냥 다른 목줄과 비교하다 '탈락'시켰을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오래 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는 '에스키모인들의 늑대 사냥법'을 기억하는가? 날카로운 칼에 피를 묻혀 얼리고, 그렇게 만든 얼음 덩어리를 늑대가 다니는 길목에 두면 늑대는 그 얼음덩어리 안에 사냥감이 들었다고 생각하며 계속 핥는다. 얼음덩어리를 핥으며 늑대의 혀는 마비되고, 얼음덩어리는 녹아 안에 들어있는 날카로운 칼이 드러난다. 늑대는 혀가 마비되어 칼날에 혀가 베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혀에서 나는 피냄새를 맡으며 먹이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늑대는 칼날을 계속 핥다가, 과다출혈로 눈 위에 쓰러진다.

품절이 부르는 소유욕은, 당신을 칼날을 핥는 늑대처럼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생활도 접어 놓은 채 상대에게 구애를 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쏟게 만들거나, 상대 말고는 세상에 의미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수 있단 얘기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상대에게 마음을 모두 빼앗긴 상태에서 벌이는 일을 스스로 '순교'로 생각하며 열심을 낸다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핥고 있는 것이 칼날은 아닌지, 생각해보길 권한다.


2. 상대의 애매한 태도는 응원이 아니다

애인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무작정 "네 애인한테 다른 사람이 접근한다고 생각해봐. 싫잖아. 그러니까 그만둬."라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우리끼리니까 솔직히 얘기하자면 애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의 100% 잘못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여지'를 주는 사람도 문제고, 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며 '가능성'을 내비치는 사람도 문제다.

내게 도착한 사연 중엔 연락처를 교환한 뒤 남자친구와의 문제를 상담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양다리'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데이트를 즐기는 이야기도 있었다. 심지어 같이 술을 마시며 스킨십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말이다. 철저하게 선을 긋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더욱 잘 보이기 위해 이미지 관리를 하거나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애인이 채워주지 못하는 관심과 애정을 상대에게서 받으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상대의 애매한 태도를 응원으로 받아들인 대원들이 "그 사람이 제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 해도 좋습니다. 그 사람만 행복할 수 있다면요." 따위의 이야기로 시공간을 오그라들게 만들며, 고독하고 쓸쓸한 길에 한 발짝 더 내딛기 마련이다.

회사에 타고 다닐 경차를 고르다 보면, 주변에서 경차보다는 소형차가 좋다는 얘기를 하고, 소형차 중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보면 또 주변에서 소형차 보다는 중형차를 사서 오래 타라는 등의 이야기를 해 마티즈 가격비교에서 쏘나타 가격비교까지 가는 것 아닌가. 상대의 애매한 태도를 응원으로 받아들여 조금씩 조금씩 용기를 내다보면, 처음 당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행동까지 서슴없이 벌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음 속에서 동기부여가 두더지처럼 고개를 내민다면, 고민할 것 없이 망치로 쳐서 다시 들여보내자.


3. 부담없음에 대한 오해


위에서 한 이야기들 때문에 "맞아. 그 사람이 확실히 선을 그었다면 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라거나 "이제까지 날 희망고문 한 거였군."이라고 이야기 하는 대원들도 있겠지만, '상대의 애매한 태도'는 '부담없음'으로 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부대원의 경우, 이성을 만나는 일에 별 부담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첫인상에 신경쓰거나 서로 신경전이나 탐색전을 벌일 필요가 없단 얘기다. 그런 특징은 당신에게 편안함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며, 그것을 상대의 '매력'으로 느끼기도 한다.

연애하며 습관화 된 상대의 모습을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연락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별 부담감을 가지지 않는 모습이나, 적절하게 챙겨주는 모습, 애정이 담긴 언행 등에서 '매력'을 느끼는 대원들도 있다. 상대는 친구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하는 행동들이지만, 당신은 그 행동들에 가슴이 뛰고 마는, 안타까운 오해다.

당신이 먼저 부담없이 다가갔다가 예상치 못한 가랑비를 맞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상대가 커플부대원이기에 연애상담을 하거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등의 일을 하다 상대와 친해지고 둘은 편안한 사이가 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간 내린 가랑비에 옷이 다 젖어 '이건 사랑이야.'라고 생각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역시, 안타까운 오해다. 


이처럼 애인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중인 대원들에게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골이 들어갔다고 골키퍼가 바뀌진 않습니다."라거나 "훗날 당신도 교체될 수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당신은 다른 곳 놔 두고 왜 거기서 공을 차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더 가깝다.

나에게 "무한님은 취미가 뭔가요?"라고 물으면, "인형뽑기 입니다."라고 대답할 정도로 난 자주 인형뽑기 기계를 찾는다. 일산서구 전 지역의 뽑기기계는 모두 한 번씩 경험해 봤으며, 크레인의 완력을 조절한 기계들을 파악해 두었을 정도다. 뜬금없이 왜 인형뽑기 얘기가 나오냐고 할 지 모르지만, 상쾌한 마음으로 천 원짜리 하나 들고 인형뽑기 기계를 찾으면, 판단력을 상실한 상태로 끊임없이 돈을 넣고 있는 아저씨들을 만날 때가 있다. 주머니에 있던 잔돈과 천 원짜리를 다 쓰고 나면, 만 원 짜리를 깨서 다시 '도전'을 외치고, 그래도 꽝이 되면 아예 만 원짜리를 집어 넣는 분들이다.

그렇게 수십 번의 시도 끝에 가스라이터를 하나 뽑으면 금방 모형총을 뽑을 기세로 또 '도전'을 외친다. 그리고 주머니에 더이상 돈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기계를 흔들거나 몇 번 발로 차곤 집에 가신다. 그런 모습만은 피하자는 얘기다. 상대를 자신의 종교로 만들어 순교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던 대원이 있다면, 오늘 매뉴얼을 읽으며 회개하길(응?) 바란다. 마트 계산대에서 제일 긴 줄을 찾아 서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조금만 눈을 돌리면 아무도 없는 빈 계산대를 볼 수 있는 법이다.




▲ 블링블링 후라이데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금씩만 더 힘냅시다! 추천은 무료!




<연관글>

연애할 때 꺼내면 헤어지기 쉬운 말들
바람기 있는 남자들이 사용하는 접근루트
친해지고 싶은 여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찔러보는 남자와 호감 있는 남자 뭐가 다를까?
앓게되면 괴로운 병, 연애 조급증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