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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나 같은 망나니 왜 좋아하냐고 묻는 남친 외 1편

by 무한 2014. 4. 2.
나 같은 망나니 왜 좋아하냐고 묻는 남친 외 1편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어떤 짓까지 했었는지, 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그의 행동들을 자신은 몇 번이나 이해했었는지, 그리고 모두가 헤어지라고 하는 관계를 자신이 무슨 마음으로 참고 버텨왔었는지를 내게 말하는 여성대원이 있다면, 난 그녀에게

"그건 사랑이라는 인내로 버틴 아름다운 얘기가 아니라,
그냥 혼자 다 감당하기로 한 이야기에 가깝지 않나요?
상대에게 항의할 수 있지만 그의 사정을 생각해서 이해한 게 아니라,
항의할 줄 모르고, 또 항의했다가 버림받을까봐 
따귀를 맞고도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건 이해와 희생이 아니에요. 답답하고 둔한 모습일 뿐이지."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남자친구에게서

"지랄하지 마라."
"넌 뇌가 없냐. 혼자 생각 못 하냐."
"너에 대한 감정이 없다. 연락하지 마라."



라는 말들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그와 다시 연애하는 여자는, 평생 그런 취급만을 당하며 살 수 있다. 연애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고, 저것과 똑같은 일이 친구사이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나에게서 뇌가 없냐는 말을 듣고도 그저 같이 놀아달라고 다가오는 친구는, 그냥 호구로 보일 것 같지 않은가?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냥 딱 그렇게 보일 뿐이다.


1. 나 같은 망나니 왜 좋아하나고 묻는 남친.


J양의 사연신청서에 적힌 내용 중 가장 소름끼치는 문장은

"제가 이런 수모를 겪으면서 그를 변화시키고 있는데…."


라는 부분이었다.

내 생각에, J양은 이 문제를 완전히 잘못 보고 있는 것 같다. 이건 J양이 만만하고 쉬우니 남친이 자신의 밑바닥까지 드러낸 거지, 본성이 나쁜 사람을 참회의 길로 이끄는 게 아니다. J양이 한 말을 보자. 

"남자친구는 저와 헤어지고 안정을 찾으면 금방 새로운 여자를 만날 거고, 
그때에는 지금 같은 망나니 모습 안 보이고 그 여자랑 잘 지낼 것 같아요."



물론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나면 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게 J양과 사귀며 치유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J양의 직장에는 학교 후배들이 많다고 했는데, 그 후배들을 모두 똑같이 대하는가? 편하게 말을 놓을 수 있는 후배가 있는 반면 어느 정도 격식을 차려서 대하게 되는 후배가 있을 것이고, 뭔가를 부탁하는 게 어렵지 않은 후배가 있는 반면 부탁하기 부담스러운 후배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난 J양이, 남친의 '망나니 모습'도 절반 이상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개선되어야 하는 그의 인간성도 문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J양이 그에게

'그래도 되는 여자'


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J양은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자기 자신을 

'머리도 좋지 않고, 용기도 없고, 미모도 뛰어나지 않은 여자'


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자신을 낮추어 말한 후 남자친구가 부정해 주어야 자신감을 가지는 모습도 가지고 있기에

"나 요새 살이 좀 찐 것 같아?"


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물론 처음엔 남자친구도 저 말에 아니라고 부정해 주었지만, 이런 상태로 2년을 넘게 만나자 이제 그는

"그런 말 그만 하고, 그렇게 물어볼 시간에 살을 빼."


라고 대답하게 되었다. 또, J양은 자신의 콤플렉스들에 대해 남자친구에게 털어 놓고는 "그래도 괜찮다. 문제없다."라는 말을 듣고자 해왔는데, 역시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남자친구는 J양을 대놓고 무시하게 되었다. 네가 나온 학교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뉘앙스로 말한다든지, 아니면 네가 가려는 대학원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든지 하며 말이다.

지금 상황이 이런데, J양 혼자서만 이걸 '수모를 참고 견뎌 남자친구를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J양의 남자친구는 J양에게 이별통보를 했다가 몇 주 만에 돌아왔는데, 돌아와선 헤어진 동안 다른 여자에게 퇴짜 맞았다는 얘기를 했다. 이걸 가만히 듣고 있으면서 그럼 이제 나와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는 J양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언제든 찾아와 문 두드리면 열어 주는 여자, 집안을 뒤집어 놓고 나가도 혼자 앉아서 기다리는 여자, 뇌가 없냐며 윽박질러도 울기만 할뿐 내쫓지 않는 여자,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라 말해주고 싶다. 망나니처럼 굴면 쫓아내는 게 답이다. 그래야 쫓겨난 상대도 자신과 연애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가질 것 아닌가.

"제 입장에서는 받아주고, 이해하고, 넘어가야 
이 관계가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춘기 아이가 부모에게 막 반항하고 온갖 난리를 쳐도
부모가 수월하게 받으면 아이가 한 뼘 자라는 것처럼."



그건 나중에 엄마가 되었을 때 사춘기 아이에게 그러도록 하고, 지금 남자친구에게는 엄마가 아닌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다 늘어난 고무줄 같아 아무 긴장감도 없는 연애는, 열심히 유지해 가봐야 결국 버려질 뿐이니 말이다.


2. 남친에게 사랑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여자.


제 친구가 이 사연을 보냈다고 해볼게요. 저는 가장 먼저 친구에게,

"넌 이 남자와 헤어지고 더 괜찮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랑하는 마음'도 드는 거고?"



라는 질문을 할 것 같아요. 사실 이거 K양이 배고파서 그러는 게 아니고, 배불러서 그러는 거거든요. 개인적으로 전 K양이

'현재의 내 남친 VS 내 판타지 속 이상형'


이라는 싸움을 붙이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러면 끝이 없거든요. 누구나 단점은 가지고 있으니까. 결핍이 되는 부분에만 매달려 평생 '더 나은 남자'를 찾다간 그냥 그렇게 인생 끝날 수 있어요. 안정적인 남자를 만나면 스릴이 없는 부분이 불만일 것이고, 스릴이 있는 남자를 만나면 그에 따른 마음고생 때문에 또 다른 남자를 찾겠죠.

자전거 안장 얘기를 잠시 할게요. 자전거로 동네에 마실 다니는 거 말고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하면, 누구든 예외 없이 엉덩이 통증이 시작되거든요. 작은 안장에 앉아 3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본 적 없으니, 그것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엉덩이가 짓무르는 듯한 느낌이 들죠. 때문에 사람들은 장거리 라이딩을 해도 전혀 통증이 없는 안장을 찾지만, 그런 안장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 시간을 단축시켜 주거나 쿠션을 집어넣어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안장은 있어도, 몸이 적응하는 시간까지 다 없애주는 안장은 존재하지 않죠.

K양 자신이 이 연애에서 '몸이 적응하는 시간'을 가진 적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제가 볼 땐 K양이 그만큼의 인내와 노력을 안 했거든요. 조금 타다가 엉덩이 아프면 그냥 자전거 팽개쳐 두듯이, 그렇게 연애를 해왔죠. 그런 태도로는 누구를 만나도 상대의 한계만 느낄 수밖에 없어요. 왜? 그냥 있는 그대로만 지내며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까.

집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전 어제 현관문이 잘 안 닫히기에 위에 있는 장력조절기 조이고, 기름칠 했거든요. 불편하면 이렇게 고쳐가며 사는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잘 닫히지 않는 문을 그대로 방치한 채

"이게 이 집의 한계야. 문도 잘 안 닫혀."


라고 불평만 하는 건 멍청한 짓이잖아요. 연애에서도 똑같아요. 살아온 날들이 다르잖아요. 또 연애에 대한 서로의 판타지도 다를 거고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단 둘이 고립된 연애를 하기 원하지만, 다른 한 쪽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커플데이트를 하는 식의 연애를 바랄 수 있죠. 그렇게 둘의 의견이 엇갈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조율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조율을 K양은 시도하지 않았어요.

'그랬단 말이지? 너 나중에 두고 보자.'


라고 벼르고 있는 사람처럼, 계속 지켜만 보고 있다가 한 번에 터트렸을 뿐이에요. 싫으면 싫다고 표현하면 되잖아요. 상대도 잘 하려고 노력하느라 그런 건데, 그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서 두고만 보고 있다가 나중에 터트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제 친구가 얼마 전 제게 고민을 털어 놓았어요. 자기는 남자친구와 둘이서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자꾸 친구들을 부른다는 거예요. 캠핑도 둘이서 가고 싶은데 친구 커플까지 부른다고 해서 짜증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었거든요.

"남자친구에게 넌 그런 걸 안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어?"


라고요. 저건 정말 간단한 기본적인 질문인데, 제 친구는 그런 말은 한 적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러면 방법이 없는 거예요. 잘 하려고 노력해 봐도 안 되면 그게 문제인 거지,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투정일 뿐이죠. 

"남자친구를 향한 제 마음은 사랑이 아닌 것 같아요.
때문에 헤어지는 게 제 자신을 위해서도,
또 남친을 위해서도 현명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당장 헤어지면 제가 너무 외로울 것 같고….
이런 생각 하는 게 남자친구에게도 미안하고….
제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요. 제가 쓰레기 인 건가요…."



아뇨.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손익만으로 따지자면, 헤어졌을 경우 손해 보는 건 K양이에요. K양 남친은 양보할 줄 알고, 배려할 줄 알고, 희생할 줄 알아요. 그게 그가 바보라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이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거지. 그의 어떤 버릇을 K양이 지적했을 때, 그는 그 버릇을 고치기까지 했잖아요. K양은 그런 적 있나요? 저 마음 속 깊이 '난 원래 이 연애를 진지하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니야.'라는 생각만 했을 뿐, 이 연애를 둘이 함께 해나가겠다며 노력한 적은 없잖아요.

10년 후에도 이 사람과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한 번 만나 보세요. 지금까지 K양은 '어차피 헤어질 관계'라고 생각하며 만나왔기에, 그냥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가서 적당한 티켓 구입해 적당히 놀러가듯 적당히 연애만 해 왔거든요. 우리가 펜션 놀러가서 어차피 며칠 놀다가 갈 거니까 대충 사용하듯이, 그렇게 그 장소에 대한 애정 없는 모습으로 대하듯 남자친구를 대했잖아요. 그 모습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이 관계에 집중해 보세요. 지금 내가 아프면 그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내 옆에 있어 줄 그를, 애정을 가지고 대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대해도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면, 그 때 다시 사연을 주세요. 그럼 40주 후에 뵙겠습니다.(응?)


끝으로 '다섯 번 만났는데 사귀자는 말 없는 소개팅남'에 대한 사연을 주신 분께 짧은 답장을 하며 매뉴얼을 마칠까 한다. 그녀는

"제가 먼저 연락한 게 벌써 두 번이거든요.
또 제가 먼저 연락하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친구들은 그 남자가 저를 간 보는 것 같다고 하던데,
무한님이 보시기에도 나쁜 남자 같나요?"



라고 물었는데, 난 우선 그를 '나쁜 남자'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또, 친구들이 '간 보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점에선 사연을 주신 분이나 그 남자 분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이쪽에선 먼저 연락하는 걸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그냥 상대가 알아서 고백까지 일사천리로 해주길 바라는 건 욕심 아닐까?

난 이 만남을 무슨 '정상회담' 하듯이 하지 말고, 그냥 그와 같이 놀아보길 권해주고 싶다. 뒤에서 친구들과 작전을 짠 뒤 그의 앞에서 연기하지 말고, 그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 '이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우리 둘이 결정하고 우리 둘이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어울리는 것이다.

또, 이십대 후반이면 지금 저 사람이 왜 이렇게 늦게 대답을 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저런 대답을 했는지도 대부분 파악이 가능하다. 그게 이쪽만 가능한 게 아니라 상대도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쪽에서 열심히 머리 굴리고 있다는 걸 상대도 다 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무슨 작전을 써야 그의 고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말고, 내 삶에 의미 있는 사람을 하나 만났다고 생각하며 그와 만나보길 권한다. 가장 친한 친구와 친해질 때에도 '이렇게 하면 쟤가 나에게 고마워 할 거고, 저렇게 하면 쟤는 나를 확실하게 신뢰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움직이진 않았을 것 아닌가. 마음을 먼저 지금과 다르게 가지자. 그러면 행동은 연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마음을 뒤따르게 될 테니 말이다.



▲ 외롭다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세요. 무료통화는 이월 되지만 청춘은 이월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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