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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발렌타인데이, 관심남을 초콜릿으로 사로잡기

by 무한 2011. 2. 11.
솔로부대원들의 1/4분기 첫 번째 고비인 발렌타인데이가 코앞이다. 발렌타인데이 얘기를 하면 또, "외국의 문화를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이 우습네요. 이건 그냥 초콜릿 회사들이 만든 상술 아닙니까?"라거나,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 대신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엿을 줘야 합니다. 빼빼로 데이를 이젠 가래떡 데이라고 하는 것처럼 발렌타인데이도 호박엿데이 등으로 대체 되어야 합니다. 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못하고 족보 없는 이상한 문화만 답습하는지 모르겠네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다. 

위와 같은 얘기를 하는 대원들에게는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다.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다른 사람들이 왜 내 맘 같지 않고, 나처럼 생각하지 않느냐고 혼자 화만 낸다면, 그 때부터 인생이 피곤해지는 법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모여 단체를 만들거나, 자신의 생각에 남들도 공감할 수 있게 글, 사진, 음악, 영상 등의 도구를 사용해 발행하거나, 브렌든의 경우¹처럼 자신의 뜻을 도와줄 수 있는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조소와 분노를 담아 아무데나 배설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단, 그것이 "난 족발이 제일 맛있으니까, 전국의 다른 식당들은 다 없애고 모두 족발로 업종변경 해야 한다. 족발만큼 우아한 음식이 어디 있는가. 다른 저급한 음식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따위의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가 아니라면 말이다. 쪼옥, 쪼오옥.

¹) 백혈병을 앓고 있던 11세 소년 브렌든은 불치병 어린이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미국의 '메이크 어 위시 재단'에 "병원에 가는 길에 수많은 노숙자들을 봤어요. 저들에게 무언가 갖다줘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분명히 그들은 굶주리고 있을 텐데..."라는 사연을 보냈다. 그 사연이 알려지며 브렌든의 이웃들이 샌드위치와 음료수 등을 노숙자들에게 가져다주기 시작했고, 방송을 통해 전파된 그 이야기에 감동한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 돕기 운동에 뛰어 들었다. 그들은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는 음식 포장에 '사랑을 담아, 브렌든으로부터(Love, Brenden)'란 문구를 적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브렌든의 병세는 악화 되었고, 브렌든은 "꿈을 잃지 마세요. 제 꿈도 결국 이루어졌잖아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저는 행복할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남긴 채 어머니의 품 속에서 숨을 거뒀다.


그나마 저런 이야기를 하는 대원은 좀 나은 편이다. 몇몇 대원들은 "무한님 글은 항상 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네요.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역시 여자들이 어떻게 줘야 하는 건지 밖에 설명을 안 하시는군요. 남자들은 주지 말라는 얘깁니까? 남자 여자 공평하게 매뉴얼을 발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발렌타인데이에 여자들만 초콜릿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나더러 웃으라는 건지, 울라는 건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자, 웃기는 방법도 가지가지 라는 건 이쯤 살펴보고, 관심남을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으로 사로잡는 방법, 출발하자.


1. 고백과 기대는 절대 하지 않는다.

빼빼로데이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발렌타인데이에서도 '초콜릿'은 '고백의 구실'이 아닌 '관계의 촉매'로 활용해야 한다. 난 진심으로 당신이 상대에게 '초콜릿'을 주고, 그 답례로 '미안해'라는 말을 듣지 않길 바란다.

산타클로스의 마음으로 주는 거다.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잘 모르겠지만, 널 일단 착한 애로 가정하고 초콜릿을 준다는 마음으로 살짝, 건네는 것이다. 단,

"너 그거 받고 어떻게 하나 보겠어."

라며 매의 눈을 뜨고 기대하는 일은 절대 해선 안 된다. 당신의 '초콜릿'은 상대에게 '생각할 거리'가 된 것으로 충분하다. 상대가 생각할 시간을 주자. 혼자 설레발을 치며 "초콜릿은 맛있게 드셨나요? 몰래 감춰두고 혼자만 드세요."라든가, "화이트 데이에 기대하고 있을게요."라는 문자를 보낼 필요가 없단 얘기다.

그대가 듣고 싶어서 못 참겠을 말은 내가 대신 해 주겠다.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내 표현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이 궁금해 닥달을 하거나, '내가 초콜릿도 주었으니 앞으로는 연락 자주해. 네가 문자 씹을 때마다 죽탱이를 날리고 싶으니까.'라는 마음은 갖지 말자. 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고, 괴로울 일도 없다.


2. 만지작거리지 말자. 녹는다.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들의 경우, 아침 부터 가방에 초콜릿을 담아 가서는 '그래, 지금은 너무 이르고 점심때 쯤 줘야지.'라고 생각한 뒤, 점심시간이 되면 '아냐. 집에 가기 전에 슬쩍 건네 줘야지.'라고 생각하다, 집에 갈 때가 되면 '아오, 저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랑 붙어 있는거?'라며 결국 전에 주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상대 미니홈피 탐방을 하며 초콜릿을 뜯어 먹는 경우가 많았다.

만지작거리지 말자. 초콜릿 녹는다. 망설이지 말자. 망설이다 후회한다. 당신의 초콜릿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다보면 초콜릿의 질량은 점점 늘어나 들기에도 벅찰 정도로 무거워 진다. 조카에게 "조카, 크레파스 18색이야."라며 크레파스를 건네는 기분으로 주는 거다. (어감이 좀 이상하게 들린다면 그건 그냥 기분 탓이다.)

10여 년 전에 건네지 못한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으로 아직도 후회를 하고 있는 J양(36세, 주부)의 이야기를 잊지 말길 바란다. 그녀는 하루 종일 초콜릿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다 결국 상대에게 전해주지 못했고, 표현 한 번 하지 못한 채 마음은 초콜릿처럼 녹아 자국만 남게 되었다.

"그땐 뭐가 그렇게 겁났던 걸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말 한 번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던 것이 바보 같아요. 지나가면 돌릴 수 없는 일인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바보같이 머뭇거리지 않고 웃으면서 건넬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얘기를 들은 J양의 남편은 "그 선밴가 하는 사람 얘기야? 그 얘길 아직도 해? 참나. 나도 그 때 초콜릿 주겠다는 여자들이 줄 서 있었어."라며 귀여운 질투를 했다. 줄은 무슨. 그때 희진이 누나한테 "집 앞으로 잠깐만 나와 봐. 할 얘기가 있으니까. 아냐. 이번엔 이상한 얘기 아니야. 끊지 말고. 희진아. 끊지 마. 희진아." 하고 있었으면서.

아무튼 당신이 한 5년 쯤 지나 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용기를 내자. 초콜릿을 건네는 게 너무 어렵다면, 열쇠라도 주자. "대화역 3번 출구 27번 사물함에 물건을 가져다 놓았으니 찾아 갈 것. 열쇠는 사무실 화분 밑에 있음."이라고 문자하나 보내주면 되는 일 아닌가.


3. 기억에 남게 만들자.


지금은 추워서 잠시 쉬고 있지만, 난 종종 자전거를 타고 파주 출판단지까지 다녀오곤 한다. 그 길을 오가다 보면 자전거를 탄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소녀다.

그 소녀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다들 바쁘게 자기 갈 길 가거나 서로 지나치면서도 힐끔힐끔 바라보는 것이 전부인 라이딩에, 처음으로 "안녕하세요."라며 밝게 인사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당시엔 갑작스런 인사에 '뭐..뭐야.. 날 아는 사람인가?'라며 당황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각해 보니 같은 '자전거'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취미를 즐기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는 뜻을 담고 있는 인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뭐, 잠시 아는 사람과 헷갈렸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자전거를 탈 때엔 인사를 잘하자, 라는 얘기가 아니라 당신의 초콜릿도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처럼 받은 뒤 금방 잊혀지게 만들지 말고,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로 기억될 수 있게 만들잔 얘기다.

어떤 방법을 써서 기억에 남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실 둘의 상황과 상대의 기호 등을 더 잘 알고 있는 당신이 세우는 게 맞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는 대원들도 있을 수 있으니 간략한 예시를 두 개 정도 소개할까 한다.

하나는, 초콜릿과 함께 "解析する前までときめいたんですか?" 정도의 문장을 쪽지에 적어서 주는 것이다. 일본어를 일식집에서 배운 지인에게 번역을 부탁한 거라 위의 문장이 틀릴 가능성이 높지만, 대략 "해석을 하기 전까지 설레셨죠?"정도의 뜻을 가진 문장이다. 일본어가 아니라 어떤 언어라도 좋다. 불어, 독어, 러시아어, 아랍어, 뭐든 간에 상대가 바로 해석하지 못하고 궁금해 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일이다. 아님 상대가 누군가에게 번역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을 미리 예상해 "이건 번역할 수 없는 문장이야."라고 적어 두는 것도 좋다.



▲ 대략 이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출처 - 이미지검색)

다른 하나는, '맞춤공략'이다. 그 사람의 기호를 파악해 선물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그정도로 파악이 안 되었다면 직접 '맞추는' 방법이 있다. 대화를 통해 살펴보자.

(초콜릿을 주기 직전)
솔로녀 : 무슨 색깔 좋아해요?
솔로남 : 나? 글쎄. 파란색이나 검은색?
솔로녀 : 아니, 어두운 계열 말고, 좀 밝은 색 중 에서는요?
솔로남 : 음.. 하늘색이나 초록색?
솔로녀 : 파란 계열 말고, 더 밝은 계열로는요?
솔로남 : 주황색? 흰색? 근데 왜?
솔로녀 : 주황색이랑 흰색을 섞은 것도 좋아하겠네요?
솔로남 : 뭐... 응. 섞으면 무슨 색이지?
솔로녀 : 노란색이요. 자, 오빠가 좋아하는 노란색으로 포장했어요.



억지지만, 상대의 좋아하는 색상도 파악할 수 있으며, 달랑 초콜릿을 건네는 것 보다 한 번 더 웃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같은 초콜릿을 전하더라도, 상대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저지르자. 누가 뭐라 든 당신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거창하게 준비하거나 값비싼 초콜릿을 사지 않아도 좋으니, 작은 초콜릿 하나로 당신은 '주는 기쁨'을 느끼고, 상대에겐 '받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자. 목적을 두지 않고도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일은 아름답다. 

당신의 그 '주는 마음'이 이 매뉴얼을 통해 보다 의미 있고, 보다 즐거울 수 있길 바라며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매뉴얼을 마친다.  




▲ 저에겐 초콜릿 대신 위의 추천버튼들 눌러 주시면 됩니다. 잘 먹겠습니다.(응?)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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