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일산 할렘가를 떠나며
손가락을 접어 세어보니, 일산으로 이사 온 지도 벌써 12년이 넘었다. 아, 물론 난 신촌 세브란스에서 태어난 서울 사람이다. 파주의 '운정'이라는 마을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나오긴 했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서울느낌'이 남아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유년기에 같이 메뚜기 잡아먹고 밤 따먹고 했으니 같은 '파주사람'이라고 우기는 친구들이 있는데, 절대 아니다. 난 독립문 바다약국 앞이나 영천시장에서 놀던 때를 기억하고 있으며, 신촌 세브란스 신생아실의 느낌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듯하다. 같이 산에 가서 사슴벌레 잡고, 막대기로 뱀 때려죽이고 했던 건 내겐 농촌체험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친구들도 이제 그만 내가 서울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 바란다. 농담이고.
일산에 산다고 하면 정원이 딸린 집에서 큰 개 키우며 살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난 그쪽 동네와 좀 떨어진 '일산의 할렘가'에 살고 있다. '내 것이 네 것이고, 네 것이 내 것'이라는 공유의식이 발달한 일산의 할렘가. 처음 이사 온 사람들은 밖에 널어 놓은 빨래가 없어지는 것에 당황하기도 하는데, 좀 살다보면 '내 빨래가 네 빨래고, 네 빨래가 네 빨래다.'라는 공유의식이 형성된다. 널어놓은 교복을 누가 가져갔을 땐 나도 당황하긴 했지만, 지금은 내가 입고 있는 이 팬티도, 이 얘긴 여기까지.
이 일산의 할렘가는 뉴스를 만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엔 중학교가 하나 있는데 몇 해 전 '알몸 졸업식'으로 세상에 소개 된 학교다. 또,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철학관의 주인은 2008년 남대문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촛불이벤트를 하던 커플이 모텔을 불태우기도 했다. 사건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으니 이 얘기도 이쯤하자. 여하튼 사회면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 싶을 땐, 신문 볼 필요 없이 베란다 문만 열면 된다는 얘기를 적어두겠다. 과격한 피의자에 대해 경찰이 '손 엇갈려 묶기'로 쇠고랑을 채운다는 것도 난 이곳에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우리 동네에 대해 너무 안 좋은 인식만 가지게 될 것 같으니, 좋은 점도 좀 적고자 한다. 우리 동네에는 일산에서 제일 높은 산이 있다. 등산로도 잘 닦여 있다. 이런 걸로 커버가 안 되나? 포기하자. 어차피 그 산도 1950년에 민간인 153명을 재판 없이 총살해 매장한 곳으로 유명하니 말이다. 아,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 큰 공원이 있는데, 이런 걸로 이미지 회복이 안 되나? 역시 포기하자. 어차피 그 공원에서도 애완견 데리고 나온 아줌마들이 뒷담화 하다가 서로 머리채 잡고 싸우니.
일산의 할렘가를 한 번 와 보고 싶다면, 일산에 도착해 전봇대를 확인하기 바란다. 일산은 전봇대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데, 조금 돌아다니다 보면 전봇대가 있는 마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웰컴. 그곳이 바로 일산의 할렘가다.
학창시절과 이십대를 고스란히 일산에서 보내며 터득한 몇 가지 팁들을 적어둘까 한다. 아직 일산에 잘 적응하지 못한 주민들이나, 새로 일산에 이사 올 주민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A. 맛집을 찾는다면 학교 근처로.
먹다가 돈이 아까워 눈물이 날 정도의 식당들이 맛집으로 소개되고 있음이 안타깝다.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맛집은 대부분 그 지역 학교 근처에 분포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대화역에서 정발산역 까지는 대부분 고등학교 근처에 맛집이 분포해 있고, 마두역과 백석역은 초등학교 근처에 맛집이 분포해 있다. 그곳에 가면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 식당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B. 자전거는 절대 밖에 묶어 두지 말 것.
일산에서 자전거를 밖에 묶어두는 행위는, 중고카페 '무료로 드려요' 코너에 자전거를 내 놓은 것과 같다. 신문 구독해서 받은 자전거가 아닌, 30만원 이상의 자전거라면 밖에 묶어두지 말길 권한다. 사관절락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으니 무조건 안전한 곳에 두자. 상가에 방문할 경우 상가 계단 난간에 묶어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안장만 빼가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하자.
C. 활용할 만한 웹의 지역정보들.
수영이나 요가, 운동 등을 배우기 위해 스포츠센터나 피트니스센터에 등록 할 예정이라면 그곳의 이름을 검색해보길 권한다. 등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회원권을 판다는 글이 꽤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절반 이하의 가격에도 양도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할인권이나 연계된 곳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찜질방 등) 이용권이 있을 수도 있으니 검색할 것. 뿐만 아니라 일산을 중심으로 한 동호회들도 많으니, 가입해서 활동을 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D. 찾으면 대부분 있는 배울 거리들.
요즘엔 일산 대형마트에서도 문화센터를 운영하던데, '일산 문화센터'나 '고양시 문화센터'로 검색해 보면 다양한 '배울 거리'들을 찾을 수 있다. 여성이라면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를 검색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이 밖에도 '고봉산 숲 체험'이나 '정발산 숲 해설' 등도 무료로 들을 수 있으니, 좀 더 공격적으로 찾아서 즐기길 권한다. 즐기려고 찾아보면, 일산엔 즐길 거리가 많다.
각종 종교단체에서 요일마다 무료로 국수나 밥을 주는 행사를 하기도 하는데, 난 이런 걸 왜 알고 있는 거? 여하튼 일산엔 3일과 8일에 열리는 오일장과, 최신식 쇼핑거리가 공존하는 '혼자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기 좋은 동네'니 만끽하길 바란다.
엘리베이터 있는 곳에 사는 건 처음이라 떨린다. 엄마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는 관계로 3층 이상의 집에선 살아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이사 가는 곳은 7층이다. 그렇게 높은 곳에서는 무서워서 빨래도 털 수가 없다는 엄마를 두고 가려고 일부러 높은 집을 골랐는데, 이번에도 엄마는 따라올 것(응?) 같다. 역시 농담이다.
아래층 강아지가 너무 짖어서 메모를 세 번이나 썼는데 붙이진 못했다. 한 달 전 아래층 사람들이 이사를 온 이후로 난 지금까지 소음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저렇게 짖어도 목이 쉬지 않다니. 소음에 대한 항의를 하기 전 아래층 사람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 강아지가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다고 한다. 십여 년을 함께 산 강아지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최근 맞벌이를 하게 되며 녀석을 혼자 둔 이후로 짖는 것 같다고 했다. 거기다 대고 "강아지가 너무 짖어서 괴롭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으니 패스. 괜찮습니다. 제가 이사 가면 되는 거죠 뭐.
어제는 입주 전 청소를 하느라 새집에 가 있었다. 다른 곳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청소업체에서 오셨는데, 정말 다르긴 달랐다. 보통 다른 업체들은 3명이 한 조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제 온 청소업체에선 5명이 한 조가 되어 왔다. 업체 남자 사장님은 미용실을 몇 달 안 가신 것 같은데, 덥수룩한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구레나룻을 귀에 맞춰서 정확히 자른 게 인상 깊었다. 오래 전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면 이발사 아저씨가 깔끔하게 밀어버리는, 그런 방식이었다. 이발소에서 이발을 마치면 요구르트를 하나 주던 추억이 떠올라 잠시 회상에 잠겨 있을 때,
"아아악ㅋㅋㅋ 내눈ㅋㅋㅋㅋ"
하며 비명이 들렸다. 발코니를 청소하시던 한 아주머니가 지른 비명이었다. 타일을 닦을 때 전용 액체세제를 쓰는데, 그게 눈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 분은 싱크대에서 물을 틀어 놓고 한참 눈을 씻으시며 시간을 보내셨다. 설마 노린 걸까. 계획된 거라면, 무, 무서운 분이다.
일하시는 분들 커피를 좀 사다 드리려고 단지 앞 슈퍼에 갔다. 따뜻한 커피를 내 것까지 여섯 개 샀더니 5,440원이 나왔다. 만원을 냈다가, 생각해 보니 잔돈이 있어 잔돈을 드리겠다고 했다. 슈퍼 주인아주머니가 계산이 이미 끝났다며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어차피 현금결제인데 계산이 끝난 것과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더니, 일단 알았으니 돈을 달라고 한다. 오천원짜리 한 장과 오백원짜리 한 개를 드렸다.
"그럼, 제가 얼마를 거슬러 드리면 되는 거죠?"
순간 겁이 났다. 할렘가를 피해 여기로 이사를 오는 건데, 대체 여긴 무슨 동넨가. 만원짜리 도로 주시면 된다고 말하곤 받아서 나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경비원 아저씨가 눈을 치우시다, 내린 눈 때문에 인도와 차도의 경계를 미처 못 보시고 넘어져 계셨다. 발목을 겹질리신 듯했다. 일으켜 드렸다.
집에 돌아와 커피를 나눠드렸는데, 외부 유리창을 닦고 계시던 사장님이 커피를 받으려다 유리창 닦는 걸 떨어뜨리셨다. 오른손으로 커피만 받으면 되는 건데, 오른손에 집중하느라 왼손으로 잡고 있던 유리창 닦는 걸 놓치신 거다. 내가 주워다 드리겠다고 하고 내려왔다.
유리창 닦는 걸 주워 올라가는데,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몇 층에 사냐고 물으시더니, 본인은 원당에서 이사 왔는데 너무 쓸쓸하다고 하셨다. 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사층에 살고 있다는 얘기까지 하셨다. 칠층에 도착했는데 아주머니가 내리셨다. 뭐지? 사층에 살고 계시다면서.
"저, 여기 칠층인데요."
"어머 왜 칠층이지?"
"사층을 안 누르셨어요."
"아......"
원당에 살다 이사 오셨다는 사층 아주머니를 위해, 사층 버튼을 눌러드렸다. 여긴 어떤 동네일까.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 지 기대와 염려가 된다.
오늘 밤만 자면 일산을 뜬다. 잘 있거라 호수공원의 월파정, 정발산의 평심루, 성저공원과 중산공원, 마두공원, 강촌공원, 백마육교와 안곡습지공원, 중산 약수터, 대화도서관, 마두도서관, 한뫼도서관, 그런데 난 왜 이런 데만 아련한 거지?
버스로 다섯 정거장 밖에 안 떨어진 곳으로 이사 가면서 참 길게도 썼다. 그래도 '고양시민'에서 '파주시민'로 바뀌는 거니까. 그나저나 내일 사다리차 들어올 수 있게 자리 확보 좀 해 놓으라는데, 주차문제로 예민한 이곳에서 자리 확보는 불가능에 가깝기에 큰일이다. 심금을 울리는 협조문을 하나 써서 붙여놔 봐야겠다. 다음 포스팅 부터는 파주시에서!
▲ 이사 가는 집 발코니가 넓으니, 올 봄부터는 발코니 농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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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접어 세어보니, 일산으로 이사 온 지도 벌써 12년이 넘었다. 아, 물론 난 신촌 세브란스에서 태어난 서울 사람이다. 파주의 '운정'이라는 마을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나오긴 했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서울느낌'이 남아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유년기에 같이 메뚜기 잡아먹고 밤 따먹고 했으니 같은 '파주사람'이라고 우기는 친구들이 있는데, 절대 아니다. 난 독립문 바다약국 앞이나 영천시장에서 놀던 때를 기억하고 있으며, 신촌 세브란스 신생아실의 느낌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듯하다. 같이 산에 가서 사슴벌레 잡고, 막대기로 뱀 때려죽이고 했던 건 내겐 농촌체험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친구들도 이제 그만 내가 서울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 바란다. 농담이고.
1. 일산 할렘가에 대하여.
일산에 산다고 하면 정원이 딸린 집에서 큰 개 키우며 살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난 그쪽 동네와 좀 떨어진 '일산의 할렘가'에 살고 있다. '내 것이 네 것이고, 네 것이 내 것'이라는 공유의식이 발달한 일산의 할렘가. 처음 이사 온 사람들은 밖에 널어 놓은 빨래가 없어지는 것에 당황하기도 하는데, 좀 살다보면 '내 빨래가 네 빨래고, 네 빨래가 네 빨래다.'라는 공유의식이 형성된다. 널어놓은 교복을 누가 가져갔을 땐 나도 당황하긴 했지만, 지금은 내가 입고 있는 이 팬티도, 이 얘긴 여기까지.
이 일산의 할렘가는 뉴스를 만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엔 중학교가 하나 있는데 몇 해 전 '알몸 졸업식'으로 세상에 소개 된 학교다. 또,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철학관의 주인은 2008년 남대문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촛불이벤트를 하던 커플이 모텔을 불태우기도 했다. 사건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으니 이 얘기도 이쯤하자. 여하튼 사회면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 싶을 땐, 신문 볼 필요 없이 베란다 문만 열면 된다는 얘기를 적어두겠다. 과격한 피의자에 대해 경찰이 '손 엇갈려 묶기'로 쇠고랑을 채운다는 것도 난 이곳에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우리 동네에 대해 너무 안 좋은 인식만 가지게 될 것 같으니, 좋은 점도 좀 적고자 한다. 우리 동네에는 일산에서 제일 높은 산이 있다. 등산로도 잘 닦여 있다. 이런 걸로 커버가 안 되나? 포기하자. 어차피 그 산도 1950년에 민간인 153명을 재판 없이 총살해 매장한 곳으로 유명하니 말이다. 아,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 큰 공원이 있는데, 이런 걸로 이미지 회복이 안 되나? 역시 포기하자. 어차피 그 공원에서도 애완견 데리고 나온 아줌마들이 뒷담화 하다가 서로 머리채 잡고 싸우니.
일산의 할렘가를 한 번 와 보고 싶다면, 일산에 도착해 전봇대를 확인하기 바란다. 일산은 전봇대가 없는 것으로 유명한데, 조금 돌아다니다 보면 전봇대가 있는 마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웰컴. 그곳이 바로 일산의 할렘가다.
2. 일산에서 살 때 유용한 몇 가지 팁.
학창시절과 이십대를 고스란히 일산에서 보내며 터득한 몇 가지 팁들을 적어둘까 한다. 아직 일산에 잘 적응하지 못한 주민들이나, 새로 일산에 이사 올 주민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A. 맛집을 찾는다면 학교 근처로.
먹다가 돈이 아까워 눈물이 날 정도의 식당들이 맛집으로 소개되고 있음이 안타깝다.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맛집은 대부분 그 지역 학교 근처에 분포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대화역에서 정발산역 까지는 대부분 고등학교 근처에 맛집이 분포해 있고, 마두역과 백석역은 초등학교 근처에 맛집이 분포해 있다. 그곳에 가면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사람들이 번호표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 식당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B. 자전거는 절대 밖에 묶어 두지 말 것.
일산에서 자전거를 밖에 묶어두는 행위는, 중고카페 '무료로 드려요' 코너에 자전거를 내 놓은 것과 같다. 신문 구독해서 받은 자전거가 아닌, 30만원 이상의 자전거라면 밖에 묶어두지 말길 권한다. 사관절락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으니 무조건 안전한 곳에 두자. 상가에 방문할 경우 상가 계단 난간에 묶어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안장만 빼가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하자.
C. 활용할 만한 웹의 지역정보들.
수영이나 요가, 운동 등을 배우기 위해 스포츠센터나 피트니스센터에 등록 할 예정이라면 그곳의 이름을 검색해보길 권한다. 등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회원권을 판다는 글이 꽤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절반 이하의 가격에도 양도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할인권이나 연계된 곳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찜질방 등) 이용권이 있을 수도 있으니 검색할 것. 뿐만 아니라 일산을 중심으로 한 동호회들도 많으니, 가입해서 활동을 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D. 찾으면 대부분 있는 배울 거리들.
요즘엔 일산 대형마트에서도 문화센터를 운영하던데, '일산 문화센터'나 '고양시 문화센터'로 검색해 보면 다양한 '배울 거리'들을 찾을 수 있다. 여성이라면 '고양여성인력개발센터'를 검색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이 밖에도 '고봉산 숲 체험'이나 '정발산 숲 해설' 등도 무료로 들을 수 있으니, 좀 더 공격적으로 찾아서 즐기길 권한다. 즐기려고 찾아보면, 일산엔 즐길 거리가 많다.
각종 종교단체에서 요일마다 무료로 국수나 밥을 주는 행사를 하기도 하는데, 난 이런 걸 왜 알고 있는 거? 여하튼 일산엔 3일과 8일에 열리는 오일장과, 최신식 쇼핑거리가 공존하는 '혼자 카메라 들고 돌아다니기 좋은 동네'니 만끽하길 바란다.
3. 이사준비 및 입주청소에 관한 잡담.
엘리베이터 있는 곳에 사는 건 처음이라 떨린다. 엄마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는 관계로 3층 이상의 집에선 살아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이사 가는 곳은 7층이다. 그렇게 높은 곳에서는 무서워서 빨래도 털 수가 없다는 엄마를 두고 가려고 일부러 높은 집을 골랐는데, 이번에도 엄마는 따라올 것(응?) 같다. 역시 농담이다.
아래층 강아지가 너무 짖어서 메모를 세 번이나 썼는데 붙이진 못했다. 한 달 전 아래층 사람들이 이사를 온 이후로 난 지금까지 소음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저렇게 짖어도 목이 쉬지 않다니. 소음에 대한 항의를 하기 전 아래층 사람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 강아지가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다고 한다. 십여 년을 함께 산 강아지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최근 맞벌이를 하게 되며 녀석을 혼자 둔 이후로 짖는 것 같다고 했다. 거기다 대고 "강아지가 너무 짖어서 괴롭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으니 패스. 괜찮습니다. 제가 이사 가면 되는 거죠 뭐.
어제는 입주 전 청소를 하느라 새집에 가 있었다. 다른 곳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청소업체에서 오셨는데, 정말 다르긴 달랐다. 보통 다른 업체들은 3명이 한 조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제 온 청소업체에선 5명이 한 조가 되어 왔다. 업체 남자 사장님은 미용실을 몇 달 안 가신 것 같은데, 덥수룩한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구레나룻을 귀에 맞춰서 정확히 자른 게 인상 깊었다. 오래 전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면 이발사 아저씨가 깔끔하게 밀어버리는, 그런 방식이었다. 이발소에서 이발을 마치면 요구르트를 하나 주던 추억이 떠올라 잠시 회상에 잠겨 있을 때,
"아아악ㅋㅋㅋ 내눈ㅋㅋㅋㅋ"
하며 비명이 들렸다. 발코니를 청소하시던 한 아주머니가 지른 비명이었다. 타일을 닦을 때 전용 액체세제를 쓰는데, 그게 눈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 분은 싱크대에서 물을 틀어 놓고 한참 눈을 씻으시며 시간을 보내셨다. 설마 노린 걸까. 계획된 거라면, 무, 무서운 분이다.
일하시는 분들 커피를 좀 사다 드리려고 단지 앞 슈퍼에 갔다. 따뜻한 커피를 내 것까지 여섯 개 샀더니 5,440원이 나왔다. 만원을 냈다가, 생각해 보니 잔돈이 있어 잔돈을 드리겠다고 했다. 슈퍼 주인아주머니가 계산이 이미 끝났다며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어차피 현금결제인데 계산이 끝난 것과 상관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더니, 일단 알았으니 돈을 달라고 한다. 오천원짜리 한 장과 오백원짜리 한 개를 드렸다.
"그럼, 제가 얼마를 거슬러 드리면 되는 거죠?"
순간 겁이 났다. 할렘가를 피해 여기로 이사를 오는 건데, 대체 여긴 무슨 동넨가. 만원짜리 도로 주시면 된다고 말하곤 받아서 나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경비원 아저씨가 눈을 치우시다, 내린 눈 때문에 인도와 차도의 경계를 미처 못 보시고 넘어져 계셨다. 발목을 겹질리신 듯했다. 일으켜 드렸다.
집에 돌아와 커피를 나눠드렸는데, 외부 유리창을 닦고 계시던 사장님이 커피를 받으려다 유리창 닦는 걸 떨어뜨리셨다. 오른손으로 커피만 받으면 되는 건데, 오른손에 집중하느라 왼손으로 잡고 있던 유리창 닦는 걸 놓치신 거다. 내가 주워다 드리겠다고 하고 내려왔다.
유리창 닦는 걸 주워 올라가는데, 함께 엘리베이터에 탄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몇 층에 사냐고 물으시더니, 본인은 원당에서 이사 왔는데 너무 쓸쓸하다고 하셨다. 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사층에 살고 있다는 얘기까지 하셨다. 칠층에 도착했는데 아주머니가 내리셨다. 뭐지? 사층에 살고 계시다면서.
"저, 여기 칠층인데요."
"어머 왜 칠층이지?"
"사층을 안 누르셨어요."
"아......"
원당에 살다 이사 오셨다는 사층 아주머니를 위해, 사층 버튼을 눌러드렸다. 여긴 어떤 동네일까.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 지 기대와 염려가 된다.
오늘 밤만 자면 일산을 뜬다. 잘 있거라 호수공원의 월파정, 정발산의 평심루, 성저공원과 중산공원, 마두공원, 강촌공원, 백마육교와 안곡습지공원, 중산 약수터, 대화도서관, 마두도서관, 한뫼도서관, 그런데 난 왜 이런 데만 아련한 거지?
버스로 다섯 정거장 밖에 안 떨어진 곳으로 이사 가면서 참 길게도 썼다. 그래도 '고양시민'에서 '파주시민'로 바뀌는 거니까. 그나저나 내일 사다리차 들어올 수 있게 자리 확보 좀 해 놓으라는데, 주차문제로 예민한 이곳에서 자리 확보는 불가능에 가깝기에 큰일이다. 심금을 울리는 협조문을 하나 써서 붙여놔 봐야겠다. 다음 포스팅 부터는 파주시에서!
▲ 이사 가는 집 발코니가 넓으니, 올 봄부터는 발코니 농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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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밥을 먹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같이 지내실분, 이라는 구인광고에 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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