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산다고 해도 결혼을 거부하는 남자, 이유는?
문제를 하나 풀어 보자. 그대와 A양은 친구인데, A양이 이런 얘기를 했다.
저 얘기를 듣고 그대는, 앞으로 A양의 은혜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할까? 아니면 이건 또 무슨 종류의 인간인가를 생각하며 절교를 다짐할까?
A양은 저런 이야기를 상대에게 한 것을 두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연애가 이미 끝장났다는 건 초등학생들이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매뉴얼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A양의 이번 연애를 위한 것이 아니다. 연애와 남자를 대하는 태도가 일반인과 좀 다른 A양 자신을 위한 것이다. 지금처럼 같이 살 애완견 고르듯 연애와 남자를 대하면, 십 년이 지나도 "제가 집을 산다는 데도 왜 결혼을 거부하죠?"라는 사연만 보내게 될 그녀를 위해, 출발해 보자.
칭찬과 관련된 다큐를 본 적 있다. 그 다큐에서는 칭찬의 역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다음 목표'도 '칭찬 받기 쉬운 일'로 고른다는 내용이었다. 다큐의 내용 중 오늘 매뉴얼과 과장 관련이 깊은 실험은 '책 읽고 칭찬스티커 받기'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한 권을 읽으면 칭찬스티커 한 장을 주는 실험이었다. 아이들이 책을 고를 책장에는 유치원 수준의 책 150권과 초등학교 수준의 책 150권이 있었다.
실험이 시작되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얇고 쉬운 책'을 골랐다. 어떤 아이는 1분도 채 안 되어 책을 다 읽었다며 선생님께 뛰어가 칭찬스티커를 받았다. 많은 아이들이 칭찬스티커를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실험이 끝났을 때 아이들이 읽은 책은 192권 이었는데, 그 중 170권은 유치원 수준의 책이었다. 그 모습에 대한 교육 심리학자 알피콘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칭찬스티커를 받기 위해 쉬운 책을 고르는 아이들의 모습과 A양이 쉽게 통제 가능한 남자를 찾는 모습은 매우 닮아 있다. A양은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는 남자-자신과 조건이 비슷하거나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에게는 까닭 없이 반발감을 갖는다. 만나서 얘기해 본 적도 없으면서 성격이 이상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반면 쉽게 통제가 가능할 거라 생각되는 남자-자신보다 조건이 좋지 않은 남자-에겐 맹목적으로 좋은 점수를 준다. 자존심 상할 일 없을 것이고,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이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쉽게 해결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남자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연애나 결혼을 하겠다는 걸 말릴 생각은 없다. 누군가의 애완동물이 되고 싶어 하는 남자를 만나면 A양이 원하는 연애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본능적으로 그게 A양의 함정이라는 걸 눈치 챌 것이다. "집은 내가 살 테니까, 얼른 결혼하자."라는 함정 말이다.
A양은 상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둘은 사귄지 두 달이 지나서야 키스를 했다. 그리고 이제 네 달이 더 지나 A양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상대는 당황했다. A양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대에게 A양은 다시 말한다.
만약 상대가 저 결혼에 응하면 A양은 또 어떤 임무를 부여할 것인가? 난 애를 셋 낳고 싶어? 나는 아이들을 유학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
저건 '계획'이 아니라 '계약'이다. 게다가 상대로 하여금 사인을 받아 낼 목적으로 한 말들이 죄다 짜증나는 소리들뿐이다.
이 말과 뭐가 다른가? 멀쩡한 정신을 가진 남자라면 헤어지자고 말하는 게 당연하다. A양이 질색을 하는 남자, 그러니까 A양 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가 같은 말을 했다고 해보자. "넌 조건이 별로 좋지 않아. 돈도 학벌도 미모도 별로지. 하지만 난 그걸 탓하지 않아. 그런 남자가 또 있을까? 그러니 결혼하자." 난 A양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대의 목을 조를 것 같은데, A양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A양은 큰 오해를 하고 있다. 내게 보낸 사연에서,
라고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난 A양이 만신창이가 된 이 연애를 그만두고 선을 보길 적극 권한다. A양 스스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머리로는 저도 이 오빠와 헤어지고 선을 보는 게 맞다는 거 알아요."라는 말은 A양이 한 거다.
이 연애가, 둘 다 너무 사랑하지만 어떤 차이 때문에 둘이 힘겹게 극복하는 과정이라면 난 응원을 하겠다. 그런데 A양의 연애는 그런 게 아니다. 아무도 포기하라고 말한 적 없는-심지어 상대도 그러라고 하지 않는- 이상한 포기를 A양 스스로 하며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라고 말하는 모습이랄까. 아무도 채식하라고 얘기한 적 없는데 말이다. 그러곤 나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난감하고, 당황스럽다. 이건 그냥 비련의 여주인공 코스프레 아닌가.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참아가며 그와 사귀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사람은 다 별로고,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런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내'라고 말한다.
사랑하니까 참는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참으니까 사랑이란 얘기는 처음 들어 보는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뭐 그런 거 패러디인가? 술집에서 술 먹고 다른 테이블 손님에게 시비 걸다 맞으면서 "아! 맞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뭐 이렇게 외치는 걸로 이해하면 되겠는가? 맞아서 아픈 청춘과 A양의 사랑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다음번에 누굴 만나더라도 그 사람 역시 나만큼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따위의 광고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다치거나 차일까 두려워 '나와 동등하거나 나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와 만나는 걸 피하지 말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나보다 별로인 남자 데려다 공주놀이 하기'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A양은 '연애스킬'이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거라 생각하는데, 이건 '연애스킬'과 전혀 관련 없다. 남자와 연애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100점짜리, 칭찬 받을 수 있는 연애를 하려고 하니 쉬운 남자를 고르게 되고, 그런 남자들 중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남자가 있으면 또 언제든 가차 없이 잘라내지 않는가.
노멀로그를 믿고 시작해 보자. 상대에게 내가 50점 밖에 안 되는 연애도 괜찮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고, 가다가 길을 모르면 물어보면 되는 거다.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며 사람 고르다간 포기해야 할 부분만 늘어난다. 비바람 무서워하지 말고 견뎌내 올 가을엔 풍성한 열매를 좀 맺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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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하나 풀어 보자. 그대와 A양은 친구인데, A양이 이런 얘기를 했다.
"넌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내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어.
난 너에게 아쉬울 것도 없고, 만나서 밥을 먹어도 다 내가 계산해.
너하고 친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 있어? 없잖아.
그런데도 난 너하고 친구로 지내고 있어.
이런 친구를 네가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나한테 집중 하라고. 앞으로 좀 더 충실하게 대해."
난 너에게 아쉬울 것도 없고, 만나서 밥을 먹어도 다 내가 계산해.
너하고 친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 있어? 없잖아.
그런데도 난 너하고 친구로 지내고 있어.
이런 친구를 네가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나한테 집중 하라고. 앞으로 좀 더 충실하게 대해."
저 얘기를 듣고 그대는, 앞으로 A양의 은혜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할까? 아니면 이건 또 무슨 종류의 인간인가를 생각하며 절교를 다짐할까?
A양은 저런 이야기를 상대에게 한 것을 두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연애가 이미 끝장났다는 건 초등학생들이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매뉴얼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A양의 이번 연애를 위한 것이 아니다. 연애와 남자를 대하는 태도가 일반인과 좀 다른 A양 자신을 위한 것이다. 지금처럼 같이 살 애완견 고르듯 연애와 남자를 대하면, 십 년이 지나도 "제가 집을 산다는 데도 왜 결혼을 거부하죠?"라는 사연만 보내게 될 그녀를 위해, 출발해 보자.
1. 쉽게 통제 가능한 남자 찾는 모습.
칭찬과 관련된 다큐를 본 적 있다. 그 다큐에서는 칭찬의 역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다음 목표'도 '칭찬 받기 쉬운 일'로 고른다는 내용이었다. 다큐의 내용 중 오늘 매뉴얼과 과장 관련이 깊은 실험은 '책 읽고 칭찬스티커 받기'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한 권을 읽으면 칭찬스티커 한 장을 주는 실험이었다. 아이들이 책을 고를 책장에는 유치원 수준의 책 150권과 초등학교 수준의 책 150권이 있었다.
실험이 시작되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얇고 쉬운 책'을 골랐다. 어떤 아이는 1분도 채 안 되어 책을 다 읽었다며 선생님께 뛰어가 칭찬스티커를 받았다. 많은 아이들이 칭찬스티커를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실험이 끝났을 때 아이들이 읽은 책은 192권 이었는데, 그 중 170권은 유치원 수준의 책이었다. 그 모습에 대한 교육 심리학자 알피콘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만약에 제가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상을 받게 된다면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 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칭찬이나 상을 받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쉬운 책을 고를 겁니다.
그래야 빨리 읽고 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한, 보다 깊이 없이 책을 읽을 겁니다.
이해가 아니라, 빨리 끝내는 것이 목적이 되기 때문이죠.
- 알피콘, EBS <학교란 무엇인가-6부 칭찬의 역효과> 중에서.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 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칭찬이나 상을 받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쉬운 책을 고를 겁니다.
그래야 빨리 읽고 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한, 보다 깊이 없이 책을 읽을 겁니다.
이해가 아니라, 빨리 끝내는 것이 목적이 되기 때문이죠.
- 알피콘, EBS <학교란 무엇인가-6부 칭찬의 역효과> 중에서.
칭찬스티커를 받기 위해 쉬운 책을 고르는 아이들의 모습과 A양이 쉽게 통제 가능한 남자를 찾는 모습은 매우 닮아 있다. A양은 자신이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는 남자-자신과 조건이 비슷하거나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에게는 까닭 없이 반발감을 갖는다. 만나서 얘기해 본 적도 없으면서 성격이 이상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반면 쉽게 통제가 가능할 거라 생각되는 남자-자신보다 조건이 좋지 않은 남자-에겐 맹목적으로 좋은 점수를 준다. 자존심 상할 일 없을 것이고,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이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쉽게 해결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오빠는 제가 오빠랑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 적 있어요."
그런 남자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연애나 결혼을 하겠다는 걸 말릴 생각은 없다. 누군가의 애완동물이 되고 싶어 하는 남자를 만나면 A양이 원하는 연애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본능적으로 그게 A양의 함정이라는 걸 눈치 챌 것이다. "집은 내가 살 테니까, 얼른 결혼하자."라는 함정 말이다.
2. A양의 임무 리스트와 계획표
A양은 상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난 사귄지 적어도 두 달은 지나야 키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둘은 사귄지 두 달이 지나서야 키스를 했다. 그리고 이제 네 달이 더 지나 A양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난 사귄지 일 년쯤 되면 결혼을 하고 싶어."
상대는 당황했다. A양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대에게 A양은 다시 말한다.
"난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결혼을 하고 싶어.
뭐가 문제야? 집? 집은 내가 마련할 수 있어.
나처럼 안 따지고 안 바라는 여자가 또 있을까?
오빠 나이에 차도 없으면 여자 만나기 힘든 거 알잖아.
난 오빠가 차 없어도 좋아. 그런 거 따지지 않아.
물론, 우리가 사귀다가 헤어질 수도 있어. 실망할 수도 있지.
언제 결혼하자고 확정을 하자는 건 아니야.
계획을 세우자는 거지. 우리가 1년이 지나도 잘 만나고 있다면,
그땐 언제쯤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뭐가 문제야? 집? 집은 내가 마련할 수 있어.
나처럼 안 따지고 안 바라는 여자가 또 있을까?
오빠 나이에 차도 없으면 여자 만나기 힘든 거 알잖아.
난 오빠가 차 없어도 좋아. 그런 거 따지지 않아.
물론, 우리가 사귀다가 헤어질 수도 있어. 실망할 수도 있지.
언제 결혼하자고 확정을 하자는 건 아니야.
계획을 세우자는 거지. 우리가 1년이 지나도 잘 만나고 있다면,
그땐 언제쯤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만약 상대가 저 결혼에 응하면 A양은 또 어떤 임무를 부여할 것인가? 난 애를 셋 낳고 싶어? 나는 아이들을 유학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
저건 '계획'이 아니라 '계약'이다. 게다가 상대로 하여금 사인을 받아 낼 목적으로 한 말들이 죄다 짜증나는 소리들뿐이다.
"넌 무능하지만, 난 그 무능함을 탓하지 않아.
그런 여자가 또 있을 것 같아? 그러니 이 계약서에 사인해."
그런 여자가 또 있을 것 같아? 그러니 이 계약서에 사인해."
이 말과 뭐가 다른가? 멀쩡한 정신을 가진 남자라면 헤어지자고 말하는 게 당연하다. A양이 질색을 하는 남자, 그러니까 A양 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가 같은 말을 했다고 해보자. "넌 조건이 별로 좋지 않아. 돈도 학벌도 미모도 별로지. 하지만 난 그걸 탓하지 않아. 그런 남자가 또 있을까? 그러니 결혼하자." 난 A양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대의 목을 조를 것 같은데, A양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3. 인내와 사랑에 대한 착각.
A양은 큰 오해를 하고 있다. 내게 보낸 사연에서,
"무한님은 아마,
선본다고 더 좋은 사람이 나올 것 같냐,
그냥 이 사람 잘 붙잡아서 결혼해라, 라고 하시겠죠?"
선본다고 더 좋은 사람이 나올 것 같냐,
그냥 이 사람 잘 붙잡아서 결혼해라, 라고 하시겠죠?"
라고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난 A양이 만신창이가 된 이 연애를 그만두고 선을 보길 적극 권한다. A양 스스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머리로는 저도 이 오빠와 헤어지고 선을 보는 게 맞다는 거 알아요."라는 말은 A양이 한 거다.
이 연애가, 둘 다 너무 사랑하지만 어떤 차이 때문에 둘이 힘겹게 극복하는 과정이라면 난 응원을 하겠다. 그런데 A양의 연애는 그런 게 아니다. 아무도 포기하라고 말한 적 없는-심지어 상대도 그러라고 하지 않는- 이상한 포기를 A양 스스로 하며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난 널 위해 채식까지 하고 있는데, 넌 왜 날 위해 아무 것도 안 해?"
라고 말하는 모습이랄까. 아무도 채식하라고 얘기한 적 없는데 말이다. 그러곤 나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저도 채식을 그만 두고 고기를 먹는 게 낫다는 거 알아요.
그를 위해 애써 채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걸 말예요.
하지만 무한님은 아마 좀 더 버티라고 하시겠죠. 채식을 포기하지 말라고."
그를 위해 애써 채식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걸 말예요.
하지만 무한님은 아마 좀 더 버티라고 하시겠죠. 채식을 포기하지 말라고."
난감하고, 당황스럽다. 이건 그냥 비련의 여주인공 코스프레 아닌가.
"오빠는 여자들이 좋아할 타입은 아니에요. 외모도 좀 별로고,
옷도 잘 못 입어요. 똑같은 옷을 입을 때도 많고요.
차도 없고, 모아 놓은 돈도 없어요. 집도 어려운 것 같고요.
결혼 얘길 계속 하니까, 작은 집이라도 하나 마련하고 결혼하고 싶다는데,
오빠 월급으론 택도 없어요. 십 년은 걸릴 걸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훨씬 괜찮은 남자 만날 수 있다는 거, 저도 알아요."
옷도 잘 못 입어요. 똑같은 옷을 입을 때도 많고요.
차도 없고, 모아 놓은 돈도 없어요. 집도 어려운 것 같고요.
결혼 얘길 계속 하니까, 작은 집이라도 하나 마련하고 결혼하고 싶다는데,
오빠 월급으론 택도 없어요. 십 년은 걸릴 걸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훨씬 괜찮은 남자 만날 수 있다는 거, 저도 알아요."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참아가며 그와 사귀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사람은 다 별로고,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런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내'라고 말한다.
사랑하니까 참는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참으니까 사랑이란 얘기는 처음 들어 보는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뭐 그런 거 패러디인가? 술집에서 술 먹고 다른 테이블 손님에게 시비 걸다 맞으면서 "아! 맞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뭐 이렇게 외치는 걸로 이해하면 되겠는가? 맞아서 아픈 청춘과 A양의 사랑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다음번에 누굴 만나더라도 그 사람 역시 나만큼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 공주 놀이에 하인 역할 할 사람 구함. 숙식가능.
따위의 광고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다치거나 차일까 두려워 '나와 동등하거나 나보다 조건이 좋은 남자'와 만나는 걸 피하지 말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도 '나보다 별로인 남자 데려다 공주놀이 하기'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A양은 '연애스킬'이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거라 생각하는데, 이건 '연애스킬'과 전혀 관련 없다. 남자와 연애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100점짜리, 칭찬 받을 수 있는 연애를 하려고 하니 쉬운 남자를 고르게 되고, 그런 남자들 중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남자가 있으면 또 언제든 가차 없이 잘라내지 않는가.
노멀로그를 믿고 시작해 보자. 상대에게 내가 50점 밖에 안 되는 연애도 괜찮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고, 가다가 길을 모르면 물어보면 되는 거다.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며 사람 고르다간 포기해야 할 부분만 늘어난다. 비바람 무서워하지 말고 견뎌내 올 가을엔 풍성한 열매를 좀 맺어보자.
▲ "썸녀가 아는 형과 사귀려고 하는데, 막을 방법은?" 형과 사귀는 중이라고 하세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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