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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오빠에서 부담스러운 선배가 된 남자 외 1편 친한 오빠에서 부담스러운 선배가 된 남자 외 1편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갔을 때의 일이다. 나와 친구들이 들어간 쪽의 안전요원은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누군가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호루라기를 불며 제지했다. 안전선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리에서 조금만 이탈해도 다시 무리로 들어올 때까지 호루라기를 불어댔다. 안전을 위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게 놀 수가 없었다. 꼬꼬마들이 모여 있는 -허리까지밖에 물이 안 오는- 곳에서 멍하니 파도를 바라보고 있어야 그 안전요원이 안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강력하게 제지하는 안전요원의 구역 반대쪽으로 가서 놀았다. 반대쪽 안전요원은 안전선 이내라면 .. 2014. 4. 23.
결혼 할 생각 없이 만나는 커플 외 2편 결혼 할 생각 없이 만나는 커플 외 2편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였던 폴 발레리가 말했다.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꼬꼬마시절 대학에서 CC를 할 때에는 어차피 결혼도 먼 미래의 얘기고, 만나서 얼굴만 봐도 별 걱정 없이 즐거우니 그냥 그렇게 연애할 수 있다. 그때는 결혼을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하게 될 수 있다고도 막연히 생각할 수 있고, 사귀다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지면 헤어질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 시기에 그럴 수 있긴 한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그 태도로 살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청춘은 영원한 것이 아니고, 또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 2014. 4. 22.
여행지에서 만난 그녀, 물리적 거리의 한계 외 2편 여행지에서 만난 그녀, 물리적 거리의 한계 외 2편 영화 에서 장국영은 장만옥에게 부탁한다. 자신의 시계를 1분만 같이 봐 달라고. 시계의 분침이 2시 59분에서 3시로 옮겨가자, 장국영은 말한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당신과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당신 덕분에 난 그 1분을 기억할 거야. 지금부터 우리는 1분의 친구지. 이건 당신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으니까." 저걸 장국영과 장만옥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나도 기억하고 있다. 저 중독성 있는 멘트는 한 번 듣고 나면 잊히질 않는다. 감수성이 풍부한 학창시절에 저 장면을 보게 되면, 어느 사람에게건 나중에 써먹고 싶어지는 충동이 든다. 때문에 내 친구 Y군은, 꼬꼬마 시절 이성과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2014. 4. 18.
썸을 훼방 놓는 여자사람 친구, 어떡해? 외 1편 썸을 훼방 놓는 여자사람 친구, 어떡해? 외 1편 S군은 몇 달 전부터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친하게 지내는 여자사람 친구 B양의 권유로 나가게 된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나가게 된 교회에서, S군은 운명의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를 여기서는 편의상 A양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S군은 A양에 대해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A양은 꾸미는 것에 대해서도 또래와 달리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화장도 기초화장만 합니다. 그런데 예쁩니다. 웃는 건 더 예쁩니다." 이로써 우리는 S군이 A양에게 완전히 빠져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S군을 교회로 인도했던 B양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은 것이다. 그녀는 S군에게 ⓐ 걔는 내가 친동생처럼 아끼는 아이다. 꿈도 꾸지 말아라. ⓑ 만약.. 2014. 4. 16.
분명 느낌은 좋은데 꿈쩍 않는 수영강사 외 1편 분명 느낌은 좋은데 꿈쩍않는 수영강사 외 1편 간만에 사연을 읽다 큰 웃음을 웃게 해준 H양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난 H양이 사연신청서 '가장 최근에 상대와 나눈 이야기'란에 강사 - 무릎을 펴세요! 더! 세게 차세요! H양 - 으으으엑- 이라고 적은 걸 보고 커피를 뿜어버렸다. 원두커피를 마시던 중이었으니까 다행이지, 믹스커피였으면 책상이 온통 찐득해 졌을 것 같다. 하지만 사연 곳곳에 깨알 같은 재미가 있는 것과 달리, 전체를 놓고 보면 H양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는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전체를 다 다루려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H양이 질문한 것들을 위주로 사연을 살펴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분명 느낌은 좋은데 꿈쩍 않는 수영강사. 이 사연이 왜 총체적 난국인.. 2014. 4. 15.
첫 만남에 스킨십, 연락두절 된 여자 외 2편 첫 만남에 스킨십, 연락두절된 여자 외 2편 가끔 노멀로그 독자 분들의 관찰력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오늘 글 색깔은 왠지 발랄한데요? 색감이 진하고 또렷해졌어요." "글의 가장 첫 부분에 제목이 흰색으로 한 번 더 쓰여 있더군요. 왜죠?" "지난번에 핼리혜성 2061년에 온다고 하셨는데, 왜 이번엔 2062년으로 적으셨죠?" 첫 번째 질문에는, 지난 매뉴얼부터 새 에디터로 글을 작성했기 때문이라는 답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에디터를 바꿨더니 소제목을 적는 곳의 상하 여백이 좀 달라졌고, 파랑과 분홍의 글자색도 달라졌다. 이전 에디터에서는 파랑의 기본색이 '3058D2'였는데, 에디터를 바꾸고 나서는 '0900FF'가 파랑의 기본색이 되었다. 기존의 색상 값을 직접 적어서 유지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2014. 4. 14.
매너인지 호감인지 알 수 없는 소개팅남 외 2편 매너인지 호감인지 알 수 없는 소개팅남 외 2편 상대의 행동이 매너든 호감이든 난 J양에게, "제가 여자로 안 보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랑 완전히 격 없이 지내는 사이에요. 둘이 팔짱끼고 돌아다닐 때도 있는데, 진짜 무슨 감정이 이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냥 서로 밥 같이 먹고, 좋은 거 보이면 선물하고, 일 생기면 달려가는 그런 친구예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와는 만나지 않는 게 어떠냐고 묻고 싶다. 그 남자 분은 '자기 포장'이 너무 요란하다. 포장이 요란하다보니, 자기 자신도 뭐가 진짜 자기 모습인지 몰라 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저 말을 하기 이전 그는, "전 사람을 믿지 않아요. 오히려 동물을 믿죠." 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자꾸 다른 포장지로 자신을 꾸미다 보니, 사람을.. 2014. 4. 11.
분위기 좋았던 미팅, 왜 연락이 없을까? 외 1편 분위기 좋았던 미팅, 왜 연락이 없을까? 외 1편 주찬이가 너무 불쌍하다. 주찬이와 연락을 하게 된다면 난, "주찬아, 성희가 공부하느라 폰 안 본다는 거 새빨간 거짓말이야. 걔 승진이랑 연락하고 있다. 먼저 말 걸고, 칼답까지 해. 성희가 너한테는 "네. 오빠 잘 노세요."하고 말지만, 승진이한테는 술 약속 잡으려고 밑밥 깔고 있어. 정신 차려. 바보야 정신 차려. 성희는 공부하느라 바쁘지 않아. 네가 찍은 사진들 열심히 보내도 반응이 없는 건, 미안하지만 주찬아, 사실 네가 별로라서 그런 게 맞아…."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런 걸 까맣게 모른 채 "맞아. 여자애들은 보통 집에서 폰 잘 안 보는 것 같더라. ㅋㅋㅋ" 라며 즐거워하고 있는, 우리 불쌍한 주찬이…. 1. 분위기 좋았던 미팅, 왜 .. 2014. 4. 10.
전여친을 못 잊겠다며 시간을 달라는 남자 외 1편 전여친을 못 잊겠다며 시간을 달라는 남자 외 1편 TV에서 새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고, 내 지인이 자신도 새를 키워 어깨 위에 올린 채 돌아다니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 있었다. 그 지인에게 난, 우리 동네에 사는 '새 아저씨'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 동네에 새를 어깨 위에 올리고 다니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걸 즐기는 아저씨가 있어. 그 아저씨가 거리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다 신기해서 쳐다보지. 다들 새를 그렇기 키우려면 얼마나 드는지, 어떻게 훈련시켜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물어봐. 그러고는 들떠서 돌아가지. 그런데 그 아저씨 뒷모습을 보면, 늘 어깨 위의 새가 싼 똥으로 젖어 있더라고. 그게 현실이야." 다친 새 네 마리를 구조해 사무실에서 키우는 어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 2014. 4. 9.
그녀의 인맥관리일까 아니면 망설이는 걸까? 그녀의 인맥관리일까 아니면 망설이는 걸까? J씨, 이거 내가 J씨 기분 나쁘라고 하는 얘기 아니니까 화내지 말고 들어줬으면 좋겠어. 원래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은 쉽게 부끄러워질 수 있는 법이거든. 그러니까 이걸 '공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대인관계를 맺어나갈 때 착각하지 않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래줄 수 있지? 우선, J씨의 경우는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에 들어간 뒤 고등학교에 가서 '나는 이렇게 합격했다.'라는 수기를 발표한 것과 같다고 해둘게. 고시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했으니까, 이렇게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여하튼 그렇게 수기를 발표하고 나면 애들이 전화번호나 이메일주소를 물을 수 있어. 영어단어는 어떻게 외워야 안 까먹고 잘 외울 수 있는지,.. 2014. 4. 8.
난 너에게 모자란 여자 같다며 떠난 여친 외 1편 난 너에게 모자란 여자 같다며 떠난 여친 외 1편 현수씨, TV에서 동물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본 적 있어? 난 전에 큰 동물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 있는데, 촬영 때문에 더 신경 쓴 건지 모르겠지만 그곳 동물들은 극진한 보살핌을 받더라. 최적의 온도 습도를 맞추는 건 기본이고, 먹이를 줄 때 영양까지 다 신경 써서 주더라고. 또 조금이라도 다치면 격리해서 치료를 해주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동물이 있으면 그 동물에게 맞는 처방을 하면서 보살피더라. 야생에 있었으면 다른 동물의 저녁식삿감으로 생을 마감했을 수 있는 동물도, 동물원에서는 치료와 보호를 통해 생을 이어가더라고. 그런데 과연 저 동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치료와 보호를 받는 부분에서는 녀석들이 야생의 동물들, 나아가 웬만한 사람들보다.. 2014. 4. 4.
절친에게 심남이를 뺏긴 여린마음 그녀. 절친에게 심남이를 뺏긴 여린마음 그녀. 묻어가는 건 참 편하다. 나 역시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까닭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에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려 하거나 묻어가려 한 적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바로 떠오르는 건, 결혼식 축가와 관련된 일이다. 난 꼬꼬마 시절에는 노래방 아저씨와 서로의 생일까지 챙길 정도로 노래방을 자주 다녔다. 이런 저런 공연을 하러 다닌 까닭에 노래방에서 연습을 했던 적도 있고, 주인아저씨와의 친분으로 고교생 요금인 7천원만 내고도 지칠 때까지 놀 수 있었기에 갈 곳이 없으면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던 것 같다. 그렇게 노래 부르는 게 생활이 되다보니 어디에서든 노래를 부르는 게 겁나지 않았다. 일산 라페스타가 생겼을 초기에는 야외무대에서 노래자랑도 많이 했는데, 길가다 참여해 경.. 2014. 4. 3.
나 같은 망나니 왜 좋아하냐고 묻는 남친 외 1편 나 같은 망나니 왜 좋아하냐고 묻는 남친 외 1편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어떤 짓까지 했었는지, 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그의 행동들을 자신은 몇 번이나 이해했었는지, 그리고 모두가 헤어지라고 하는 관계를 자신이 무슨 마음으로 참고 버텨왔었는지를 내게 말하는 여성대원이 있다면, 난 그녀에게 "그건 사랑이라는 인내로 버틴 아름다운 얘기가 아니라, 그냥 혼자 다 감당하기로 한 이야기에 가깝지 않나요? 상대에게 항의할 수 있지만 그의 사정을 생각해서 이해한 게 아니라, 항의할 줄 모르고, 또 항의했다가 버림받을까봐 따귀를 맞고도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건 이해와 희생이 아니에요. 답답하고 둔한 모습일 뿐이지."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남자친구에게서 "지랄하지 마라." "넌 뇌가 없냐. 혼자 생.. 2014. 4. 2.
여자친구 어머니의 폭주에 지쳐 떠난 남자친구. 여자친구 어머니의 폭주에 지쳐 떠난 남자친구. 예슬씨, 이별 직후 예슬씨가 한 심정표현을 같이 보자. "한편으로는 그가 절 사랑하는 마음이 딱 여기까지란 생각에 서운한 마음이…." 내가 사연을 받다 보니까, 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이상한 합리화를 하더라. 내가 우리 집에서 누군가를 내쫓았으면, 상대가 정말 가버려도 할 말 없는 거야. 그렇지 않아? 상대는 내가 내쫓아서 간 건데, 그래놓고 어떻게 가란다고 진짜 가냐며 또 상대 탓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물론 사람 사이의 관계가 로직은 아니니까, 가란다고 상대가 진짜 가버리면 섭섭하고 서운할 수 있어. 그런데 예슬씨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 쫓겨나는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봐봐. 처음엔 그저 감정적인 행동으로 날 쫓아낸 거라고 생각하며 참을 수 있어. .. 2014. 3. 31.
연애매뉴얼을 위한 변명 연애매뉴얼을 위한 변명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아, 그냥 이상한 남자를 만났다는 사연이 올라오면 그 남자 이상하다고 같이 화내주고, 가끔 같은 걸 발행하면서 "예쁘게 찍은 사진을 프사로 올려놓고 그에게 말을 거세요." 따위의 이야기나 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 말이에요. 어쩌면 제게 사연을 보낸 분들 중 대다수는, 부끄럽거나 불쾌해질 수 있는 이야기 말고, 그냥 편 들어주는 수다친구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그 분들이 매뉴얼을 통해 듣고 하고 싶어 하는 얘기 역시 "말이 아닌 행동을 보세요."라는 게 아니라, "그럼 이번엔 3일간 연락하지 마시고, 4일 째 되는 날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며 기프티콘 하나 보내 보세요."라는 방법과 관련된 이야기 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2014.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