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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모태솔로가 범하기 쉬운 치명적 실수 세 가지

by 무한 2011. 3. 1.

지난 매뉴얼에 달린 댓글 중, '친절'에 관한 이야기들이 눈에 많이 띈다. 대부분 내겐 필요 없고 원하는 것도 아닌데 상대가 계속 들이밀면 참 피곤하다는 얘기들이다. 만약 그대가 채식주의자 인데, 누군가 그대를 초대해 갈비에 생선회에 각종 육류 반찬들이 가득한 밥상을 차려준다면 난감할 것 아닌가. 바로 그것과 비슷한 경우다.

그런 까닭에 모태솔로부대원들에게 "일단 상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친해지는 것이 먼저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한 열 세 번쯤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뭔갈 해야 한다.'라거나 '뭔갈 선물해야 한다.'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극세종기지에 에어컨을 선물하겠다는 식의 '감동이벤트'이야기 하는 대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이처럼 모태솔로가 범하기 쉬운 치명적인 실수들 중, 오늘은 사연에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세 가지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까 한다. 늘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기-승-전-병의 구조로 맴돌고 있는 이야기들, 그 문제와 해결책을 확실히 정리해 보자. 


1. 모든 이성을 연애상대로 보는 실수


아침 출근 길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아래층의 남자,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 회사에 일 때문에 찾아온 거래처 남자, 퇴근하며 간단하게 술 한 잔 하기 위해 간 술집에서 카운터에 있던 남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내려 집 앞까지 걸어오다 우연히 같은 단지까지 걸어오게 된 남자 등등 이 모든 남자들에 '연애상대가 될 가능성'을 부여한다.

물론, 이렇게 스쳐가다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예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했듯, 공원에 배변봉투를 가지고 오지 않아 난감해하는 여자사람에게 휴지와 배변봉투를 빌려줬다가 그것을 계기로 친해지고, 결국 결혼까지 한 커플도 있지 않은가. 언제 어디서 자신의 반쪽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 언제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이란 얘기도 했었고 말이다.

그러나 자신이 반짝거릴 생각은 하지 않으며, 남들의 반짝거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간 '상상연애'나 '짝사랑'만 하게 될 위험이 크다. 혼자 시작하고, 혼자 키워가고, 혼자 정리하게 된단 얘기다.

모든 이성을 '연애상대'로 생각하면 이성과 대화를 하고 친하게 지내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평소 언어생활에 아무런 불편도 못 느끼고 사는 사람을 붙잡곤, '먹는 밤'과 '어두운 밤' 중 어떤 '밤'이 길게 발음되는 지를 물으면 몇 번 발음해 보다 혼란의 늪에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모든 이성을 '연애상대'로 생각하는 순간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단 얘기다.

그간 모태솔로부대원으로 살아온 까닭에 이성과 친구처럼 지내는 일이 '컬쳐쇼크'로 느껴진다면, '연애상대'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이성들과 먼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친하게 지내길 권한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감'이 생기고, 그 '감'을 이용해 다른 이성들과도 어렵지 않게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2. 상대의 호감 확인에 올인 하는 실수


호감은 확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원들이 '호감'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현재의 호감은 32.84%로 보입니다. 투자를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라고 답해줄 수 있다면, 나도 참 편할 것 같다. 하지만 호감은 변덕과 일촌이 아닌가. 어제 넘칠 정도로 있다가도 오늘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닥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호감이다.

"그 사람이 저에게 호감이 있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려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사람에게 친하게 굴까요? 아니면 그 사람을 피해 다니면서 할 일을 할까요?"



이런 질문에는 "친하게 굴며 할 일을 하세요."라는 대답을 드리고 싶다. 왜 상대가 약간의 호감만 보여도 만사 제쳐두고 연애전선에 뛰어들려 벼르고 있는가? 당신이 정말 포근한 '보금자리'라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달려들지 않아도 당신의 마음을 경험한 사람 그 자신이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을 것이고, 당신을 더 알고 싶을 것이고, 당신을 사랑하고 싶을 것이다.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이 없는 것 같으면, 앞으로 피하겠다느니 마음을 접겠다느니 뭐 요따위 얘기들은 그냥 귀여울 뿐이다.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 일 같으면, 왜 많은 사람들이 불면에 시달리며 베개를 눈물로 적시겠는가.

결국, 그대의 질문을 요약하면 "호감이 있는 건가요? 맞다면 전 올인 하고 싶은데요."라는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절대로 올인 하지 말자. 올인 하는 순간 당신은 상대에게 '사은품'이 된다. 함부로 다룰 수 있고,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된단 얘기다.

상대가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면, 그냥 감사하게 그 호감을 받아들이자. 꼭 누가 만 원짜리 선물 주면, 이만 원짜리 보답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처럼 호들갑을 떨지 말고, 그 호감을 월급날에 월급 받듯 당연하게 좀 받아보자. '아니, 나 따위에게 호감을?'이라며 큰절하거나, '나에게 호감이 있다니, 이제 연애 시작인가?'이라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고, 그 호감이 익을 때 까지 차분하게 보살피자.


3. 술이 부르는 실수



모태솔로부대원들의 문제 중 '직접적인 헛발질'의 원인은 8할이 '술'때문이다. 술 마시고 전화하기, 술 마시고 고백하기, 술 마시고 꼬장부리기 등 다양한 형태로 침몰해 가는데, 뭐가 제일이라고 손에 꼽을 수도 없을 정도로 하나같이 안타깝다. 그런 사연들엔 공통적으로,

"술 때문에 용기가 났는지..."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건 큰 착각이다. 술 먹고 낼 수 있는 것은 '객기'지 '용기'가 아니다. '용기'는 맨 정신에서만 낼 수 있는 것이다.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오늘 저녁쯤 동네 파출소에 방문해 보길 바란다. 강호를 주름잡는 '취객'들이 모여서 서로의 무공을 겨루고 있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찰에게 겨루기를 요청하는 그 모습을 보고 당신은 '용감하다'고 하는가? 취한 건, 그냥 취했을 뿐인 거다.

다음 날 사과해야 할 일은 제발 좀 하지 말자. 이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순간의 기분을 자제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지르고 마는 대원들이 많기에 또 슬프다. 술이 가져다 주는 그 기분에 속지 말길 권한다. 술은 당신에게 "야, 지금 지르면 그냥 다 잘 될 것 같은데?"라고 속삭이겠지만, 거기에 넘어간 대부분의 대원들이 얻은 것이라곤 '숙취'와 '연락두절'밖에 없다. 마음이 술 때문에 둥둥 뜨기 시작하면, 그 땐 핸드폰을 손에 쥐어선 안 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정리하자면, 아직 이성과의 대화나 만남이 어색한 대원은 그 '두려움'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먼저다. 그저 모든 이성을 '연애대상'폴더에 집어넣지 말고, '이성 친구'나 '아는 이성'등의 폴더(응?)도 만들자. 미용실에 가더라도 입 꽉 다물고 있거나 쭈뼛거리지 말고 자연스레 대화를 나눠보란 얘기다. '사귀는 사람이 아니라면 같이 밥 먹어선 안 돼.'라고 못 박거나 '같이 밥을 먹다니, 이러다 사귀게 되는 건가'라며 김칫국을 마시지 말자.

그리고 상대의 호감을 확인하는 일에 신경을 집중하지도 말자.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책을 보거나, 문제를 풀거나, 강의를 들으며 '준비'해야 하는 거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제가 붙을 수 있을까요?"만 묻는 것은 바보 같은 짓 아닌가. 또한, 상대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진 듯 보인다면 그 호감에 호들갑을 떨지 말자.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쉽다. 그러니 그 쉬운 얘기 하나만 믿고 자신을 '올인'하지 말고, 그 호감이 익을 때까지 보살피며 키워가자. 그러다보면 그 호감이 '보석'인지 '플라스틱'인지도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은 술이 저지르고 뒤처리는 당신이 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자. 술이 유죄고 당신은 무죄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남은 건 당신 혼자고, 모든 책임은 당신이 지게 될 테니 말이다.

오늘 소개팅이 있다고 사연을 주신 많은 대원들이 이 시간, 분발하고 있길 바라며. 오늘 매뉴얼을 여기서 마친다.



▲ 소개팅에선 "경민씨는 종교가 뭐에요?", "참이슬람교 입니다." 정도로만!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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