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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남자의 행동 3가지

by 무한 2011. 2. 7.
어제 식당에서 밥을 먹곤 야외 테이블에 나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한 꼬마가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채 내 옆에 앉았다. 꼬마는 표정을 방심에 맡긴 채 슬픈 눈빛으로 아이스크림을 핥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어른들의 위로닷!'이라는 심정으로 꼬마의 기분을 풀어 줄겸 말을 걸었다.

- 왜? 무슨 걱정 있어?
- 내일, 개학이에요.

오늘, 많은 대원들이 저 꼬마처럼 개학 전 날의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출근했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안개까지 자욱한 까닭에 핏기 사라진 풍경에 마음이 먹먹하고 말이다. 그런 마음에 채도를 좀 높이고자, 오늘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남자의 행동 3가지'을 준비했다.

부킹대학 런던연구소에서 보낸 자료와 그간 여성대원들이 보낸 "이 모습에 완전 반했어요."라는 사연들을 토대로 작성하였으니, '연애의 기술'을 원하던 남자대원들에겐 좋은 '모범답안'이 될 것이고, 여성대원들에겐 아래 글에 심남이의 모습을 대입해가며 잠시나마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자, 그럼 갈 길이 머니 서둘러 출발해 보자.


1.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챙겨주는 모습


정말 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만난 경험이 별로 없는 대원들에겐 '익숙하지 않아서 못하는' 일이 되어 버리기 쉬운 부분이다. 특히 무뚝뚝한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혼자서 하는 일이 많은 대원들의 경우, 이 부분에서는 '생각도 못했는데 낙제'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음료수를 마시게 되면 상대 음료수의 뚜껑을 열어 주는 것, 서로 다른 메뉴를 시켜서 밥을 먹는다면 음식이 나왔을 때 일정량을 덜어 상대에게 권하는 것, 상대가 추워 보이면 목도리나 장갑 정도를 벗어 권해주는 것 등등 사례들을 더 열거하지 않아도 뭘 얘기하는 지 알 거라 생각한다.  

동성친구들끼리는 음료수를 따 주거나 목도리나 장갑을 벗어줄 일이 없기에 자연히 그런 부분에선 '개인플레이'가 몸에 익기 마련이다.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표현'이 중요한데, 많은 솔로부대원들이 그 표현에 관해 문자에 이모티콘 적어 보내거나 편지와 선물을 전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해야 하는 '표현'보다 효과적인 것이 위에서 이야기 한 원초적인 표현이다. 그 표현은 몸으로 느껴지며 바로 마음으로 전달된다. 백날 집에서 전화기 붙잡고 "넌 이상형이 뭐야?"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앉아 있는 것보다, 한 번 만나서 음료수 뚜껑을 열어주는 것이 낫단 얘기다. 

게다가 원초적인 표현에서 느낀 감동은 유효기간이 없다. 올해 78세가 되신 김순옥(가명, 무직)할머니께선 어렸을 적, 통조림 깡통을 손 다치지 않게 열어 주었던 한 남자를 잊지 못하고 계시다. 그게 벌써 60년도 더 지난 일인데 말이다. 그 얘기가 나오면 할아버지께서 개밥주러 나가시는 건 슬픈 일이지만.(응?)
 

2.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모습

대화 시 말을 끊지 않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에 마음이 흔들렸다는 여성대원들이 많았다. 이는 아마도 여성과의 대화 시 '리드해야 한다.'는 강박에 아는 화제가 나오면 "아, 그건요~"라며 끼어들거나, '유머러스한 남자'가 되기 위해 '듣기'보다 '말하기'에 신경쓰는 남자가 많았기 때문인 듯 싶다. 

자신의 '대화습관'에 대해 한 번 돌아보자. 늘 얘기하지만, 여성들의 대화는 남자와 달리 '문제해결'이나 '조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화하고 있다는 행위만으로도 여성에겐 '위안'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소개팅에 나와선 '과거 연애사'를 물으며 '영혼 치료사'가 되려는 남자에 대한 사연이 많았다. 상대가 이야기를 꺼내면,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라는 말로 치고 들어와 대화를 장악해 버리는 사연도 많았고 말이다. 절대 '방송국에 있는 친구'나 '호주에서 유학 중인 친구'의 이야기를 하느라 그녀의 말을 자르지 말길 권한다.

연애 중인 커플부대원의 사연 중에도 이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모습'이 빛을 발한 이야기가 있었다. 남자친구와 싸움 중인 여성대원이 자신의 불만들에 가시를 달아 아프게 계속 쏘았는데, 남자친구는 여느 남자들처럼 그 이야기에 하나하나 토를 달지도 않고, 동굴로 들어가 침묵만 지키지도 않았다고 한다.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차분히 다 들은 남자는, "마음속에 응어리 없이 다 얘기 한 거지? 난 그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 라며 '화해'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사연을 주신 분은 남자친구의 이 어른스러운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 다시 한 번 반했다고 고백했다.

'조언자'가 되려 앞서 나가지 말고, '동반자'가 되어 옆에서 함께 걸어보자.


3. 엄지손가락을 들 줄 아는 모습
 

당신은 올해 들어 타인에게 몇 번의 칭찬을 했는가? 당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많은 사람들 중 당신의 칭찬을 받아 본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가? 뭐,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나 역시 올해 들어 38일 동안 4번 정도 밖에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얘기해주지 못한 것 같다. 새해엔 칭찬을 좀 많이 하고자 '칭찬 달력'을 만들어 동그라미로 기록하는 중인데, 동그라미가 네 개 밖에 없다.

많이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는데 이 부분에서도 점수로 치자면 50점을 넘지 못한 것 같다. 이거 쓰다 보니 일기를 쓰고 있네? 일기는 접어두고, 당신도 나와 함께 올 한해에는 '엄지손가락을 들 줄 아는 남자'가 되는 건 어떨까? 하루에 한 번씩 다른 사람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주는 것이다. 

노래방에서 "와, 이 노래 네 목소리랑 정말 잘 어울린다. 원곡보다 더 좋은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노래를 자신의 '대표곡'으로 설정하는 것 아닌가. 이처럼 '엄지손가락'은 상대의 마음을 부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무작정 칭찬을 하자는 건 아니다. 뭐, 립서비스라도 안 하는 것 보단 하는 게 낫겠지만 우리가 해야 할 '칭찬'은 상대가 신경 쓴 것을 찾아내 그 부분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주는 것이다. 작게는 상대가 새로 머리 한 것을 발견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주는 것이며, 크게는 상대가 창작한 것에서 상대의 의도를 읽고 그 부분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칭찬은 평소 상대에 대한 '관심'과 그 분야에 대한 '안목'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

당신이 '사나운 개'를 표현하고자 칼날을 이어 붙여 조형물을 만들었다고 해보자. 작품명에는 '개'라고 밖에 써놓지 않았는데, 상대가 그 조형물을 보고 "쓰다듬기 불가능한 사나움을 칼날로 표현한 거야? 멋진 아이디어야!"라는 이야기를 했다. 칭찬을 받은 당신의 기쁨도 기쁨이지만, 상대의 안목에 대해서도 당신 역시 감탄할 것 아닌가.

'엄지손가락 들기'란 바로 위와 같은 '칭찬'을 의미한다. 상대의 책상 배치, 상대의 글, 상대의 코디, 상대의 습관, 그 어느 곳에서라도 엄지손가락을 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천천히 살펴보자. 


끝으로, "무한님이 쓰신 책을 읽다 보니, 일기쓰기가 유머감각과 센스를 키워줄 거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일기는 그냥 평범하게 쓰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주신 분께 답을 드리며 이번 매뉴얼을 마칠까 한다.

유머감각이나 센스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란 줄기가 있어야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칭찬'부분과 연관 지어 이야기 하자면 자신의 '안목'이 있어야 한단 얘기다. 물론, 재미난 이야기들을 여러 개 외우고 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도 있고, 엉뚱한 행동을 해 다른 사람들을 웃길 수도 있지만, 그건 휘발성이 강하다.

반면, 독특한 시각에서 상황을 살펴 이야기 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상황을 재해석 하는 것은 더 오래 기억되며 '감탄'을 자아낼 수 있다. 이러한 '안목'을 기를 수 있는 방법으로 '일기'를 추천한 것이다. 일기를 쓰면 자신만의 표현이 생기기 마련이며, 그 표현은 언제라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그 '표현'은 위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늘기 마련이다. 널리 알려진 웹툰 작가들의 최초 연재분과 현재 연재분을 살펴보면 그림체가 확실히 발전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일기 쓰기가 귀찮다면, 동선이 겹치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기쓰기 보다는 '실전'에서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일기도 무료고, 대화도 무료고, 칭찬도 무료고, 표현도 무료다. 돈 드는 일 찾지 말고, 무료인 것들부터 하나 둘 먼저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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