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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전 여자친구가 망나니 같은 남자와 사귄다면?

by 무한 2012. 4. 9.
전 여자친구가 망나니 같은 남자와 사귄다면?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S씨는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와 거의 '가족'과 같은 느낌으로 지내고 있는데, 그녀가 새로 만나는 남자들이라고는 죄다 망나니같은 녀석들이다. 그래서 구남친인 S씨는 분개하고 있고, 어떻게 해서든 그녀에게 "넌 이용당하고 있어. 그 녀석은 망나니야."라는 걸 일깨워주려 한다.

S씨는 사연에서 "이런 사연을 보내면 '예전 여자친구 문제는 신경 끄고 네 인생에나 신경쓰세요.'라고 말 하실 거 압니다."라는 말을 세 번이나 했다. 어떻게 알았지? 농담이고. 그 남자가 정말 망나니인지, 그녀는 왜 그런 남자를 만난 것인지, 그리고 S씨는 과연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지 함께 알아보자.


1. 유부녀들의 이야기.


전 여자친구가 만나는 남자에 대해 S씨가 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 차도 없으면서 비싼 DSLR 가지고 다님. (철이 없음)
- 사귄 지 3주 밖에 안 되었는데 자취방으로 초대함. (진실성이 없음)
- 지인에게 물어보니 회사에서 여자들과 친하다고 함. (바람기 다분)
- 학창시절 왕따를 당했는지 동성친구 없음. (인격에 문제 있음)
- 페이스북을 들어가 보면 허세가 가득함. (피해의식이 있을 것임)
- 여자친구에게 엄청 다정하다고 함. (바람둥이가 틀림없음)



난 깜짝 놀랐다. 전 여자친구의 현재 남자친구에 대한 의식, 전의식, 무의식적 분석과 동시에 <일상생활의 정신병리>라는 제목으로 엮어도 될 만한 충동연구까지! S씨가 듣기 싫어하는 것 같으니, "전 여자친구의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전 여친의 현 남친 페이스북 조사하고 과거까지 캘 정도면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대신 얼마 전 웹에서 본 <유부녀들이 말하는 남자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이야기를 좀 소개하고 싶다. 우선, '단점인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장점인 것' 부분을 보자.

- 내성적이고 친구가 별로 없다 : 가정적이며 가족을 우선시 한다.
- 돈을 잘 안 쓴다. : 돈 낭비를 안 한다.
- 무심한 스타일이다. : 잔소리가 별로 없고, 토를 달지 않는다.
- 무정한 스타일이다. : 보증 등 정에 이끌린 사고를 안 치고 안정적이다.
- 사람들과 잘 못 친해진다. : 곁을 주거나 하지 않아서 바람 등에 대해 안심이다.
- 우유부단하며 강한 추진력이 없다 : 요구하는 대로 잘 맞춰준다.



S씨의 기준으로 보자면 죄다 단점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유부녀들은 저런 부분들을 '장점'이라 말한다. 이번에는 '장점인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단점인 것' 부분을 보자.

- 친구 많고 활발하고 인간관계가 좋다. : 일주일에 5일은 술 먹고 늦게 온다.
- 정이 많고 의리가 있다. : 가족보다 친구 일에 앞장서고 보증 등의 사고를 친다.
- 돈 쓰는 일에 인색하지 않다. : 지금까지 돈 한 푼 못 모았다.
- 성격이 따뜻하며 정감있게 말한다. : 여자문제로 속 썩인다.
- 과감히 결정하고 추진력이 있다. : 지 맘대로다. 말을 듣지 않는다.



물론 누군가 웃자고 올린 글이니, 저 얘기를 가지고 '저런 남자가 저렇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위의 글을 보며 '단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 여자친구가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 말고, 그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에 대해 S씨가 한 말을 기억하는가? '너무 아닌 남자.'였다. 전 여자친구를 여동생이라 생각하며 다른 남자들을 바라보면, 대부분의 남자가 눈에 차지 않을 것이다. 돈 많은 남자는 그저 돈만 많을 뿐이고, 다정한 남자는 바람둥이고, 평범한 남자는 평범해서 재미가 없을 것이고, 전화번호 묻는 남자는 작업남일 거고, 뭐 대략 이런 얘기만 할 것 아닌가. 전 여자친구는 전 여자친구로 두자. 여동생으로 착각하지 말고 말이다.


2. 그녀는 왜 그런 남자를 만나는 걸까?


S씨가 그녀에게 들었다는 대답 속에 '그런 남자를 만나는 이유'가 들어 있다. 

- 약간의 성격 결함은 인정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다. 
- 나에게 진심으로 대한다. 
- 결혼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은데, 이 사람과는 할 수 있다. 
-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 그는 나에게 행복을 준다. 행복하다.

 

저런 이야기를 하는 그녀에 대해 S씨는 이렇게 말한다.

"골빈 애들도 아닌데, 너무 가볍고 싼 여자처럼 굴어요."


돌아보자. 그녀가 S씨와 사귈 때에도 위와 같은 마음이었다. S씨가 자신에 대해 고백한 이야기들은 공개하기 좀 그러니 접어두더라도, S씨는 그녀와의 연애에 대해 

"서툰 제게 사랑을 알게 해 준 여자입니다."
"절 항상 최고로 봐 주던 여자입니다."
"제 변덕스럽고 까칠한 성격 다 받아 주던 여자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그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누군가와 사귀고 있다. S씨는 지금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에 대해 망나니라 말하지만, 그에게도 변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녀가 S씨를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그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 아닐까? 

좀 미안한 얘기지만, 그게 그녀의 연애 스타일 이라 생각한다. 예선 본선 결선 다 따져서 누군가를 고르기보다, 우선 누군가와 만나고 보는 거다. 그렇게 기쁨 주고 사랑 받다가(응?), 아니다 싶으면 알아서 돌아선다. 지금까지 잘 돌아서서 '다른 사람'을 찾아 가지 않았는가. 

그녀는 계란 한 판이 진작 넘은 나이고, 연애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간의 이야기로 미뤄보면, 미련 때문에 마음 없는 연애를 질질 끌고 가는 스타일도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전혀 걱정할 게 없다. S씨와 연애할 때 이야기를 살펴봐도, 누군가를 이용하면 이용했지 이용당할 사람은 절대 아니다. 전 여자친구가 뿌리는 다툼의 조각 긁어모아 저주만 하지 말고, 하루 빨리 그 감정 분리수거 통에서 나오길 바란다. 왜 거기서 남의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있는가. 그래야 할 의무도 없고, 그래달라고 부탁한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3. S씨는 설득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폭로전을 계속하면 둘을 헤어지게는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 여친의 남자친구가 과거에 연애할 때 올렸던 글들을 찾아내 보여주고, "연애 초기인데 어떻게 멀리 놀러 한 번 안 가냐? 그 녀석은 너를 그냥 쉽게 만나는 게 분명하다."며 저주에 가까운 말을 꾸준히 늘어놓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막말과 저주와 분노를 퍼부은 대가로 둘의 인연도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 S씨는 상대와 헤어진 결정적인 이유를 '상대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쪼아서'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쪼고' 있다. 상대의 연애를 걱정할 게 아니라, S씨가 '잔소리를 멈추는 법''상대에게도 나만큼의 지적능력이 있다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제가 우리의 애매한 관계를 정리하려고 하니, 힘들어 하더군요.
카톡대화명도 우울하게 바뀌고, 안쓰러운 모습들을 많이 보이더군요.
저 같은 남자를 앞으로 못 만날 것 같다는 말을 한 적도 있고...
저 없는 자기는 생각할 수 없다는 말도 한 적 있어요."



이게 웬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린가. 상대는 S씨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헤어진 이후 다른 사람들과 연애를 잘 하고 있지 않은가. 뭔가 대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남자친구와 S씨가 물에 빠지면, 전 여자친구는 남자친구를 구하지 S씨를 구하지 않는다. S씨는 그냥 전 남친이자 현 수다친구일 뿐이다.

"제가 이 관계를 정리하면, 아마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도 몰라요."


라고 말하는 남성대원들이 종종 있었다. 쩌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몇몇 남성대원들은 헤어진 상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데, "그녀는 아마, 제가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면 그 모든 걸 다 놔두고서라도 저에게 올 겁니다. 그걸 전 알고 있지만, 그래선 안 되기에 전화를 하지 않은 것뿐이죠."라는 황당한 얘기를 하기도 했다. 무슨 약 같은 거 하는 건가? 

'쟤와 나의 관계만 진짜고, 쟤와 다른 사람의 관계는 모두 겉핥기일 뿐이야.'라는 착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길 권한다. 옛 이야기 계속 부여잡고 있으면 정말 그런듯한 착각이 들 수 있다. 그러니 상대는 상대의 삶을 살게 두자. 아픈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그녀가 망나니 같은 남자와 사귀는 이유는, 그 망나니가 S씨보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애가 끝나면 상대가 나에게 오지 않을까 하며 줄을 서는 마음이 전혀 없는가? S씨가 보낸 사연에선 '내 말이 맞아. 그러니까 얼른 정리하고 나한테 와.'라고 말하는 남자가 보이는데, S씨는 그런 게 아니라고 하니 아니라고 믿겠다. 헤어진 후에도 '내 방식대로 사람 만나고, 내 방식대로 연애해.'라고 말하는 남자도 보이는데, 역시 S씨는 그런 게 아니라고 하니 아니라고 믿겠다.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상대가 걱정되어 그러는 거라면, 위태위태해 보이는 상대에게 윽박지르지 말길 권한다. 자전거에 비유하자면, 상대는 불안한 자세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같다. 그럼 잘못된 자세에 대해 말해주면 되는 거다. 그러다 상대가 말을 듣지 않고 자세를 고집하다 넘어지면,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면 되는 거다.

불안하다며 상대의 자전거를 뒤에서 잡고 있진 말란 얘기다. 한 없이 상대 자전거를 붙잡고 있으면 상대는 언제 자전거를 배우겠는가. 잊지 말자. 물어 보면 답 해주고, 넘어지면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까지다. 물론 저것도 삽질의 한 형태긴 하지만, 꼭 해야겠다면 저 정도만 하잔 얘기다. 자, 그럼 S씨가 남의 자전거 잡고 있느라 팽개쳐둔 자기 자전거를 어서 빨리 타길 바라며!



▲ 그건 동성 친구들이 해야 할 몫입니다. 전 남친의 몫이 아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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