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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by 무한 2011. 3. 7.
그러니까 바다 입장에선 억울한 거다. 빈약한 몸을 해가지고선 찾아온 연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해 놨더니, 실컷 먹고 마시고 잘 놀던 연어는 "나 이제 산란하러 가 봐야해. 잘 있어."라며 강을 찾아 간다. 내게 사연을 보내는 일부 여성대원들도 이처럼 '회귀본능'을 보이는 심남이(관심 있는 남자)때문에 바다처럼 퍼렇게 멍이든 듯 보인다.

심남이가 말이라도 안 했으면 가슴 아픔이 덜할 텐데, 예전에 사귀던 여자애는 나쁜 애라느니 아무것도 모르고 잘해 줬던 것이 후회가 된다느니 하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 놓곤, "나 예전 그 애랑 다시 만나. 미안해."라며 연락두절. 피곤하다. 이런 피곤한 일들은 대체 왜 생기는 걸까? 혹시, 간 때문일까?(응?)

회귀본능을 가진 심남이와 심남이의 옛 여친, 그리고 피곤과 간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1. 사실 그는, '정지'가 아닌 '일시정지' 중

연애에는 '데이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로 떨어져서 시간을 좀 갖자."라든가 "당분간 연락하지 말고 지내보자.", 혹은 "우리 헤어지자."도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해, 서로의 관계에 공휴일을 보내는 중인 '심남이'를 만났을 경우, 그는 '옛 여친'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
 
분노와 미움은 시간에 쉽게 녹는다.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난 우리집 앞에서 시동을 걸어 놓고 있는 차 때문에 마음속으로 범죄소설을 쓰고 있었다. 삼십 분 쯤 시동을 거는 것이라면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었나 보다, 하며 이해해 줄 수 있겠지만 두 시간 넘게 시동을 걸고 있는 걸로 봐선 차에서 히터를 켜 놓고 잠이 든 듯 했다. 헤드폰을 낀 채 음악도 들어보고 안방으로 자리를 옮겨 누워도 있어 봤지만 웅웅웅웅 거리는 소리를 떨쳐내지 못했다.

참을 인자 19개를 새기고 난 뒤, 난 옷을 챙겨 입었다. 현관문을 나서며 그동안 봉인해 두었던 '1옥타브 낮은 목소리'가 잘 나오나 시험해 봤다. 손등을 상대 쪽으로 둔 채 유리를 두드리는 것은 너무 가냘픈 느낌이 드니 '나 화났다.'는 것을 확실히 표현하기 위해 차 앞쪽의 보닛을 손바닥으로 두드리기로 마음먹었다. '두 번 두드리는 것이 좋을까, 세 번 두드리는 것이 좋을까.' 라는 고민을 하다 세 번은 너무 촐싹맞은 것 같으니 '무거운 느낌으로 텀을 좀 둔 두 번.'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차의 앞 쪽으로 다가가는 바로 그때,

차의 시동이 꺼지며 두 남녀가 내렸다. 난 차까지 다섯 걸음 정도를 남겨 둔 상황. 두 사람은 차에서 내리며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날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며 난 그대로 그 둘을 가로질러 쓰레기 분리수거장까지 걸어갔다.

'나.. 뭐하는 거야?'

그 둘이 사라질 때 까지 난 '종이류'에 있는 박스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곤 부정출발을 한 육상선수의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그렇게 해결이 되고 나니 마음속의 분노와 미움은 사라지고, 사랑과 평화가 찾아왔다.

연인들이 싸움으로 인해 마음에 분노와 미움을 품더라도, 그것은 시간에 녹아 점점 그 농도가 낮아진다. 당신이 친한 친구와 싸운 직후엔 다신 안 보리라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며 다시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까닭에 이제 막 연애를 끝마쳤다는 상대와 만날 땐, 그 순간의 감정에 확신이 들더라도 '베타기간'을 갖길 권한다. 빨리 가려다 잘못 가는 것보다, 늦게 가더라도 바르게 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이니 말이다.


2. '옛 여친'이란 존재

많은 여성대원들이 '심남이의 옛 여친'을 그저 '과거에 심남이 옆에 있었던 들러리' 정도로 생각하는데, 그건 큰 오산이다. 지금 상황에서 당신이 '직장동료'라면 심남이의 옛 여친은 '학교동창'정도의 레벨이다. 심남이와 당신이 친해지고 있는 시점이라 해도, 옛 여친의

"잘 지내지? 직장생활은 어때? 사람들은 괜찮아?"

라는 연락 한 번에, 당신과 심남이의 관계는 '직장사람'정도로 한 없이 가벼워 질 수 있다. 당신이 옛 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 그 커다란 심남이를 그저 '그 남자'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얘길 하면 또, "전 심남이가 여자친구 사귀기 전 부터 알고 지낸 사이거든요?"라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는 대원들이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집을 가 본 적 있는 사람''그 집에 살던 사람'의 차이는 크다.

게다가 알게 된 시기와 관계없이 심남이의 '놀부 프로세서'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옛 여친에게 누군가 고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옛 여친이 누군가와 사귄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놀부 프로세서'를 가진 심남이들은 배가 아프기 마련이다. '있을 땐 몰랐던' 부분들까지 하나 둘 발견하며 '옛 여친의 재해석'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미니홈피'가 '놀프 프로세서'를 부추기게 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메일, 문자, 메신저 등등 우리는 충동을 빠르게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이 문제는 심남이 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동은 심남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옛 여친의 '팥쥐 프로세서'가 발동해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 이걸 시원하게 쳐서 경기장 밖으로 날려야 하는데, 우물쭈물 하다가 몸에 맞고 걸어 나가는 심남이들이 많다. 아,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얘긴데 옛 여친에게 온 메일에 답장을 보냈다가 아내에게 걸려 집안에 쓰나미가 왔다는 사연을 보낸 대원 분은 어서 아내에게 삼보일배로 다가가길 권한다.

지난 시간에 이야기 했던 '비교'도 문제가 된다. 지금 막 알아가는 사람은 자연히 예전에 옆에 있던 사람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 전의 기억이 끔찍했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은 감정의 풍화작용이 일어날 것이고, 그건 옛 여친에게 가산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별 후에는 한뼘 더 자라는 까닭에,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후회로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부를 수 있다.

매뉴얼의 특성상 좀 극단적인 부분을 적어 둔 것이니 너무 겁먹진 말길 권한다. 이 매뉴얼을 보곤 '옛 여친 공포증'같은 증상을 보이며, 심남이의 모든 행동을 '회귀본능'과 연관시키진 않았으면 한다. 그저 경우의 수를 여러 개 두란 거다. '절대 이럴 순 없어.'라고 생각하면 크고 아름다운 헛발질만 하게 되는 법이다.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에 에어백을 달아두자. 


두 가지만 더 적어 두자면, 절대로 자신의 연애사를 늘어 놓으며 신음하는 사람과는 길게 이야기 하지 않길 권한다. 정말 아픈 사람은 그렇게 앉아서 증상을 설명할 기력이 없는 법이다. 그건 그저 상대의 '레퍼토리'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으며, 상대는 상상과 추측과 왜곡이 더해진 그 이야기를 현실과 혼동하고 있을 위험이 있다. 

그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며 친해진다고 해봐야 결국은 '상담사'의 역할만 하게 될 수 있다. 둘 사이에 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은 훗날 당신이 다시 떠올리게 되면 터지는 '지뢰'가 되어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정말 괜찮은 상대가 연애사를 늘어놓으려고 하거든, 캐내려고 하지 말고 "앞 페이지는 넘어갔으니까, 지금 페이지를 보는 건 어때요."라고 상콤하게 애기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에게 아무리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벙커'가 되진 말았으면 한다. 벙커는 외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때만 찾는 장소다. 밖이 혼란스러우면 찾아와 몸을 숨기지만, 밖이 다시 잠잠해지면 당연한 듯 벗어난다. 이러한 '벙커' 역할만 하고 있는 솔로부대원들이 꽤 많다. 당장 그 어둡고 습한 곳에서 나와 양지 바른 곳에 자신을 두자. 둘의 관계를 공개할 수 없는 사이라는 건 대개 '벙커'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이런, 다 적고 보니 피로와 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은 것 같다. 그 얘기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 이어서 하기로 하자. 아무쪼록, 화내면 혼자 바보 될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돌아서자니 그것도 혼자 바보 되는 것 같은 '바보 딜레마'에 빠진 대원들이 툭툭 털고 힘차게 월요일을 시작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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